윤구주는 앉아 있고 천음 엔터 사장은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있는 걸 본 육명진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는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왠지 모르게 윤구주와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압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그 감각은 과거 암부에 있을 때, 높은 지위에 있는 지휘사를 만났을 때보다도 더 강렬했다.육명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의아해했다.그러나 그래도 그는 서남의 경찰서장이었다.“이 자식,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 감히 우리 서남에서 죄 없는 사람을 다치게 해? 서남의 경찰서장인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육명진이 그렇게 말하자 윤구주는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저놈들이 맞을 짓을 한 거야.”“건방지네.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뻔뻔하게 그런 얘기를 해? 설마 사람을 다치게 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모르는 거야?”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고개를 들어 육명진을 바라보았다.“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법을 어기는 일이지. 그리고 악인은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난 알고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서서히 시선을 들어 눈앞의 육명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화진을 지키고 정의를 실현하라. 악은 징벌하고 선은 베풀어라. 암부 구성원으로서 이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겠지?”‘뭐라고?’윤구주가 화진 암부의 가장 중요한 구호를 얘기하자 육명진은 몸을 흠칫 떨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넌... 넌... 넌 누구야? 어떻게 내가 암부 구성원이었던 걸 안 거야?”윤구주는 손을 들어 그의 굵은 팔뚝을 가리켰다.육명진의 팔뚝에는 검은색 타투가 있었다.그 타투는 원형 도안이었고 그 위에는 또렷하게 ‘암’ 자가 새겨져 있었다.“이건 화진 암부의 독특한 징표야. 그래서 알아본 거지.”육명진은 조금 전 그가 미향각으로 들어왔을 때, 윤구주가 단번에 그의 팔뚝에 새겨진 타투를 본 것을 몰랐다.윤구주는 굳이 얘기하지 않았을 뿐이다.윤구주
“난 명령했어. 지금 당장 저 빌어먹을 놈을 체포해!”배 나온 서남 시장이 말을 마치자마자 우레와도 같은 소리가 미향각 밖에서 들려왔다.“개 같은 자식! 어떤 빌어먹을 놈이 감히 우리 저하를 체포한다는 건지 나 정태웅이 오늘 한 번 똑똑히 지켜볼 거야!”엄청난 목청이었다.백여 명의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뚱뚱한 남자와 흰옷을 입은 소년의 뒤를 따라서 미향각 안으로 들어왔다.암부 3대 지휘사 중 한 명인 정태웅이 드디어 도착했다.그뿐만 아니라 그의 뒤에는 남궁 가문의 검도 귀재와 아부 제36여단 여단장인 원건우, 그리고 수백 명의 완전 무장한 검은 옷을 입은 암부 구성원들이 있었다.암부 구성원들은 안으로 들어오자 서남 시장 원재혁과 그의 비서, 그리고 두 무릎뼈가 부러진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천음 엔터 사장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심지어 윤구주의 곁에 앉아 있던 대스타 은설아와 소채은마저 눈이 휘둥그레졌다.벌떼처럼 몰려온 그들이 대체 누군지 아무도 몰랐다.“당신들은 누구길래 감히 이곳에 쳐들어온 거지? 육 서장, 이 건방진 놈들을 전부 체포해!”서남 시장 원재혁은 갑자기 한 무리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들어오자 곧바로 육명진에게 말했다.육명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분노에 찬 고함이 들려왔다.“육명진, 감히 암부 형제들을 건드릴 수 있겠어?”서남 제36여단 여단장인 원건우가 한 말이었다.그 말을 들은 육명진은 고개를 들어 원건우를 바라보았다.“여단장님...”서남 경찰서장 육명진은 깜짝 놀라 외치더니 갑자기 원건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제36여단 소속이었던 육명진, 여단장님을 뵙습니다!”서남 경찰서장이 원건우의 앞에 무릎을 꿇자 서남 시장은 넋이 나갔다.“육 서장, 뭐 하는 거야? 왜 저 자식에게 무릎을 꿇는 거야?”바닥에 무릎 꿇은 육명진이 대답했다.“전 과거 암부 제36여단 소속이었습니다. 한 번 암부에 몸담았으면 영원히 암부 사람이죠. 제가 비록 암부에서 나오긴 했지만 전 여전히 암부 사람입니다.”암부?서남 시
명색이 서남 시장이라는 사람이 정태웅에게 맞아 단번에 나가떨어져 버렸다.그 모습을 본 유 비서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지금 우리 시장님을 친 거야?”“육 서장님, 뭐합니까! 당장 저 인간을 쳐내지 않고!”유비서의 말에 원건우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지휘사 님께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죽고 싶나 보군!”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칼을 뽑아 들어 허공에서 한번 휘둘렀다. 그러자 피가 뿜어져 나오는 동시에 사람 머리가 바닥에 데구루루 굴러떨어졌다.원건우가 유 비서의 머리를 단번에 잘라버린 것이다!그 모습에 서남 윗선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채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여단장은 단칼에 유 비서를 처리한 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앞에 치켜들며 말했다.“또 누구 이렇게 되고 싶은 사람 있으면 나와. 원하는 대로 죽여주마!”그 말에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누가 감히 나설 수 있을까!하진 암부 사람들은 하나같이 잔혹하기로 유명하고 그중에서도 64명의 여단장들은 특히 더 위험한 인물들이다.정태웅은 피식 웃으며 아까의 일격으로 입안이 피범벅이 된 서남 시장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마치 소동물을 손에 쥐듯 그의 뒷덜미를 잡아 공중에 떠올렸다.“이봐, 아까 네 놈이 우리 저하를 체포한다고 했었나? 그래?”서남 시장은 온몸이 굳어버린 채 말을 버벅거렸다.“저... 저는...”“말 똑바로 안 해? 네 놈이 우리 저하를 체포하겠다 했냐고 묻잖아!”정태웅은 원재혁의 뺨을 철썩철썩 내리치며 물었다.서남 시장은 가뜩이나 이미 입안이 터진 데다 이제는 코피와 눈의 실핏줄까지 터져 얼굴이 엉망이 되어버렸다.“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원재혁 딴에는 빨리 용서를 구하고 이 상황을 끝내고 싶었겠지만 아쉽게도 정태웅에게 사과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정태웅은 마치 공을 굴리듯 그를 윤구주의 바로 앞에 차 던져버렸다.“저하, 이놈의 피부를 싹 다 벗겨버린 다음에 갈기갈기 찢어 죽여
“이제는 네 차례군. 전에 나를 죽이겠다고 했었지? 그리고 은설아 씨를 괴롭힐 생각도 했었고.”탁시현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힘들게 고개를 들었다.“나... 나는...”“너는 뭐? 혹시 네 아버지가 천음 엔터 회장이고 집안 재산만 해도 몇십조에 어릴 때부터 너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는 말이 하고 싶어?”윤구주의 말에 탁시현은 마치 귀신 보듯 그를 쳐다보았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것들을 윤구주가 그대로 읊어버렸기 때문이다.“그런데 아쉽게 됐군. 재수 없게도 나를 만나버렸으니.”윤구주는 마치 일상 대화를 건네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지금쯤 속으로 이곳에서 살아나간 다음 나와 은설아 씨한테 어떻게 복수할지만 생각하고 있지? 그 고민 안 해도 될 수 있게 도와주지.”“뭘... 뭘 어쩌려는 거지?”탁시현은 겁에 질린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이곳에서 네 놈의 목숨을 끊어놓을 거다.”말을 마친 윤구주의 두 눈에서 금색 빛이 반짝이더니 연꽃 모양 불의 낙인이 탁시현의 동공에 박혀버렸다.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몸 안쪽에서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불꽃은 그의 코와 귀 그리고 눈에서 뿜어져 나왔으며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탁시현은 화련금안으로 한 줌의 재가 되어버렸다.“사... 장님...”살아있는 채로 불에 타버려 사라진 모습을 보며 뒤에 있던 부하들은 입을 떡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은설아와 소채은 역시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 모두 평범한 인간이라 이런 신통 술법은 본 적이 없었다.바닥에 조금 남아 있던 재마저 모두 사라진 뒤에야 은설아는 예쁜 두 눈을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를 마주한 순간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탁시현의 부하들도 하나둘 정신을 차리더니 윤구주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네 놈이 감히 우리 사장님을 죽여?”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싸늘하고도 음산한 검기가 엄습해 왔다. 그리고 그 검기는 기다란 용의 모양으로 변
윤구주는 남궁서준이 얼마나 무서운 동생인지 잘 알고 있다. 또한, 자신을 위해서라면 이곳에 있는 모두를 숙청시키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거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윤구주는 웃는 얼굴로 남궁서준의 어깨를 두드렸다.“꼬맹아, 이제 그만해도 돼.”그 말에 남궁서준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숙이더니 바로 윤구주의 뒤로 물러섰다.사람들은 사신 같은 꼬마가 윤구주의 말 한마디에 금세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고는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뚱땡이, 이곳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면 사람들 데리고 이만 나가. 나는 채은이와 은설아 씨와 함께 계속 식사할 거다.”“네, 알겠습니다.”윤구주의 말에 정태웅은 암부원들을 시켜 이곳을 깔끔하게 원상복구 시킨 뒤 질서정연하게 미향각을 나섰다.깨끗하게 치웠다고는 하지만 비릿한 피 냄새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시끄러움이 사라지고 고요함이 찾아왔다.윤구주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양 은설아와 소채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일은 모두 해결되었으니 이제 마음 놓고 얘기를 나누세요. 참, 채은이 너 은설아 씨한테서 사인받고 싶다 하지 않았어?”그는 미소를 지으며 소채은에게 물었다.그러자 소채은은 눈을 깜빡거리다 이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맞아! 나 설아 씨 싸인 꼭 받고 싶어.”한편 은설아는 아직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그녀는 이제껏 재벌도 많이 만나보고 권력자들을 많이 만나보았으며 상상도 못 했던 상황들도 많이 봐왔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다 합쳐도 오늘 보았던 광경만큼 놀랍지는 않았다.은설아는 소채은의 말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사인 요구에 얼른 대답했다.“네, 네, 해드릴게요.”윤구주는 지금 미향각 안에서 두 명의 여자와 함께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그리고 암부원들은 그들이 있는 미향각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남궁서준에 정태웅 그리고 암부 제36여단 여단장인 원건우와 서남 경찰서장인 육명진까지 전부 다 나란히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다.“여단장님 부디 벌을 내려주세요.”
“부럽다. 나도 저렇게 대단한 인물들을 호위로 세워봤으면 좋겠네.”팬들은 부러워하면서 은설아의 이름을 목 놓아 외쳤다.그때, 흰색 BMW 한 대가 맛집 거리로 들어섰다.차량이 천천히 멈춰서고 조수석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저길 좀 봐요. 내가 은설아가 오늘 여기로 올 거라고 그랬죠?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 은설아 팬인가 봐요!”이 말을 한 사람은 천이경의 딸 천해윤이었다.그녀 역시 은설아의 팬으로 은설아가 서남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매일 같이 SNS를 확인하며 그녀가 가는 곳을 알아보았다.그러다 오늘 한 네티즌으로부터 은설아가 이곳에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주세영과 함께 찾아온 것이다.운전석에 앉은 주세영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을 쳐다보더니 머리를 뒤로 넘기며 혀를 찼다.“대체 연예인이 뭐라고 이 난리야. 너도 마찬가지야. 호들갑 좀 그만 떨어.”“엄마는 은설아가 지금 얼마나 핫한지 몰라서 그래요. 은설아는 우리들의 여신님이라고요.”천해윤은 눈을 반짝이며 팬심을 드러냈다.“여신님은 무슨. 너는 연예인 말고 집안 걱정이나 해! 너는 우리가 오늘 얼마나 큰 손실을 봤는지 알기나 해?”주세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강성에서 온 친척 언니가 선물한 영지버섯 말하는 거죠?”천해윤은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아까 전문가한테 물어봤는데 그 영지버섯 정말 귀한 게 맞대. 몇십억이 넘는 가치가 있는 게 맞았다고!”주세영은 생각하면 할수록 그 영지버섯이 아까워 미칠 것 같았다.“진짜요? 그럼 엄마는 오늘 그 몇십억이 넘는 귀한 것을 강아지 사료로 준 거네요?”천해윤의 기가 막힌다는 얼굴에 주세영은 자책하며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걔가 그런 비싼 것을 선물로 줄 줄 내가 알았겠니? 아이고 내 팔자야. 그걸 팔아버리면 우리 집은 말 그대로 대박 나는 건데.”“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엄마. 인터넷에서 그러는데 영지버섯 중 90%는 아무런 효능도 없는 가짜래요. 그리고 생각해봐요. 그 사촌 언니가 어마어마
주세영은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그쪽을 바라보았다.그러다 은설아 옆에서 같이 웃으며 나오는 소채은과 윤구주를 보고는 머리가 멍해졌다.“정말 소채은이잖아? 아니 쟤가 왜 저기 있어?!”주세영은 입을 떡하니 벌린 채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와, 저 언니 진짜 대박인데? 은설아랑 친분도 있고 같이 밥도 먹어? 미쳤다 진짜.”천해윤은 눈을 반짝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그녀에게 은설아란 단순히 연예인이 아닌 신과 같은 존재였다.그런데 오늘 본 사촌 언니가 그런 존재와 함께 웃으며 밥까지 먹었는데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큰일이네... 엄마!”천혜윤은 갑자기 주세영을 불렀다.“왜? 또 뭔데?”“저 언니가 은설아랑 함께 밥까지 먹은 걸 보면 오늘 우리한테 준 그 영지버섯 정말 귀한 게 맞나 본데요...?”그 말에 주세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천해윤의 말대로 연예인과 겸상까지 하는 걸 보면 분명히 평범한 신분은 아닌 게 분명했다.몇십억이 넘는 영지버섯이 고작 강아지 뱃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이 떠오르자 주세영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뺨을 몇 대 후려치며 탄식했다.“다 나 때문이야. 내가 멍청했어. 그걸 바닥에 버리지만 않았어도 강아지 뱃속에 들어갈 일은 없었을 건데, 아이고!!”천해윤도 속상하긴 마찬가지였다.그녀는 사실 방금까지만 해도 소채은이 가지고 온 영지버섯이 가짜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은설아와 함께 있는 것을 보니 그 영지버섯은 높은 확률로 진짜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한편, 미향각에서 나온 윤구주는 은설아에게 물었다.“은설아 씨, 혹시 지금 묵고 계시는 곳이 어딘지 여쭤봐도 될까요?”“호텔에 있어요.”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윤구주는 은설아가 혼자 묵고 있다는 것을 듣더니 잘됐다는 얼굴로 제안했다.“그러면 저희와 함께 백화궁에서 지내는 건 어떨까요?”오늘 그런 일을 겪었는데 트라우마가 남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윤구주는 처음부터 이대로 손을 털 생각이 없었다. 천음 엔터 사장을 죽였으니 남
백화궁.은설아가 이곳으로 온다는 소식에 백화궁의 미녀들은 하나둘 입구로 나와 구경했다. 그중에는 연규비도 있었다.백화궁이 서남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유명 연예인을 보게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윤구주 일행이 차에서 내리자 입구 쪽에 있던 사람들은 잔뜩 흥분한 상태로 발을 동동 굴렀다.“어떡해. 정말 은설아잖아!”“‘세기말의 사랑’의 여자주인공 맞지?”“그래. 그 은설아!”“내 두 눈으로 직접 보는 날이 오다니. 그런데 어떻게 은설아는 화면보다 실물이 더 예뻐?”이 말을 하는 그들도 쭉 뻗은 다리에 하나같이 예쁘장한 얼굴이었지만 절세미녀라 불리는 연예인 앞에서는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연규비도 은설아를 보고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은설아 씨, 이따 사인 좀 부탁해도 될까요?”“함께 사진 찍어주시면 안 돼요?”“팬이에요!”곧 있으면 눈에서 하트가 튀어나올 듯한 그들을 보며 연규비는 못 말리다며 고개를 저었다.“이제 그만해. 이곳까지 찾아와 주신 손님한테 이게 무슨 무례야. 너희들 때문에 더 피곤하시겠다.”“어머, 그러면 안 되죠! 궁주님 말대로 이곳의 손님인데 저희가 편히 모셔야죠!”그때 윤구주가 은설아를 데리고 다가왔다.“은설아 씨, 먼저 소개부터 하죠. 이쪽은 백화궁의 주인, 연규비 궁주입니다.”윤구주의 소개에 은설아는 속으로 멈칫했다.눈앞에 있는 여인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연규비는 예쁜 것에 더해 그녀 특유의 아우라가 있었다. 게다가 몸매 역시 시선을 뗄 수 없었고 말 그대로 완벽한 여자 그 자체였다.“안녕하세요. 은설아라고 해요. 갑자기 찾아와서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어요.”“실례라니요. 이곳 백화궁에 와줘서 너무 기뻐요.”두 사람은 서로가 마음에 드는 듯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눴다.“그렇게 말해줘서 저야말로 너무 기뻐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얘기해주세요.”“네, 그럴게요.”인사를 마친 후 윤구주는 은설아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은설아는 백화궁과 윤구주의
멀리서 전투기 편대의 굉음이 점점 다가왔다. 그 소리를 들은 현문 시조, 구구제일 해청현마저도 미묘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이곳의 병사들을 손쉽게 도륙낼 수 있을지언정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군대와 강철같은 전력을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인간의 힘에는 한계가 있는 법. 그날 전략 미사일이 현문을 폭격하던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만약 그때 그가 빠르게 달아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재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다행히 서울이 바로 코앞이군. 너희가 감히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무기를 쓸 깡이라도 있겠느냐?” 해청현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현기를 발동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서울 왕궁. 임정설은 해청현의 행방이 포착되었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받았다. “현재 방위군이 총력을 다해 저지하고 있지만 최신 정보에 따르면 그 자는 기갑 합성 부대를 전멸시킨 후 행방을 감췄습니다.” “전문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맞죠. 암부와 은용위가 이미 출동했습니다...” 아래에서 보고하던 육도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바보가 아니면 정면으로 맞서지 않겠지. 해청현은 구구제일. 나타날 때는 그림자처럼, 사라질 때는 흔적도 없이. 강철 대군과 정면으로 싸울 이유가 뭐가 있겠어.’ “암부와 은용위로는 역부족이다. 그 자를 찾는다 해도 목숨을 내놓는 것밖에 안 되겠지.” “강철 대군을 동원하는 건 더 말도 안 돼. 저 늙은 여우는 이미 우리 약점을 다 파악하고 있어. 우리가 서울에서 함부로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임정설은 천천히 일어나 용포를 떨쳐내고 그 아래의 황금 용갑을 드러냈다. “휘익!” 금검이 날카롭게 뽑히자 검의 기운이 퍼지며 왕궁이 강렬한 검의 압박감에 휘청였다. “헌원검.” “그 검은 국주께서 구주왕에게 하사하지 않으셨습니까?” 육도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하. 내가 언제 구주에게 이 검을 줬다고 했나? 그저 잠시 맡겨둔 것뿐
서울에서 삼백 리 떨어진 황량한 산자락. 이름조차 없는 이 산자락에는 은용위와 암부원 백여 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엄숙했고 어떤 이는 비통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이를 악문 채 피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들 앞에 선 이는 다름 아닌 견배영. 윤구주는 떠나기 전 서울에 남는 암부를 모두 견배영에게 맡겼다. 윤구주가 견배영에게 남긴 명령은 단 하나. 국주를 지키는 것. 견배영은 그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국주가 서울에 남은 이유는 서울을 지키고 윤구주의 남은 혈육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위협하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도망친 현문 시조. 지난 사흘간 암부와 은용위는 힘을 합쳐 현문 시조의 행방을 쫓아 밤낮없이 움직였다. 그렇게 흔적을 쫓아 도달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견지휘사님, 저희 왕께서 이전에 현문 시조 추격을 중지하라고 명령하셨으나 형제들이 그 명을 어겼습니다...”옆에 있던 한 암부 대장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곳에 모인 은용위와 암부원들이 이렇게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는 구주왕의 명령을 어긴 형제들이 이곳까지 추적해 현문 시조의 행방을 알아냈지만 그들이 겨우 소식을 전한 순간 불행히도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백여 명의 은용위와 암부원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하고 모두 전사했다. 각각의 암부와 은용위 대원들은 자신이 속한 부서에 입대할 때부터 언제든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다졌다. 나라를 위해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 죽음은 반드시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두 부서의 대원들이 분노에 치를 떨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형제들이 죽기 전에 비인간적인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이었다. 백여 명의 형제들이 시체로 나뒹굴며 그들의 몸은 이곳에 처참하게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죽인 자는 다름 아닌 현문 시조였다. 당초 십만 대군이 출동했으나 각종 중무장 대살기조차 현문 시조를 어찌할 수 없었다. 하물
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임정설을 향해 예를 갖추었고 이내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구주야.”윤구주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임정설은 눈가가 촉촉해졌다.두 사람은 단순히 군신의 관계가 아니었다. 임정설은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윤구주를 아들처럼 여겼다.이때 임정설의 뒤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임정설은 손을 움직여 신식을 차단할 수 있는 법기를 치웠다. 그곳에 숨어 있던 소채은의 모습이 드러났다.이때 소채은의 뺨은 눈물로 잔뜩 젖어 있었다.그녀는 윤구주가 출정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화진의 평화를 위한 싸움인데 이런 때일수록 그녀의 존재가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됐기에 반드시 충동을 참아야 했다.“국주님, 구주를 알지 못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전 너무 소용없어요. 구주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구주의 발목만 잡으니까요. 그리고 저 때문에 국주님도 서울에 있어야 하잖아요.”소채은은 목 놓아 울었다.윤구주의 곁에 있는 다른 여자들과 비교했을 때 그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채은아, 내 제자야. 나는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많은 것들을 깨달았단다. 지금의 너는 아마 알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때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거다. 사랑 때문에 가끔 거사가 지체될 때가 있기는 해. 하지만 생각을 달리 해본다면, 만약 네가 없었다면, 구주가 너처럼 착하고 선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구주는 어떻게 됐을까? 구주는 서슴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야. 적을 상대할 때는 심지어 잔인할 정도지. 가장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신당하고, 전우들은 구주 때문에 박해를 받다가 비참하게 죽어갔어. 네가 없었더라면 구주는 정말로 매정하고 무자비한 사람이 됐을 거야. 네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구주를 죽였을지도 몰라. 왕실과 구주왕이 싸우는 것, 그것이 문씨 일가가 가장 처음 계획했던 일이야. 문아름은 교활하지만 너 같은 사람이 나타날 줄은 몰랐을 거야. 너의 존재가 문아름의 계획들을 망친 거야.”임정설이 많은 말을
하지만 심각한 사안이었기에 윤구주는 반드시 상황을 완벽히 장악해야 했다. 이 일에 그의 휘하에 있는 수많은 병사들의 생사가 달려 있었고, 화진 백성들의 존망이 달려 있었기에 절대 경솔하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몇백만 명의 백성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국주님, 이제야 국주님이 왜 그동안 매일 수심 가득한 얼굴을 했는지 알 것 같네요. 이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윤구주가 진국왕이 되는 걸 거절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구주왕은 정무에 관여하지 않고 싸움만 했다.예전에는 국주가 배후에서 많은 걸 계산하고 획책해 주면 그는 싸움만 했다.그러나 진국왕으로서 병권을 손에 쥐게 된 그는 수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했고 그 생각만 하면 윤구주는 머리가 아팠다.다른 한편, 서울 왕궁.임정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줄곧 윤구주 쪽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비록 궁 안에 있었지만 화진, 그리고 해외의 일부 상황까지 그는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다.그러나 갑자기 소식이 멈춰서 천옥을 공격한 건지, 안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서울의 삼십만 병사들도 각 주둔지에서 초조하게 명령을 기다렸다.“구주야, 네 판단이 맞아. 이럴 때일수록 조급해해서는 안 돼. 충분히 고려한 뒤 결정을 내려야 해. 이 결정을 내리는 건 아주 어려울 거야. 나라고 해도 그 정도의 박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 임씨 일가는 널 전폭적으로 지지할 거야.”비는 계속 내렸고 임정설은 그렇게 왕좌에 앉아 밤을 지새웠다. 날이 밝을 때쯤 육도진이 새로운 소식을 안고 대전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국주님! 구주왕께서 천옥을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저희는 곤륜을 적으로 돌렸습니다!”육도진은 매우 당황했다. 예로부터 각 종문, 심지어 왕실까지 곤륜을 언급할 때는 조심스러웠다.곤륜은 전 세계와 대항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왕실이라고 해도 감히 그들을 적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그 말을 듣자 미리
“저하!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길 서요산은 칠수방과 연합하여 자운각을 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운각의 시조가 서요산 검종 종주의 검에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 서부 대군이 현문을 함락했습니다. 하지만 현문 시조가 너무 막강했습니다. 현문 시조는 홀로 서부 대군의 포위를 뚫고 도망쳤고 은용위와 암부 쪽에서 사람을 보내 현문 시조를 추격하고 있다고 합니다.”밖에 있던 암부 구성원이 보고했다.“알겠어. 각 종문의 시조들은 대부분 최소 반폭 지존 경지니까 이해해. 은용위와 암부에 추격하러 간 부하들을 철수시키라고 해. 그들로는 그 늙은 괴물들을 잡을 수가 없어.”윤구주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저하, 그리고 은용위 지휘사 견배영이 천옥을 공격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쪽은 곤륜과 인연이 있기 때문에 저하께서 명령을 내리셔야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암부 구성원이 또 물었다.“조급해할 것 없어. 내가 직접 나설 테니까. 언제 움직여야 하는지 미리 통지할 거야.”윤구주가 대답했다.윤씨 일가의 저택. 윤구주는 선조들의 위패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조금 전 그것이 우연이었을지 아니면 암시였을지 알 수 없었다.“윤상, 우리 윤씨 일가의 시조로 천 년 전 화진 무도의 최강자였지. 심지어 몇 년 연속 무도 도주였어. 윤씨 일가의 기록에 따르면 조상님께서 화진의 무도를 주름잡았을 때 종문 동맹은 무척이나 얌전했다고 했어. 하지만 조상님께서는 도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 종문 동맹을 감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그들을 귀순시킬 수 있을 거로 생각하셨지.”“조상님, 어떤 이들은 영원히 개과천선할 수 없어요. 죽이는 게 답이에요. 좋은 기회를 잃어버린 뒤에 다시 손을 쓴다면 너무 늦어요.”윤구주는 작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당시 손을 썼더라면 지금 같은 일들이 없었을 것이다.더욱 안타까운 것은 당시 윤상이 무도 도주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홀로 성전을 찾으러 서역으로 향했다가 행방불명이 되었다.윤상의 실종으로 윤씨 일가는 큰
견배영은 흠칫 놀랐다. 그는 윤구주의 눈빛에서 절대 막을 수 없는 의지를 엿보았고 그로 인해 열정이 불타올랐다.“저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화진의 좋은 사람들을 해치지 않겠습니다. 만약 제가 또 그런 짓을 저지른다면 저하께서 손을 쓸 필요 없이 제가 직접 자결하겠습니다. 제 부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제 부하들 중에 그런 사람이 나온다면 제가 직접 죽이겠습니다!”견배영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울부짖었다.“겨우 그걸로는 안 돼. 능력이 클수록 책임이 큰 법이야. 스스로를 단속하는 동시에 부하를 잘 가르치는 것은 네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야. 그 정도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더는 날 따르지 마.”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견배영은 아주 빠르게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화진을 침략하거나, 화진의 부흥을 막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겠습니다!”윤구주는 그제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현문 분문을 공격하기 위해 산까지 올라온 병사들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윤구주 휘하의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그들은 일찌감치 그 점을 깨닫고 구주왕의 의지를 이어가려고 했다. 은용위도 이제야 구주왕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그리고 그들은 그제야 윤구주의 부하들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필사적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구주왕을 따르는 것은 화진의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기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서울에 있는 종문의 분문들은 전부 끝장났다.같은 시각, 화진 각지에서 장수들이 출동했다. 암부와 은용위에게서 정보를 얻은 그들은 그 정보들을 이용하여 하룻밤 사이 화진의 각 지역에 위치한 분문들을 전부 없애버렸다.다음 날 아침, 각 종문에서는 외부와 연락이 완전히 끊긴 것을 발견했고 그렇게 그들은 홀로 남게 되었다.윤씨 일가.윤구주는 윤씨 일가 선조들의 위패 앞에 앉아 시선을 내려뜨린 채 서요산 검종의 소식을 기다리면서 선조들에게 말을 걸었다.“어르신들, 종문 동맹은 삼천 년이 넘는 시간
“대단한 구주왕도 결국은 우리와 같은 탐욕스러운 인간일 줄은 몰랐어. 하하, 그러면서 감히 우리 종문 동맹을 적으로 돌리려고 해? 구주왕, 네가 날 죽인다면 난 네 마음을 죽일 거야!”추현송은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빌어먹을 놈, 닥쳐! 당신같이 사악한 놈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저하를 평가하는 거야? 당신 정혈을 챙기는 건 당연한 일 아니야?”견배영은 추현송이 구주왕을 모욕하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추현송을 죽이는 것은 백성들을 위한 일인데 이득을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없었다.“내가 당신 정혈을 삼켜서 내 실력을 키우려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단단히 착각했네. 자기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냐?”윤구주는 입을 비죽이면서 말했다.추현송은 비록 자신을 반폭 구오 지존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여전히 팔부 절정에 머물러 있었고 약자의 것을 삼키면 오히려 자신을 더 약하게 만들 뿐이었다.그리고 윤구주는 이런 금지술을 배운 적이 없었다.윤구주는 다시금 봉왕팔기 소생술을 시전했다.혈정은 녹색의 돌멩이가 되었는데 그 돌멩이는 투명하고 향기로우며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었다. 향기를 한 번 맡으면 정신이 맑아졌다.윤구주가 조종한 대로 녹색의 돌멩이는 산 아래로 내려가서 텐트 위에 멈추었고 수백 개의 녹색 기운이 허약한 소녀들의 체내로 주입되었다.이때 군의관들은 심한 부상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운 소녀들을 위해 수술을 진행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녹색 빛이 소녀들의 몸속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소녀들의 허약한 몸에 다시 생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명의 다친 소녀들이 전부 나았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세상에!”윤구주가 평생 수련하여 쌓은 그의 힘으로 소녀들을 구하는 걸 보자 추현송은 참지 못했다.“윤구주, 미친 거야? 내 정혈을 삼킨다면 나도 인정하겠지만 그렇게 귀한 것들을 저런 가축들을 위해 써? 귀한 물건을 이렇게 낭비해?”추현송은 큰 충격을 받았다. 윤구주의 행위는 그를 완전히 절망하게 했다.“누구를 보고 가축이래? 저 가련
윤구주의 체내에서 거대한 진동이 일었다. 순식간에 순수한 양의 힘이 뿜어져 나오면서 하늘로 치솟아 올라 오조금룡이 되어 서울의 반을 뒤덮었다.용은 모습을 드러냈고 곧 그것의 포효가 세상을 뒤흔들었다.추현송이 만들어낸 핏빛 용은 울부짖고 있었다. 그것은 금룡을 향한 도발이었다. 금룡으로서는 가짜 용인 핏빛 용이 1초라도 더 존재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게 느껴졌다.순수한 양기가 금룡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핏빛 용은 목숨이 아까운 줄도 모르고 용의 압박을 이겨내려고 했지만 양기에 온몸이 꿰뚫렸다. 뜨거운 양기의 힘이 체내에서 폭발해서 환한 금빛을 만들어냈다.쿠궁!핏빛 용은 1초도 버티지 못하고 용의 힘에 소멸하였다.피의 저주가 뚫리자 가장 먼저 역풍을 맞은 건 추현송이었다. 그는 피를 왈칵 쏟더니 몸 겉면이 갈라지면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피투성이가 되어 매우 처참한 꼴이 되었다.“견뎌. 견디라고! 정혈, 더 많은 정혈이 필요해!”추현송은 몸을 날려 핏빛의 구름 위로 날아가더니 그 속의 정기를 마구 삼키면서 겨우 버텼다.“젠장, 내 금지술을 파괴해서 내 백 년의 수명을 깎았어. 윤구주, 두고 봐. 가만두지 않겠어!”추현송은 욕지거리를 했다. 이렇게 된 이상 더 싸울 이유가 없었다.그와 윤구주의 실력 차이는 너무 컸다. 어쩌면 서울에 오지 말아야 할지도 몰랐다.이내 추현송은 구름을 조종하더니 구름을 타고 멀리 도망치려고 했다.“어디로 도망치려고? 거기 서! 봉왕팔기, 천주 금술, 신마소멸!”윙!구름을 타고 도망치고 있던 추현송은 순간 보이지 않는 큰 손에 잡힌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곧이어 엄청난 기운이 사방에서 몰려들어 핏빛 구름을 순식간에 없애버렸다.퍽!핏빛 구름이 사라지자 추현송은 수백 미터 고공에서 추락하여 처참한 몰골이 되었다.현재 추현송은 마치 가죽이 한 겹 벗겨진 것처럼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그의 살은 마치 벌레처럼 미친 듯이 꿈틀대면서 추락하여 생긴 상처를 회복시키고 있었다.“좋은 수단이야.
“나 정도 실력이면 상대가 구오 지존이 아닌 이상 무적이야. 구주왕, 죽을 각오나 해! 당신을 죽이는 건 시작에 불과해. 난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 천도궁이야말로 화진의 주인이라는 걸 증명해 보이겠어! 화진 사람들은 모두 우리 천도궁을 진짜 신으로 모셔야 해!”우렛소리가 울리며 핏빛의 벼락으로 이루어진 핏빛 용이 구름을 뚫고 윤구주를 향해 덮쳐 들었다.“흥, 악령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는 자가 감히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해? 겨우 반폭 구오 지존이면서 감히 내 앞에서 스스로를 신이라고 칭하는 거야?”윤구주가 다시 한 걸음 내밀었다. 그가 손을 들자 멈추었던 빗방울들이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하늘로 올라가는 빗방울들은 예리한 검들이 되었다. 빗방울에서 엄청난 검의 위력이 느껴졌다.솩, 솩!눈 깜짝할 사이에 핏빛 용은 빗방울에 꿰뚫려서 만신창이가 되었다.“뭐야? 구주왕! 이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이건 금지술이라고. 내가 백 년 동안 수련해서 겨우 시전한 것인데 그렇게 쉽게 막을 수 없을 거야!”추현송은 크게 외치면서 두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응집하라!”핏빛 용이 다시 만들어졌고 그것의 혈기는 전보다 더 강해졌다.붉은색 빛이 산 전체를 환히 밝혔고 붉게 물들어진 하늘은 충격적이었다.“약하면 약한 건지, 쓸데없는 말이 많네.”쿠구궁!하늘과 땅이 뒤흔들리더니 손바닥이 핏빛 용과 붉은색의 구름을 내리쳐서 흩어지게 했다.곧 세계가 다시 조용해졌고 추현송은 넋이 나갔다.그의 금지술이 이렇게 사라지다니.이것이 바로 구주왕의 실력인 걸까?“하하하, 역시 구주왕은 남달라. 하지만 난 서울로 올 때 이미 너와 싸울 거라는 걸 알았어. 나는 너 때문에 서울로 온 거야.”추현송은 이를 악물고 법기를 하나 꺼내며 수인을 맺었고, 이내 핏빛 안개가 법기에서 뿜어져 나왔다.“이건 천도궁 서울 분문에서 추출한 정혈이야. 서남 재벌의 목숨을 연장하는 데 쓰려고 했던 것이지. 이 정혈은 무려 20조에 달하는 거래였다고. 하지만 내 상대가 구주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