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명령했어. 지금 당장 저 빌어먹을 놈을 체포해!”배 나온 서남 시장이 말을 마치자마자 우레와도 같은 소리가 미향각 밖에서 들려왔다.“개 같은 자식! 어떤 빌어먹을 놈이 감히 우리 저하를 체포한다는 건지 나 정태웅이 오늘 한 번 똑똑히 지켜볼 거야!”엄청난 목청이었다.백여 명의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뚱뚱한 남자와 흰옷을 입은 소년의 뒤를 따라서 미향각 안으로 들어왔다.암부 3대 지휘사 중 한 명인 정태웅이 드디어 도착했다.그뿐만 아니라 그의 뒤에는 남궁 가문의 검도 귀재와 아부 제36여단 여단장인 원건우, 그리고 수백 명의 완전 무장한 검은 옷을 입은 암부 구성원들이 있었다.암부 구성원들은 안으로 들어오자 서남 시장 원재혁과 그의 비서, 그리고 두 무릎뼈가 부러진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천음 엔터 사장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심지어 윤구주의 곁에 앉아 있던 대스타 은설아와 소채은마저 눈이 휘둥그레졌다.벌떼처럼 몰려온 그들이 대체 누군지 아무도 몰랐다.“당신들은 누구길래 감히 이곳에 쳐들어온 거지? 육 서장, 이 건방진 놈들을 전부 체포해!”서남 시장 원재혁은 갑자기 한 무리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들어오자 곧바로 육명진에게 말했다.육명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분노에 찬 고함이 들려왔다.“육명진, 감히 암부 형제들을 건드릴 수 있겠어?”서남 제36여단 여단장인 원건우가 한 말이었다.그 말을 들은 육명진은 고개를 들어 원건우를 바라보았다.“여단장님...”서남 경찰서장 육명진은 깜짝 놀라 외치더니 갑자기 원건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제36여단 소속이었던 육명진, 여단장님을 뵙습니다!”서남 경찰서장이 원건우의 앞에 무릎을 꿇자 서남 시장은 넋이 나갔다.“육 서장, 뭐 하는 거야? 왜 저 자식에게 무릎을 꿇는 거야?”바닥에 무릎 꿇은 육명진이 대답했다.“전 과거 암부 제36여단 소속이었습니다. 한 번 암부에 몸담았으면 영원히 암부 사람이죠. 제가 비록 암부에서 나오긴 했지만 전 여전히 암부 사람입니다.”암부?서남 시
명색이 서남 시장이라는 사람이 정태웅에게 맞아 단번에 나가떨어져 버렸다.그 모습을 본 유 비서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지금 우리 시장님을 친 거야?”“육 서장님, 뭐합니까! 당장 저 인간을 쳐내지 않고!”유비서의 말에 원건우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지휘사 님께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죽고 싶나 보군!”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칼을 뽑아 들어 허공에서 한번 휘둘렀다. 그러자 피가 뿜어져 나오는 동시에 사람 머리가 바닥에 데구루루 굴러떨어졌다.원건우가 유 비서의 머리를 단번에 잘라버린 것이다!그 모습에 서남 윗선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채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여단장은 단칼에 유 비서를 처리한 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앞에 치켜들며 말했다.“또 누구 이렇게 되고 싶은 사람 있으면 나와. 원하는 대로 죽여주마!”그 말에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누가 감히 나설 수 있을까!하진 암부 사람들은 하나같이 잔혹하기로 유명하고 그중에서도 64명의 여단장들은 특히 더 위험한 인물들이다.정태웅은 피식 웃으며 아까의 일격으로 입안이 피범벅이 된 서남 시장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마치 소동물을 손에 쥐듯 그의 뒷덜미를 잡아 공중에 떠올렸다.“이봐, 아까 네 놈이 우리 저하를 체포한다고 했었나? 그래?”서남 시장은 온몸이 굳어버린 채 말을 버벅거렸다.“저... 저는...”“말 똑바로 안 해? 네 놈이 우리 저하를 체포하겠다 했냐고 묻잖아!”정태웅은 원재혁의 뺨을 철썩철썩 내리치며 물었다.서남 시장은 가뜩이나 이미 입안이 터진 데다 이제는 코피와 눈의 실핏줄까지 터져 얼굴이 엉망이 되어버렸다.“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원재혁 딴에는 빨리 용서를 구하고 이 상황을 끝내고 싶었겠지만 아쉽게도 정태웅에게 사과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정태웅은 마치 공을 굴리듯 그를 윤구주의 바로 앞에 차 던져버렸다.“저하, 이놈의 피부를 싹 다 벗겨버린 다음에 갈기갈기 찢어 죽여
“이제는 네 차례군. 전에 나를 죽이겠다고 했었지? 그리고 은설아 씨를 괴롭힐 생각도 했었고.”탁시현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힘들게 고개를 들었다.“나... 나는...”“너는 뭐? 혹시 네 아버지가 천음 엔터 회장이고 집안 재산만 해도 몇십조에 어릴 때부터 너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는 말이 하고 싶어?”윤구주의 말에 탁시현은 마치 귀신 보듯 그를 쳐다보았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것들을 윤구주가 그대로 읊어버렸기 때문이다.“그런데 아쉽게 됐군. 재수 없게도 나를 만나버렸으니.”윤구주는 마치 일상 대화를 건네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지금쯤 속으로 이곳에서 살아나간 다음 나와 은설아 씨한테 어떻게 복수할지만 생각하고 있지? 그 고민 안 해도 될 수 있게 도와주지.”“뭘... 뭘 어쩌려는 거지?”탁시현은 겁에 질린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이곳에서 네 놈의 목숨을 끊어놓을 거다.”말을 마친 윤구주의 두 눈에서 금색 빛이 반짝이더니 연꽃 모양 불의 낙인이 탁시현의 동공에 박혀버렸다.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몸 안쪽에서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불꽃은 그의 코와 귀 그리고 눈에서 뿜어져 나왔으며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탁시현은 화련금안으로 한 줌의 재가 되어버렸다.“사... 장님...”살아있는 채로 불에 타버려 사라진 모습을 보며 뒤에 있던 부하들은 입을 떡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은설아와 소채은 역시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 모두 평범한 인간이라 이런 신통 술법은 본 적이 없었다.바닥에 조금 남아 있던 재마저 모두 사라진 뒤에야 은설아는 예쁜 두 눈을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를 마주한 순간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탁시현의 부하들도 하나둘 정신을 차리더니 윤구주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네 놈이 감히 우리 사장님을 죽여?”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싸늘하고도 음산한 검기가 엄습해 왔다. 그리고 그 검기는 기다란 용의 모양으로 변
윤구주는 남궁서준이 얼마나 무서운 동생인지 잘 알고 있다. 또한, 자신을 위해서라면 이곳에 있는 모두를 숙청시키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거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윤구주는 웃는 얼굴로 남궁서준의 어깨를 두드렸다.“꼬맹아, 이제 그만해도 돼.”그 말에 남궁서준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숙이더니 바로 윤구주의 뒤로 물러섰다.사람들은 사신 같은 꼬마가 윤구주의 말 한마디에 금세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고는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뚱땡이, 이곳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면 사람들 데리고 이만 나가. 나는 채은이와 은설아 씨와 함께 계속 식사할 거다.”“네, 알겠습니다.”윤구주의 말에 정태웅은 암부원들을 시켜 이곳을 깔끔하게 원상복구 시킨 뒤 질서정연하게 미향각을 나섰다.깨끗하게 치웠다고는 하지만 비릿한 피 냄새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시끄러움이 사라지고 고요함이 찾아왔다.윤구주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양 은설아와 소채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일은 모두 해결되었으니 이제 마음 놓고 얘기를 나누세요. 참, 채은이 너 은설아 씨한테서 사인받고 싶다 하지 않았어?”그는 미소를 지으며 소채은에게 물었다.그러자 소채은은 눈을 깜빡거리다 이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맞아! 나 설아 씨 싸인 꼭 받고 싶어.”한편 은설아는 아직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그녀는 이제껏 재벌도 많이 만나보고 권력자들을 많이 만나보았으며 상상도 못 했던 상황들도 많이 봐왔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다 합쳐도 오늘 보았던 광경만큼 놀랍지는 않았다.은설아는 소채은의 말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사인 요구에 얼른 대답했다.“네, 네, 해드릴게요.”윤구주는 지금 미향각 안에서 두 명의 여자와 함께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그리고 암부원들은 그들이 있는 미향각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남궁서준에 정태웅 그리고 암부 제36여단 여단장인 원건우와 서남 경찰서장인 육명진까지 전부 다 나란히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다.“여단장님 부디 벌을 내려주세요.”
“부럽다. 나도 저렇게 대단한 인물들을 호위로 세워봤으면 좋겠네.”팬들은 부러워하면서 은설아의 이름을 목 놓아 외쳤다.그때, 흰색 BMW 한 대가 맛집 거리로 들어섰다.차량이 천천히 멈춰서고 조수석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저길 좀 봐요. 내가 은설아가 오늘 여기로 올 거라고 그랬죠?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 은설아 팬인가 봐요!”이 말을 한 사람은 천이경의 딸 천해윤이었다.그녀 역시 은설아의 팬으로 은설아가 서남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매일 같이 SNS를 확인하며 그녀가 가는 곳을 알아보았다.그러다 오늘 한 네티즌으로부터 은설아가 이곳에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주세영과 함께 찾아온 것이다.운전석에 앉은 주세영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을 쳐다보더니 머리를 뒤로 넘기며 혀를 찼다.“대체 연예인이 뭐라고 이 난리야. 너도 마찬가지야. 호들갑 좀 그만 떨어.”“엄마는 은설아가 지금 얼마나 핫한지 몰라서 그래요. 은설아는 우리들의 여신님이라고요.”천해윤은 눈을 반짝이며 팬심을 드러냈다.“여신님은 무슨. 너는 연예인 말고 집안 걱정이나 해! 너는 우리가 오늘 얼마나 큰 손실을 봤는지 알기나 해?”주세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강성에서 온 친척 언니가 선물한 영지버섯 말하는 거죠?”천해윤은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아까 전문가한테 물어봤는데 그 영지버섯 정말 귀한 게 맞대. 몇십억이 넘는 가치가 있는 게 맞았다고!”주세영은 생각하면 할수록 그 영지버섯이 아까워 미칠 것 같았다.“진짜요? 그럼 엄마는 오늘 그 몇십억이 넘는 귀한 것을 강아지 사료로 준 거네요?”천해윤의 기가 막힌다는 얼굴에 주세영은 자책하며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걔가 그런 비싼 것을 선물로 줄 줄 내가 알았겠니? 아이고 내 팔자야. 그걸 팔아버리면 우리 집은 말 그대로 대박 나는 건데.”“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엄마. 인터넷에서 그러는데 영지버섯 중 90%는 아무런 효능도 없는 가짜래요. 그리고 생각해봐요. 그 사촌 언니가 어마어마
주세영은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그쪽을 바라보았다.그러다 은설아 옆에서 같이 웃으며 나오는 소채은과 윤구주를 보고는 머리가 멍해졌다.“정말 소채은이잖아? 아니 쟤가 왜 저기 있어?!”주세영은 입을 떡하니 벌린 채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와, 저 언니 진짜 대박인데? 은설아랑 친분도 있고 같이 밥도 먹어? 미쳤다 진짜.”천해윤은 눈을 반짝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그녀에게 은설아란 단순히 연예인이 아닌 신과 같은 존재였다.그런데 오늘 본 사촌 언니가 그런 존재와 함께 웃으며 밥까지 먹었는데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큰일이네... 엄마!”천혜윤은 갑자기 주세영을 불렀다.“왜? 또 뭔데?”“저 언니가 은설아랑 함께 밥까지 먹은 걸 보면 오늘 우리한테 준 그 영지버섯 정말 귀한 게 맞나 본데요...?”그 말에 주세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천해윤의 말대로 연예인과 겸상까지 하는 걸 보면 분명히 평범한 신분은 아닌 게 분명했다.몇십억이 넘는 영지버섯이 고작 강아지 뱃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이 떠오르자 주세영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뺨을 몇 대 후려치며 탄식했다.“다 나 때문이야. 내가 멍청했어. 그걸 바닥에 버리지만 않았어도 강아지 뱃속에 들어갈 일은 없었을 건데, 아이고!!”천해윤도 속상하긴 마찬가지였다.그녀는 사실 방금까지만 해도 소채은이 가지고 온 영지버섯이 가짜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은설아와 함께 있는 것을 보니 그 영지버섯은 높은 확률로 진짜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한편, 미향각에서 나온 윤구주는 은설아에게 물었다.“은설아 씨, 혹시 지금 묵고 계시는 곳이 어딘지 여쭤봐도 될까요?”“호텔에 있어요.”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윤구주는 은설아가 혼자 묵고 있다는 것을 듣더니 잘됐다는 얼굴로 제안했다.“그러면 저희와 함께 백화궁에서 지내는 건 어떨까요?”오늘 그런 일을 겪었는데 트라우마가 남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윤구주는 처음부터 이대로 손을 털 생각이 없었다. 천음 엔터 사장을 죽였으니 남
백화궁.은설아가 이곳으로 온다는 소식에 백화궁의 미녀들은 하나둘 입구로 나와 구경했다. 그중에는 연규비도 있었다.백화궁이 서남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유명 연예인을 보게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윤구주 일행이 차에서 내리자 입구 쪽에 있던 사람들은 잔뜩 흥분한 상태로 발을 동동 굴렀다.“어떡해. 정말 은설아잖아!”“‘세기말의 사랑’의 여자주인공 맞지?”“그래. 그 은설아!”“내 두 눈으로 직접 보는 날이 오다니. 그런데 어떻게 은설아는 화면보다 실물이 더 예뻐?”이 말을 하는 그들도 쭉 뻗은 다리에 하나같이 예쁘장한 얼굴이었지만 절세미녀라 불리는 연예인 앞에서는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연규비도 은설아를 보고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은설아 씨, 이따 사인 좀 부탁해도 될까요?”“함께 사진 찍어주시면 안 돼요?”“팬이에요!”곧 있으면 눈에서 하트가 튀어나올 듯한 그들을 보며 연규비는 못 말리다며 고개를 저었다.“이제 그만해. 이곳까지 찾아와 주신 손님한테 이게 무슨 무례야. 너희들 때문에 더 피곤하시겠다.”“어머, 그러면 안 되죠! 궁주님 말대로 이곳의 손님인데 저희가 편히 모셔야죠!”그때 윤구주가 은설아를 데리고 다가왔다.“은설아 씨, 먼저 소개부터 하죠. 이쪽은 백화궁의 주인, 연규비 궁주입니다.”윤구주의 소개에 은설아는 속으로 멈칫했다.눈앞에 있는 여인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연규비는 예쁜 것에 더해 그녀 특유의 아우라가 있었다. 게다가 몸매 역시 시선을 뗄 수 없었고 말 그대로 완벽한 여자 그 자체였다.“안녕하세요. 은설아라고 해요. 갑자기 찾아와서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어요.”“실례라니요. 이곳 백화궁에 와줘서 너무 기뻐요.”두 사람은 서로가 마음에 드는 듯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눴다.“그렇게 말해줘서 저야말로 너무 기뻐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얘기해주세요.”“네, 그럴게요.”인사를 마친 후 윤구주는 은설아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은설아는 백화궁과 윤구주의
은설아는 이틀 동안 줄곧 백화궁에 머물렀다.연예인이라 그런지 소채은과 연규비는 그녀를 무척이나 좋아했고 이틀 동안 두 사람은 은설아의 옆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모든 관심이 은설아에게 쏠려 윤구주는 관심 밖이었다.한편, 환을 제조하는 것에 여념이 없던 윤구주의 방에 정태웅이 들어왔다.“저하, 천음 엔터에 대해 알아 왔습니다.”그 말에 윤구주는 손동작을 멈추고 서서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얘기해 봐.”“이것 참, 조사해 보니 천음 엔터가 국내 최고가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었더라고요.”“계속해봐.”“천음 엔터 회장의 이름은 탁천수라고 합니다. 몸값만 해도 몇십조는 된다고 해요. 탁천수는 엔터 회사 말고도 영화 산업에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예계 쪽에서는 탁천수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답니다. 유명 연예인이든 감독이든 이 사람에게 찍히면 그날로 바로 매장된다는 소리도 있습니다.”“그리고 탁천수는 향문과 대헌 쪽 거물들과도 사이가 긴밀하고 해외의 비밀 조직과도 이런저런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돈도 있고 권력도 있는 사람인 거죠. 게다가 아들 바보로 유명하고 저하가 죽인 탁시현이 탁천수의 유일한 아들이라고 합니다.”정태웅은 조사한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읊었다.윤구주는 그의 말이 끝나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대단한 아버지가 뒤를 봐주고 있어 탁시현이 그렇게 겁 없이 날뛰었던 거군.”“저하, 탁천수 쉽게 볼 놈은 아닌듯합니다. 그리고 지금쯤 제 아들이 서남에서 죽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거고요.”정태웅의 말에 윤구주는 피식 웃었다.“잘됐네. 어디 탁천수가 얼마나 대단한 거물인지 한번 볼까?”“저하, 이 일은 저한테 맡겨주세요. 저하의 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형과 천현수에게 전화를 걸어 행동을 개시하겠습니다. 그 둘이라면 아마 24시간도 안 돼 탁천수의 목을 저하 앞에 바칠 수 있을 겁니다.”윤구주는 고개를 저었다.“일반인 상대로 굳이 암부원들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화진 암부는 화진의 비밀 병기 같은
서울 황성.윤구주가 설국을 화진의 속국으로 만든 뒤로 황성은 아주 떠들썩했다.특히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매우 기쁘고 즐거웠다.이렇게 엄청난 공을 세운 사람이 다름 아닌 그녀가 좋아하는 윤구주였기 때문이다.그러나 현재 이홍연은 조금 답답했다.그녀는 윤구주가 얼른 돌아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설국 일을 처리하기 위해 화진을 떠난 지 일주일이 거의 다 돼가는데 윤구주는 여전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화진의 여섯째 공주인 이홍연은 그 때문에 흑여산맥에 연락까지 해봤다. 그러나 흑여산맥 쪽에서는 윤구주가 일찌감치 떠났다고 전했다.이러한 상황에 이홍연은 속이 타들어 갔다.“이 자식 대체 또 어디로 간 거야? 설마 또 여자 꼬시러 간 건가?”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결국 이홍연은 아버지를 찾으러 가기로 마음먹었다.이내 이홍연은 금란 대전 밖에 도착하게 되었다.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저 멀리 우상 육도진과 내시 총관 한진모가 금란 대전 밖에 서 있는 게 보였다.예전이었다면 육도진과 한진모는 아버지와 함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두 사람은 밖에 있었고 그 때문에 이홍연은 조금 의문이 들었다.“육도진 우상! 두 분 여기서 뭐 하세요?”이홍연은 그들에게 다가가면서 물었다.육도진과 한진모는 이홍연이 다가오는 걸 보고 미소 띤 얼굴로 그녀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공주님을 뵙습니다!”“여기서 뭐 하고 계세요? 왜 아버지와 함께 안에 있지 않는 거예요?”이홍연이 물었다.“공주님, 국주님께서는 지금 귀한 손님과 얘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그래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육도진이 말했다.귀한 손님?그 말에 이홍연은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그녀는 아름다운 눈동자를 깜빡이면서 금란 대전 쪽을 바라보았다.“얼마나 귀한 손님이길래 두 분까지 밖으로 내보낸 거예요?”이홍연은 답답한 마음에 물었다.그녀의 앞에 있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화진의 우상이고 다른 한 명은 황성의 최고 절정 강자였다.그런데 그녀의 아버지는 귀한 손님을 대
“태웅 형님, 무슨 상황이에요? 조금 전까지 즐겁게 술을 마시더니 왜 갑자기 가야 한다는 거예요?”공수이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서울에 문제가 생겼어. 이 바보야! 우리는 지금 당장 돌아가야 해!”정태웅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뭐?’그 말을 들은 공수이는 순간 술이 깼다.“서울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예요?”공수이는 잠깐 생각한 뒤 물었다.“아까 우리 형님께서 전화가 왔어. 종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형님 일행을 죽이려고 했다고 말이야.”정태웅은 주먹을 꽉 움켜쥐면서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종문이라는 말에 공수이는 입을 비죽였다.“겨우 종문일 뿐이잖아요? 무서워할 것 없어요!”곤륜에서 몰래 빠져나온 공수이는 종문 따위 두렵지 않았다.그러나 정태웅은 달랐다.“수이야, 잊었어? 저하께서는 지금 서울에 계시지 않아. 지금 서울에는 우리 형님 일행만 있다고. 종문이 정말로 그들을 죽이려고 한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어?”정태웅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그 순간 공수이는 조금 깨달았다.정태웅의 말대로 윤구주는 지금 서울에 있지 않았고, 가장 강한 그도 서울에 없었다.서울에는 민규현, 천현수와 다른 몇 명의 사람들만 있을 뿐이었다.만약 종문에서 그들을 공격한다면 큰일이었다.“세상에! 구주 형님께서 서울에 계시지 않다는 걸 깜빡했어요!”공수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자. 얼른 서울로 돌아가야 해.”공수이는 서둘러 여자들 틈 사이에서 빠져나와 출발 준비를 했다.“스님 오빠, 어디로 가는 거예요?”두 사람이 황급히 떠나려고 하자 그들의 뒤에 있던 룸살롱 아가씨들이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공수이는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그들에게로 달려가서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의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난 중요한 일을 하러 가야 해요. 일을 다 마치면 다시 돌아올게요. 꼭 날 기억해야 해요!”공수이는 여자에게 입을 맞춘 뒤 서둘러 정태웅과 함께 룸살롱을 떠났다.밖으로 나온 뒤 공수이는
“휴.”윤신우는 깊이 한숨을 쉰 뒤 입을 열었다.“연수야, 날 탓할 거니?”윤신우의 눈가 쪽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그 순간 윤신우는 눈이 살짝 시큰거렸다....흑여산맥 근처의 한 마을.그 마을의 가장 호화로운 룸살롱 안에서 아주 듣기 싫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그 목소리는 정태웅의 것이었다.화려한 불빛이 번쩍이는 룸 안, 짙은 화장을 한 여자들이 그곳에 앉아서 장난을 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여자들 사이에는 얼굴이 빨갛고 온몸에서 술 냄새를 풍기는 스님 한 명이 있었다. 그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의 흰 가슴에 안겨서 행복하게 양주를 마시고 있었다.그 스님은 정태웅과 함께 있던 공수이였다.공수이는 몰래 곤륜에서 빠져나온 뒤 완전히 향락에 빠졌다. 그는 술도 실컷 마시고, 고기도 원 없이 먹었으며 이젠 매일 예쁜 여자들을 만나려고 했다.그는 여자가 없는 날은 헛된 하루라고 말하기도 했다.“스님 오빠, 어젯밤 정말 대단하던데요? 제 친구들 모두 스님 오빠 때문에 아직도 침대 위에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어요.”스님을 안고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여자는 비록 나이가 좀 있는 듯했지만 아주 매력적이었다.공수이는 안목이 높은 편이었다.여자는 몸매가 아주 좋았다.그녀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스타킹과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어른스럽고 관능적이었다.“그건 아주 당연한 일이에요. 난 오늘도 즐길 거예요.”스님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오늘 밤에는 내가 어울려줄게요. 난 작은 야수 같은 당신을 정복할 거예요!”여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일부러 가슴을 내밀어 보였다.공수이는 술을 잠깐 마시더니 갑자기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정태웅을 향해 말했다.“태웅 형님, 구주 형님은 아직도 아무 소식이 없는 건가요?”“바보야! 흑여산맥 접경지대의 병사들이 그랬잖아. 저하께서는 이미 강성으로 돌아갔다고!”정태웅이 대답했다.“그렇군요!”공수이는 그제야 이마를 탁 치며 그 사실을 떠올렸다.사실 두 사람은 이미 흑여산맥으로
“하지만 저 자식들은 구주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습니까?”윤창현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했다.“둘째 형님, 큰 형님 말대로 하세요. 정말로 종문과 싸우게 된다면 우리 화진의 무도는 크게 혼란스러워질 겁니다.”이때 윤정석이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흥, 내가 그런 걸 신경이나 쓸 것 같아? 뭐가 됐든 난 내 조카 구주가 괴롭힘당하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어. 구주를 괴롭히는 놈들은 내가 모조리 죽일 거야!”윤창현은 거칠게 말했다.윤창현이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에 윤정석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윤신우가 도착한 뒤 한차례 대전이 종식되었다.이때 재이, 용민, 철영이 빠르게 윤신우의 앞으로 걸어가서 정중하게 그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주인님을 뵙습니다! 저희는 작은 주인님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벌을 내려주십시오!”윤신우는 세 사람을 힐끗 보고 말했다.“이 일은 너희 탓이 아니야. 그러니 다들 일어나.”세 사람은 반성하듯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꼼짝하지 않았다.“일어나라고 했으니 그냥 일어나.”윤정석은 세 사람이 일어나려고 하지 않자 그들에게 다가가서 말했다.“감사합니다, 주인님!”세 사람은 그제야 서둘러 일어났다.세 사람이 일어난 뒤 윤신우는 걸음을 옮겨 남궁서준, 민규현, 천현수, 그리고 겁을 먹고 얼굴이 창백해진 은설아를 향해 다가갔다.그들은 윤신우가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자세를 바로 하면서 존경 어린 눈빛을 해 보였다.그들 모두 윤신우가 윤구주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너희들은 구주의 형제들이냐?”윤신우는 웃으며 말했다.“그렇습니다!”민규현의 대답에 윤신우는 흡족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좋아, 좋아. 구주에게 너희 같은 형제들이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구나. 일단 너희는 날 따라 윤씨 일가로 돌아가자꾸나.”윤신우가 말했다.‘뭐라고? 윤씨 일가로 돌아가자고?’그 말에 다들 흠칫했다.결국 민규현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가주님의 은혜는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하께
“도자인지 뭔지 하는 넌? 왜? 안 꿇을 거야?”윤신우의 시선이 별안간 현문의 도자 손형재에게로 향했다.남궁서준의 검에 뺨을 베인 손형재는 피가 흐르는 뺨을 부여잡은 채로 얼어붙었다.결국 그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며 구진철처럼 내키지 않는 얼굴로 윤신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너 같은 쓰레기가 감히 굴복하지 않을 수 있겠어? 창현진인이 아니었다면 난 오늘 널 반드시 죽였을 거야. 퉤, 도자는 무슨. 창현진인의 눈에 문제가 생겼나 봐. 치료를 좀 받으라고 해야겠어.”윤신우는 욕지거리를 하면서 고개를 돌려 자운각 쪽을 바라보았다.“당신들은?”자운각은 이미 절정 강자 여러 명을 잃었다. 현문까지 순순히 무릎을 꿇었으니 자운각도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는 없었다.그들은 생각할 틈도 없이 다들 윤신우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남궁서준의 공격 때문에 중상을 입은 자운각의 현지욱도 마찬가지였다.현지욱이 조금 전보다 훨씬 얌전해지자 윤신우는 웃으며 말했다.“현문의 그 같잖은 도자보다는 낫네.”현지욱은 칭찬을 받게 되자 웃어 보였다. 그러나 감히 섣불리 입을 열 수는 없었다.“좋아. 오늘은 종문 조사들의 체면을 봐서 당신들을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어. 대신 똑똑히 들어. 만약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 도자든, 현지욱이든, 영재든 상관없어. 한 명도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 만약 불만이 있다면 당신들 조사들에게 날 찾아오라고 해.”윤신우는 패기 넘치게 말한 뒤 손을 흔들었다.“다들 꺼져.”윤신우가 그렇게 말하자 현문과 자운각 사람들은 곧바로 도망쳤다.다들 그곳에 더는 있고 싶지 않았다.마왕 윤신우의 심기를 거스를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들이 도망치려고 할 때 갑자기 윤창현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세가의 개자식들, 감히 도망치려고 해? 다들 거기 서!”윤창현은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더니 한 마리 매가 되어 현문을 따라왔던 6명의 세가 잔당에게로 날아갔다.그 6명은 문씨 일가의 편이 된 뒤로
마왕의 분노를 목격한 자운각의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오악 수준의 초극 절정 강자는 윤신우의 앞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윤신우의 용맹한 모습을 본 천현수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말했다.“저하의 아버님은 저하와 참 비슷하신 것 같아요.”민규현은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지.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있잖아.”“그렇네요.”윤신우는 자운각의 초극 절정 강자를 단번에 쓰러뜨린 뒤 기세등등하게 자운각 쪽으로 걸어갔다.“젠장, 지난 30년간 조용히 지냈더니 내가 아주 만만한 줄 아나 봐? 자, 이번에는 또 누가 설치려고 할지 궁금하네!”윤신우가 실력을 보여 주자 자운각의 제자들은 전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그중 절정 강자인 노인 한 명은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것 같자 참지 못하고 말했다.“윤신우 씨, 우리 종문을 향해 선전 포고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그러시는 건가요?”그 노인은 기운이 엄청 강했다.그녀가 고함을 지르자 무지막지하게 사악한 살기가 느껴졌다.그러나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윤신우가 손을 들어 그 노인의 뺨을 가격했다.퍽!안타깝게도 그 노인은 윤신우의 일격을 막을 수가 없었다.윤신우의 따귀 한 번에 노인은 머리가 박살 나서 즉사했다.“감히 날 협박하는 거야? 난 30년 전 정산의 조사를 1대1로 상대했었어. 그런데 그냥 나이만 많은 당신이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치는 거야?”그 말 한마디에 자운각의 사람들은 전부 얼이 빠졌다.윤신우는 30년 전 정산의 조사를 1대1로 상대했다고 말했다.솔직히 믿기 어려웠다.윤신우는 과연 인간이 맞을까?종문의 조사들은 다들 괴물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윤신우는 30년 전 정산의 조사를 1대1로 상대했다고 말했다.윤신우가 패기 넘치게 등장한 후 자운각과 현문의 사람들은 모두 덜컥 겁이 났다.다들 감히 앞으로 나설 수가 없었다.오악 수준의 강자들도 윤신우를 상대하지 못하는데 과연 누가 그의 상대가 될까?“다들 겁을 먹어서 주눅이 든 거야? 왜 나서서 말하는 사람이 없지?”윤신우는 기가 죽
조금 전 튕겨 나갔던 자운각의 검은 머리 초극 절정이 화내며 말했다.“원한이 없다고? 너희들이 내 아들을 죽이려는데 원한이 없을 수 없지.”윤신우는 차갑게 웃었다.“뭐? 네 아들이라고?”이 말을 듣는 순간, 자운각의 검은 머리 초극 절정은 깜짝 놀랐다.“윤구주가 네 아들이란 말이냐? 구주왕이?”이 말이 나왔을 때 자운각뿐만 아니라 현문의 사람들조차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놈아, 이제 알겠니?”불같은 성질의 윤창현이 내뱉은 말이었다.천하제일의 구주왕이 윤씨 일가 윤신우의 아들이란 사실을 몰랐던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6년 전, 곤륜에서 왕으로 봉해졌을 때 윤구주는 윤씨 일가와 관계를 끊기 위해 자신이 윤씨 일가 출신이란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그가 윤씨 일가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함구한 탓에 사람들은 윤구주가 고아라고 생각했다.이 때문에 이윤구주가 화진 최고의 일가인 윤씨 일가 핏줄이란 사실을 사람들은 모를 수밖에 없었다.“신우야, 내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구주왕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무도 3대 서열에 대한 정의를 되찾고 싶어서야. 네 아들이 문벌과 세가를 학살했다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자운각 검은 머리 절정이 서둘러 말했다.윤신우가 지난 30년 동안 너무 유명해져 있어서 자운각의 사람들은 감히 그를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자운각 정산의 대장로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 한 윤신우와 맞서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었다.“정의라.”윤신우가 웃으며 말했다.“너희 두 종문이 내 아들을 죽이려 한 것도 모자라 이제 겨우 열몇 살에 불과한 아이까지도 죽이려 하는데 무슨 얼어 죽을 정의란 말이냐?”윤신우의 목소리는 크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에 자운각의 초극 절정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말 그대로 자운각 사람들은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꼬맹이를 죽이려고 초극 절정을 한꺼번에 4명이나 동원했으니, 내로남불이나 다름없었다.“윤 주인님, 조금 전에는 저희가 실례를 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 자빠질 뻔했다.“누구라고? 누가 왔다고?”육도 절정에 이제 막 들어선 자운각의 검은 머리 절정은 피를 토하면서도 억지로 고개를 들며 말했다.무홍의 기운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갑자기 패기가 넘치는 인물이 한 걸음 한 걸음 그들 쪽으로 걸어왔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윤씨 일가의 윤신우였다.그 순간, 상처 입은 재이, 용민, 그리고 철영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주인님이 오셨다!”“드디어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되었구나!”윤신우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본 민규현을 비롯한 천현수,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이 사람이 구주왕의 아버지란 말인가?”그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윤신우의 뒤에는 윤창현과 윤정석도 있었다.윤씨 일가의 세 남자가 모두 모습을 드러내자, 자운각 검은 머리의 초극 절정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너… 너는 누군데?”“윤신우!”윤신우가 내뱉은 말에 이 초극 절정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네가 바로 서울 최고의 절정인 윤씨 일가의 왕, 윤신우란 말이냐?”윤신우의 호칭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자운각 사람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리고 구진철의 안색도 어두워졌다.윤신우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나 30년 전에 그가 이미 서울 제일 절정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당시 윤씨 일가는 비록 문벌에 불과했으나 종문과 상대할 힘을 가지고 있었다.이 때문에 윤씨 일가를 세계 최고의 일가라고 국주는 칭송까지 했다.이렇게 영향력 있고 무시무시한 인물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었다.윤신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들고 있던 꼬맹이를 바라보았다.“네가 구주의 동생이냐?”하지만 윤신우를 알아보지 못했던 꼬맹이는 고개를 빳빳이 든 채 차갑게 물었다.“넌 누구냐?”윤신우가 말하기도 전에 민규현이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꼬맹아, 이분은 구주왕의 아버지시다. 예의를 갖추려무나.”민규현의 말에 꼬맹이는 고개를 들어 윤신우를 자세히 훑어보았다.“형님이
수 미터 크기의 검망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본 현지욱은 패닉에 빠졌다.“이건 대체 무슨 검술이지?”이 검망을 바라보던 현지욱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꼬맹이를 쉽게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작은 녀석이 검술을 바꿀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천주금술은 북두칠성보다 훨씬 더 무서운 존재였다.봉왕팔기가 윤구주의 가장 강력한 검법이라면 천주금술은 기를 검으로 전환하여 99개의 기검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었다.비록 꼬맹이의 천주금술이 윤구주의 봉왕팔기에 비빌 정도는 아니지만 자운각의 천재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하늘에서 검망이 떨어지더니 ‘쿵’하는 소리가 나더니 천지가 뒤집히는 듯 대지가 요동쳤다.하늘에서 떨어지던 검망이 현지욱이 들고 있던 검은 파원창에 부딪히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파원창이 검은 현기로 변했다.그리고 그 자리에는 깊은 구덩이가 생겼는데 그곳에 자운각의 현지욱이 피를 토한 채 쓰러져 있었다.“사부님!”자운각 4명의 절정이 쓰러진 현지욱을 바라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구덩이 한가운데에 쓰러져 있던 현지욱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각혈하고 있었다.크게 다친 것이 확실했다.“감히 우리 사부님을 다치게 해? 네놈이 죽으려고 환장했구나!”검은 머리를 한 자운각의 절정이 고함을 지른 후, 오악 절정에 도달한 네 사람이 꼬맹이를 죽이려고 눈에 쌍불을 켜고 꼬맹이를 향해 달려들었다.하지만 꼬맹이의 얼굴에는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어서 덤벼라!”양손에 검을 든 꼬맹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제 막 절정에 발을 들인 이 작은 녀석이 화진의 6대종문 중 하나인 자운각과 대등한 싸움을 펼칠 줄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자운각 네 명의 초극 절정이 돌진해 오던 순간, 하늘에서 갑자기 분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6대종문 중 하나인 자운각에서 왔다는 자들이 꼬맹이 한 명과 싸운다고? 부끄러운 줄 알아라!”귀청이 터질듯한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하늘을 뒤덮을 듯한 거대한 손이 허공에 나타났다.반경 천 미터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