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하를 보자 천희수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여보, 뭐했어요? 우리 딸이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걱정도 안 돼요?”“흥!”“내가 걱정하면 무슨 소용이 있어? 이 계집애는 온종일 윤씨 자식 생각만 하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어?”소청하가 화를 내며 말했다.“하지만 어쨌든 우리 딸인데. 이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거예요?”“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윤씨 그 자식을 찾아가야죠! 우리 딸에게 준 상처를 두 배 세배로 되돌려줘야죠!”천희수가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소청하의 안색은 어두워졌다.“나더러 걔를 찾아가라고? 내가 어떻게? 여보, 잊지 마!! 그 자식 싸움 엄청 잘해!”소청하는 윤구주의 실력을 알기 때문에 감히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천희수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윤구주를 무서워했으니 말이다. 천희수는 울면서 말했다.“그럼 어떡해요? 우리 딸이 고생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거예요?”소청하는 천희수가 울자 갑자기 머리가 아파졌다.“참! 갑자기 생각 난 게 있어!”소청하는 갑자기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무슨 일이에요?”천희수가 얼른 되물었다.“여보, 엊그제 봤던 처형이네 둘째 기억나?”천희수는 다시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소룡이?”“그래!”“그 소룡이가 아주 출세했다고 하지 않았어?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우리나라에서 아주 대단하고 신비한 부대에 들어갔다며.”“그리고 엊그제 했던 말로는 강성에 와서 어떤 임무를 수행한다고 하지 않았어?”소청하의 말을 듣자 기억이 나는 듯 천희수가 고개를 끄덕이었다. 소청하는 껄껄 웃으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래서 내 생각은 말이야. 만약 걔가 정말 강성에 올 수 있으면 소룡이더러 그 윤씨 자식을 혼 좀 내달라고 하려고. 소룡이는 필경 우리 딸 친사촌 빠이고 둘이 어렸을 때부터 사이가 좋았잖아.”그 말을 듣자 천희수는 잠시 멈칫했다.소청하의 말이 틀린 것은 없다. 오소룡은 확실히 훌륭하게 자라서 지금 출세했다!어릴 적부터 우수했던 그는 대학에
헐?“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라고요?”그 책임자는 임기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도대체 누구예요?”임기준은 깊은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그들은 바로 화진 암부에서 왔어!”‘암부’라는 단어를 듣자 그 책임자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암부!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는 화진에서 제일 신비한 부서이다!듣는 바에 의하면 화진의 왕이었던 구주 전신이 창설한 부서라고 한다!암부, 어찌 보면 국방부보다 더 막강한 부서이다!그들은 군사와 정치 업무 외에도 화진의 모든 기밀과 정보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해외 암살! 해외 간첩 찾기! 등등!이것들 외에도 암부는 화진에서 먼저 행동하고 그 후에 보고를 올릴 수 있는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진실인 것이 확인되면 어떤 신분의 인물이라도 국가의 이익을 건드렸을 시 암부에서 모두 처리할 것이다!어떤 곳이든, 어떤 부서든, 모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명령을 거역하는 자는 모두 엄벌을 받게 된다!그런 이렇게 신비하고 대단한 ‘암부’가 갑자기 강성에 나타난다고? 모두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아마 반 시간 정도 지났을 것이다. 그때 먼 곳에서 검은색 승합차 넉 대가 쏜살같이 달려왔다.“왔다!”강성 권력자 임기준은 멀리 멀리서 차량이 다가오자 얼른 옷을 정리하고 차렷 자세로 서서 마중할 준비를 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깍듯이 몸을 바로 세웠다!네대 승합차는 빠르게 터미널을 통과하고 그들 앞에 멈춰 섰다.차 문이 드르륵 하고 열렸다.우람진 체격을 가진 십여 명의 사람이 차 안에서 우르르 내렸다. 그들에게서는 강한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특히 선두에 선 남자는 너무 위풍당당하고 멋있어 보였다.그가 걸어오자 강성 시장 임기준은 빠른 걸음에 달려가 인사를 건넸다.“서울 암부에서 오신 책임자님을 뵈다니 저희 강성의 영광입니다! 강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환영합니다!”다른 강성 책임자들도 얼른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 남자는 차갑게 대답했다.“죄송하지만 우리는 시찰
승합차에서.서울 암부에서 온 지휘사는 태블릿을 손에 들고 자료를 읽고 있었다.“지휘사 님, 방금 본부에서 보낸 홍월 경매사에 관한 소식입니다. 소식에 따르면 홍월 경매사는 줄곧 판인국에서 가장 큰 블랙 첩보 조직이었으며 오랜 시간 동안 판인국 군부대를 위해 돈을 긁어모았다고 합니다. 사기도 치고 정말 나쁜 일이란 나쁜 일은 다했네요!”오소룡은 말하면서 자료를 건넸다. 지휘사는 자료를 받아본 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빌어먹을 놈!”“10국 전쟁 이후에 이런 땅강아지 같은 나라가 감히 우리 화진 내부에 침투하다니! 정말 쳐 죽일 새끼들이네!”“내 명을 전해. 강성 모든 암부 팀원을 소집시켜 홍월 경매사 자식들을 모조리 잡아 처넣어!”“기억해, 한 명도 놓치면 안 돼!”“반항하는 즉시 죽이는 거야!”지휘사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기며 살의가 들끓어 올랐다. 오소령이 대답했다.“네!”“당시 우리 화진이 십 국을 상대로 싸웠고 파인국 같은 보잘것없는 나라는 아예 시쳇더미가 수두룩했고 나라 전체가 피바다로 되였어. 그랬던 땅강아지가 감히 우리 화진에서 이런 짓을 꾸미고 다닐 줄이야!”“만약 내 상사였던 구주 전신이 여기 있었더라면 그 자식들은 감히 숨도 크게 쉬지 못했을걸?”이 지휘사는 암부 3대 지휘사 중 한 명으로 불린다. 그는 호존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고 그의 진짜 이름은 민규현이었다!암부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 세 사람의 존재를 알 것이다!3대 지휘사는 각각 호랑이, 곰, 늑대라는 별명이 있다.호존: 민규현!백곰: 정태웅!늑대: 천현수!이 세 사람은 암부 십만 정예 부대를 거닐고 있다!또한 이들은 구주 전신이 최고로 믿고 아끼는 부대였다.하지만 구주 전신이 몰락한 후 암부에는 약간이 변화가 생겼다!민규현의 명령이 떨어지자 옆에 있던 암부 다른 팀원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말했다.“지휘사 님, 강성에서 온 긴급 소식입니다! 홍월 경매사는 이틀 전에 산산조각이 났다고 합니다. 그중 해외 간첩 한 명은 현장에서 즉살되었고
오소룡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휴대전화를 빨리 껐다!같은 시각.소씨 저택.천희수는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한 둘째 조카 오소령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뚜뚜뚜’ 소리만 들려왔다!“어때? 통했어?”소청하는 천희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궁금해서 물었다.그러자 천희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소룡이가 전화를 끊은 것 같은데요!”“뭐?”“아 자식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모 전화도 끊어? 빨리 다시 한번 걸어봐!”소청하가 재촉했다. 그래서 천희수는 다시 통화를 시도해 봤지만, 이번에는 상대방 전화가 꺼져있었다!“꺼져있는데요...”그녀는 무척 당황했다.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소식을 들은 소청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너무 하는 거 아니야? 당신 전화도 안 받는다고? 여보, 쟤가 출세했다고 당신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천희수는 얼른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소룡이는 어릴 적부터 착했어요. 그렇게 배은망덕한 일을 하지 않을 거예요.”“그럼 왜 전화를 받지 않는데?”소청하가 되물었다. 천희수는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임무 수행 중이겠죠. 바쁜가 보죠.”소청하는 화를 내면서 중얼거렸다.“됐어. 저녁에 몇 번 더 전화해 봐!”천희수는 한숨을 내쉬었다.소채은은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침대 위에서 점점 더 초췌해져만 갔다! 하지만 윤구주는 이 모든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이때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용인 빌리지 뒷산에 앉아 있었다. 그는 찬란한 금색 빛을 뿜어내며 내력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자 그의 몸안에서 으르렁거리는 용의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무섭게 생긴 용 한 마리가 윤구주의 머리 위를 에워싸며 돌았다.총 아홉 마리였다!이 아홉 마리 용이 나타나는 순간 천지가 흔들렸고 용인 빌리지는 마치 지진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헐. 지진이다. 도망가!”윤구주의 때문에 용인 빌리지가 뒤흔들리고 있을 때 손에 막대 사탕을 들고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오는 한 소녀가 있었다.바로 두씨 가문
윤구주의 소리가 들려오자 백경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네. 저하!”그리고 그는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윤구주 주위에 있던 식물들은 모두 말라 죽고 바위들은 모두 깨져있었다. 이곳은 마치 포탄에 맞은 것처럼 수백 미터 반경 내는 처참하기에 그지없었다.“저하! 죄송합니다! 제가 저하의 수련을 방해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백경재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하지만 윤구주는 손을 흔들며 고개를 돌려 백경재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백 선생은 지금 통현경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은데?”백경재는 흠칫 놀랐다. 윤구주가 갑자기 이렇게 물을 줄은 몰랐다.“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우둔해서 30년 넘게 술법을 수련하고 있는데 통현 경지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술법에는 네 개 등급이 있다. 입문, 통현, 귀선, 태허!술법은 무도와 다르다. 천재적인 재능뿐만 아니라 깨달음도 필요하다.즉 공자가 말했듯이 아침에 깨달음을 얻으면 저녁에 죽더라도 여한이 없다는 그런 마음가짐 말이다!이 모든 것의 핵심은 깨달음이다!술법을 수련하는 어떤 자들은 평생 한 단계 더 나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백경재처럼 말이다.백경재가 그렇게 말하자 윤구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귀선 경지에 들어서고 싶어?”응?백경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저하?”“그저 물어보는 거야. 네가 정말 원한다면.”윤구주가 묻자 백경재는 떨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당... 당연히 원하죠!”“좋아! 네가 원한다면 나를 따르는 것을 봐서 내가 단약을 하나 줄게. 그걸 먹고 이변이 없다면 3일 이내에 귀선 경지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윤구주는 덤덤하게 말하면서 품에서 반짝이는 단약 한 알을 꺼냈다. 윤구주가 그 단약을 꺼내는 것을 보자 백경재는 감격의 눈물이 날 지경이였다.“이 약의 이름은 한기단이다! 비록 이것은 치료용 단약이지만 내가 선천강화를 안에 넣었어. 그래서 복용 후 곧 귀선 경지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그
새로 들어온 암부원이 조심스럽게 오소룡에게 물었다.“네가 뭘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곳이 어떤 곳인 줄 알아?”오소룡은 앞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그저 바다잖아요?”“그래! 바다지! 하지만 이 바다가 어디로 통하는지 알아?”오소룡이 다시 물었다.“그건 잘...”“내가 알려줄게. 이곳은 죽음으로 향하는 바다야!”뭐?“죽음의 바다!”이 단어를 듣자 부하의 얼굴색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도 분명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그래! 이 바다의 끝자락에서 우리 화진이 10개국 연합군에게 패배했어!”오소룡은 고개를 들어 일망무제한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싸움으로 바다는 빨간색이 되고 시체들이 둥둥 떠다녔어! 그리고 그 싸움으로 인해 10개국은 국경 수천 리까지 쫓겨났고 심지어 그 당시 최고 신급 경지에 이른 고수 6명을 잃게 되었어! 또 그 싸움 때문에 우리 화진의 구주 전신이...”여기까지 말하자 오소룡은 목이 멨다. 그는 결말을 말하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당대 최고의 구주 전신이 이 바다에서 사망했다.신화 같던 인물이 여기서 죽었다!이 바다를 바라보며 모두 침묵에 잠겼다!이때 제일 앞에 서있던 암부 3대 지휘사인 호존 민규현이 파도가 철렁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울부짖었다.“당신과 같은 시대에 태어난 걸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세월은 야속하게만 흘러가네요. 제가 제일 존경하는 저하, 잘 계시는지요. 어쩌면 인생은 이렇게 한바탕 취하다가 가는 거겠죠!”“저하! 소인 민규현 살아서는 이제 저하와 함께 싸울 수 없지만 죽어서는 저하를 따라 지하 세계에서 천하를 제패하고 싶습니다! 제가 한 잔 따라드리겠습니다. 저하!”3대 지휘사인 민규현은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다! 독한 술을 삼키더니 그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얘들아!”“네!”모든 사람은 차렷 자세로 민규현을 기다렸다.“술을 가져와!”그러자 그들은 일제히 술 한 잔을 따랐다. 민규현이 독술을 들고 우렁차게 외쳤다.“우
수십 대의 차량이 굉음을 내며 강성 한복판에서 달리며 한 건물로 들어섰다. 이 건물은 강성 암부 본부였다. 널찍한 사무실에는 서울에서 온 3대 지휘자 중 한 명인 민규현가 자료를 보고 있었다.“지휘사 님, 강성 제36부대 대장이 급히 지휘사님을 만날 일이 있다고 합니다!”오소룡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말했다.“들어오라고 해!”민규현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네!”그러자, 양복 차림을 한 남자가 방 안에 들어섰다.“제36부대 안영훈이라고 합니다. 지휘사 님께 인사를 올립니다!”안영훈은 들어오자마자 꼿꼿이 정자세로 서있었다.“무슨 일인데?”민규현은 계속 고개를 들지 않았다.“지휘사 님께 아뢰옵니다. 판인국 홍월 경매사에 관한 소식입니다. 저희가 철저히 조사해서 이들이 판인국 블랙 첩보 조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우리 쪽 사람들은 이미 홍월 경매사의 모든 거점을 장악했고 모조리 잡았습니다.”그제야 민규현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리고 조사한 바에 의하면 죽은 판인국 노인은 블랙 첩보 조직의 B급 첩보원이었습니다.”“B급?”고개를 숙이고 있던 민규현은 드디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블랙 첩보 조직은 판인국 군사첩보조직으로 내부 분업이 명확하고 계급이 분계선이 명확했는데ABC 세 개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다!이 세 등급에 들어갈 수 있는 첩보원들은 모두 막강한 인물이다. 이들은 암살과 염탐에 능할 뿐만 아니라 막강한 무도 실력을 가지고 있다. 민규현을 놀라게 했던 점은 이런 B급 첩보원이 강성 이 작은 곳에서 쉽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이다.“B급 첩보 고수를 이렇게 쉽게 죽였다고? 게다가 우리 암부 사람도 아닌데 말이야. 이거 정말 재밌는 일이네! 그런데 누가 한 짓인지 알아냈어?”민규현은 고개를 들고 안영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네. 알아냈습니다. 조사에 의하면 그 사람은 강성 제일 갑부 주세호와 함께 있었습니다.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CCTV에 찍힌 흐릿한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이걸 보세요!”안형훈은 민규현에게 사진을 건
노정연은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좋아요!”“마 선생은 대가가 정말 소중한 인재라는 걸 잘 아시겠죠! 저런 무서운 실력을 사람이 우리 천하회 사람이 된다면 우리한테는 날개를 달아준 셈이죠.”“하지만 그 사람은 너무 무섭고 또 너무 젊어서 응하지 않을까 봐 걱정입니다.”마 선생이 대답했다.“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사람이 되지 않더라도 친구로 지내고 싶네요. 안 그래요?”노정연이 이렇게 말하자 마 선생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리무진은 계속 달려 용인 빌리지에 거의 도착했다. 천하회 노정연 등인이 도착할 즈음, 골목 쪽에 검은색 지프차 세 대가 먼저 정차했다.차 문이 열리자 깔끔하게 옷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차에서 걸어 내려왔다. 그들을 보자 노정연과 마 선생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렇게 많은 무인들이 여기에 웬일로?”마 선생이 말이 끝나자 지프차에서 우람진 체격의 한 남자가 내렸다. 그 사람을 보자 마 선생은 갑자기 긴장하면서 경계했다. 그 남자에게서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강한 카리스마입니다! 당주님, 저 사람 보통 인물이 아니네요!”마 선생은 그 남자를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노정연은 예쁜 눈을 부릅뜨고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그를 쳐다보았다.“빌어먹을! 저 사람은 천하를 뒤흔드는 암무 3대 지휘사 중의 한 명인 호존 민규현인것 같은데?”호존, 민규현!이 이름을 듣자 천하회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저 사람이 바로 호랑이, 범, 늑대 중에 첫째, 호존 민규현입니까?”마 선생은 깜짝 놀라면서 되물었다.“맞아요! 분명 민규현입니다. 틀림없어요!”노정연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면서 말했다.“수년 전 서경에서 설국 반역 조직이 우리 화진에 쳐들어왔는데 바로 저 민규현이 칼을 한번 휘두르면 한 명을 죽였어요. 제가 똑똑히 기억합니다. 설국 천여 명의 반역자를 모두 머리가 없는 시체로 만들어 버렸어요! 그래서 그날부터 민도살이라는 별명을 가졌죠. 도살자!”그 말을 듣자 마 선생의 두 눈을 초점을
“흥! 내 주인님께서 너 같은 개자식을 쓰실 줄이야.”옆에 서 있던 청해가 경멸 어린 눈길로 말했다.“하하! 빙신전 부전주라고 잘난 척하더니 결국 구주왕의 개가 됐네.”“나는 지금 구주왕의 수하일 뿐만 아니라 구주왕과는 사적으로도 친분이 있고 게다가 현 왕의 숙부다. 앞으로 구주왕이 왕실에 인사드리러 올 때도 나한테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할 거야.”진동왕이 으스대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너 진짜 답 없네. 일이나 제대로 해. 현모와 주작도 말했잖아. 문씨 가문이 분명히 뭔가를 꾸민다고.”청해가 신경질적으로 말을 내뱉었다.문씨 가문이 언급되자 진동왕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지만 곧바로 감정을 추스르고 차갑게 비웃었다.“문씨 가문이 뭐라고 감히 내 앞에서 함부로 굴겠다는 거야? 안 오면 모르겠지만 온다면 제대로 된 본때를 보여주겠다. 내 손에는 지금 삼만의 구주군이 있어. 서울에 발을 들이기만 하면 다시는 살아 돌아가지 못할 거야.”진동왕은 자신만만하게 큰소리를 쳤다.청해는 할 말을 잃었다. ‘이 늙은이 정말 끝도 없이 잘난 척하네.’삼만의 구주군이 서울로 돌아와 기존의 금위군과 주변 수비군까지 합치면 무려 이십만의 정예 병력이 서울을 지키고 있었다.진동왕에게 이 정도 병력은 철벽같은 방어였다.한편, 빙신전 전주와 주작 현모는 이미 10국 영토에 도착했다.그들은 이제 백만 대군의 지휘 천막에 들어섰다.장군들이 모인 가운데 그들을 맞이하려 했지만 빙신전 전주를 향한 장군들의 태도는 노골적인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내가 말했잖아. 서울에 있었어야 한다고. 이놈들은 날 인정하지 않는다니까.”빙신전 전주가 짜증스럽게 말했다.“조용히 해. 너를 서울에 두고 싶어도 못 믿어서 여기 데려온 거야. 네가 또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 그 망할 계략에 다시 빠지면 어쩌려고?”주작은 빙신전 전주를 째려보며 쏘아붙였다.주작은 원래 그런 성격이라 빙신전 전주도 그와 다투는 것이 귀찮았다.현모는 장군들에게 빙신전 전주가 화진에 투항했다는 사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던 주작이 입을 열었다. “이전까지 청룡의 실력은 팔부의 정점이었지만 문씨 가문에 섭혼 당한 후 실력이 구오 경지까지 돌파했어요. 하지만 제가 본 사진으로 보면 지금 청룡은 구오 경지를 넘어선 것 같아요.”‘구오 경지 이상이라고?’임홍연은 수련자의 경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인신 경지부터는 생명의 단계를 넘어서는 것이고 화진의 전통에 따르면 구오 경지에 올라서야 왕으로 추대될 수 있었다. 구오 경지에서 무적이 된 자는 진정한 왕자로 인정받는다.500년에 황자가 한번 나오고 100년에 왕자가 한번 탄생하지만 구오 경지는 십여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희귀한 경지였다.“이해가 안 돼. 너희 셋은 모두 윤구주의 도움으로 지금의 수련을 이뤘잖아. 그런데 청룡은 문씨 가문의 지원만으로 이렇게 빠르게 실력이 향상됐다는 거야?”문씨 가문이 그렇게 대단하다면 암살이나 배신 같은 비열한 수작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문씨 가문이 그렇게 강할 리 없어요. 모든 건 청룡 때문이에요.청룡은 우리 사대 군신 중 맏형으로서 천부적 재능과 권모술수 모두 최고였어요. 특히 타고난 능력이 뛰어났죠. 예전부터 청룡은 강력한 존재였어요. 우리 셋이 덤벼도 감히 당해낼 수 없었거든요. 지금은 그를 누를 수 있는 유일한 왕마저 신계에 갔어요.”현모가 낮고 침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임홍연은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다. 현모와 주작은 모두 철수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지금 국운이 절정인데 철수하면 민심을 잃지 않을까? 몰래 철군한다 해도 10국이 이런 좋은 선전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야. 청룡의 배후에 문씨 가문이 있는 한 10국을 움직여 계속 우리를 곤란하게 할 게 뻔해.”임홍연 역시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양측의 의견을 들어보니 모두 일리가 있었다.“그래서 더 골치 아픈 거예요. 청룡은 우리 맏형이자 왕의 가장 가까운 형제나 다름없잖아요. 왕의 진영에 가장 먼저 합류한 군신이고 왕과도 오랫동안 함께해왔고 나이까지 왕보다 많아요. 우리 셋 다 청룡
설윤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그녀의 반응에 현모가 당황했다.“참 어려운 문제군요. 이제는 여왕님이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저도 더는 정보를 흘려드릴 수 없습니다. 다행인 것은 저하께서 여왕님에게 호감을 느끼고 계신다는 겁니다. 하하.”“현모, 그만하고 입 다물어. 넌 정말 쓸데없는 소리만 하고 있어.”주작은 현모의 입을 막고 설윤과 작별인사를 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현모와 주작은 암부 대원들을 이끌고 서둘러 화진으로 돌아갔다. 헨드리 사건으로 화진의 국운이 최정점에 달했고 국민의 열광이 절정에 이르렀다.하지만 전 국민이 환호하는 분위기 속에서 보이지 않는 위험이 슬그머니 닥쳐오고 있었다.북주 총독부.현모와 주작은 화진에 도착하자마자 임홍연을 만나러 총독부로 달려왔다.“공주님, 정확히 어떤 상황입니까? 말씀해 주십시오.”임홍연을 만난 현모가 단호하게 물었다.임홍연의 눈 아래 깊은 다크서클이 있었고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윤구주가 떠난 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진동왕이 요즘 제대로 일을 안 하셔. 북역 삼주 세가와 귀족들과만 어울리며 재물을 쓸어모으고 10개국 간의 전쟁 같은 건 아예 신경도 안 써.”임홍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10개국 간의 전쟁이라는 단어에 현모와 주작의 얼굴이 굳어졌다. 바로 이 문제를 처리하러 급히 귀국한 참이었다.윤구주가 헨드리로 떠날 당시 문씨 가문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대군을 국경으로 이동시켜 화진을 도발하던 열개 나라를 공격했었다.전에 윤구주와 협정을 맺었던 나라들이 다시 도발을 시작했기 때문에 화진이 군대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윤구주가 헨드리에 머물 때 국경에 집결한 백만 대군이 열개 나라를 향해 진격했다. 열개 나라의 무도 고수들은 윤구주에게 전부 소멸당한 상태였고 장군들 역시 임정설과 윤구주의 합동 공격으로 세력이 약화되어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게다가 재정 위기까지 겹쳐 제대로 된 저항도 못 할 형편이었다
육도진은 밤새 설윤과 협상을 진행했다.“첫 번째, 저희는 과거 우리나라를 침략한 역사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합니다. 두 번째, 우리나라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전부 반환하고 배상금 지급을 요구합니다. 세 번째, 우리 화진과 전면적인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 바랍니다. 이것이 우리 화진의 요구사항입니다. 대가로 헨드리의 내정을 간섭하지 않는 것을 보장하며 인도적인 지원 완료 후 함대와 육군을 즉시 철수하겠습니다. 추가로 화진은 이자벨라 설윤을 헨드리의 새 군주로 공식 인정할 것입니다.”육도진의 마지막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었다. 화진이 설윤을 헨드리의 새로운 여왕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처럼 언제든 취소할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설윤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화진 없인 헨드리가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새벽 12시에 기자회견 개최로 두 나라는 합의를 보았다.화진이 유라비아의 전투에 개입해서 세계대전을 막았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술렁였다.이는 동방의 잠들었던 용의 진정한 부활을 알리는 순간이었다.화진이 일떠선다면 그 누구도 화진의 부흥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헨드리 사태가 마무리되자 인도적인 구조를 마친 명필무는 화진 함대와 함께 헨드리를 떠났다.현모와 주작, 그리고 암부는 아직 헨드리에 남아있었다.화진 무도계와 유라비아 수련자들의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된 것이다.설윤은 윤구주의 영기 개조를 받은 덕분에 수련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다.회의에 참여한 황혼 기사단은 어느새 화진 무도계의 편에 묶여 있었다. 기사 대부분이 윤구주 덕분에 능력이 강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그럼 제가 먼저 몇 마디 하죠. 유라비아 수련자들이 화진 무도계와 동맹을 맺는다면 그 주도권은 저희 화진에게 있습니다.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나요?”주작의 발언은 교섭이 아닌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기사들은 뭐라 반박할 수 없었다. 그들의 최강자인 성기사조차 현모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니 주작이나 백호를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실력 차이가 이렇게 큰데 뭘 더 이
“주작, 현모, 화진의 군신이라. 하하. 네놈들이 말해봐라. 내가 지금 구주왕을 배신한다 해도 너희들이 나를 막을 수 있겠나? 이전엔 너희 셋이 힘을 합쳐도 백여 합 버티는 게 고작이었지. 지금은 내가 황자급 경지에 올랐고 백호는 얼어붙어 잠든 상태라 너희 둘밖에 없는데 뭘 할수 있겠니? 난 세 방이면 충분히 너희들의 목을 벨 수 있어.”빙신전 전주가 비웃듯 말했다.그 말을 들은 주작은 두 눈을 부릅뜨고 빙신전 전주를 바라보았다. 설령 그렇다 해도 두려울 것 없다. 당장 빙신전과 결전을 벌이려는 순간 현모가 침착하게 그의 팔을 잡았다.“주작, 진정해. 저놈이 배신할 마음이 있다 해도 최소한 저하의 죽음을 눈으로 확인해야만 그런 생각을 할수 있을 거야. 문아름처럼 똑똑한 여자도 실패하지 않았나? 저놈에겐 그럴 배짱이 없을 거다.”막 황자급 경지에 올라 기분이 좋았던 빙신전 전주는 현모의 말에 불쾌해졌다.윤구주를 배신하려면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그는 이미 윤구주에게 정신적 충격을 너무 많이 받은 상태라 생각이 바뀐 지 오래 되였다. 윤구주가 이번 원정에서 실패한다 해도 최소한 생존은 보장될 것이고 윤구주를 따라 황자급 경지에 오를 수도 있었는데 윤구주의 그늘 아래에서 편안히 권력을 누리는 게 얼마나 좋은가? 그리고 그의 현재 실력으로는 결코 4대 군신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다.“됐어. 장난은 이쯤에서 끝내지. 4대 군신은 정상이 하나도 없구만. 구주왕님이 떠나기 전 내게 전음을 남기셨다. 아사신족의 잔당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이 전법을 파괴하라고 말이야. 너희 저하를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라. 그분은 곤륜에서도 학살을 벌인 자야. 신계의 결계쯤이야 가뿐히 넘어설 거다.”이 말을 들은 주작은 어느 정도 흥분을 가라앉혔지만 여전히 빙신전 전주를 경계하는 눈빛이었다.“현모, 구주왕님이 너에게 지휘를 맡기셨다. 내가 최선을 다해 협력할 테니 요구사항이 있으면 말해라. 단 헨드리 문제는 우리 빙신전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재권 따위 이젠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
윤구주가 황인으로 만든 전법이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전법이 사라지면 세 인황과 백 명의 왕, 수만 영령들이 사라질 것이다.마지막 순간, 헨드리에 사는 화진 사람들이 현재 화진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편집해 헨드리의 제일 큰 광장 스크린에 올렸다.화려하게 발전한 화진의 모습을 본 영령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세 인황과 왕들은 모두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고 통일된 왕조를 세운 경험이 있는 자들이었기에 왕조를 세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왕조가 번성에서 쇠퇴로 기울면 그 순간 화진에 재앙이 밀려온다는 진리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편집된 영상 속 화진의 아름다운 강산을 바라보며 조용히 마지막을 맞이했다.“선배님들, 화진은 이미 수많은 고비를 딛고 넘어섰습니다. 가장 어려운 시기는 지났으니 안심하십시오. 화진에 저 윤구주가 있으니 마음 놓고 돌아가세요. 저 윤구주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화진에 재앙을 가져오는 놈들의 뿌리를 뽑아 영원한 태평성대를 만들겠습니다.”전법이 사라지며 영령들은 천지로 흩어졌다. 고인들은 돌아올 수 없지만 그들의 영령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천지 영기는 영원히 끊이지 않을 것이다.영령들이 흡수했던 영기는 신들이 소멸할 때 천지에 되돌려졌다. 후손들이 능력만 있다면 화진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분들을 다시 소환할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화진이 영원히 멸망하지 않는 근본이었다.수백 년, 심지어 천 년이 지난 후 윤구주도 세 인황처럼 선대 인황이 되어 후손들에게 소환될지 모를 일이었다.이 생각에 윤구주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구주군 장수들과 암부 대원들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오랫동안 격앙된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문아름, 너의 비뚤어진 마음은 결코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할 것이야. 넌 나를 대적하는 것이 아니라 화진의 선조들을 대적하는 것이다. 죽어도 갚지 못할 빚을 진 채 선조들조차 너를 가만 주지 않을 것이다. 나는 화진에 부끄럽지 않아. 설령 언젠가 죽어 흔적도 없이
“도망칠 생각 말라. 사악한 신이여 목숨을 내놓아라.”세 인황이 돌진하자 백 명의 강자들이 그들을 뒤따르며 도망치려는 타이탄 거신의 영혼을 공중에서 가로막아 산산조각냈다.“우와 대박! 과연 화진의 옛 황제님이시여.”고층 건물 꼭대기에 있던 백호가 세 인황을 향해 외쳤다.진왕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른 두 인황과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타이탄 신의 잔여 영혼 정수를 모아 강제로 백호에게 주입했다.에너지가 체내로 들어오자 백호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악취를 풍기기 시작했고 정신이 혼미해져 폭주 상태에 빠졌다.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윤구주가 천주 금술을 발동해 백호의 의식을 봉인했다.휙!세 인황의 의도를 알아챈 빙신전 전주도 술법을 써서 백호를 얼음 속에 가뒀다.“구주왕님의 이 부하는 보통사람이 아닌 듯하군요. 영혼을 삼켜 경지를 올릴 수 있으니 정말 신기한데요. 다른 사람이라면 마인이 되었을 텐데 이 자는 원래부터 미친놈이라 오히려 영향을 받지 않아서 다행이군요.”빙신전 전주가 중얼거렸다.“그건 개소리야. 저놈이 음혼을 삼킬 수 있어서 그런 거다. 양도의 혼이라면 순식간에 타버릴걸.”윤구주가 투덜대자 그 말을 들은 빙신전 전주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지하의 음기로 수련을 했기 때문에 음혼이 될 수밖에 없었다.정확히 윤구주만이 이 폭주하는 백호를 길들일 수 있었다. 다른 이라면 이미 백호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 분명했다.헨드리 왕도의 위기가 드디어 해결되었다.화려한 도시의 십 분의 일이 폐허가 되었고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유라비아 전체를 구한 대가치고는 합당했다.세 인황과 수백 명의 왕, 그리고 수만 영령이 전법 주변에 모였다. 전법아래에는 화진에서 온 장군들과 암부 대원들이 선조들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미래의 화진을 못 보았으니 참 아쉽구나.”당국의 인황이 한숨을 내쉬었다.세 인황 중 제일 인자했던 그는 백성을 가장 아끼던 존재였다.“그만하세. 우리가 할 일은 다 했다네. 이젠 우리
“세 번째 방법은 바로 천지의 영기와 음양오행을 빌려 황자가 되는 거야. 이 방법으로 황자급 경지에 오른 자는 모든 천지 속성을 흡수해 약점이 없으니 무적이라 불리지.”윤구주의 말에 빙신전 전주가 흥분하며 물었다.“구주왕님, 그럼 제가 가장 강한 황자인가요?”윤구주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내 말은 네놈이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거다. 너는 천령을 내버려 두고 지하 음기를 빨아들였잖아. 전에 내가 박살 낸 빙황보다는 강하지만 그자의 경지가 너보다 높았으니 너희 둘이 싸우면 넌 여전히 졌을 거야.”“네?”빙신전 전주의 얼굴이 축 처졌다. 황자가 되면 윤구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빙신전 전주의 경지 돌파에 이어 다른 빙신전 수련자들도 많이 강해졌고 현모, 주작, 백호 세 사람의 경지도 급상승했다. 주작은 구오 대원만 경지, 현모는 구오 후기, 백호는 극 신급 절정 중급에 도달했다.반면 기사들의 성장은 미미했다. 이들은 수련한 적이 없었고 영기를 정화하는 방법만 익혔기 때문에 근육이 더 발달하고 힘만 세졌을 뿐이었다.“참 훌륭하군. 내가 알기로 화진 역사에서 자네와 같은 경지에 오른 자는 먼 고대의 황제뿐이었어.”무제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다른 두 인황도 흡족한 표정이었다. 화진이 윤구주의 손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할 것이 확실해 보였다.세 인황은 용기의 가호를 받으며 타이탄 최강의 거신을 협공했고 다른 왕들은 일반 타이탄 신들을 상대했다.그들의 공격에 타이탄 신들이 차례로 쓰러지자 주작과 청해가 법기로 그들의 시신을 수거했다. 이 경지에 오른 수련자의 몸은 귀중한 보물이니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놓아둘 수 없다.타이탄 거신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마침내 최후의 타이탄 시조신만 남았다.세 인황이 힘을 합쳐도 시조신을 잠시 억제할 수 밖에 없었다. 술법을 쓰지 않는 상대임에도 쓰러뜨리기 어려웠다.“이봐, 네 전법이 거의 끝나가니 계속 구경만 하지 말고 어서 나서라.”진왕이 윤구주를 향해 소리쳤
황인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윤구주의 모습에 빙신전 전주는 강자에 대한 인식을 또 한 번 갈아엎어야 했다.‘인황은 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구나. 고대 화진의 인황이 구주 오방을 통일한 게 당연했어.’화진의 옛 황제들과 왕들이 힘을 발휘하자 공중에 화진의 기운이 모여들었다. 그 기세가 하늘을 뚫고 천지를 뒤흔들었다.힘이 약한 사악한 괴물들은 이미 소멸되었고 강력한 파라오는 무제의 창에 찔려 다시 흙 속으로 돌아갔다. 당국의 왕은 다른 고대 문명의 신을 단칼에 베어 죽였다.사악한 기운마저 이 황제들과 왕들에 의해 정화되고 있었다.이제 헨드리에 남은 적은 타이탄 신뿐이었다.사악한 기운에 빙의된 고대 신들과 달리 타이탄 신은 실체를 가진 수련자들이었다.술법을 쓰지 못하지만 몸을 절정의 경지에 이르게 단련한 그들은 무적에 가까웠다. 황제들과 왕들이 이끄는 영령 군대는 타이탄 신족과의 결전에서 별다른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이 영령들은 문물과 흩어진 영기에 의존해 잠시 소환된 존재들이었기에 발휘할 수 있는 실력이 전성기의 십 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실체가 있는 수련자들을 상대하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불길을 더 크게 지펴야겠군.”“구양진용결!”“구음만상결!”“백호, 주작, 현모의 성수여 제자리로 돌아가거라.”아홉 마리 진용이 구름을 뚫고 내려와 왕도 상공에 떠 있었다.황제들과 왕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생전 진용 천자라 불렸던 그들은 용의 기운을 제어할 수 있었기에 그 기운을 마음껏 흡수했다.나머지 영령 전사들은 만상의 힘을 흡수해 한 단계 진화했다.백호, 주작, 현모의 정혈이 윤구주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세 성수가 삼각형을 이루며 세 가지 방향에 자리를 잡았다.“청룡이 부족하구나. 청룡의 정혈이 없으니 환영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어. 어쩔 수 없지.”윤구주가 청룡 성수의 환영을 소환해 나머지 한쪽을 지키게 했다. 네 성수가 모이자 천지의 영기가 배로 증가하였다.무궁무진한 영기들이 영령들의 몸속으로 스며들었고 동시에 구주군 장군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