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하를 보자 천희수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여보, 뭐했어요? 우리 딸이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걱정도 안 돼요?”“흥!”“내가 걱정하면 무슨 소용이 있어? 이 계집애는 온종일 윤씨 자식 생각만 하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어?”소청하가 화를 내며 말했다.“하지만 어쨌든 우리 딸인데. 이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거예요?”“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윤씨 그 자식을 찾아가야죠! 우리 딸에게 준 상처를 두 배 세배로 되돌려줘야죠!”천희수가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소청하의 안색은 어두워졌다.“나더러 걔를 찾아가라고? 내가 어떻게? 여보, 잊지 마!! 그 자식 싸움 엄청 잘해!”소청하는 윤구주의 실력을 알기 때문에 감히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천희수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윤구주를 무서워했으니 말이다. 천희수는 울면서 말했다.“그럼 어떡해요? 우리 딸이 고생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거예요?”소청하는 천희수가 울자 갑자기 머리가 아파졌다.“참! 갑자기 생각 난 게 있어!”소청하는 갑자기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무슨 일이에요?”천희수가 얼른 되물었다.“여보, 엊그제 봤던 처형이네 둘째 기억나?”천희수는 다시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소룡이?”“그래!”“그 소룡이가 아주 출세했다고 하지 않았어?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우리나라에서 아주 대단하고 신비한 부대에 들어갔다며.”“그리고 엊그제 했던 말로는 강성에 와서 어떤 임무를 수행한다고 하지 않았어?”소청하의 말을 듣자 기억이 나는 듯 천희수가 고개를 끄덕이었다. 소청하는 껄껄 웃으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래서 내 생각은 말이야. 만약 걔가 정말 강성에 올 수 있으면 소룡이더러 그 윤씨 자식을 혼 좀 내달라고 하려고. 소룡이는 필경 우리 딸 친사촌 빠이고 둘이 어렸을 때부터 사이가 좋았잖아.”그 말을 듣자 천희수는 잠시 멈칫했다.소청하의 말이 틀린 것은 없다. 오소룡은 확실히 훌륭하게 자라서 지금 출세했다!어릴 적부터 우수했던 그는 대학에
헐?“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라고요?”그 책임자는 임기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도대체 누구예요?”임기준은 깊은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그들은 바로 화진 암부에서 왔어!”‘암부’라는 단어를 듣자 그 책임자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암부!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는 화진에서 제일 신비한 부서이다!듣는 바에 의하면 화진의 왕이었던 구주 전신이 창설한 부서라고 한다!암부, 어찌 보면 국방부보다 더 막강한 부서이다!그들은 군사와 정치 업무 외에도 화진의 모든 기밀과 정보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해외 암살! 해외 간첩 찾기! 등등!이것들 외에도 암부는 화진에서 먼저 행동하고 그 후에 보고를 올릴 수 있는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진실인 것이 확인되면 어떤 신분의 인물이라도 국가의 이익을 건드렸을 시 암부에서 모두 처리할 것이다!어떤 곳이든, 어떤 부서든, 모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명령을 거역하는 자는 모두 엄벌을 받게 된다!그런 이렇게 신비하고 대단한 ‘암부’가 갑자기 강성에 나타난다고? 모두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아마 반 시간 정도 지났을 것이다. 그때 먼 곳에서 검은색 승합차 넉 대가 쏜살같이 달려왔다.“왔다!”강성 권력자 임기준은 멀리 멀리서 차량이 다가오자 얼른 옷을 정리하고 차렷 자세로 서서 마중할 준비를 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깍듯이 몸을 바로 세웠다!네대 승합차는 빠르게 터미널을 통과하고 그들 앞에 멈춰 섰다.차 문이 드르륵 하고 열렸다.우람진 체격을 가진 십여 명의 사람이 차 안에서 우르르 내렸다. 그들에게서는 강한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특히 선두에 선 남자는 너무 위풍당당하고 멋있어 보였다.그가 걸어오자 강성 시장 임기준은 빠른 걸음에 달려가 인사를 건넸다.“서울 암부에서 오신 책임자님을 뵈다니 저희 강성의 영광입니다! 강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환영합니다!”다른 강성 책임자들도 얼른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 남자는 차갑게 대답했다.“죄송하지만 우리는 시찰
승합차에서.서울 암부에서 온 지휘사는 태블릿을 손에 들고 자료를 읽고 있었다.“지휘사 님, 방금 본부에서 보낸 홍월 경매사에 관한 소식입니다. 소식에 따르면 홍월 경매사는 줄곧 판인국에서 가장 큰 블랙 첩보 조직이었으며 오랜 시간 동안 판인국 군부대를 위해 돈을 긁어모았다고 합니다. 사기도 치고 정말 나쁜 일이란 나쁜 일은 다했네요!”오소룡은 말하면서 자료를 건넸다. 지휘사는 자료를 받아본 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빌어먹을 놈!”“10국 전쟁 이후에 이런 땅강아지 같은 나라가 감히 우리 화진 내부에 침투하다니! 정말 쳐 죽일 새끼들이네!”“내 명을 전해. 강성 모든 암부 팀원을 소집시켜 홍월 경매사 자식들을 모조리 잡아 처넣어!”“기억해, 한 명도 놓치면 안 돼!”“반항하는 즉시 죽이는 거야!”지휘사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기며 살의가 들끓어 올랐다. 오소령이 대답했다.“네!”“당시 우리 화진이 십 국을 상대로 싸웠고 파인국 같은 보잘것없는 나라는 아예 시쳇더미가 수두룩했고 나라 전체가 피바다로 되였어. 그랬던 땅강아지가 감히 우리 화진에서 이런 짓을 꾸미고 다닐 줄이야!”“만약 내 상사였던 구주 전신이 여기 있었더라면 그 자식들은 감히 숨도 크게 쉬지 못했을걸?”이 지휘사는 암부 3대 지휘사 중 한 명으로 불린다. 그는 호존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고 그의 진짜 이름은 민규현이었다!암부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 세 사람의 존재를 알 것이다!3대 지휘사는 각각 호랑이, 곰, 늑대라는 별명이 있다.호존: 민규현!백곰: 정태웅!늑대: 천현수!이 세 사람은 암부 십만 정예 부대를 거닐고 있다!또한 이들은 구주 전신이 최고로 믿고 아끼는 부대였다.하지만 구주 전신이 몰락한 후 암부에는 약간이 변화가 생겼다!민규현의 명령이 떨어지자 옆에 있던 암부 다른 팀원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말했다.“지휘사 님, 강성에서 온 긴급 소식입니다! 홍월 경매사는 이틀 전에 산산조각이 났다고 합니다. 그중 해외 간첩 한 명은 현장에서 즉살되었고
오소룡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휴대전화를 빨리 껐다!같은 시각.소씨 저택.천희수는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한 둘째 조카 오소령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뚜뚜뚜’ 소리만 들려왔다!“어때? 통했어?”소청하는 천희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궁금해서 물었다.그러자 천희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소룡이가 전화를 끊은 것 같은데요!”“뭐?”“아 자식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모 전화도 끊어? 빨리 다시 한번 걸어봐!”소청하가 재촉했다. 그래서 천희수는 다시 통화를 시도해 봤지만, 이번에는 상대방 전화가 꺼져있었다!“꺼져있는데요...”그녀는 무척 당황했다.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소식을 들은 소청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너무 하는 거 아니야? 당신 전화도 안 받는다고? 여보, 쟤가 출세했다고 당신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천희수는 얼른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소룡이는 어릴 적부터 착했어요. 그렇게 배은망덕한 일을 하지 않을 거예요.”“그럼 왜 전화를 받지 않는데?”소청하가 되물었다. 천희수는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임무 수행 중이겠죠. 바쁜가 보죠.”소청하는 화를 내면서 중얼거렸다.“됐어. 저녁에 몇 번 더 전화해 봐!”천희수는 한숨을 내쉬었다.소채은은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침대 위에서 점점 더 초췌해져만 갔다! 하지만 윤구주는 이 모든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이때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용인 빌리지 뒷산에 앉아 있었다. 그는 찬란한 금색 빛을 뿜어내며 내력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자 그의 몸안에서 으르렁거리는 용의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무섭게 생긴 용 한 마리가 윤구주의 머리 위를 에워싸며 돌았다.총 아홉 마리였다!이 아홉 마리 용이 나타나는 순간 천지가 흔들렸고 용인 빌리지는 마치 지진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헐. 지진이다. 도망가!”윤구주의 때문에 용인 빌리지가 뒤흔들리고 있을 때 손에 막대 사탕을 들고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오는 한 소녀가 있었다.바로 두씨 가문
윤구주의 소리가 들려오자 백경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네. 저하!”그리고 그는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윤구주 주위에 있던 식물들은 모두 말라 죽고 바위들은 모두 깨져있었다. 이곳은 마치 포탄에 맞은 것처럼 수백 미터 반경 내는 처참하기에 그지없었다.“저하! 죄송합니다! 제가 저하의 수련을 방해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백경재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하지만 윤구주는 손을 흔들며 고개를 돌려 백경재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백 선생은 지금 통현경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은데?”백경재는 흠칫 놀랐다. 윤구주가 갑자기 이렇게 물을 줄은 몰랐다.“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우둔해서 30년 넘게 술법을 수련하고 있는데 통현 경지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술법에는 네 개 등급이 있다. 입문, 통현, 귀선, 태허!술법은 무도와 다르다. 천재적인 재능뿐만 아니라 깨달음도 필요하다.즉 공자가 말했듯이 아침에 깨달음을 얻으면 저녁에 죽더라도 여한이 없다는 그런 마음가짐 말이다!이 모든 것의 핵심은 깨달음이다!술법을 수련하는 어떤 자들은 평생 한 단계 더 나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백경재처럼 말이다.백경재가 그렇게 말하자 윤구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귀선 경지에 들어서고 싶어?”응?백경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저하?”“그저 물어보는 거야. 네가 정말 원한다면.”윤구주가 묻자 백경재는 떨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당... 당연히 원하죠!”“좋아! 네가 원한다면 나를 따르는 것을 봐서 내가 단약을 하나 줄게. 그걸 먹고 이변이 없다면 3일 이내에 귀선 경지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윤구주는 덤덤하게 말하면서 품에서 반짝이는 단약 한 알을 꺼냈다. 윤구주가 그 단약을 꺼내는 것을 보자 백경재는 감격의 눈물이 날 지경이였다.“이 약의 이름은 한기단이다! 비록 이것은 치료용 단약이지만 내가 선천강화를 안에 넣었어. 그래서 복용 후 곧 귀선 경지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그
새로 들어온 암부원이 조심스럽게 오소룡에게 물었다.“네가 뭘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곳이 어떤 곳인 줄 알아?”오소룡은 앞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그저 바다잖아요?”“그래! 바다지! 하지만 이 바다가 어디로 통하는지 알아?”오소룡이 다시 물었다.“그건 잘...”“내가 알려줄게. 이곳은 죽음으로 향하는 바다야!”뭐?“죽음의 바다!”이 단어를 듣자 부하의 얼굴색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도 분명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그래! 이 바다의 끝자락에서 우리 화진이 10개국 연합군에게 패배했어!”오소룡은 고개를 들어 일망무제한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싸움으로 바다는 빨간색이 되고 시체들이 둥둥 떠다녔어! 그리고 그 싸움으로 인해 10개국은 국경 수천 리까지 쫓겨났고 심지어 그 당시 최고 신급 경지에 이른 고수 6명을 잃게 되었어! 또 그 싸움 때문에 우리 화진의 구주 전신이...”여기까지 말하자 오소룡은 목이 멨다. 그는 결말을 말하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당대 최고의 구주 전신이 이 바다에서 사망했다.신화 같던 인물이 여기서 죽었다!이 바다를 바라보며 모두 침묵에 잠겼다!이때 제일 앞에 서있던 암부 3대 지휘사인 호존 민규현이 파도가 철렁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울부짖었다.“당신과 같은 시대에 태어난 걸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세월은 야속하게만 흘러가네요. 제가 제일 존경하는 저하, 잘 계시는지요. 어쩌면 인생은 이렇게 한바탕 취하다가 가는 거겠죠!”“저하! 소인 민규현 살아서는 이제 저하와 함께 싸울 수 없지만 죽어서는 저하를 따라 지하 세계에서 천하를 제패하고 싶습니다! 제가 한 잔 따라드리겠습니다. 저하!”3대 지휘사인 민규현은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다! 독한 술을 삼키더니 그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얘들아!”“네!”모든 사람은 차렷 자세로 민규현을 기다렸다.“술을 가져와!”그러자 그들은 일제히 술 한 잔을 따랐다. 민규현이 독술을 들고 우렁차게 외쳤다.“우
수십 대의 차량이 굉음을 내며 강성 한복판에서 달리며 한 건물로 들어섰다. 이 건물은 강성 암부 본부였다. 널찍한 사무실에는 서울에서 온 3대 지휘자 중 한 명인 민규현가 자료를 보고 있었다.“지휘사 님, 강성 제36부대 대장이 급히 지휘사님을 만날 일이 있다고 합니다!”오소룡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말했다.“들어오라고 해!”민규현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네!”그러자, 양복 차림을 한 남자가 방 안에 들어섰다.“제36부대 안영훈이라고 합니다. 지휘사 님께 인사를 올립니다!”안영훈은 들어오자마자 꼿꼿이 정자세로 서있었다.“무슨 일인데?”민규현은 계속 고개를 들지 않았다.“지휘사 님께 아뢰옵니다. 판인국 홍월 경매사에 관한 소식입니다. 저희가 철저히 조사해서 이들이 판인국 블랙 첩보 조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우리 쪽 사람들은 이미 홍월 경매사의 모든 거점을 장악했고 모조리 잡았습니다.”그제야 민규현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리고 조사한 바에 의하면 죽은 판인국 노인은 블랙 첩보 조직의 B급 첩보원이었습니다.”“B급?”고개를 숙이고 있던 민규현은 드디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블랙 첩보 조직은 판인국 군사첩보조직으로 내부 분업이 명확하고 계급이 분계선이 명확했는데ABC 세 개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다!이 세 등급에 들어갈 수 있는 첩보원들은 모두 막강한 인물이다. 이들은 암살과 염탐에 능할 뿐만 아니라 막강한 무도 실력을 가지고 있다. 민규현을 놀라게 했던 점은 이런 B급 첩보원이 강성 이 작은 곳에서 쉽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이다.“B급 첩보 고수를 이렇게 쉽게 죽였다고? 게다가 우리 암부 사람도 아닌데 말이야. 이거 정말 재밌는 일이네! 그런데 누가 한 짓인지 알아냈어?”민규현은 고개를 들고 안영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네. 알아냈습니다. 조사에 의하면 그 사람은 강성 제일 갑부 주세호와 함께 있었습니다.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CCTV에 찍힌 흐릿한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이걸 보세요!”안형훈은 민규현에게 사진을 건
노정연은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좋아요!”“마 선생은 대가가 정말 소중한 인재라는 걸 잘 아시겠죠! 저런 무서운 실력을 사람이 우리 천하회 사람이 된다면 우리한테는 날개를 달아준 셈이죠.”“하지만 그 사람은 너무 무섭고 또 너무 젊어서 응하지 않을까 봐 걱정입니다.”마 선생이 대답했다.“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사람이 되지 않더라도 친구로 지내고 싶네요. 안 그래요?”노정연이 이렇게 말하자 마 선생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리무진은 계속 달려 용인 빌리지에 거의 도착했다. 천하회 노정연 등인이 도착할 즈음, 골목 쪽에 검은색 지프차 세 대가 먼저 정차했다.차 문이 열리자 깔끔하게 옷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차에서 걸어 내려왔다. 그들을 보자 노정연과 마 선생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렇게 많은 무인들이 여기에 웬일로?”마 선생이 말이 끝나자 지프차에서 우람진 체격의 한 남자가 내렸다. 그 사람을 보자 마 선생은 갑자기 긴장하면서 경계했다. 그 남자에게서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강한 카리스마입니다! 당주님, 저 사람 보통 인물이 아니네요!”마 선생은 그 남자를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노정연은 예쁜 눈을 부릅뜨고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그를 쳐다보았다.“빌어먹을! 저 사람은 천하를 뒤흔드는 암무 3대 지휘사 중의 한 명인 호존 민규현인것 같은데?”호존, 민규현!이 이름을 듣자 천하회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저 사람이 바로 호랑이, 범, 늑대 중에 첫째, 호존 민규현입니까?”마 선생은 깜짝 놀라면서 되물었다.“맞아요! 분명 민규현입니다. 틀림없어요!”노정연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면서 말했다.“수년 전 서경에서 설국 반역 조직이 우리 화진에 쳐들어왔는데 바로 저 민규현이 칼을 한번 휘두르면 한 명을 죽였어요. 제가 똑똑히 기억합니다. 설국 천여 명의 반역자를 모두 머리가 없는 시체로 만들어 버렸어요! 그래서 그날부터 민도살이라는 별명을 가졌죠. 도살자!”그 말을 듣자 마 선생의 두 눈을 초점을
자신의 강한 기운만 믿고 있던 손형재는 누구도 안중에 없었다.“이 사람들은 누군데 작은 주인님을 해하려 하는 것일까요?”철영이 주먹을 불끈 쥐며 묻자, 천현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온 것으로 보아 호락호락한 놈들은 아닌 것 같아요.”천현수의 말을 듣고 있던 철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쾅!바로 그 순간, 우레와 같은 폭발음과 함께 맨손으로 덤볐던 절정이 민규현의 호마권에 맞고 비명을 지르며 피를 토했다.그의 몸이 뒤로 젖혀지더니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칼을 사용하던 절정도 버티기 힘들어하긴 마찬가지였다.이 절정은 검을 휘두르는 검술만 쓰다 보니 온몸에 호마의 기운이 가득한 민규현의 상대가 전혀 되지 못했다.그의 허점이 드러나는 순간, 민규현은 재빨리 손바닥으로 그의 가슴을 세게 쳤다.이 절정도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뒷걸음질 쳤다.두 절정이 민규현의 상대가 전혀 아닌 것을 확인한 변만산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함께 덤벼서 저 자들을 죽여버리자.”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주위에 있던 3명의 절정이 공격 태세를 갖췄다.번개 같은 힘을 가진 변만산이 긴 창으로 허공을 가로지르며 민규현을 향해 달려갔지만,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민규현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오히려 그의 뒤에 있던 호영이 점점 더 난폭해지기 시작했다.절정에 발을 들인 후부터 그의 호마는 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호영이 울부짖는 소리와‘펑펑’하는 소리가 나며 민규현은 6명의 절정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그러던 중, 이들의 싸움을 한참 지켜보고 있던 현문 도자가 불쑥 입을 열었다.“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들! 삼중천 절정조차도 못 이기면 어떡해? 그야말로 세가의 수치야!”이 현문 도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힘차게 한 발짝 내디뎠다.쿵쿵!땅이 심하게 흔들리며 검은 현기가 이 도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손형재가 손을 들어 올리자, 먹물 같은 검은 현기가 순식간에 검은 대검으로 변하더니 무지개처럼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민규현을 향해 날
두 사람이 괜찮다는 말을 듣고서야 민규현은 고개 들어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세가 절정과 현문 도자를 쏘아보았다.이때 장원 안에 있던 천현수, 철영, 은설아도 함께 밖으로 뛰쳐나왔다.입가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재이와 용민을 보더니 그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너희들은 누구야? 어디서 감히 행패야?”건장한 체격을 가진 민규현이 호마 기운을 뿜어내며 소리쳤다.뒤에 있던 위압적인 호랑이 그림자는 그를 더욱 난폭해 보이게 만들었다.“암부 3대 지휘자인 호존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어. 이렇게 만날 줄이야!”이때 세가 쪽에서는 변씨 성의 노인이 나섰다.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민규현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 노인을 흘끗 쳐다봤다.“너도 세가 출신이냐?”“지휘사라 그런지 보는 안목이 있네. 난 서남 세가인 변만산이야.”상대방이 세가 출신이라는 말에 민규현의 얼굴이 싸늘해졌다.민규현의 뒤에 있던 천현수와 은설아도 마찬가지로 안색이 어두워졌다.노룡산 전투 이후 제자백가의 그 누구도 감히 행패 부릴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서남 세가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이 변씨 성을 가진 절정이 제자백가가 아닌 다른 세가 출신이 분명했다.“빌어먹을! 서남 세가마저 구주왕을 찾으러 왔다고?”민규현이 직설적으로 말하자, 변만산이 웃었다.“민 지휘사의 말이 맞아. 구주왕이 문벌과 세가에 진 빚을 내가 갚아주러 왔어.”“너희 같은 오합지졸들이 구주왕을 상대하겠다고?”민규현이 거칠게 소리쳤다.“당연하지. 하지만 우리는 구주왕에게 복수하러 왔을 뿐 암부와 척지고 싶지 않거든. 그러니 구주왕을 어서 나오라 해.”변만산이 말했다.“하하하!”민규현은 갑자기 크게 웃었다.“쓰레기 같은 놈들이 망발을 잘도 지껄여대는구나.”그의 뒤에 떠 있던 청색 호영이 울부짖자, 민규현의 온몸에서 호마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민 지휘사가 기어코 막겠다면 어쩔 수 없지.”변만산이 눈빛이 차가워졌다.“죽여버려!”그의 말에 아까부터 벼르고 있던 2명의 절정이 나섰다.이들 6명의 절
“빌어먹을! 절정이라니!”용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재이의 얼굴에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당신들 누구야? 어딜 감히 침범해?”용민이 용기 내어 입을 열었다.“우리는 구주왕을 찾고 있으니 싸우기 싫으면 썩 비켜! 그러지 않으면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야.”손형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뭐라? 작은 주인님을 찾는다고?”용민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손형재와 그의 뒤에 있는 절정들을 쏘아보았다.“잘못 찾아왔네. 작은 주인님은 이곳에 없어.”용민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손형재의 뒤에 있던 1명의 세가 절정이 코웃음을 쳤다.“말이 많구나!”이 절정은 말하자마자 번개처럼 빠르게 용민을 향해 달려갔다.용민은 비록 실력이 있다고는 하나 신급 수준에 불과했다.이 세가 절정의 공격에 그는 황급히 두 손바닥을 모으더니 온몸의 힘을 손에 집중시킨 후 절정을 향해 공격했다.하지만 그가 손바닥으로 절정을 치려는 순간 그 절정도 손바닥을 내밀며 맞받아쳤다.펑!두 손바닥이 마주치자, 용민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뒤로 십여 미터 튕겨 나갔다.그리고 땅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용민 씨! 괜찮나요?”튕겨 나간 용민이를 본 재이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난… 난 괜찮으니 어서 규현에게 가서 이 상황을 알려.”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용민은 바닥에서 일어났다.“곧 황천길로 갈 텐데 뭔 발악이야?”독수리 눈을 가진 세가 절정이 말을 내뱉자마자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2개의 장영을 발산하며 용민에게 일격을 가하려고 했다.그 모습을 본 재이가 장영을 막으려고 긴 채찍을 휘두르며 달려갔다.“제 주제를 모르나 보네.”장영이 재이가 들고 있던 긴 채찍을 휘감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펑’하는 소리와 함께 재이 역시도 절정의 힘에 밀려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죽여주마.”독수리 눈을 가진 이 세가 절정은 극악무도하기 짝이 없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재이와 용민이에게 상처를 입힌 것도 모자라 살기 어린 눈빛으로 두 사람에게 일격 가할 준비를 하고 있
문아름의 설득에 손형재는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그러면 아름 씨의 청을 받아들여 이 자들을 데려가도록 할게요.”손형재의 말에 얼굴에 미소가 번진 문아름은 6명의 절정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어서 도자님에게 감사 인사를 드려.”“도자님, 감사합니다.”말을 마친 6명의 세가 절정은 손형재의 뒤에 다가갔다.“구주야, 네가 이번에 어떻게 죽는지 내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볼 거야.”손형재는 눈빛에는 살의가 가득했다.문아름이 떠나자, 현문의 장로인 구진철이 다급히 물었다“형재 씨, 정말로 저 화진의 구주왕을 죽일 생각인가요?”“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손형재가 말했다.“형재 씨의 생각이 짧은 것 같아서요. 문씨 세가의 목적은 오직 형재 씨를 이용하려는 것이에요. 그리고 다른 종문이 아직 나서지 않고 있는 마당에 우리 현문만 나서는 것이 이 늙은이는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드네요.”구진철이 계속해서 충고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말을 손형재는 전혀 듣지 않았다.“구 장로님이 지나친 걱정을 하는 것 같아요. 3대 서열 중의 1순위인 우리 현문이 하찮은 구주왕조차도 없애지 못한다면 어찌 종문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단 말입니까?”“도자님…”구진철이 또다시 그를 설득하려 하였으나 손형재의 얼굴에는 이미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그만하세요. 저는 이리 하기로 정했으니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마세요. 장로님이 저와 함께하기 싫다면 산으로 돌아가든지.”말을 마친 후, 손형재는 구진철을 무시하고 밖으로 향해 걸어갔다.제멋대로 행동하는 손형재를 보며 구진철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서울의 외곽.정태웅이 공수이를 데리고 떠난 후, 장원에는 용민, 철영, 재이, 그리고 은설아, 민규현, 천현수 등이 남았다.장원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용민이 재이에게 말했다.“재이야, 작은 주인님의 소식은 아직 없는 거냐?”그의 입에서 나온 작은 주인님이란 윤구주를 말하는 것이었다.윤신우가 손수 키웠던 3명 사사의 목숨이 윤신우가 준 것이니 윤구주에게 충
자신보다 강한 사람을 오만방자한 손형재가 절대로 용납할 리 없었다.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니 더욱 그러했다.“몰락한 왕인 주제에 오만하기 짝이 없네요. 제가 그의 목을 베서 아름 씨의 원한을 풀어드릴 것이니 안심하세요.”살기 가득한 눈빛을 한 손형재의 말을 들은 문아름은 자신의 계략이 먹혔다는 걸 알아챘다.윤구주를 처리하기 위해 종문이 나서준다면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을 무도 3대 서열의 종문 두목인 그녀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고마워요. 만약 도자님이 정말로 미쳐 날뛰는 구주를 없애준다면 저희 문씨 세가는 도자님의 은혜를 잊지 못할 겁니다.”문아름이 말했다.“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그가 어디 있는지 안다면 지금 당장 미친 구주에게 달려가 그의 모가지를 따겠는데.”살기 어린 눈빛으로 보아 손형재가 정말로 윤구주를 죽이고 싶어 한다고 문아름은 생각했다.“구주가 어디 있는지 제가 알아요.”문아름이 갑자기 말했다.“어디 있는데요?”손형재가 서둘러 그녀에게 물었다.“서울 외곽에 있는 그의 어머님 댁에 있어요.”윤구주의 개인정보를 문아름은 손형재에게 알려주었다.“그 미친놈이 어디 있는 것을 알았으니, 그의 명도 여기까지인가 보구나. 아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 그를 죽이러 가겠어요.”이 현문 도자가 정말로 윤구주를 죽이려는 하자, 문아름이 말했다.“도자님, 잠깐만요!”“왜요?”손형재가 뒤돌아보며 물었다.“구주가 당시 수련한 봉왕팔기로 천하를 제압했잖아요. 혼자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만약을 대비해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소개해 드릴 게요.”문아름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너희들도 이제 나와.”그네의 말에 절정의 기운이 감도는 6명의 강자가 갑자기 지하 궁전에 나타났다.이 6명의 리더는 검은 머리와 흰머리가 반반인 노인이었다.초롱초롱한 눈빛을 하고 있던 노인의 주름투성이 얼굴에는 희끄무레한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노인의 뒤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절정 강자들이었다.“형재 씨를 만나 뵙게
손형재가 차갑게 웃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된다고 이 늙은이는 생각합니다. 또한 6대종문이 의논을 거친 후에 움직이라고 회장님께서 저에게 신신당부도 했고요.”구진철의 말에 손형재는 콧방귀를 뀌었다.“또 6대종문. 천 년이나 더 된 우리 종문은 왜 단독으로 일 처리를 못하고 매번 다른 종문들과 논의해야 하는 겁니까?”구진철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갑자기 현문 제자가 뛰어왔다.“도자님, 밖에 도자님을 뵈러 온 분이 계세요.”“누군데?”손형재가 물었다.“문씨 세가의 문아름 씨요.”문아름이라는 말에 손형재의 눈이 순간 번뜩였다.“그녀가 나를 찾아왔다고? 어서 들여보내.”“네!”현문 제자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봉황관을 쓴 절세미인 문아름이 들어왔다.마치 천하를 호령하는 고대의 황후 같았지만,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손형재를 향해 예의를 갖췄다.“아름이 도자님을 뵙습니다.”문아름을 보자마자 손형재는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갔다.“아름 씨, 너무 예를 차리실 필요 없어요.”“아니에요. 도자님은 하늘이 내리신 현문의 미래니 당연히 예를 갖춰야죠.”문아름이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만하기 짝이 없던 손형재가 이런 말을 들었으니, 입이 귀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아름 씨가 어인 일로 예까지 발걸음하셨는지?”손형재가 물었다.“당연히 그 윤 씨 성을 가진 사람 때문이죠.”문아름은 천천히 말했다.“윤 씨요? 혹시 백성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은 그 구주왕 말인가요?”손형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네. 맞아요. 도자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와 구주는 혼인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여기까지 말했을 때 그녀는 억울한 듯 눈물을 흘렸다.문아름이 눈물 흘리는 것을 본 현문 도자는 서둘러 그녀를 위로했다.“아름 씨, 어서 그 눈물을 거두세요. 혹시 그가 아름 씨를 괴롭혔나요?”“아니요. 저를 괴롭힌 적은 없지만 구주는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데다 고집불통이에요. 평생을 그와 함께하고 싶었지만
“네 말이 틀리지는 않아. 하지만 종문이 우리 편에 서지 않을지도 몰라. 특히 만불종과 서요산 검종.”문창정은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았다.만불종은 영리하여 주도적으로 전쟁에 개입하는 일이 없었고, 화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서요산 검종은 베일에 싸여있어서 문씨 세가조차도 그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문아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안심하세요. 화진에는 6대종문이 있어서 이 두 종문이 아니더라도 4개의 종문이 남아있어요. 특히 역사가 유구한 현문 회장인 창현진인은 이미 백 년 전에 절정 경지에 오른 인물이에요. 그래서 현문을 선봉으로 내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문아름의 말을 들은 문창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현문을 인간 방패로 쓰겠다는 말이냐?”“바로 그거예요. 할아버지께서도 현문 도자의 본성을 잘 알잖아요. 그를 최대한 이용해 먹어야죠.”현문 도자에 대해 말할 때 문아름의 얼굴에는 요염한 미소가 번졌다.손녀의 생각을 잘 알고 있던 문창정이 말했다.“한 번 시도해 볼만한 방법이긴 한데 현문에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아. 특히 구씨 성을 가진 늙은 장로는 문무를 겸비하여 얕잡아보면 안 돼.”“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문아름이 말했다.“그래. 그러면 현문의 일은 너에게 맡길게.”문창정이 결론을 내렸다.…서울에 온 이후로 현문의 사람들은 문씨 세가의 지하 궁전에 머물고 있었다.이 순간, 십여 명 현문의 제자들이 화려한 거실 양쪽에 서 있었고, 가운데 벽화 앞에는 현문 도자인 손형재가 서 있었다.벽화에 그려진 인물은 다름 아닌 절세미인인 문아름이었다.선녀 같은 문아름을 바라보며 이 도자가 혼자서 중얼거렸다.“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인이 여기 있었네.”“콜록콜록.”이때 그의 옆에서 갑자기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형재 씨, 이 늙은이가 할 말이 있는데 말해도 될지 모르겠네요.”말을 꺼낸 사람은 손형재와 함께 산에서 내려온 현문 장로인 구진철이었다.“어서 말해보세요. 구 장로님.”시선을
한참 지나서야 민규현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내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종문이 움직인 것은 분명 저하 때문일 거야.”그 말에 천현수도 한마디 했다.“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의 실력 차가 분명하다고 해도 어찌 됐든 같은 줄기에서 뻗어져 나온 것이잖아요. 종문이 움직인 것은 저하가 전에 노룡산에서 세가를 학살한 것이 누설되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현수야. 3개 종문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라고 암부에 전해.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먼저 보고하라 하고.”민규현이 지시를 내렸다.“네!”…서울의 어느 숨겨진 지하 궁전, 절세미인인 문아름이 봉황관을 쓴 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문창정이었다.“할아버지.”“현문, 만불종, 칠수방 사람들이 모두 서울에 도착했어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문아름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문창정을 바라보며 물었다.“서두를 것 없어. 6대종문이 모두 모인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아.”문창정이 차분하게 답했다.“하지만 서요산은 물론 천도궁과 자운각도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요. 이들을 계속 기다려야 한단 말이에요? 제가 알기로는 구주가 설국을 수복한 이후 국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요. 그리고 육도진도 태산에 갔고요. 아마 곧 큰 일이 터질 것 같아요.”문아름의 말에 문창정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육도진이 태산에 갔다고?”“네.”“무슨 연유로?”문창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문아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황성 사람들이 비밀로 하고 있어서 무엇 때문에 갔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들 말로는 조만간 국주의 움직임이 있을 거래요. 하지만 그 사람 때문에 국주가 움직인 것은 확실해요.”‘그’라는 말에 문창정의 안색이 아까보다 더 어두워졌다.“할아버지. 만약 국주가 정말로 구주의 편을 든다면 저의 왕위가 온전치 못할 것 같아요.”문아름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놨다.‘하긴 화진의 왕으로서 위대한 업적이 없다면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긴 하
은설아는 마음속으로 윤구주를 존경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사모하는 마음이 더 컸다.무예가 출중하다면 윤구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그녀가 그와의 실력 차를 줄이기 위해 열심히 수련한 것이었다.붉은 치마를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재이가 열심히 수련하는 은설아의 모습을 보고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설아 씨, 실력이 많이 늘었으니 인제 그만 쉬도록 하세요.”윤설아가 말했다.“괜찮아요. 아직 할만해요.”윤설아의 말에 재이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설아가 열심히도 수련하네. 내가 어렸을 때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수련하는 윤설아를 바라보며 용민이 혼자서 중얼거리자, 강철 몸을 가진 철영도 한마디 했다.“사랑 때문에 저 짓거리 하고 있는 거예요.”“뭣이라?”철영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용민은 어리둥절했다.한마디만 내뱉고 철영은 정원 밖을 빠져나왔다.“야! 이 자식아. 말하다 말고 어디 가? 사랑 때문이라니?”용민이 그를 뒤쫓아가며 물었다.은설아가 한창 수련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민규현과 천현수가 얘기를 나누며 방 안에서 나왔다.“이놈아, 수이 소식이 아직 없다고?”말을 꺼낸 사람은 민규현이었다.“없어요. 형님.”천현수가 답했다.“수이 때문에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아.”민규현이 계속 말했다.“흑여산맥 쪽의 저하 소식은 없고?”“그쪽에서 보내온 소식통에 따르면 저하는 이미 그곳에서 떠났대요.”“그렇다면 서울로 돌아온다는 말이냐?”민규현이 서둘러 묻자, 천현수는 고개를 저었다.“그들의 말로는 서울 아니고 강성으로 갔대요.”“강성?”강성이란 말에 민규현은 어리둥절했다.“형님, 잊으셨어요? 형수님이 강성에 있잖아요.”천현수가 그에게 상기시켜 주자, 민규현은 자기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내가 이렇게 멍청하다니까. 맞아. 저하가 서울에 온 이후로 형수님을 본지가 꽤 되었으니, 강성에 가는 것도 이해는 되지.”“그건 그렇고 형님, 암부가 최근에 이상한 것을 발견했대요.”천현수가 갑자기 화제를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