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씨 가문의 말에 마동한의 안색이 점점 더 굳어졌다. 하지만 그는 곧 기분이 나아졌다. 오늘 이 자리에 제자백가 중 최소 열몇 개의 가문이 왔다! 게다가 30여 명이나 되는 6년 전의 절정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배씨 가문 하나 없다고 두려워할 것 없다. “반씨 가문은요? 혹여 배씨 가문처럼 왕위도 없는 폐인한테 빌빌 길면서 살 건가요? 잊지 마세요, 6년 전 그가 우리 화진 3대 서열을 짓눌렀다는 것을. 6년 전에 그랬듯이 6년 후에도 여전히 그럴 겁니다!” 마동한은 고개를 들어 이제껏 아무 말도 없는 반씨 가문을 바라보았다. 반씨 가문 역시 제자백가의 10대 세가중 하나였다. 게다가 반씨 가문은 싸움에 능하다. 하지만 싸움에 능하다고 하여 막무가내로 싸울 줄만 안다는 뜻은 아니다! 당시 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으로 칭할 때 종문 서열조차 그를 막지 못하였는데 세가가 막을 수 있을 리가! 반씨 가문의 절정 노인이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마동한 공자는 우리를 추동시키려 하지 마시오! 우리 반씨 가문은 줄곧 조정에만 충성하고 화진을 위해서만 일하오! 오늘의 일은 저희도 배씨 가문과 같은 입장이요. 우린 끼어들고 싶지 않소!” 이 말에 마동한은 기가 찬 나머지 폭소하였다. “반씨 가문은 사나이다운 면모를 지녔다고 여겼거늘 두려움 앞에서 벌벌 떠는 강아지 같구려!” “그래!” “반씨, 배씨 이 두 가문 모두 나서기를 꺼리니 오늘 내가 이 쓸모없는 왕을 처리해 버리지!” 마동한의 명령이 떨어지자 모든 세가 성원이 차가운 시선으로 윤구주를 쳐다보았다. 오늘의 싸움은 더는 물러날 여지가 없다. 게다가 오늘의 이 싸움은 본디 문씨 가문 세가가 짠 판이다! 6년 전 세가 잔당 절정의 손으로 윤구주를 대적하려는 속셈이다. 지금 6년 전의 세가 절정만 하여도 30여 명이 넘었다. 게다가 마동한의 편인 10여 개의 가문까지 더하면 절정 강자의 수가 50여 명을 넘겼다. 그중 오악 절정이 9명이나 되였다! 이번 싸움은 이제껏 윤구주가 상대했
공수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렸다. “세가라고 자칭하는 놈들이 이런 짓을 벌이다니.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지? 사람 모아서 형님을 죽이려고 해? 제길! 오늘 소생이 맹세할게. 내가 오늘 너희들 다 죽인 후에 공씨 가문 사람들을 불러 너희 조상 18대의 무덤을 다 파헤치도록 할 거야.” “저하를 보호하라!” 염수천,민규현, 정태웅, 천현수 모두 앞으로 나와 경계 태세를 취하였다! 이때 윤구주가 갑자기 말하였다. “너희들은 물러서거라! 오늘 나 혼자서 저들을 모두 처리하겠다.” “네? 저하?” 염수천은 윤구주가 혼자서 이 많은 세가 절정을 상대하겠다는 말에 멈칫하였다. “내 말에 따르거라! 모두 물러서!” 윤구주는 다시 한번 패기 가득한 어투로 말하였다. “모두 형님 말에 따르도록 해! 형님이 혼자서 해치우겠다고 하시니 우린 그저 앉아서 좋은 구경할 준비나 하면 되!” 공수이는 그 누구보다도 윤구주의 진짜 실력을 알고 있다! 그러니 그는 윤구주가 걱정되지 않았다! 당시 곤륜산에서 싸울 당시 상황이 지금보다 몇십 배는 더 엄중하였으나 윤구주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은 걱정할 필요 없다. 그들은 공수이의 걱정되지 않는 듯한 표정을 보고서야 지시대로 뒤로 물러났다. “하하하!” “역시 천하무적의 인왕 다워. 배짱 하나는 여전히 대단해!” “혼자서 5, 60명의 절정을 상대하겠다는 거야?” 얼굴에 흉터를 지닌 장영록이 비웃으며 말했다. “인왕 풍채가 남다르니 그저 탄복할 따름이야! 하지만 세가를 억압하고 우리 사람을 죽인 죄로 오늘 반드시 목숨값을 치러야 할 것이야!” 외팔의 채씨 노파가 말하는 와중에 검붉은색의 절정 기운이 그녀의 온몸에서 슴베였나 왔다.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저놈부터 먼저 죽이자! 6년 전의 원한을 제대로 갚아보자고!” 검은 도포로 온몸을 뒤덮은 나호봉의 사도인이 분노로 가득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두 팔을 들어 올리자 죽음의 기운이 해골로 변하여 윤구주를 향해 날아갔다. 드디
윤구주가 드디어 공격을 시작하였다. 하늘에 생겨난 커다란 구멍에서는 번쩍거리는 번개가 가득한 뢰의 연못이 있었다. 이 뢰의 연못이 하늘을 뒤덮자 검은 소용돌이 속에서 기둥처럼 굵은 번개들이 이리저리 쳐대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이건 봉왕팔기의 뇌왕인이다! 조심해!” 얼굴에 지네 같은 흉터를 지닌 장씨 가문 절정 장영록이 소리를 내었다. 6년 전, 곤륜에서 왕으로 칭할 때 윤구주는 스스로 창작해 낸 팔기지로 무도 3대 서열을 이겼다.지금 윤구주의 팔기지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모든 이가 팔기지의 무서움을 안다. 팔기지의 일부만 깨우쳐도 신급에 발을 디딜 수 있고 무도의 절정에 도달할 수 있다. 현재 윤구주의 뇌왕인의 출현과 함께 무수히 많은 천둥번개가 미친 듯이 쳐댔다. 마치 온 하늘이 천둥번개로 뒤덮인 듯 하였다. “윤구주, 네가 팔기지를 쓴다고 해서 우리가 두려워할 것 같으냐?” 다리가 잘린 주씨 가문의 절정이 새빨개진 두 눈으로 거의 절규하다시피 소리 질렀다. 그가 가슴을 툭 치자 구릿빛의 나침반이 튀어나왔다. “현문쌍사진 열리거라!” 이 주씨 가문 선조는 왕년에 윤구주가 왕으로 칭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절정 중 하나이다. 후에 그는 곤륜산 아래에서 윤구주의 검에 의해 두 다리를 잃었다! 이 6년간 윤구주를 향한 원한은 나날이 깊어져갔다! 이젠 복수를 할 때다. 그 나침반이 허공에 떠오르는 순간 절정의 산그림자가 그의 뒤에서 아른아른 비쳤다! 절정중에서 전삼중천은 하등급이다! 전삼중천의 경지를 뛰어넘으면 비로소 절정을 현상할 수 있다! 지금 주씨 가문 선조 뒤에 나타난 우뚝 솟은 5개의 산그림자는 그가 오악 절정임을 알리는 상징이다. 고동으로 만들어진 그 나침반은 허공에서 신속히 커지기 시작하여 3층 건물 높이만큼 커졌다.나침반 속 괴이한 주술 문양이 반짝거렸다. “변!” 주술이 반짝일 때 오악 절정인 주형권이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치자 무수한 주술이 순식간에 두 마리의 커다란 이무기로 변하였다.
그의 긴 머리가 바람에 흩날리었다. 공중에 서 있는 윤구주는 그 자태가 꽤 늠름하였다. 머리 위로는 번쩍이는 번개였고 발아래는 망망한 산악이었다.그는 날카로운 눈길로 아래를 바라보았다. 천지의 원기가 사면팔방으로부터 그의 몸에 흡수되었다. “수이야, 모두 데리고 물러가거라.” “내 오늘 이 하늘을 피로 물들이고 땅바닥을 갈라지게 하여, 이곳을 인간 지옥으로 만들 참이다!” 살기가 역력한 말에 곤륜 출신인 꼬마의 표정이 처음으로 진중해졌다. “망했어!” “형님이 진짜로 화났어!” “다들 뒤로 물러서... 얼른... 좀 이따 형님이 그 술법을 펼치기 전에!” 공수이는 황급히 모두에게 일렀다. 민규현, 남궁서준, 정태웅, 천현수 이들은 그저 윤구주가 대단하다고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로 대단한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공수이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그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 났다. “아 진짜, 멍때리지 말고! 나 지금 엄청 진지해!” 모두가 멍하니 가만히 서있자 공수이가 얼른 한마디 더 보탰다. 그들은 공수이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이 안 되었으나 그의 말대로 얼른 뒤로 후퇴하였다. “세자님, 우린 어떡하죠?” 이때 계속 중립을 유지하던 배씨 가문 절정이 저 모습을 보고 배도찬한테 물었다. 배도찬은 안색이 안 좋았다. 그는 공중에 서 있는 윤구주를 본 뒤 십여 명의 세가 잔당 절정도 힐끗 보았다.“우리도 후퇴해요!” “인왕이 이기든 세가 잔당들이 이기든, 우린 이 싸움에 끼어들 필요가 없어요!” 배씨 가문 절정은 이 말을 듣고 인츰 머리를 돌려 배씨 가문 성원들한테 말했다. “모든 이들은 내 명을 따르거라. 속히 후퇴하라!” 배씨 가문 성원들 모두 이 전장에서 빠져나간 뒤, 반씨 가문 성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몸집이 우람진 반씨 가문 절정 노인이 큰 소리로 외쳤다. “반씨 가문 모든 성원은 후퇴하라!” 얼마 안 가 배씨 가문, 반씨 가문, 공수이 및 기타 사람들 모두 전장의 백 리 밖으
이 4대 오악 절정과 함께 주위의 절정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이 순간, 노룡산 산꼭대기는 완전히 절정들의 전장으로 전락하였다. 무수히 많은 살기를 품은 절정 기운이 윤구주를 향해 날아갔다. 윤구주는 고고한 기품을 풍기며 홀로 수많은 절정을 상대하였다. “펑!”모든 이들의 회심의 일격에 윤구주 머리 위 뢰의 연못이 강하게 진동하였다. 뇌왕인이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건가? 필경 이건 절정들의 싸움이니, 팔기지의 뇌왕인 하나로 그들의 공격을 다 막아내긴 불가능했다.“하하하... 윤구주!” “네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우리 모든 절정의 공격을 막아내긴 힘들 거다!” “오늘 이후 네 구주왕의 칭호는 화진에서 지워질 것이야!” 장영록은 기운으로 검을 만들어내 뢰의 연못을 향해 찔렀다.뢰의 연못은 다시 한번 거세게 진동하면서 마치 곧 부서질 듯 하였다. 윤구주의 뇌왕인이 버티지 못하고 곧 갈라질 거라 여기던 찰나, 윤구주의 눈동자는 금빛 화염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차갑게 아래를 바라보며 온기 하나 없는 말투로 말했다. “너희는 나한테 진정으로 굴복하지 않지? 그러면 오늘 너희를 죽이는 것으로 굴복시켜 줄게!” “팔기지 천주금술 열리거라!” 곧이어 연구주는 팔기지의 제2기를 펼쳤다. 윤구주가 검결을 펼치자 무수히 많은 청색 현기가 윤구주의 몸 안에서 나왔다. 이 현기들은 곧 999개의 작은 검으로 응결되었다. 곧이어 이 999개의 청색의 작은 검들은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검으로 변하였다. 이게 바로 천주금술이었다.“윤구주가 팔기지의 제2기를 펼쳤어!” 세가 잔당 중 한 절정이 그 거대한 검을 보며 소리쳤다. “겁먹지 마!” “팔기지가 강하다 한들 우리가 같이 공격한다면 제2기도 우리를 어쩌지 못해!” 다른 한 절정이 답했다. 다들 윤구주가 제2기를 펼친 후 끝인 줄 알았는데 이때 윤구주의 분노가 섞인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팔기지 어검술 열리거라!” “팔기지 부자결 열리거라!” 봉왕팔기! 제1기: 뇌왕인
부적이 하늘로 솟아오르자 찬란한 금빛 광채가 사방으로 번쩍이며 검은 옷을 입은 절정 고수의 몸을 꿰뚫었다. 순식간에 절정 고수의 몸은 산산조각이 났고 부적의 위력에 의해 완전히 멸망하고 말았다.육기를 전부 펼친 윤구주는 신마와 같은 위용을 드러냈다.하늘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그의 주위에는 술현지가 보호하고 있었고 금술 천주검은 뇌왕인의 천둥을 실어 우르릉 쾅쾅 내리쳤다.수련이 얕은 1중천, 2중천의 절정들은 도저히 저항할 수 없었다.우르릉 쾅쾅.계속되는 파멸 속에서 또다시 수명의 절정 고수들이 그 자리에서 비참히 목숨을 잃었다.“빌어먹을! 이것이 바로 팔기지의 진정한 위력이란 말인가?”“모두 조심하라!”뒤에 다섯 개의 허상 산봉우리를 지닌 주씨 가문의 선조가 휠체어에 앉아 놀란 얼굴로 외쳤다.그도 그럴 것이 그해 그의 두 다리는 윤구주의 천주 금술에 의해 한칼에 잘려나갔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윤구주의 팔기지의 강력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두 손을 들자 하늘에 떠 있던 거대한 나침반이 빛을 발하더니 보호막이 되어 그의 몸을 감쌌다.윤구주가 육기를 전부 펼치는 순간, 전장 백 길 밖에 있던 남궁서준의 눈에서는 전에 없던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는 온몸에 검기를 내뿜으며 흥분으로 가득 찬 얼굴로 하늘 위에 서 있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저하께서는 10개국 간의 전쟁 이후 처음으로 육기를 연달아 펼치셨어! 대박!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힘이야!”정태웅이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곁에 있던 천현수와 민규현 그리고 금위군의 통령 염수천 또한 눈을 크게 뜬 채 하늘 위에서 온몸에 백색 광채를 발하는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이것이 바로 천하무적이라 불리는 구주왕인가? 혼자서 오십여 명의 세가 절정을 상대할 수 있다니!”다른 한편에서는 배씨 가문의 세자 배도찬이 놀람과 경외로 가득 찬 눈으로 윤구주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구주왕의 위엄은 이젠 세가 조상급 절정 강자를 넘어선 것 같아요! 일대일로 싸
“무슨 말씀이죠?”이홍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주도를 바라보며 물었다.손에 술 호리병을 든 주도는 꿀꺽꿀꺽 목 안으로 몇 모금의 독한 술을 들이켠 후에야 고개를 들어 이홍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내 말은 공주 전하, 저 변태 같은 녀석이 이번에는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뭐라고?’“위험하다고요?”이 말을 듣는 순간, 이홍연의 가녀린 몸이 크게 흔들렸다.“그렇습니다! 아래를 보세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절정의 싸움이거든요. 백 년 전 곤륜 구역에서 유명전을 대대적으로 도륙했던 그 싸움 이후로 나도 이런 전투는 처음 봅니다! 게다가 이번 싸움은 그때보다도 더 잔혹해요!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한 사람을 상대하고 있으니까!”주도는 탄식하듯 말했다.이 말을 듣고 이홍연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그녀는 애달픈 눈빛으로 아래쪽의 치열한 전투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말했다.“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요... 구주 그 자식은 위험할 리가 없어요! 저렇게 강하고 무적인데 어떻게 위험할 수 있겠어요?”이홍연의 말에 주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저 녀석이 강하고 무적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공주 전하께서도 아셔야 합니다. 저 아래 있는 세가의 절정 고수들은 하나같이 한 시대를 지배할 정도의 조상급 인물들이란 걸 말입니다.”그제야 이홍연은 침묵에 빠졌다.주도가 말을 이었다.“솔직히 말해 저 노마들이 다시 나타날 줄은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오늘 그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저 녀석을 죽이기 위함이지요! 이번 싸움은 아마도...”“어쩌면 좋지? 어떻게 해야 하죠? 어서 말해줘요!”이홍연이 갑자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지금 이 전장에서는 내가 나선다 해도 막을 수 없을 겁니다!”주도가 솔직하게 말했다.비록 그도 이 전장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상대는 절정의 고수 50여 명이었다. 설사 그가 이미 후삼품의 칠살지문에 올랐다 해도 그들의 협공을 막기는 힘들 것이다.이 말에 이홍연은 온몸이 굳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내가 어찌 그가 다치는 걸 눈 뜨고 보고만 있겠어요? 어찌 저 많은 노마들이 그를 포위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단 말이에요?”이홍연은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주도는 아래쪽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내려다보고는 말했다.“공주 전하, 일단은 안심하십시오! 만일 전세가 정말 통제 불능에 빠지게 된다면 이 늙은이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주 녀석을 반드시 지켜낼 겁니다!”주도의 이 말을 듣고서야 이홍연은 간신히 감정을 억눌렀다.그러나 눈망울 속에서 눈물은 여전히 뚝뚝 떨어져 내렸다....모두가 노룡산에서 벌어지는 세상을 뒤흔드는 전투에 집중하고 있을 때, 노룡산 근처의 또 다른 산봉우리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형님! 아직도 나서지 않을 겁니까? 저 빌어먹을 놈들이 감히 6년 전의 세가 잔당들을 전부 모아 우리 조카를 상대하다니! 제길! 이건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 거잖아요!”분노에 찬 외침을 내지른 이는 바로 윤씨 일가 3대장 중 둘째인 윤창현이었다.그리고 그의 옆에는 윤씨 가문의 맏이인 윤신우와 셋째인 윤정석이 서 있었다.윤씨 일가 3대장은 모두 용과 같은 인물이었다.사실 제자백가가 노룡산을 향했을 때부터 윤신우는 이 상황을 알고 있었다!다만 그들은 줄곧 암중에서 관망하고 있었을 뿐 나서지 않았다.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이토록 많은 세가 절정 고수들이 함께 윤구주를 포위하고 있으니 윤창현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그러게요. 형님! 우리가 더 지체하면 구주는...”지금, 이 순간, 줄곧 가장 신중하던 셋째 윤정석마저도 얼굴에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러나 윤신우만은 눈빛이 불타오르듯 예리했다.그는 두 동생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여전히 태연하게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형님, 도대체 말 좀 해보라니까. 형님이 더 이상 나서지 않으면 내가 직접 조카를 도우러 갈 겁니다!”윤창현이 조급해졌다.그가 움직이려는 찰나, 윤신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전투에 우리가 끼어들 필요는 없다!
인간이 나쁜 짓을 거듭해 양심을 잃으면 부끄러움도 사라진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윤구주를 따라 명예심이 생기면서 죄책감도 느끼게 된 청해에게 이 원한의 전법은 고통스럽기만 했다. 물론 곤륜역 한 신전의 부전주로서 정신이 붕괴할 정도는 아니었다.네 사람은 이 원한의 전법도 가볍게 넘어섰다.이때 전법에 관심을 가졌던 임정설이 무언가를 눈치챘다.“구주야, 서요산의 전법은 우연히 들어온 자를 쫓아내는 동시에 수련자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었어. 서요산은 의지력이 확고한 자들만 끌어들인다는 것을 미리 들어 알고 있다. 이게 바로 서요산이 제자를 선발하는 방식인가 보구나.”“그렇습니다. 매년 화진 무도계 사람들이 서요산에 찾아오지만 성공한 자는 극히 드뭅니다. 실패자들 중 십중팔구는 산기슭에서 죽음을 맞이하죠. 어떤 문턱은 넘지 않는 것이 복이 될 때가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약이죠. 현실을 알고도 바꾸지 못하는 것이 가장 괴로운 법이니까요. 이 관문을 넘는다고 해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입니다.”윤구주의 말이 끝나자 세 번째 전법이 나타났다.첫 번째와 두 번째 전법은 이곳에 들어온 이들을 돌려보내려고 만든 것이지만 세 번째 전법은 달랐다. 이 전법은 살기로 가득 찬 죽음의 전법이었다.평범한 사람들은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이곳까지 온 자들도 앞길의 위험을 보고 함부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죽음의 길을 보고도 들어가는 자는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 자라서 그런 자들에게 죽음을 내리는 것은 오히려 덕을 쌓는 일이었다.하지만 무도로 도를 깨우치려는 수련자라면 이 관문을 넘기 위해 반드시 목숨을 걸어야 한다. 버텨내야만 수도의 길에 들 수 있고 실패하면 그 후과를 받아들여야 한다.전법 안은 살기로 가득했다. 생기와 영기가 세상을 이롭게 하지 못할지라도 살기와 죽음의 기운은 목숨을 앗아갈 것이 분명했다.진법 내부에는 수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무도계에 이름을 날렸던 강자들의 유해
네 사람은 비석을 지나자마자 환각의 전법에 부딪혔다. 이 전법은 우연히 들어오거나 경고를 무시한 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결국 서요산 밖으로 나가게 만드는 것이었다.의지력으로 환각의 전법을 통과하면 다음 전법이 기다리고 있었다.당연히 네 사람에게 환각의 전법은 통하지 않았다. 윤구주와 임정설은 물론, 백호와 청해도 곤륜에서 강자로 존경받는 존재들이었다.다음은 섭혼 전법이었다.전법에 들어가기 전부터 하늘을 찌를듯한 원한의 기운이 밀려왔다.그 기운을 느낀 임정설이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수년간 왕궁에서 비술을 연구해서 알아본 건데. 이곳은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진 거야. 반경 수천 리 이내의 원한의 기운이 모두 이곳에 모여있어. 내 치하에서도 억울하게 죽은 자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그걸 내가 몰랐다니.”그는 깊은 자책에 빠졌다.“국주님, 인간이 있는 곳에는 분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근대에 들어 큰 전쟁은 사라졌지만 소규모 충돌은 끊이지 않았죠.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게다가 이곳에 모여진 원한의 기운은 억울한 죽음뿐만 아니라 극형을 받은 흉악범들의 원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은 죽어도 사라지지 않죠. 사랑 때문에 미워하고, 미움 때문에 미쳐버리는 것이 바로 인간입니다.”윤구주의 말을 듣고 임정설이 한마디 물었다.“구주야, 너는 문아름을 미워하지 않느냐?”문아름의 이름을 들은 윤구주의 눈에서 짙은 살기가 번뜩였다.“당연히 미워하죠. 저 윤구주는 순수하게 사랑하고 미워하는 인간입니다. 사랑은 사랑, 증오는 증오에요. 그녀를 위해 변명 같은 건 하지 않겠습니다. 문아름이 저를 배신했으니 저에게 당연히 미워할 권리가 있죠. 하지만 문아름을 사랑한 걸 후회하지는 않아요. 문아름이 제게 사랑이 무엇인지, 인심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었으니깐요. 가려는 길이 다르면 미래를 함께할 수 없죠. 저희는 처음부터 다른 길을 걸었어요. 저희의 만남 자체가 잘못이었지만 문아름이 저를 구주왕으로 만든 것도 사실이죠. 그리고 제가 문아름을
“저하와 생사를 함께할 수 있다니. 그건 제 영광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만약 전하와 제가 정말로 서요산에서 죽게 되면 청룡이 돌아온다 해도 성수가 한자리 비게 되는 건데 그분을 어떻게 소환하시렵니까?”백호가 의혹이 담긴 표정으로 물었다.윤구주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그걸 설명하려면 너를 실험체로 삶고 실험을 진행할 때부터 얘기해야 해. 정확히 말하면 청룡, 현모, 주작의 몸속에는 네 피가 흐르고 있어. 네가 성수의 피를 융합한 첫 번째 수련자야. 예로부터 지금까지 오직 너만이 진정한 융합에 성공했지. 네 피를 빌려 그들에게 성수의 정수를 주입했던 거야.”“백호, 내가 너를 이렇게 만든 거다. 네가 이런 괴물 같은 모습이 된 건 전부 내 탓이야. 그러니 나를 원망해도 좋아.”백호는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어떻게 저하를 원망하겠습니까? 게다가 당시 저하께서는 제 목숨을 구하려고 그러신 거였잖아요. 제가 고마워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로 융합에 성공한 수련자는 제가 아닐건데요? 저하께서도 성수의 피를 다루시지 않았습니까?”그 말을 들은 윤구주가 고개를 저었다.“아니. 달라. 그건 그냥 성수의 피를 통제하는 것 뿐이야. 진짜 융합했으면 나도 네 꼴이 됐을 거야.”백호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됐다. 옛날얘기는 그만하고 얼른 서요산으로 떠날 준비나 해.”며칠 후, 윤구주는 임정설 국주, 청해, 백호와 함께 서요산으로 향했다.비 오는 밤, 연기를 뿜는 수송기가 짙은 구름을 뚫고 산을 향해 돌진했다.비행기가 산에 충돌하기 직전, 수많은 바람의 부적이 나타나 비행기를 강제로 선회시켜 간신히 산기슭에 착륙했다.비행기가 막 착륙하자 비행기 문이 누군가의 주먹 한 방에 박살 났다. 멀미로 비틀거리던 청해가 나오더니 몸을 움츠린 채 구토를 멈추지 못했다. 뒤이어 내린 임정설도 배를 움켜쥐며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억지로 참는 모습이었다.그들과 달리 윤구주는 멀쩡한 상태로 내려와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백호의 질문에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네가 진짜라 믿는다면 그것은 진짜야. 초심을 잃지 않아야 길이 열리는 법이지.”이 말은 백호에게만이 아닌 자신에게도 하는 것이었다.서울의 위기는 해결되었지만 윤구주는 이 모든 것이 문씨 가문의 그 여자의 계획 중 하나임을 알고 있었다.“국주님, 이제 서요산으로 갈 때입니다.”그가 임정설을 바라보며 말했다.“서요산을 지키려는 거니? 마인이 나타날 거란 말이야?”임정설이 눈살을 찌푸렸다. 진요탑 아래에는 천년 동안 갇힌 수많은 마인들이 있었다.“맞아요. 서요산의 지맥 영기가 거의 고갈되었습니다. 만약 진요탑이 무너지면 큰 재앙이 찾아올 것입니다.”윤구주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요탑이 붕괴하여 마인들이 쏟아져 나오면 윤구주라도 그들을 처리하기 힘들 것이다.“좋아. 내가 같이 가주마. 이 늦은 재앙은 언젠가 닥칠 운명이니 우리가 짊어져야 해. 지금의 희생은 후손들을 위한 것이야.”임정설의 눈빛이 강철처럼 단단해졌다. 화진을 위해, 백성들을 위해 그는 언제든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었다.윤구주는 현모에게 연락을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뭐라고요? 저하께서 서요산으로 가신다고요? 그렇다면 저희도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현모와 주작의 목소리에서 초조함이 느껴졌다. 특히 주작은 서요산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천년 동안 축적된 재앙을 겨우 수십 년 수련한 윤구주 혼자서 떠맡기엔 버거웠다.“괜찮아. 너희에게는 따로 시킬 일이 있어. 내가 서요산에 있는 동안 너희는 국경을 지켜줘. 청룡의 행방은 잠시 접어두고 내가 시킨 일에 몰두해. 난 문아름을 그 여자를 잘 알고 있어. 문아름은 일이 내 뜻대로 되게 놔두지 않을 거야.”“추가로 부탁이 있는데 만약 내가 전사한다면 그때쯤 청룡이 모습을 드러낼 거야. 청룡을 불러내는 게 복인지 화인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그 상황이 오면 너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거야. 문아름이 결정을 내리겠지. 그러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둬.”유언을 남기는 듯한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