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렸다. “세가라고 자칭하는 놈들이 이런 짓을 벌이다니.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지? 사람 모아서 형님을 죽이려고 해? 제길! 오늘 소생이 맹세할게. 내가 오늘 너희들 다 죽인 후에 공씨 가문 사람들을 불러 너희 조상 18대의 무덤을 다 파헤치도록 할 거야.” “저하를 보호하라!” 염수천,민규현, 정태웅, 천현수 모두 앞으로 나와 경계 태세를 취하였다! 이때 윤구주가 갑자기 말하였다. “너희들은 물러서거라! 오늘 나 혼자서 저들을 모두 처리하겠다.” “네? 저하?” 염수천은 윤구주가 혼자서 이 많은 세가 절정을 상대하겠다는 말에 멈칫하였다. “내 말에 따르거라! 모두 물러서!” 윤구주는 다시 한번 패기 가득한 어투로 말하였다. “모두 형님 말에 따르도록 해! 형님이 혼자서 해치우겠다고 하시니 우린 그저 앉아서 좋은 구경할 준비나 하면 되!” 공수이는 그 누구보다도 윤구주의 진짜 실력을 알고 있다! 그러니 그는 윤구주가 걱정되지 않았다! 당시 곤륜산에서 싸울 당시 상황이 지금보다 몇십 배는 더 엄중하였으나 윤구주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은 걱정할 필요 없다. 그들은 공수이의 걱정되지 않는 듯한 표정을 보고서야 지시대로 뒤로 물러났다. “하하하!” “역시 천하무적의 인왕 다워. 배짱 하나는 여전히 대단해!” “혼자서 5, 60명의 절정을 상대하겠다는 거야?” 얼굴에 흉터를 지닌 장영록이 비웃으며 말했다. “인왕 풍채가 남다르니 그저 탄복할 따름이야! 하지만 세가를 억압하고 우리 사람을 죽인 죄로 오늘 반드시 목숨값을 치러야 할 것이야!” 외팔의 채씨 노파가 말하는 와중에 검붉은색의 절정 기운이 그녀의 온몸에서 슴베였나 왔다.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저놈부터 먼저 죽이자! 6년 전의 원한을 제대로 갚아보자고!” 검은 도포로 온몸을 뒤덮은 나호봉의 사도인이 분노로 가득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두 팔을 들어 올리자 죽음의 기운이 해골로 변하여 윤구주를 향해 날아갔다. 드디
윤구주가 드디어 공격을 시작하였다. 하늘에 생겨난 커다란 구멍에서는 번쩍거리는 번개가 가득한 뢰의 연못이 있었다. 이 뢰의 연못이 하늘을 뒤덮자 검은 소용돌이 속에서 기둥처럼 굵은 번개들이 이리저리 쳐대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이건 봉왕팔기의 뇌왕인이다! 조심해!” 얼굴에 지네 같은 흉터를 지닌 장씨 가문 절정 장영록이 소리를 내었다. 6년 전, 곤륜에서 왕으로 칭할 때 윤구주는 스스로 창작해 낸 팔기지로 무도 3대 서열을 이겼다.지금 윤구주의 팔기지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모든 이가 팔기지의 무서움을 안다. 팔기지의 일부만 깨우쳐도 신급에 발을 디딜 수 있고 무도의 절정에 도달할 수 있다. 현재 윤구주의 뇌왕인의 출현과 함께 무수히 많은 천둥번개가 미친 듯이 쳐댔다. 마치 온 하늘이 천둥번개로 뒤덮인 듯 하였다. “윤구주, 네가 팔기지를 쓴다고 해서 우리가 두려워할 것 같으냐?” 다리가 잘린 주씨 가문의 절정이 새빨개진 두 눈으로 거의 절규하다시피 소리 질렀다. 그가 가슴을 툭 치자 구릿빛의 나침반이 튀어나왔다. “현문쌍사진 열리거라!” 이 주씨 가문 선조는 왕년에 윤구주가 왕으로 칭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절정 중 하나이다. 후에 그는 곤륜산 아래에서 윤구주의 검에 의해 두 다리를 잃었다! 이 6년간 윤구주를 향한 원한은 나날이 깊어져갔다! 이젠 복수를 할 때다. 그 나침반이 허공에 떠오르는 순간 절정의 산그림자가 그의 뒤에서 아른아른 비쳤다! 절정중에서 전삼중천은 하등급이다! 전삼중천의 경지를 뛰어넘으면 비로소 절정을 현상할 수 있다! 지금 주씨 가문 선조 뒤에 나타난 우뚝 솟은 5개의 산그림자는 그가 오악 절정임을 알리는 상징이다. 고동으로 만들어진 그 나침반은 허공에서 신속히 커지기 시작하여 3층 건물 높이만큼 커졌다.나침반 속 괴이한 주술 문양이 반짝거렸다. “변!” 주술이 반짝일 때 오악 절정인 주형권이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치자 무수한 주술이 순식간에 두 마리의 커다란 이무기로 변하였다.
그의 긴 머리가 바람에 흩날리었다. 공중에 서 있는 윤구주는 그 자태가 꽤 늠름하였다. 머리 위로는 번쩍이는 번개였고 발아래는 망망한 산악이었다.그는 날카로운 눈길로 아래를 바라보았다. 천지의 원기가 사면팔방으로부터 그의 몸에 흡수되었다. “수이야, 모두 데리고 물러가거라.” “내 오늘 이 하늘을 피로 물들이고 땅바닥을 갈라지게 하여, 이곳을 인간 지옥으로 만들 참이다!” 살기가 역력한 말에 곤륜 출신인 꼬마의 표정이 처음으로 진중해졌다. “망했어!” “형님이 진짜로 화났어!” “다들 뒤로 물러서... 얼른... 좀 이따 형님이 그 술법을 펼치기 전에!” 공수이는 황급히 모두에게 일렀다. 민규현, 남궁서준, 정태웅, 천현수 이들은 그저 윤구주가 대단하다고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로 대단한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공수이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그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 났다. “아 진짜, 멍때리지 말고! 나 지금 엄청 진지해!” 모두가 멍하니 가만히 서있자 공수이가 얼른 한마디 더 보탰다. 그들은 공수이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이 안 되었으나 그의 말대로 얼른 뒤로 후퇴하였다. “세자님, 우린 어떡하죠?” 이때 계속 중립을 유지하던 배씨 가문 절정이 저 모습을 보고 배도찬한테 물었다. 배도찬은 안색이 안 좋았다. 그는 공중에 서 있는 윤구주를 본 뒤 십여 명의 세가 잔당 절정도 힐끗 보았다.“우리도 후퇴해요!” “인왕이 이기든 세가 잔당들이 이기든, 우린 이 싸움에 끼어들 필요가 없어요!” 배씨 가문 절정은 이 말을 듣고 인츰 머리를 돌려 배씨 가문 성원들한테 말했다. “모든 이들은 내 명을 따르거라. 속히 후퇴하라!” 배씨 가문 성원들 모두 이 전장에서 빠져나간 뒤, 반씨 가문 성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몸집이 우람진 반씨 가문 절정 노인이 큰 소리로 외쳤다. “반씨 가문 모든 성원은 후퇴하라!” 얼마 안 가 배씨 가문, 반씨 가문, 공수이 및 기타 사람들 모두 전장의 백 리 밖으
이 4대 오악 절정과 함께 주위의 절정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이 순간, 노룡산 산꼭대기는 완전히 절정들의 전장으로 전락하였다. 무수히 많은 살기를 품은 절정 기운이 윤구주를 향해 날아갔다. 윤구주는 고고한 기품을 풍기며 홀로 수많은 절정을 상대하였다. “펑!”모든 이들의 회심의 일격에 윤구주 머리 위 뢰의 연못이 강하게 진동하였다. 뇌왕인이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건가? 필경 이건 절정들의 싸움이니, 팔기지의 뇌왕인 하나로 그들의 공격을 다 막아내긴 불가능했다.“하하하... 윤구주!” “네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우리 모든 절정의 공격을 막아내긴 힘들 거다!” “오늘 이후 네 구주왕의 칭호는 화진에서 지워질 것이야!” 장영록은 기운으로 검을 만들어내 뢰의 연못을 향해 찔렀다.뢰의 연못은 다시 한번 거세게 진동하면서 마치 곧 부서질 듯 하였다. 윤구주의 뇌왕인이 버티지 못하고 곧 갈라질 거라 여기던 찰나, 윤구주의 눈동자는 금빛 화염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차갑게 아래를 바라보며 온기 하나 없는 말투로 말했다. “너희는 나한테 진정으로 굴복하지 않지? 그러면 오늘 너희를 죽이는 것으로 굴복시켜 줄게!” “팔기지 천주금술 열리거라!” 곧이어 연구주는 팔기지의 제2기를 펼쳤다. 윤구주가 검결을 펼치자 무수히 많은 청색 현기가 윤구주의 몸 안에서 나왔다. 이 현기들은 곧 999개의 작은 검으로 응결되었다. 곧이어 이 999개의 청색의 작은 검들은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검으로 변하였다. 이게 바로 천주금술이었다.“윤구주가 팔기지의 제2기를 펼쳤어!” 세가 잔당 중 한 절정이 그 거대한 검을 보며 소리쳤다. “겁먹지 마!” “팔기지가 강하다 한들 우리가 같이 공격한다면 제2기도 우리를 어쩌지 못해!” 다른 한 절정이 답했다. 다들 윤구주가 제2기를 펼친 후 끝인 줄 알았는데 이때 윤구주의 분노가 섞인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팔기지 어검술 열리거라!” “팔기지 부자결 열리거라!” 봉왕팔기! 제1기: 뇌왕인
부적이 하늘로 솟아오르자 찬란한 금빛 광채가 사방으로 번쩍이며 검은 옷을 입은 절정 고수의 몸을 꿰뚫었다. 순식간에 절정 고수의 몸은 산산조각이 났고 부적의 위력에 의해 완전히 멸망하고 말았다.육기를 전부 펼친 윤구주는 신마와 같은 위용을 드러냈다.하늘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그의 주위에는 술현지가 보호하고 있었고 금술 천주검은 뇌왕인의 천둥을 실어 우르릉 쾅쾅 내리쳤다.수련이 얕은 1중천, 2중천의 절정들은 도저히 저항할 수 없었다.우르릉 쾅쾅.계속되는 파멸 속에서 또다시 수명의 절정 고수들이 그 자리에서 비참히 목숨을 잃었다.“빌어먹을! 이것이 바로 팔기지의 진정한 위력이란 말인가?”“모두 조심하라!”뒤에 다섯 개의 허상 산봉우리를 지닌 주씨 가문의 선조가 휠체어에 앉아 놀란 얼굴로 외쳤다.그도 그럴 것이 그해 그의 두 다리는 윤구주의 천주 금술에 의해 한칼에 잘려나갔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윤구주의 팔기지의 강력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두 손을 들자 하늘에 떠 있던 거대한 나침반이 빛을 발하더니 보호막이 되어 그의 몸을 감쌌다.윤구주가 육기를 전부 펼치는 순간, 전장 백 길 밖에 있던 남궁서준의 눈에서는 전에 없던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는 온몸에 검기를 내뿜으며 흥분으로 가득 찬 얼굴로 하늘 위에 서 있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저하께서는 10개국 간의 전쟁 이후 처음으로 육기를 연달아 펼치셨어! 대박!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힘이야!”정태웅이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곁에 있던 천현수와 민규현 그리고 금위군의 통령 염수천 또한 눈을 크게 뜬 채 하늘 위에서 온몸에 백색 광채를 발하는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이것이 바로 천하무적이라 불리는 구주왕인가? 혼자서 오십여 명의 세가 절정을 상대할 수 있다니!”다른 한편에서는 배씨 가문의 세자 배도찬이 놀람과 경외로 가득 찬 눈으로 윤구주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구주왕의 위엄은 이젠 세가 조상급 절정 강자를 넘어선 것 같아요! 일대일로 싸
“무슨 말씀이죠?”이홍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주도를 바라보며 물었다.손에 술 호리병을 든 주도는 꿀꺽꿀꺽 목 안으로 몇 모금의 독한 술을 들이켠 후에야 고개를 들어 이홍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내 말은 공주 전하, 저 변태 같은 녀석이 이번에는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뭐라고?’“위험하다고요?”이 말을 듣는 순간, 이홍연의 가녀린 몸이 크게 흔들렸다.“그렇습니다! 아래를 보세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절정의 싸움이거든요. 백 년 전 곤륜 구역에서 유명전을 대대적으로 도륙했던 그 싸움 이후로 나도 이런 전투는 처음 봅니다! 게다가 이번 싸움은 그때보다도 더 잔혹해요!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한 사람을 상대하고 있으니까!”주도는 탄식하듯 말했다.이 말을 듣고 이홍연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그녀는 애달픈 눈빛으로 아래쪽의 치열한 전투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말했다.“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요... 구주 그 자식은 위험할 리가 없어요! 저렇게 강하고 무적인데 어떻게 위험할 수 있겠어요?”이홍연의 말에 주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저 녀석이 강하고 무적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공주 전하께서도 아셔야 합니다. 저 아래 있는 세가의 절정 고수들은 하나같이 한 시대를 지배할 정도의 조상급 인물들이란 걸 말입니다.”그제야 이홍연은 침묵에 빠졌다.주도가 말을 이었다.“솔직히 말해 저 노마들이 다시 나타날 줄은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오늘 그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저 녀석을 죽이기 위함이지요! 이번 싸움은 아마도...”“어쩌면 좋지? 어떻게 해야 하죠? 어서 말해줘요!”이홍연이 갑자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지금 이 전장에서는 내가 나선다 해도 막을 수 없을 겁니다!”주도가 솔직하게 말했다.비록 그도 이 전장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상대는 절정의 고수 50여 명이었다. 설사 그가 이미 후삼품의 칠살지문에 올랐다 해도 그들의 협공을 막기는 힘들 것이다.이 말에 이홍연은 온몸이 굳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내가 어찌 그가 다치는 걸 눈 뜨고 보고만 있겠어요? 어찌 저 많은 노마들이 그를 포위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단 말이에요?”이홍연은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주도는 아래쪽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내려다보고는 말했다.“공주 전하, 일단은 안심하십시오! 만일 전세가 정말 통제 불능에 빠지게 된다면 이 늙은이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주 녀석을 반드시 지켜낼 겁니다!”주도의 이 말을 듣고서야 이홍연은 간신히 감정을 억눌렀다.그러나 눈망울 속에서 눈물은 여전히 뚝뚝 떨어져 내렸다....모두가 노룡산에서 벌어지는 세상을 뒤흔드는 전투에 집중하고 있을 때, 노룡산 근처의 또 다른 산봉우리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형님! 아직도 나서지 않을 겁니까? 저 빌어먹을 놈들이 감히 6년 전의 세가 잔당들을 전부 모아 우리 조카를 상대하다니! 제길! 이건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 거잖아요!”분노에 찬 외침을 내지른 이는 바로 윤씨 일가 3대장 중 둘째인 윤창현이었다.그리고 그의 옆에는 윤씨 가문의 맏이인 윤신우와 셋째인 윤정석이 서 있었다.윤씨 일가 3대장은 모두 용과 같은 인물이었다.사실 제자백가가 노룡산을 향했을 때부터 윤신우는 이 상황을 알고 있었다!다만 그들은 줄곧 암중에서 관망하고 있었을 뿐 나서지 않았다.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이토록 많은 세가 절정 고수들이 함께 윤구주를 포위하고 있으니 윤창현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그러게요. 형님! 우리가 더 지체하면 구주는...”지금, 이 순간, 줄곧 가장 신중하던 셋째 윤정석마저도 얼굴에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러나 윤신우만은 눈빛이 불타오르듯 예리했다.그는 두 동생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여전히 태연하게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형님, 도대체 말 좀 해보라니까. 형님이 더 이상 나서지 않으면 내가 직접 조카를 도우러 갈 겁니다!”윤창현이 조급해졌다.그가 움직이려는 찰나, 윤신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전투에 우리가 끼어들 필요는 없다!
“저쪽?”윤창현과 윤정석은 동시에 윤신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저 멀리 울창한 숲속에는 온통 뽀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그러나 그 안개 속에서 윤창현과 윤정석은 어떠한 적의 기운도 느낄 수 없었다.이런 상황에 두 사람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형님, 저쪽에 정말 적이 있다는 거예요?”윤창현이 의아하게 물었다.그러나 대답 대신 윤신우의 눈 속에 서린 살기는 점점 더 짙어져 갔다.“따라오면 곧 알게 될 거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윤신우는 하늘로 솟구쳐 밀림 속으로 날아가 버렸다.윤신우가 멀리 사라지는 걸 보자 윤창현과 윤정석도 지체 않고 그 뒤를 따랐다.뽀얀 밀림 속은 사방이 안개로 덮여 있었다.이치대로라면 지금은 정오이고 막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이기에 이런 날씨에 짙은 안개가 낄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하얀 안개는 실제 안개가 아니라 구름처럼 보이는 일종의 환술이었다.윤신우는 숲속에 도착하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겨우 이런 눈속임으로 나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그는 오른팔 소매를 휘둘렀다.눈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기운이 일순간 태풍처럼 눈앞의 자욱한 안개를 휩쓸어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안개는 바람에 흩날리는 조각구름처럼 완전히 흩어져버렸다.곧이어 세 사람의 눈앞에 드러난 것은 황량하게 펼쳐진 거친 들판이었다.이곳은 죽음과도 같은 적막함이 감돌았다.주변의 나무들은 모두 말라 죽었고 땅마저 검붉게 물들어 마치 생명의 기운이 전혀 없는 저주받은 땅인 것처럼 보였다.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이 공간을 둘러보며 윤창현은 그자들이 어디 있는지 물으려 했다.하지만 윤창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윤신우가 먼저 큰 목소리로 외쳤다.“여러분, 아직도 숨어있을 겁니까?”윤신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음산한 웃음소리가 이 죽은 듯한 숲속에서 울려 퍼졌다.“하하! 역시 명불허전이군! 삼십 년 전 서울에서 천하를 호령하던 최고의 절정 고수다워! 이렇게 빨리 우리 존재를 알아차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