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일 후, 노룡산 아래 작은 마을에 윤구주가 나타났다.흰옷을 입은 그의 모습은 준수하기 그지없었고 타고난 왕의 기운 때문인지 한눈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그의 옆에는 공수이, 남궁서준, 민규현, 정태웅 그리고 천현수가 있었고 용민, 재이 그리고 철영은 보이지 않았다.“저 앞이 노룡산인가요?”공수이는 눈을 반짝이며 앞의 산을 바라보며 물었다.“맞아! 저 산에는 영기가 서려 있어. 저 산속에 천년 된 우물이 있는데 그 속에 용을 가뒀다는 전설이 있어. 그래서 노룡산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거야.”민규현이 설명했다.“크, 꽤 멋지군요.”“형님, 마씨 가문의 개자식들이 여기서 형님을 덮칠 계획인 거죠?”공수이는 윤구주를 돌아보며 물었다.윤구주는 경멸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제길, 오늘 내가 마 씨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내 이름은 공수이가 아니야!”공수이가 욕설을 퍼붓자 정태웅도 한마디 거들었다.“공수이 말이 맞아! 감히 우리 저하를 건드리다니 삼족을 멸해야 해! 아니지. 구족까지 싸그리 멸해야 해!”둘의 말에 윤구주는 대꾸하지 않고 그냥 앞으로 걸어갔다.마을은 활기가 넘쳤고 사람들로 북적였다.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윤구주는 수많은 무사의 기운이 평범한 시민들 사이에 숨어 있는 것을 감지했다.그리고 몇몇 기운은 마을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를 쫓고 있었다.하지만 윤구주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길을 걸었다.앞쪽 조용한 골목에 도착했을 때, 꼬맹이 남궁서준이 갑자기 외쳤다.“나와라!”외침과 동시에 날카로운 백색 검기가 뒤쪽으로 순식간에 날아갔다.뒤를 따르던 두 사람은 그 끔찍한 검기의 기운을 느끼자마자 얼굴이 일그러졌고 급히 몸을 피했다.칙!백색 검기는 벽에 한길 남짓한 검흔을 남겼고 두 사람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죽다 살아난 듯한 표정이었다.“감히 우리 형을 따라오다니? 죽고 싶은 거냐!”남궁서준은 살기를 드러내며 두 사람을 죽이려 했다.“살려주십시오! 우리는 황성의 금위군입니다!”그중 한 남자가 급히 말했다.
“그렇습니다!”“그럼 너희 통령 이름이 뭐지?”윤구주가 물었다.“저희 통령 이름은 염수천입니다!”장서훈이 대답했다.윤구주는 익숙한 이름을 듣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 녀석이 언제 금위군 통령이 되었지?”황성 금위군은 화진에서 특별한 부대였다.그들은 군부나 조정에 속하지 않고 오직 국주의 명령만을 따랐다.그래서 염수천이 금위군 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에 윤구주는 조금 의아했다.“그를 만나러 가자.”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이 말을 듣고 장서훈은 잠시 멍해졌다. 그는 놀란 얼굴로 윤구주를 쳐다보며 말했다.“우리 통령님을 만나시겠다고요?”“그래!”“대체 누구시길래, 우리 통령님을 만나려고 하십니까?”장서훈이 궁금해하며 물었다.“그건 네가 알 필요 없다. 만나면 알게 될 것이다!”윤구주가 말했다.장서훈은 윤구주의 남다른 기풍을 보고 본능적으로 몸이 떨렸다.그리고 얼떨결에 말했다.“알겠습니다!”그렇게 해서 장서훈의 인도로 윤구주 일행은 염수천을 만나러 갔다.현재 금위군 통령인 염수천의 지위는 매우 높았다.황성에서는 국주를 제외하고 육도진도 그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장서훈은 윤구주 일행을 은밀한 집으로 데려갔다.그 집 주위에는 금위군 경비병들이 서 있었으나, 모두 사복 차림이었다.장서훈이 윤구주 일행을 데리고 나타나자 선두에 있던 강렬한 기운을 풍기는 금위군 대장이 곧바로 말했다.“장서훈, 너 임무 수행 중이 아니었느냐? 어떻게 다시 돌아온 거야? 그리고 이 사람들은 누구지?”그 대장은 윤구주 일행을 차가운 눈빛으로 가리키며 물었다.“대장님, 이분들은 염 통령님을 뵈러 오신 분들입니다.”장서훈이 대답했다.그 말을 듣고 대장은 얼굴이 굳어지며 매섭게 말했다.“장서훈, 너 제정신이냐? 염 통령님이 얼마나 바쁘신데 아무나 만나 주신다고 생각해?”“대장님, 이분들이 염 통령님을 아시는 것 같습니다.”장서훈이 다시 말했다.“안다고? 이 사람들이?”대장이 말을 끝내자마자 천현수가 나섰다.“빌어먹
민규현이 말을 하자 문가에 서 있던 염수천은 몸을 움찔하더니 민규현을 바라보았다.“어? 규현아? 이게 무슨 일이야? 여기서 다 보다니!”민규현을 보자마자 염수천은 순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흥! 내가 여기 있는 게 뭐가 그렇게 놀라운 일이냐? 한번 내 옆에 있는 분을 봐봐라.”민규현이 말하면서 몸을 옆으로 비키자 윤구주의 당당한 모습이 염수천의 눈에 들어왔다.윤구주를 보는 순간, 염수천은 완전히 굳어버렸다.“저하...”그는 놀라운 표정으로 한마디를 내뱉고는 거대한 몸을 떨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이 금위군 통령은 주변의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릎을 꿇었다.“통령님, 왜 이러십니까?”주변의 금위군 병사들은 염수천이 갑자기 윤구주 앞에서 무릎을 꿇자 모두 놀라서 어리둥절해졌다.염수천은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눈가가 붉어졌고 부하들의 존재는 잊은 듯 오직 윤구주만 바라보며 말했다.“저하!!! 드디어 뵙습니다!”무릎 꿇고 있는 염수천을 보며 윤구주는 담담하게 말했다.“아직도 날 기억하고 있었구나.”“저하! 뼈가 부서지고 몸이 가루가 되더라도 저는 저하를 잊을 수 없습니다!”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염수천이 소리쳤다.이 광경에 주위에 있던 금위군 병사들은 모두 얼어붙었다.특히 장서훈은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으로 눈앞의 염수천을 바라보다가 다시 윤구주를 쳐다보았다.저하?세상에! 설마 이 남자가 소문으로만 듣던 구주왕인 건가?이 생각이 들자마자 장서훈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폭발해버린 듯한 충격을 받았다.“저하! 드디어 뵙게 되었네요! 제가 얼마나 저하를 그리워했는지 아십니까?”당당한 금위군 통령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윤구주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윤구주는 염수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염수천 역시 예전에 자신이 아끼던 열 명의 장수 중 하나였으니 민규현처럼 윤구주의 진정한 형제나 다름없었다.“됐다, 그만 울어라! 너도 이제는 금위군 30만을 이끄는 통령인데 여기서 울고불고하는 게 말이 되느냐? 어서 일어나!”윤구
염수천은 윤구주와 일행을 방으로 들어오게 한 후, 정중하게 의자를 윤구주 앞에 옮겼다.“저하! 앉으시지요!”윤구주는 망설임 없이 그 의자에 앉았다.“수천아, 넌 언제부터 금위군 통령이 됐냐? 너 원래 국방부에 있지 않았어?”가장 먼저 정태웅이 물었다.염수천은 원래 윤구주 휘하의 열 명의 장군 중 하나였다.그런데 갑자기 금위군 통령이 되었다니 이는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었다.윤구주조차도 흥미를 느끼며 염수천을 바라보았다.“사실은 말이지. 국주가 날 그쪽으로 발령 낸 거야.”염수천이 대답했다.“국주라고?”정태웅이 약간 놀란 듯 되물었다.“그래!”그 후 염수천은 모든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사실은 이랬다.문아름이 새로운 왕이 된 이후 그녀는 국방부를 장악하고 과거에 윤구주에게 충성했던 장군들을 하나하나 제거하기 시작했다.살해된 자도 많았고 암살당한 자도 있었다.심지어 염수천도 그중 하나였다.윤구주가 사고를 당하자마자 그는 바로 감옥에 갇혔다.하지만 국주가 직접 명령을 내려 그를 풀어주었고 금위군 통령으로 발령해 30만 금위군을 통솔하게 했다.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정태웅은 욕설을 퍼부었다.“또 문아름 그 년이야! 빌어먹을 독사 같은 년, 우리 암부를 음해한 것도 모자라서 너희까지 암살하려 하다니!”옆에 있던 민규현이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국주가 너를 황성의 금위군으로 배치한 이유는 널 보호하기 위해서였던 거야?”“맞아!”염수천이 대답했다.“참, 저하! 이번에 전 국주의 비밀 명령을 받들어 특별히 10만 금위군을 데리고 와서 저하를 도와 노룡산을 평정하려고 왔습니다!”염수천은 서둘러 윤구주에게 진실을 털어놓았다.“10만 금위군이라고?”이 숫자를 듣자 모두 깜짝 놀랐다.“네! 저희 10만 금위군은 전부 근처 3킬로미터 밖에 주둔해 있습니다. 저하께서 명령만 내리시면 지금 바로 노룡산에 있는 세가의 잔당들을 싹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염수천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정태웅은 껄껄 웃었다.“대단하구나! 10만 금
이때 공수이가 입을 열었다.염수천은 공수이를 알지 못했다.그가 50명의 절정 고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말을 듣고 염수천은 깜짝 놀랐다.“수이 말이 맞아! 세가 놈들이 감히 저하에게 덤빈다니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지! 수천아, 그만 말하고 그냥 저하의 뜻을 따르도록 해! 제길, 세가 따위가 뭔 대수라고. 당시 곤륜에서 왕을 봉하는 해, 3대 무술 서열을 상대할 때도 저하는 안중에 없으셨는데 하물며 지금의 제자백가 따위가 뭐라고?”이때 정태웅이 말했다.염수천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저하께서 금위군을 데리고 가지 말라 하셨으니 그 말씀 따르겠어. 하지만 난 반드시 저하와 동행해야겠어!”“하하, 그건 문제없어!”“문제없다면 이제 출발하자! 제자백가 녀석들 만나보러 가야지!”그렇게 해서 윤구주는 염수천과 형제들을 데리고 노룡산으로 향했다.방을 나서자 장서훈과 몇 명의 금위군 병사들은 여전히 대기하고 있었다.염수천과 윤구주 일행이 나오자 장서훈은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았다.“장서훈, 모든 금위군에게 10킬로미터 후퇴하라고 명령해! 내 명령 없이는 그 누구도 움직이지 마라. 명령을 어기면 바로 참수다.”염수천은 말을 하면서 자신의 금위군 명령 패를 장서훈에게 건넸다.“통령님, 우리는 노룡산을 평정하러 온 게 아닙니까? 왜 갑자기 후퇴하라는 건지요???”장서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건 네가 신경 쓸 일 아니다. 명령대로만 움직여라!”염수천은 손에 든 묵직한 명령 패를 장서훈에게 넘겼다.장서훈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갔지만 두 손으로 명령 패를 받아들며 말했다.“명령에 따르겠습니다.”장서훈에게 자신의 금위군 명령 패를 넘기고 난 뒤, 염수천은 그제야 윤구주와 함께 노룡산으로 향했다.작은 마을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걸음을 옮기던 중 염수천은 갑자기 중요한 일이 생각났다.“저하! 중요한 일을 깜빡하고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앞서 걷던 윤구주가 물었다.“무슨 일이냐?”“한참 전에 황실 육 공주 전하께서도
세가 경비병이 막 입을 열어 저지하려던 순간, 염수천이 소리쳤다.“꺼져!”절정 삼중천의 경지를 가진 염수천은 윤구주의 10대 장군 중에서도 가장 성질이 고약하기로 유명했다.그리고 윤구주를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기도 했다.쾅!강력한 기운이 몰아치면서 여덟 명의 세가 경비병은 염수천의 한마디에 날아가며 피를 토하고 거의 숨이 끊어질 지경에 이르렀다.“너희... 너희들은 대체 누구냐? 감히 우리 세가 사람에게 손을 대다니!”방금 가로막던 세가 일원이 피를 토하며 물었다.세가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가 세가를 언급하자마자 염수천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빌어먹을 놈들, 너희 따위가 감히 저하의 존함을 물어!”염수천의 기세가 뿜어져 나오며 무형의 기운이 순식간에 이 여덟 명의 경비병들에게 트럭처럼 짓눌렀다.아악!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며 여덟 명의 경비병들은 즉시 죽음을 맞이했다.여덟 명의 경비병들을 모두 처치한 후에야 염수천이 말했다.“저하, 이제 산에 오르시죠!”윤구주는 죽은 자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뒷짐을 지고 노룡산을 향해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그들이 산을 오르자마자 산 아래에 몇 명의 수상한 사람들이 나타났다.우두머리로 보이는 노인의 형체는 안개처럼 흐릿했는데 온몸에서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이 노인은 바로 문 씨 세가의 문창정이었다.그의 옆에는 귀신 가면을 쓴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 남자의 기운은 너무나 막강하여 도무지 경지를 짐작할 수 없었다.“염군 나리, 윤구주 그자가 나타났습니다!”귀신 가면 남자의 뒤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말을 한 사람은 하얀 옷을 입은 남자였는데 그의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하게 핏기라고는 없었다.그의 옆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는데 그 역시 감정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이 두 사람은 바로 유명한 유명전의 흑백 무상이었고 염군이라고 불리는 귀면 남자는 유명전 네 번째 명부의 나사 염군이었다.부하의 보고를 듣고 난 뒤, 나사 염군은 두 눈에서
한쪽에 있던 세가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자마자 모두 달려왔다.그들의 얼굴에는 차가운 기색이 돌았고 그중 절반은 칼과 검을 뽑아 윤구주를 겨누었다.“이봐, 너희들 누구냐? 감히 여기서 날뛰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한 세가 일원이 매섭게 소리쳤다.하지만 윤구주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적성루만 바라보며 갑자기 크게 말했다.“제자백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냐?”그의 목소리는 천둥같이 퍼져나갔다.소리가 퍼지는 순간, 주변에 있던 세가 사람들은 모두 혈기가 솟구치는 듯했고 기운이 약한 자들은 입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이 소리가 울리자마자 적성루에서 몇몇 인물들이 날아내려 왔다.이들 중 가장 앞에 선 사람은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노인이었다.그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절정 고수의 기운은 그가 세가의 조상급 인물임을 말해주고 있었다.그 뒤를 따르는 자들 역시 모두 신급 강자들이었다.모습을 드러낸 노인은 놀란 눈으로 윤구주를 쳐다보며 말했다.“윤... 인왕!! 자네가 바로 우리 화진의 구주왕, 윤구주인가?”노인의 말이 채 끝나기 바쁘게 염수천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영감탱이가 감히 우리 저하의 존함을 들먹이다니, 죽어야 마땅하다!”염수천의 무시무시한 절정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텁석부리 노인은 겁에 질려 바로 몸을 뒤로 뺐다.“하하하! 저하의 기세가 대단하군! 적성루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세가 일원들을 베려고 하다니!”웃음소리와 함께 또 여러 명의 절정급 고수들이 적성루에서 날아 내려왔다.그중 앞장선 이는 진북 최 씨 세가의 최윤성이었다.그의 뒤에는 또 다른 세가의 절정 고수들이 여러 명 따르고 있었다.최 씨 세가 절정 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염수천은 절정의 기운을 뿜어내며 살기를 드러냈다.“화진의 철칙은 단 하나, 왕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죽어야 한다! 누가 먼저 죽고 싶은가?”염수천은 그런 세세한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에게 무례한 자는 모두 죽어야 할 대상이었다.최윤성은 그의 말을 듣고 비웃으
“무엄하다! 나는 최 씨 세가의 가주인 최윤성이다. 그런데 네까짓 놈이 나를 죽이겠다고?”최윤성이 매섭게 말했다.비록 방금 남궁서준의 어마어마한 검기에 놀란 건 사실이지만 오늘은 제자백가의 회의 날이었고 더군다나 지금 이곳 노룡산은 온통 세가의 인물들로 가득했다.그러니 최윤성이 어떻게 이런 굴욕을 그냥 당하고만 있겠는가?남궁서준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는 듯 검결을 쥐고 바로 그의 목숨을 끊으려 했다.바로 그때, 윤구주가 남궁서준을 막아섰다.남궁서준은 매섭게 최윤성을 노려보다가 윤구주의 옆으로 물러났다.“네가 최 씨 세가의 사람이냐?”윤구주는 최윤성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렇다!”최윤성이 대답했다.“좋다. 그렇다면 제자백가는 다 모였는가?”윤구주가 다시 물었다.“다 모였다면 어쩔 셈이냐? 윤구주, 잘 들어! 이제는 네 시대가 아니다. 네가 몰락한 그 순간부터 화진의 왕은 윤 씨가 아니었어. 그리고 오늘 우리 제자백가가 모인 이유는 네게 정의를 물으려 함이었다!”최윤성이 이어서 말했다.윤구주는 담담하게 눈을 들었다.“정의?”“그래! 너는 서울에서 문벌 가문들을 학살하고 여 씨, 황 씨, 당 씨 세 가문의 많은 사람을 죽인 건 물론이고 심지어 마씨 가문의 마자까지 죽였다. 설마 너 혼자 서울에서 제멋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최윤성이 날카롭게 말했다.그의 말대로 윤구주는 서울에서 많은 문벌 무인들을 죽였다.그중엔 여 씨, 황 씨, 당 씨와 같은 오랜 문벌들도 있었다.하지만 그 세 가문 중 어느 하나 죽을죄를 짓지 않은 자가 없었다.그들은 문씨 가문과 결탁해 화진의 정치를 장악하려 했고 윤구주를 없애려 했다.화진의 진국지왕이었던 윤구주가 그 세 가문을 멸망시키지 않은 것은 그들 운이 좋았던 것이다.그런데 최윤성이 이를 들먹일 줄이야.“네 말은 너희 제자백가가 그 문벌들을 대신해 나서겠다는 거냐?”윤구주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물었다.“3대 서열은 원래 한 뿌리에서 나온 것이다. 네가 문벌을 그렇게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
예전에 세나미는 윤구주가 자신의 실력을 전부 보여줬고, 그래서 설국을 이 정도로 파괴할 수 있었던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윤구주의 등 뒤에 나타난 거대한 코끼리의 형상을 본 순간 세나미는 그를 증오할 용기 또한 없었다.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윤구주가 더는 설국 사람들을 죽이지 않기를 말이다.시간은 1분 1초 흘렀다.설국의 국운은 마치 강물처럼 윤구주의 체내로 천천히 흘러들었다.같은 시각, 설국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사람 세 명이 나타났다.그 세 사람은 모두 서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금발 머리카락의 남자였다.남자는 흰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일거수일투족이 매우 우아했다.그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사악한 기운이 그를 매우 음산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그의 곁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있었다.남자는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여자는 요염하고 관능적이었다.세 사람이 나타나자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에 눈보라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그들은 모두 절정 강자였다.게다가 선두에 있는 금발의 남자는 칠살 급의 초극 준절정 강자였다.다른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역시 오악 이상의 절정 강자였다.이 순간 설국에 이 세 사람이 나타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아나스, 곧 설국이죠?”유럽 악센트가 강한 금발의 남자가 눈보라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곧 도착할 겁니다.”아나스라고 불린 건장한 남자가 대답했다.“설국이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연락해서 나서달라고 했다니, 이번에 설국이 정말로 화진을 제대로 건드렸나 봐요.”금발의 남자는 그 말을 할 때 입가에 기묘한 미소를 띠었다.“흥! 설국이 자초한 일이죠. 왜 하필 화진을 건드린 건지. 설마 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얼마나 처참히 실패했는지를 잊은 걸까요?”아나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하, 아나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비록 화진은 세계 최강의 무도 강국이지만 그럴
“정말요? 아버지,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하실 생각이세요?”이홍연은 예쁜 눈을 크게 뜨고 들뜬 얼굴로 국주를 바라보며 물었다.국주는 천천히 말했다.“6년 전 그때 난 구주를 이미 진북왕으로 책봉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종문과 세가에서 날 방해했지. 그러나 이번에 감히 날 막아서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자를 적으로 돌릴 것이다. 조정 전체를, 무도 천하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국주가 패기 넘치는 말투로 얘기하자 육도진은 흥분하며 말했다.“국주님, 대단하십니다. 국주님, 만세!”국주는 싱긋 웃더니 옆에 있는 이홍연을 바라보았다.“게다가 구주는 앞으로 우리 화진의 진국왕일 뿐만 아니라 우리 화진의 부마가 될 것이니 말이다.”부마라는 말에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화진의 여섯째 공주는 순간 목까지 붉어졌다.“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이홍연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왜? 내 말이 틀리더냐?”국주가 말했다.이홍연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전, 전, 전 구주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비록 이홍연을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꿀을 먹은 것보다도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국주는 딸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싫다고 하니 기회를 봐서 구주를 위해 다른 배필을 찾아봐 줘야겠구나. 어차피 구주는 지금 연인이 없고 우리 화진에는 여자들이 많으니 말이다.”“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구주는 제 거예요. 아무도 저에게서 구주를 빼앗을 수 있어요.”아버지가 윤구주를 다른 여자와 결혼시키겠다고 하자 이홍연은 버럭 화를 냈다.국주는 큰 소리로 웃었다.“그래. 장난은 그만할게. 육도진 우상, 구주가 승리를 거머쥐고 돌아온다면 나는 태산에서 친히 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것이다.”육도진은 서둘러 대답했다.“네!”...설국.윤구주가 설태현을 머리를 벤 뒤 설국 전체가 설태현을 위해 애도했다.설국의 국주가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수도 금전.윤구주의 부적대진
그 말에 육도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세상에... 설국 국주가 죽었다고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이홍연은 이때 입을 뻐끔거리면서 말했다. 그녀는 심지어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을 뻔했다.바로 이때 국주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구주가 설국의 그 젊은 국주를 정말로 베었나 보구나.”그 말에 이홍연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버지, 윤구주가 설국 국주를 죽였다는 말씀이세요?”화진 국주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이 세상에 그 정도 능력과 배짱을 가진 사람이 윤구주 말고 또 있겠느냐?”“하지만... 하지만 윤구주는 설국에 간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걸요!”이홍연은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구주가 설국의 국주를 죽여본 적 없는 것도 아니고. 잊지 말거라. 6년 전, 설국의 전 국주 역시 구주가 죽였었다.”꿀꺽.국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자신의 남자가 설국 국주를 두 명이나 죽였다는 생각에 이홍연은 크게 놀랐다.“구주는 지금 어디 있느냐? 대답해 보거라.”국주의 질문에 신하가 대답했다.“국주님, 그쪽에서 전해온 전보에 따르면 구주왕께서는 지금도 설국 수도에 있을 거로 예상됩니다.”“아직도?”국주는 조금 의아했다.“그렇습니다. 전보에 따르면 설국 금전이 빛에 완전히 뒤덮였고 설국 백성들은 구주왕이 자줏빛 기운을 빨아들이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자줏빛 기운?그 말을 들은 국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 망할 놈, 설국 국주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설국의 국운까지 흡수하려는 것이구나.”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국주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설국 국주를 죽였으면 바로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거기에 남아서 무슨 자줏빛 기운을 흡수한단 말이에요? 뭘 위해서요?”이홍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국주는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몰라서 그래. 자줏빛 기운이랑 한 나라의
부진이 가동되었고 윤구주가 금전 전체를 뒤덮었다.하늘을 가득 메운 부적 진법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이, 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시선을 들어 상공의 부적 진법을 보았다.“오늘 나는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것이다.”국운이란 무엇인가?바로 한 나라의 운세였다.그런데 윤구주는 혼자의 힘으로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거라고 했다.과연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우렁찬 목소리로 말한 뒤 윤구주는 훌쩍 뛰어올라 설국 금전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그의 온몸에서 기운이 넘실댔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적선기가 그를 신처럼 보이게 했다.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그가 두 손으로 수인을 맺는 순간, 하늘과 땅이 윤구주를 중심으로 거대한 빛줄기를 형성했다.빛줄기 아래, 윤구주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부진, 가동!”쿵쿵쿵.금전 전체를 뒤덮었던 거대한 부적 진법이 가동됨과 동시에 진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64개의 금빛 부적이 64개의 금빛이 되어 설국 금전 위로 내려앉았다.그 뒤로 금전 아래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그리고 곧이어 파멸적인 기세의 자줏빛 기운이 윤구주에게 흡수되어 금전의 땅 밑에서부터 올라왔다.자줏빛 기운은 상서로운 기운이었다.설국 수도에서 이 금전은 역대 설국 황실이 거주하던 곳이자 설국의 수많은 신하들이 경배하는 곳이었다.그곳에는 용의 기운도, 상서로운 기운도 있었다.이 순간, 수많은 설국 국민들이 살고 있는 이 신성한 곳의 기운을 윤구주가 조금씩 흡수하기 시작했다.그 광경에 세나미는 얼이 빠졌다.“이... 이... 이 악마! 우리 설국 황실의 기운을 흡수하는 거야?”세나미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윤구주가 만약 설국의 기운을 빨아들인다면 설국은 당연하게도 쇠락할 것이다.심지어 심각할 경우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이 모든 건 설국이 자초한 일이야.”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하고 미친 듯이 설국의 국운을 흡수했다.
더 나아가 설국 수도에까지 울려 퍼졌다.굉장히 낮고 귀에 거슬리는 종소리가 들려오자 설국 수도 시민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다들 그 종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종이 울리다니... 세상에. 국주님께서 돌아가셨나 봐.”“국주님이?”거리 양쪽에 있던 수많은 설국 백성들은 종소리를 듣고 목 놓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심지어 밖에 주둔하고 있던 설국 병사들까지 종소리가 들리는 순간 모두 애도하기 시작했다.낙일성에서 30km 정도 떨어진 곳.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먹구름처럼 낙일성으로부터 3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몰려오고 있었다.수십만 명의 대군을 이끄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염수천과 박천후였다. 두 사람은 화진의 군대를 이끌고 있었다.이때 설국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낙일성의 종소리 또한 울리기 시작했다.“총사령관님, 얼른 들어보세요. 낙일성 쪽에서 종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한 장수가 빠르게 박천후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군복을 입은 박천후는 귀를 기울였고, 종소리를 듣는 순간 크게 웃기 시작했다.“설국은 끝났어. 설국의 국주가 죽었거든.”박천후의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장수가 서둘러 물었다.“소문에 따르면 설국 국주는 아주 젊다고 하던데요? 갑자기 죽었을 리가 없지 않나요?”“멍청하긴! 당연히 우리 저하께서 죽인거겠지!”박천후는 자랑스럽게 말했다.‘뭐라고?’“구주왕께서 죽였다고요?”주변 장수들은 전부 깜짝 놀랐다.“당연하지. 이 세상에 우리 저하를 제외하고 누가 설국 국주를 죽일 수 있겠어?”그 자리에 있던 장수들은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그들은 전부 눈이 휘둥그레져서 설국 쪽을 바라보았다.설국의 국주가 설국 수도의 금전에서 윤구주의 손에 죽을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설국 금전.피 칠갑이 된 사람의 머리통은 여전히 바닥에 있었다.그것은 당연하게도 설국 국주의 머리였다.설국 대신들은 전부 겁을 먹고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금전에는 오직 윤구주와 일찌감치 몸에
금전을 가득 채운 마의 기운은 윤구주가 대신관을 처리하자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금전에는 윤구주와 그의 머리 위에서 맴돌고 있는 금빛 용 두 마리뿐이었다.금빛 용은 마치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울음소리를 냈다.윤구주가 머리 위 금빛 용을 바라보다가, 설국 대신들과 설국의 젊은 국주 모두 겁을 먹었다.윤구주는 마지막 대신관을 죽인 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설국 국주 설태현을 바라보았다.“이젠 당신 차례야!”윤구주의 말에 설국 국주는 겁을 먹고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쩔 수 없었다.더는 설태현을 지킬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심지어 설국에서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는 대신관마저 윤구주의 손에 죽었는데 누가 그를 지키겠는가?“뭘, 뭘, 뭘 하려는 거야?”설태현이 덜덜 떨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난 얘기했어. 오늘 네 머리를 치겠다고.”윤구주의 목소리는 매정했다.“감히 내 목을 치겠다고?”“어서, 어서 국주님을 보호해야 해!”주위에 있던 대신들이 달려들려고 했다.그런데 바로 이때 용의 울음소리가 금전에 울려 퍼지면서 윤구주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던 금빛 용이 설국 대신 여러 명을 한입에 집어삼켰다.금빛 용이 지나간 자리에는 시체마저 남지 않았다.그 광경에 남은 설국 대신들은 전부 겁을 먹었다.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정말로 날 죽일 생각인 거냐... 너도 알다시피 날 죽인다면 설국은 화진과 필사적으로 싸울 거야. 심지어 국제중재기구의 다른 나라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설태현은 살기등등하게 윤구주를 바라보며 용기를 북돋웠다.설태현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당시 10국은 연맹을 맺었고 전 세계에 국제중재기구를 창립했다.소문에 따르면 중재기구는 세력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세계에 얼마 되지 않는 몇몇 제국들의 지원을 받고 있고 심지어 진정한 초극 절정 강자가 있다고 한다.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국제중재기구는 팔부 절정 강자를 한 명 출동시켰다.그러나 그팔부 절정은 그저 잠깐 모습만 드러냈을 뿐 윤구주와 진짜
윤구주가 8기를 쓰는 순간, 그의 손에 있던 용혼한위총에서 용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용혼한위총이 한 줄기 은빛이 되는 순간, 설국 금전은 창의에 완전히 뒤덮였다.창은 공기를 가르며 설국 어둠의 신의 팔로 향했다.창이 내려앉는 순간, 검은색 마기를 내뿜던 팔이 베어졌다.그 팔은 어둠의 신 세스의 것이었다.“아악!”어둠의 신 세스의 입에서 분노에 찬 포효가 터져 나왔다.설국 국민들이 신앙하는 신 세스가 격노했다.“인간이여, 난 널 집어삼킬 것이다.”광기에 빠진 어둠의 신이 한 걸음 내디뎠다. 쿵쿵 소리와 함께 설국의 금전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곧이어 그의 다섯 개의 팔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윤구주를 향해 덮쳐들었다. 마치 윤구주를 산 채로 집어삼킬 듯한 모습이었다.윤구주는 빠르게 움직여 피했고 그 때문에 어둠의 신의 다섯 팔은 윤구주의 뒤에 있던 설국 대신들에게로 향하게 되었다.“끄아악!”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십여 명의 설국 대신은 어둠의 신에 의해 고깃덩이가 되어 버렸다.어둠의 신은 실패하자 다시 한번 다섯 팔을 마구 휘둘렀다.넘실대는 마의 기운이 설국 금전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렸다.이번에 윤구주는 피하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들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거대한 체구를 가진 어둠의 신을 바라보았다.“신이라고? 그러면 오늘 신이라고 불리는 당신을 죽여주지.”윤구주가 갑자기 공중으로 훌쩍 뛰어올랐다.적선기가 맴돌기 시작하자 윤구주는 합장하였고 굉장히 쩌렁쩌렁한 용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다.용의 울음소리가 설국 수도에 널리 퍼졌다.설국 수도.수많은 백성들이 귀청을 찢을 듯한 용의 울음소리를 들었다.심지어 일부 간 큰 설국 백성들은 거리로 나와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금전 쪽을 바라보았다.“세상에, 우리 수도의 금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왜 저렇게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려오는 거야?”“용이야!”“저길 봐! 금전 상공에 용이 나타났어!”수많은 설국 백성들이 설국 수도 금전 상공에서 금빛 용을
윤구주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닥에는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혼자서 설국과 대항하려는 건 아니겠지? 구주왕도 잘 알다시피 우리 설국에는 수억 명의 백성들이 있어. 네가 이 많은 사람들을 다 죽일 수 생각하니?”살기 어린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던 대신관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윤구주의 손에 쥐어져 있던 용혼한위총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박혔다.윤구주는 마치 신마처럼 당당히 선 채 거만한 목소리로 외쳤다.“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내가 말한 적이 있지. 화진을 괴롭히려는 외적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겠다고 말이야. 설국의 오랑캐가 내가 죽은 줄 알고 전쟁을 다시 일으키려 하는데 내 어찌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까!”대신관이 화내며 말했다.“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네.”“내가 헛소리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 이후로 설국은 도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지.”차가운 말과 함께 윤구주의 온몸에서 불멸의 빛과도 같은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손에 창을 들고 있던 윤구주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적선기가 그의 손에 든 용혼한위총을 신성한 무기로 바꾸자, 윤구주는 또다시 은창을 휘두르며 대신관을 향해 달려갔다.그 모습을 본 대신관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아주 미쳐 날뛰는구나.”대신관은 포효하며 오른손을 움켜쥔 후 이마에 갖다 댔다.“이오지심, 무신 나와!”‘쾅!’하는 소리와 함께 대신관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밝았던 금전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둠 속에서, 수 미터 높이의 신명이 대신관에 의해 소환되었다.이 신명은 팔이 여섯 개나 있었다.그중 두 손에는 각각 피범벅이 된 거대한 도끼와 해골이 쥐어져 있었다.세스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 신명은 설국에서 가장 유명한 어둠의 신인지라 설국의 모든 사람이 떠받들고 있었다.그런 신이 대신관에 의해 소환된 것이었다.“신…”“맙소사! 대신관께서 어둠의 신을 소환했다고?”조정에 있던 설국의 문무 대신들은 어둠의 신을 본 순간,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