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홍연이 나타난 뒤 내각의 여덟 장로들, 육도진을 포함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었다.“공주님을 뵙습니다!”공주가 왔다.여섯째 공주가 갑자기 나타나자 정태웅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사실 윤구주도 한때 소꿉친구였던 그녀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낼 줄은 생각지 못했다.이홍연의 뒤에는 황성 출신의 절정 실력을 갖춘 내시 두 명이 있었다.두 사람은 안색이 좋고 수염은 하얬다.게다가 둘 다 절정 이중천 이상의 실력자였다.하지만 육도 주도는 보이지 않았다.“공주님, 저 지안수 공주님을 뵙습니다. 공주님, 절 살려주십시오!”지안수는 이홍연을 보자 곧바로 고개를 조아리며 살려달라고 했다.이홍연은 지안수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싸늘한 표정으로 아름다운 눈을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원망과 분노 가득한 눈빛이었다.윤구주 또한 저번의 만남으로 속 좁은 이홍연이 그를 죽도로 미워한다는 걸 알았다.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눈빛이 마주쳤지만 아무도 입을 떼지 않았다.이홍연이 갑자기 나타나자 내각의 여덟 장로는 감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들도 이제 막 서울로 돌아온 여섯째 공주가 왜 갑자기 이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지 알지 못했다.“공주님, 이제 막 궁으로 돌아오셨는데 왜 갑자기 이곳으로 오신 겁니까?”가장 처음 입을 연 것은 내각의 여덟 장로 중 한 명인 은성구였다.그는 그렇게 물으면서 이홍연의 안색을 살폈다.“오늘 이곳이 아주 떠들썩하다고 해서 한 번 와봤어요!”이홍연은 아주 덤덤히 말했다.이홍연의 말을 들은 은성구는 조금 뻘쭘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문벌들이 태화루에 모여서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문벌의 배후인 내각의 여덟 장로가 모를 리가 없었다.“은성구 씨, 제가 와서 많이 놀라셨나 봐요?”이홍연은 갑자기 은성구에게 물었다.“아뇨, 아뇨. 저도 금방 소식을 듣고 이제 막 도착한 겁
윤구주는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이홍연이 이렇게 할 줄 예상했다는 듯이 말이다.“공주님, 감사드립니다! 공주님, 제발 절 살려주십시오!”지안수는 서둘러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여기에 있는 이상 아무도 지안수 씨를 죽이지 못해요.”이홍연은 패기 넘치게 말했다.황실의 여섯째 공주이자 국주가 가장 아끼는 딸인 이홍연은 자신감이 넘쳤다.“감사합니다, 공주님!”지안수는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뻤다.오늘 그는 틀림없이 죽을 거로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공주가 갑자기 나타났다.이때 다들 의아해했고 우상인 육도진 또한 답답해했다.그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공주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내각의 여덟 장로를 도우려고 하다니?그녀는 소꿉친구인 윤구주를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다들 매우 궁금해할 때 이홍연이 갑자기 윤구주에게 물었다.“윤구주, 왜 대낮부터 이렇게 많은 문벌 출신의 무인들을 죽인 거야? 그리고 왜 내각의 문부상서를 죽이려는 거지?”그녀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윤구주에게로 향했다.육도진 우상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육도진은 안색이 창백해져서는 공주가 정말 미쳤다고 생각했다.윤구주는 이홍연의 질문을 듣더니 덤덤히 말했다.“죽어 마땅한 놈들이니까.”그 말에 이홍연으 크게 고함을 질렀다.“건방지군! 윤구주, 넌 화진의 구주 군신이자 우리 화진의 기둥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건 아니야!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상 넌 절대 아무도 죽일 수 없어!”이홍연의 말을 들은 윤구주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이홍연은 자신의 말에 윤구주가 화를 내길 바랐지만 윤구주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무척 화가 났다.“윤구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을게.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이홍연은 잘못했다는 말을 할 때 눈이 벌겠다.아무도 이홍연이 말한 잘못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그들은 이홍연이 윤구주에게 사람을 죽인 잘못을 묻는 줄 알았다.“내가 잘못했다
이홍연이 슬픈 얼굴로 억울한 듯 말하자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주었다.마치 진짜 연인처럼 말이다.그 광경에 그 자리에 있던 금위군뿐만 아니라 내각의 여덟 장로, 육도진 등 사람들 모두 넋이 나갔다.이건 원수가 아니라 애인이었다.“홍연아, 미안해. 그동안 고생 많았어.”그 말에 이홍연은 마음이 녹을 뻔했다.그녀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채로 눈을 깜빡이면서 울며 말했다.“드디어 나한테 미안하다는 걸 인정한 거야? 그래도 양심은 있네!”윤구주는 못 말린다는 듯이 웃었다.사실 윤구주는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사랑했으나 그러한 마음은 반드시 숨겨야 했다.16년 전의 사건을 위해서라도, 강성에 있는 소채은을 위해서라도.윤구주는 소채은에게 미안할 짓을 할 수 없었다.“홍연아, 넌 오늘 일에 끼어들지 마. 문벌이 혼란을 야기했으니 난 반드시 그들을 죽여야 해. 문벌과 내각도 마찬가지야. 6년 전 난 말했었어. 감히 우리 화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는 전부 죽일 거라고. 오늘 그 약속을 지킬 때가 온 거야.”이홍연은 입을 비죽이면서 말했다.“난 처음부터 끼어들 생각 없었어. 내가 오늘 이곳에 온 건 사실 너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서였어. 네가 나한테 대답만 해준다면 내가 이 나쁜 지안수 장로를 대신 죽여줄 수도 있어!”지안수는 어리둥절해졌다.공주가 너무 빨리 태도를 바꾸는 바람에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뒤에 있던 일곱 명의 내각 장로들도 전부 안색이 어두워졌다.이홍연은 과연 정말로 내각 장로들을 돕기 위해서 이곳에 온 걸까? 아니면 윤구주를 돕기 위해서 온 걸까?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일까?급작스럽게 변한 상황 때문에 내각 사람들은 전부 표정이 어두워졌다.물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이홍연은 화진의 여섯째 공주였기 때문이다.“내가 떠난 뒤 정말로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 거야?”이홍연은 갑자기 진지한 눈빛으로 윤구주의 두 눈을 바라보면서 질문을 했다.윤구주는 길
이홍연의 갑작스러운 질문은 치명적인 일격이었다.심지어 화진의 우상 육도진마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릴 뻔했다.그 질문은 모든 남자에게 치명적이었다.그러한 질문에 윤구주는 당연히 침묵을 선택했다.“대답해! 대답하라고! 누굴 선택할 거야?”이홍연은 계속해 물었다.서울로 돌아온 뒤로 이홍연은 줄곧 대답을 원했고, 그래서 지금 윤구주에게 따져 물었다.내각의 여덟 장로들을 포함해 다들 윤구주만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윤구주가 이홍연을 선택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윤구주가 정말로 이홍연을 선택한다면 내각의 여덟 장로는 오늘 끝장날 테니 말이다.다른 사람들이었더라면 당연히 이홍연을 선택할 것이었다.이홍연은 화진의 여섯째 공주였고, 미모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윤구주와 함께 자란 소꿉친구였고 그녀의 몸에서는 황가의 피가 흐르기도 했다.바보라고 해도 당연히 이홍연을 선택할 것이었다.그런데 윤구주가 이홍연을 선택할까?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눈앞의 아름다운 이홍연을 바라보았다.“정말로 내가 꼭 선택하기를 바라?”“그래. 오늘 넌 나에게 반드시 대답해 줘야 해. 난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아. 난 이미 10년 넘게 기다렸다고!”이홍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휴, 홍연아. 미안해!”윤구주가 드디어 대답했다.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이홍연을 포함한 모두가 그의 대답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이홍연은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이 서늘해지는 것 같았고 곧 온몸이 언 것처럼 덜덜 떨렸다.“그 뜻은 그 여자를 선택한다는 거야?”이홍연은 눈물을 흘리면서 괴로움을 견디며 윤구주를 향해 물었다.윤구주는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기가 두려운지 고개를 숙였다.“윤구주, 이게 네가 내놓은 대답인 거야? 난 그렇게 오랜 시간 널 기다리면서 널 사랑했어. 그런데 결국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선택하겠다고? 그래, 그래, 그래!”‘그래’라는 말을 세 번이나 반복하던 이홍연은 갑자기 비참한 얼굴로 웃었다.그러더니 이내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표정을
잇달아 비명이 터졌다. 운이 좋지 않았던 금위군들은 미처 방어할 새도 없이 민규현의 막강한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다들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민규현, 감히 국령을 무시해? 여봐라, 저놈을 잡아!”은성구가 다시 한번 명령을 내렸다.그는 오늘 일을 크게 키울수록 내각의 여덟 장로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황기 금위군이 이곳에서 많이 죽기를 바랐다.안타깝게도 황기 금위군은 은성구의 명령에 따라야만 했다. 그들이 다시 한번 나서려고 하자 갑자기 차가운 고함이 뒤에서 들려왔다.“다들 멈춰!”육도진 우상이 앞으로 나섰다.황기 금위군은 육도진 우상의 목소리를 듣고 전부 그 자리에 멈춰 섰다.“육도진 우상, 이제 무슨 뜻이죠?”은성구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육도진을 바라보았다.“제 뜻은 아주 간단해요. 오늘 제가 이는 한 아무도 소란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육도지은 카리스마 넘치게 대답했다.은성구는 그 말을 듣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렇다면 육도진 우상은 암부가 반역죄를 판결받았다는 걸 아나요? 그리고 이 민규현 지휘사는 공공연히 우리 죄 없는 금위군을 죽였어요. 육도진 우상은 법을 어기고 그들을 감싸려는 건가요?”“감싼다고요? 은성구 장로, 그 말씀은 틀리셨네요. 우선 암부가 반역죄를 저질렀다고 하는데 국주님께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명령을 내린 적이 없으세요. 그러니까 암부에 정말로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이렇게 섣부르게 결론을 내리시면 안 되죠. 그리고 민규현 지휘사는 종3품 지휘사예요. 그리고 구주왕의 가장 훌륭한 부하기도 하죠. 그런데 은성구 장로는 우리 화진 구주왕이 가장 아끼는 부하를 잡으려고 했죠. 그게 죽음을 자초하는 게 아니면 뭐죠?”육도진은 아주 날카롭게 내각의 여덟 장로 중 수장인 은성구와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육도진 우상은 말을 아주 잘하시네요. 하지만 한 가지 잊으신 게 있는 것 같네요. 이 구주왕은 이제 더 이상 우리 화진의 왕이 아니에요. 지금 화진의 왕의 성함은 문아름이
오늘 윤구주는 반드시 지안수를 죽이겠다고 했다.문벌이 서울에 모인 이유는, 마씨 일가까지 온 이유는 문부상서인 지안수의 계략 때문이었다. 그는 문벌, 세가와 연합하여 윤구주를 죽일 생각이었다.그런 그를 윤구주가 살려둘 리가 없었다.“그러면 난? 윤구주,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있는 한 넌 절대 지안수 장로에게 손끝 하나 대지 못해!”이때 이홍연이 갑자기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그는 윤구주가 밉고 또 화가 났다.그녀는 윤구주의 반대편에 서고 싶었다.그래야만 마음속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홍연아, 응석 부리지 마. 내가 너한테 미안한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감정적으로 굴 때가 아니야.”윤구주는 한때 소꿉친구였던 그녀를 설득하려고 했다.“하하, 내가 응석을 부린다고? 미안하지만 윤구주, 지금부터 난 너랑 아무 사이 아니야. 난 오늘 문부상서를 살리고야 말 거야. 오늘 아무도 문부상서를 죽일 수 없어! 여봐라, 지안수 장로를 나한테 데려와!”이홍연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녀의 곁에 있던 절정 실력의 내시 두 명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그들은 지안수에게로 걸어갔다.“오늘 우리 형님이 죽이겠다고 했으니 이 사람을 지키는 사람은 내가 전부 죽여버릴 거야!”남궁서준이 장검을 검집에서 빼냈다.남궁서준의 온몸에서 검기가 치솟았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절정의 고수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두 명의 절정 실력의 내시는 남궁서준에게 가로막히자 안색이 어두워졌다.이때 근처에 있던 내각의 여덟 장로는 악랄한 웃음을 드러냈다.공주가 그들의 편에 선다면 그들은 무서울 것 없었다.육도진은 이홍연이 갑자기 내각의 여덟 장로 편에 서자 참지 못하고 투덜댔다.‘역시 여자는 여자라니까. 살면서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 바로 여자야!’“꼬맹아, 비켜주길 바라. 우리는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단다.”남궁서준이 절정 실력의 내시 두 명을 가로막자 그중 키가 크고 마른 내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나가고 싶다면
절정 삼중천 실력의 내시가 공격하려는 순간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당신에게 그럴 실력이 있을까?”그 말과 함께 공간마저 일그러뜨릴 듯한 막강한 기운이 윤구주의 몸에서 내뿜어지며 절정 삼중천 실력을 갖춘 내시에게로 향했다.내시는 순간 산이 몸을 짓누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그는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하면서 숨을 쉬기가 힘들었고 곧 두 다리가 통제할 수 없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결국 윤구주가 내뿜는 강한 기운에 그 내시는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아, 당신...”다른 내시는 그 광경을 보고 바로 손을 쓰려고 했는데 윤구주가 다시 한번 시선을 들었다.쿵!그 막강한 기운은 쿵 소리와 함께 다른 한 절정 실력의 내시를 바닥에 무릎 꿇렸다.강해도 너무 강했다.겨우 기운뿐이었는데도 이홍연 곁에 있던 절정 내공의 강자 두 명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그 광경에 사람들은 단단히 겁을 먹었고 심지어 내각의 여덟 장로들의 안색도 잇달아 어두워졌다.“윤구주, 설마 나까지 죽이려는 거야?”이홍연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윤구주의 앞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실력이 강하지 않았다.고집스럽게 윤구주에게로 다가갈 때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은 윤구주의 기운 때문에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이홍연이 다가오자 윤구주는 작게 한숨을 쉬면서 기운을 회수했다.그는 당연히 어렸을 때 소꿉친구였던 이홍연을 다치게 할 생각이 없었다.“홍연아, 왜 굳이 이러는 거야?”윤구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건 전부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윤구주, 난 네가 미워! 미워 죽겠어!”이홍연은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오늘 지안수는 반드시 죽어. 넌 막을 수 없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야.”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오른손을 들었다. 무시무시한 지현이 총알보다도 더욱 빠르게 움직여서 문부상서 지안수의 미간을 꿰뚫었다.내각의 여덟 장로 중 한 명인 지안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죽었다.“정말로 지안수 장로를 죽였어?”내각대학사 은성구는 윤구
그러나 윤구주는 끝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돌리면 참지 못할까 봐, 후회할까 봐 두려웠다.그래서 결국 한숨을 내쉰 뒤 떠났다.윤구주가 그대로 떠나자 이홍연은 슬픈 얼굴로 그대로 주저앉았다....오늘의 전투가 드디어 끝났다.서남의 장씨 일가, 서울에 모인 다른 문벌들 모두 윤구주에게 살해당했다.심지어 제자백가 중 하나인 마씨 일가의 후손 마청운도 윤구주에게 살해당했다.그뿐만 아니라 윤구주는 내각의 여덟 장로 중 한 명인 문부상서도 죽였다.오늘 있었던 일 중 그 어떤 것도 모두 서울을 발칵 뒤집어 놓을 수 있었다.윤구주는 그만큼 놀라운 일을 한 것이다.국방부, 이황전. 넓고 음산한 대전 안에는 남색 장포를 입은 내각대학사 은성구가 꼼짝하지 않고 대전 안에 서 있었다.그는 아주 중요한 사람을 기다리는 듯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옆에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이황왕께서 도착하셨습니다!”그 목소리와 함께 비단옷을 입은 문아름이 편전에서 걸어 나왔는데 그녀의 차림새는 아주 화려하고 아름다웠다.경국지색의 미모에 요염한 몸매를 갖춘 그녀는 요물이 따로 없었다.그러나 그녀의 미간에서 권력을 향한 갈망과 악랄함이 여지없이 드러났다.그녀가 바로 화진의 새로운 왕, 이황왕이었다.문아름이 대전에 모습을 드러내자 내각대학사 은성구는 곧바로 정중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이황왕을 뵙습니다!”문아름은 천천히 금색 의자에 앉으면서 입을 열었다.“은성구 대학사, 오늘 왜 갑자기 절 찾아오신 거죠?”“저하, 태화루는 오늘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서남 장씨 일가와 문벌들 모두 윤구주에게 살해당했어요. 심지어 제자백가 중 하나인 마씨 일가의 후손 역시 살해당했습니다.”은성구가 보고를 올렸다.금색 의자에 앉아 있던 문아름은 그 말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역시 내 예상대로였네요!”“저하?”은성구는 문아름의 말을 듣자 의아했다.사실 오늘 태화루의 일은 문씨 일가에서 계획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