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끝나자 소청하는 미련 없이 돌아서서 집으로 들어갔고, 윤구주도 딱히 그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그렇게, 거센 파도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듯한 밤이 끝나가고 있었다.다음날, 조성훈이 로얄 호텔에서 죽었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져 나가며 강성이 한 차례 들썩였다. 죽은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중해 그룹의 도련님이었다.하지만 같은 시각, 소씨 집 안에서는 소채은이 평화롭게 낮잠을 자고 있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소채은은 시끄러운 소음에 잠이 깨고 말았다.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소리쳤다.“살려 주세요...”꿀물을 들고 있던 천희수는 딸이 살려 달라고 소리 치자 깜짝 놀랐다.“채은아, 왜 그러니?”소채은은 천희수의 목소리를 듣고 잠시 멈칫하더니 두 눈을 크게 뜨고 천희수를 바라보았다.“엄마...? 엄마가 왜 여기 있어?”“이 녀석,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여기 안 있으면 어디 있어.”천희수는 그렇게 말하며 소채은에게 꿀물을 건넸다.“어젯밤에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냐? 너 술 마실 줄도 모르면서 뭘 그렇게 많이 마셨어.”‘내가 취했다고?’소채은은 천희수의 말을 듣고 멍해졌다.그녀는 머리를 긁적이며 눈에 익은 방안의 풍경을 훑어보았다.“세상에, 제가 왜 집에 있죠? 저는 그 빌어먹을 조성훈에게 납치당해 쓰러졌었는데요?”말을 마친 소채은은 급하게 몸을 살펴보았다.하지만 그녀는 자기 몸이 한 군데도 다친 곳 없이 멀쩡하고 옷도 깨끗하게 입고 있다는 걸 확인 하자 더욱 멍해졌다.“엄마, 나 어떻게 집에 온 거야? 누가 날 구해줬어?”소채은이 다급하게 묻자, 천희수가 대답했다.“너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구해 주긴 뭘 구해줘. 너 어제 너무 많이 마셔서 윤구주한테 널 데리러 오라고 했다며.”“구주가 날 데려온 거라고요?”소채은은 어이가 없었다.“그래!”천희수가 어젯밤 윤구주가 소채은을 데리고 집에 돌아온 일을 간단히 얘기해주자, 그제야 자초지종을 알게 된 소채은은 머리가 터지는 듯했다.“그럼,
윤구주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공교롭게!”라며 이유를 댔다.그러자 소채은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비록 그녀는 마음속으로 못내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더 꼬치꼬치 캐묻지 않기로 했다.“구주야, 나 또 한번 구해줘서 고마워!”소채은의 말에 윤구주가 입을 열었다.“왜 나한테 예의를 차려? 혹시 잊은 거야? 내가 너 평생 지켜주겠다고 했잖아.”이내 소채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빌어먹을 조성훈 이 개자식! 내가 연회에 혼자 참석한 틈을 타서 납치를 해? 네가 나를 제때 구해줬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나...”어제 일을 돌이켜보면, 소채은은 지금도 놀라서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채은아, 안심해! 앞으로 그 자식 다시는 너 괴롭히지 못할 거야!”윤구주가 그녀를 위로했다. “네가 그 자식 혼낸 거야?”“뭐, 그런 셈이지!”윤구주는 자신이 조성훈을 죽인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살인과 같은 일은 소채은과 같은 보통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그렇게 소채은은 진실을 알고 나서도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녀는 어젯밤 만약 윤구주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조성훈에 의해 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조성훈이 하려던 악랄한 짓에 대해서는 더더욱 말이다.윤구주와 간단한 대화를 나눈 후에, 소채은은 홀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물론 그에게도 같이 아침을 먹으러 가자고 말했지만, 윤구주는 아직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하자 하는 수 없이 소채은은 혼자 거실로 향했다.막 거실에 들어섰을 때, 소채은은 소청하와 마주쳤다.“채은아, 술은 깼어?”소청하는 딸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그녀는 부모님이 걱정할까 봐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식탁에 앉아 “네”하고 짧게 대답했다.“아빠한테 말해줘 봐, 어제 연회는 어땠어? DH 그룹 주 회장님이랑 만나긴 했어?”소청하는 소채은의 곁에 앉으며 물었다. 사실 그녀는 이제 주세호라는 이름만 들어도 골치가 아팠다!특히 어젯밤에는 또 그런 일까지 겪었으니 말이다
화면 속에서는 오늘의 강성시 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는데 손에 마이크를 든 기자가 한 호텔 안에서 보도하는 중이었다.“오늘의 소식입니다. 어젯밤 10시경 시내에 있는 로얄 호텔에서 악질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는 바로 중해 그룹의 조성훈 씨과 현장에는 있던 네 명의 건달들이었습니다.”아나운서의 말을 들은 소청하가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은 “쨍그랑”하고 땅에 떨궜다!“뭐야, 성훈 도련님이 죽었다니?”소채은도 눈을 부릅뜨고 앞에 있는 텔레비전 화면을 응시했다.“조성훈이... 살해당했다고?!”화면에서는 계속해서 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는데 조성훈의 시체와 또 다른 네 구의 시체가 이미 흰 천으로 덮여 있었다!방 안에는 선혈이 낭자해 있었다!소채은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조성훈이 어떻게 죽을 수가 있지? 누가 죽인 거야? 그 자식이 어젯밤 나를 납치해서 구주가 구해줬는데, 그럼 살인자는...”여기까지 생각되자, 소채은은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미친 듯이 뛰어갔다.그녀가 빠르게 거실을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 소청하 부부 역시 모두 궁금해졌다.“구주야! 윤구주!”소채은은 윤구주의 방을 향해 뛰면서 소리쳤다.이윽고 방 안에 있던 그가 소리를 듣고 방문을 열며 말했다.“왜 그래, 채은아?”그녀는 미친 듯이 달려오더니 윤구주의 손목을 움켜쥐었다.“빨리 말해, 너 어제 나 구하기 위해서 조성훈을 죽인 거야?”소채은은 눈이 빨갛게 달아올라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윤구주는 그녀가 이렇게 빨리 알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녀가 딴생각이라도 하게 될까 봐 여전히 거짓말을 둘러댔다.“아니!”“정말? 거짓말하지마! 정말 조성훈 그 자식 네가 죽인 거 아니야?!”소채은은 조금 불신하는 듯한 표정이었다.그러나 윤구주는 집요하게 말했다.“정말 안 죽였어. 그냥 조금 혼내줬을 뿐이야.”그제야 소채은은 마음이 놓여진 듯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윤구주를 꼭 끌어안았다.“네가 안 죽였으면 됐어! 나 진짜 무서워 죽는
옆에 있던 조도철은 마누라가 이렇게 울자 얼른 위로했다.“여보 안심해! 내가 반드시 성훈이를 죽인 범인을 색출할 거야! 그리고 반드시 열 배로 내 아들의 목숨을 갚게 할 거야!”“여봐! 얼른 사모님 부축해서 쉬게 해라!”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하인이 서둘러 황수진을 부축하며 쉬러 갔다.그때.밖에서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어 보니, 군복을 입은 조신하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고, 그의 뒤에는 실제 총과 실탄을 차고 있는 두 명의 부하들이 뒤따랐다!“형님, 무슨 일이에요? 제가 듣기로는 성훈이가...”조신하는 들어오자마자 물었다.그러자 조도철이 핏발이 선 눈빛으로 의자에 앉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성훈이가 어젯밤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네?”이를 든 조신하가 앞에 있던 붉은 목제 탁자를 쾅 하고 주먹으로 내리쳤다!뒤이어 단단했던 탁자가 쩍 갈라졌다.“도대체 어떤 놈이 감히 겁도 없이 내 조카를 죽여?”조도철은 고개를 저었다.“내가 아는 건 성훈이가 어젯밤 로얄 호텔에 갔다는 사실 뿐이야. 하지만 뭘 하러 갔는지도 나도 몰라!”“형님, 안심하세요! 제가 반드시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성훈이를 살해한 진범을 색출할 것입니다! 동시에 살인자로 하여금 피의 빚을 피로 갚게 할 거예요!”...조씨 가문이 엄히 조사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여전히 조용하게 소씨 저택에 머물고 있었다.조성훈의 죽음에 대해 그는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어차피 모든 건 주세호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말이다.그러나 소채은은 달랐다.조성훈의 소식을 안 뒤로 그녀는 잔뜩 놀란 마음에 회사도 가지 않고 언제 경찰이 올까 무서워 하루 종일 집에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어쨌든 그녀도 조성훈과 어젯밤 만났으니 말이다.한편, 소청하와 천희수는 이 사실을 알 리 없었다.그들도 비록 조성훈이 살해당한 것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것이 윤구주의 짓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단지 소채은이 왜 이렇게 펄쩍 뛰며 넋이 나가 있을까 궁금해할 뿐.방
조성훈이 죽기 전에 소채은과 함께 있었다는 말을 듣자, 조도철의 안색이 갑자기 보기 흉하게 구겨졌다.뒤이어 군복을 입은 우람한 체구의 조신하가 입을 열었다.“성훈이가 어떻게 그 여자랑 있을 수 있어?”경호원은 조도철을 보고 떠듬떠듬하며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어서 말해!”조신하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경호원은 그제야 서둘러 대답했다.“조사한 바에 의하면, 성훈 도련님은 네 명의 건달을 데리고 그 여자를 납치해 갔을 뿐만 아니라 로얄 호텔까지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뭐?’이 말이 나오자 조신하는 일순간에 안색이 변했다.“성훈이가 그 여자를 호텔로 데려갔다니요?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형님?”조도철은 당연히 자기 아들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사실 조성훈이 이런 일을 했다는 것에 조도철은 크게 놀라지도 않았고 그저 깊게 숨을 들이마실 뿐이었다.“둘째야, 성훈이는 젊으니 때때로 충동적일 때가 있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들이 성훈이를 죽일 만한 이유는 될 수 없지!”조신하는 바보가 아니라 금세 조도철의 뜻을 알아차렸다.이내 그는 곰곰이 생각에 잠기며 잠시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럼 형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어두운 얼굴의 조도철은 자기 아들이 참혹하게 죽는 장면을 생각하자 가슴이 찢길 지경이었다.“피는 피로 갚아야지! 의심의 여지는 없어. 내 아들의 죽음은 틀림없이 그 소씨 가문 년이랑 관련이 있는 거야!”“하지만, 여자 혼자서 어떻게 성훈이를 비롯한 다섯 명의 건장한 남자를 죽일 수 있겠습니까?”“걔는 죽일 수 없지! 하지만 그년이랑 가까운 사람이 했을 수도 있잖아!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성훈이가 로얄 호텔에서 죽음을 맞이했겠어?”“형님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소씨 가문으로 가서 그 여자를 잡도록 합시다!”“그래!”한 시간 후. 조도철은 사람들을 데리고 호호탕탕하게 소씨 저택으로 왔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소씨 저택을 한 번 본 후, 크게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가자! 들어가서 그 천한
바로 이 절체절명의 순간,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만! 우리 부모님 건드리기만 해봐!”이윽고 소채은이 뒤뜰에서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 뒤에는 윤구주도 있었다.조도철은 그녀를 보자 이내 핏발 선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이 천한 년! 드디어 나타났구나!”소채은은 조도철을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러 달려가 소청하의 부상을 살펴보았다.그에게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소채은은 비로소 일어났다.“대체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그러자 조도철이 눈시울을 붉혔다.“뭐 하는 거냐고? 너 이 천한 계집애가 내 아들을 죽였는데, 어디서 지금 고개를 빳빳이 들어?!”“허튼소리 하지 마세요! 누가 그래요? 내가 조성훈을 죽였다고!”소채은도 덩달아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아직도 감히 변명을 늘어놔? 어젯밤 연회에서 우리 아들이 널 찾았잖아.”그 말에 소채은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래서요?”“인정한 거로 받아들일게, 여봐! 이 빌어먹을 년 잡아라!”말이 떨어지자 조씨 가문의 경호원이 나서려고 했다.“멈춰요! 그 쪽 아드님께서 저를 납치했었거든요? 나도 아직 가서 따지지 않은 걸 그쪽에서 지금 되레 나한테 따진다고요?”소채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그날의 일을 말했다.그러나 조도철은 여전히 냉담한 태도로 일관했다.“납치했는지 안 했는지, 나는 몰라! 난 그냥 내 아들이 널 로얄 호텔로 데려갔다가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밖에 알지 못해! 그러니 너를 찾아서 원수를 갚아야지 내가 누굴 찾아가겠어?”“함... 함부로 모함하지 마세요! 저는 조성훈을 죽인 적이 없습니다!”소채은은 계속 해명하려 들었다.하지만 그것이 조도철의 귀에 들어갈 리가 있겠는가? 그는 여전히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천한 년, 내가 네 말을 믿을 것 같아? 빨리 저년 안 잡고 뭐 해 다들!”그러자 곁에 있는 우람한 경호원 한 명이, 바로 달려들어 소채은을 잡았다.그 순간 검은 그림자가 번쩍하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조씨 가문의 경호원이 갑자기 날아가 땅바
그러자 윤구주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들어 말했다.“또 덤빌 사람 있습니까?”모든 상황을 지켜봤는데 조도철이 어찌 감히 또 달려들겠는가.그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너, 너 도대체 누구야! 누군데 우리 조씨 가문 일에 참견하는 거야!”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당신은 제 이름을 알 자격이 없습니다.”그때, 또 다른 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그래? 그럼 나 조신하가 한번 봐야지. 오늘 누가 이렇게 미친 듯이 구는지!”이윽고 진짜 총과 실탄을 장착한 미색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밖에서 돌진해 들어왔다!무려 일렬로 쭉 서서 말이다!저택 안에 들어온 후, 그들은 일제히 손에 든 총기를 들고 윤구주와 소채은 등 사람을 향해 겨누었다.그리고 선두에 선 사람은 바로 창용 부대의 중령 조신하였다.중무장한 군인들일 나타나자 소청하 부부는 놀라서 감히 소리도 내지 못했다.물로 소채은도 잔뜩 놀라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조도철은 조신하가 부대를 데리고 들어온 것을 보고 서둘러 다가가 일렀다.“둘째야, 마침 잘 왔다. 얼른 저 짐승 자식을 잡아!”조신하는 윤구주를 바라보았을 뿐인데, 알 수 없는 기운에 압도당해 심장이 덜컹거렸다!‘이 자식 뭐야? 왜 온몸에 카리스마가 진동하지? 창용 부대의 중령인 나보다 더 센 것 같은데?!’이내 조신하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입을 열었다.“묻는 말에 잘 대답해, 네가 내 사람들을 건드렸나?”윤구주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데요?”“겁도 없군! 하지만, 오늘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네 주먹이 세냐, 내 총이 세냐 이거야.”조신하는 허리에 있는 총을 직접 뽑았고, 곧이어 새까만 총구가 윤구주를 향했다.그러자 윤구주가 피식 웃더니 차가운 눈동자로 조신하를 바라보며 고개를 돌렸다.“정말 한번 붙어 보고 싶어요?”그의 횃불 같은 두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는 조신하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마음속에서 밀려왔다!이런 강한 카리스마에서 전해져오는 공포감은 천군만마보다
윤구주는 소채은을 향해 살짝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내 걱정은 하지 마!”“어떻게 걱정을 안 해! 너 바보야? 왜 살인을 인정해?”소채은은 초조한 마음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하지만 윤구주는 오히려 그녀를 위로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걱정 마, 난 아무 일도 없을 거야.”말을 끝내고 그는 조신하와 조도철을 향해 걸어갔다.“잘 들어요, 조성훈은 내가 죽였습니다. 소씨 가문 사람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복수하고 싶거든 나를 찾아오셔야 할 겁니다.”윤구주가 살인을 자백하자 조도철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했다.“이 짐승 새끼, 정말 네가 내 아들을 죽였어?”그러자 윤구주가 서둘러 대답했다.“그래요, 바로 접니다.”“네가 감히 내 아들을 죽여? 반드시 네 목숨으로 빚을 갚아야 할 거다!”조도철은 핏발 선 눈동자로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으나 조신하에 의해 저지되고 말았다.“형님, 안심하세요! 성훈이의 목숨은 제가 반드시 갚아주겠습니다. 이렇게 단번에 죽이는 건 너무 쉽잖아요.”이 말을 들은 조도철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를 달래고 난 뒤, 조신하는 고개를 돌려 이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믿는 구석이 있나 보지? 네가 감히 내 조카를 죽여?! 잘 봐, 이번에는 내가 너를 어떻게 죽이는지! 다들 얼른 이 새끼 데려가!”말이 떨어지자 주위에 싸늘한 총기를 든 군인들이 즉시 윤구주를 붙잡아 데려가려 했다.그가 끌려가려는 것을 눈치채고, 소채은이 덥석 달려들었다.“무고한 사람 데려가지 마세요! 조성훈은 이 사람이 죽인 게 아닙니다!”소채은은 윤구주를 잡아당기며 울었다.하지만 이내 그녀는 군인들에 의해 밀쳐지고 말았다.그렇게 윤구주는 허무하게 조신하의 수하들에게 끌려갔고 그가 잡혀가는 것을 바라보며 뒤에서 소채은이 울부짖었다.“구주야... 구주야...”윤구주가 떠나간 뒤에도 그녀는 한참이고 땅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다.그러자 옆에 있던 소청하 부부가 서둘러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채은아, 울지 말고 어서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