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공교롭게!”라며 이유를 댔다.그러자 소채은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비록 그녀는 마음속으로 못내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더 꼬치꼬치 캐묻지 않기로 했다.“구주야, 나 또 한번 구해줘서 고마워!”소채은의 말에 윤구주가 입을 열었다.“왜 나한테 예의를 차려? 혹시 잊은 거야? 내가 너 평생 지켜주겠다고 했잖아.”이내 소채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빌어먹을 조성훈 이 개자식! 내가 연회에 혼자 참석한 틈을 타서 납치를 해? 네가 나를 제때 구해줬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나...”어제 일을 돌이켜보면, 소채은은 지금도 놀라서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채은아, 안심해! 앞으로 그 자식 다시는 너 괴롭히지 못할 거야!”윤구주가 그녀를 위로했다. “네가 그 자식 혼낸 거야?”“뭐, 그런 셈이지!”윤구주는 자신이 조성훈을 죽인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살인과 같은 일은 소채은과 같은 보통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그렇게 소채은은 진실을 알고 나서도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녀는 어젯밤 만약 윤구주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조성훈에 의해 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조성훈이 하려던 악랄한 짓에 대해서는 더더욱 말이다.윤구주와 간단한 대화를 나눈 후에, 소채은은 홀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물론 그에게도 같이 아침을 먹으러 가자고 말했지만, 윤구주는 아직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하자 하는 수 없이 소채은은 혼자 거실로 향했다.막 거실에 들어섰을 때, 소채은은 소청하와 마주쳤다.“채은아, 술은 깼어?”소청하는 딸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그녀는 부모님이 걱정할까 봐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식탁에 앉아 “네”하고 짧게 대답했다.“아빠한테 말해줘 봐, 어제 연회는 어땠어? DH 그룹 주 회장님이랑 만나긴 했어?”소청하는 소채은의 곁에 앉으며 물었다. 사실 그녀는 이제 주세호라는 이름만 들어도 골치가 아팠다!특히 어젯밤에는 또 그런 일까지 겪었으니 말이다
화면 속에서는 오늘의 강성시 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는데 손에 마이크를 든 기자가 한 호텔 안에서 보도하는 중이었다.“오늘의 소식입니다. 어젯밤 10시경 시내에 있는 로얄 호텔에서 악질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는 바로 중해 그룹의 조성훈 씨과 현장에는 있던 네 명의 건달들이었습니다.”아나운서의 말을 들은 소청하가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은 “쨍그랑”하고 땅에 떨궜다!“뭐야, 성훈 도련님이 죽었다니?”소채은도 눈을 부릅뜨고 앞에 있는 텔레비전 화면을 응시했다.“조성훈이... 살해당했다고?!”화면에서는 계속해서 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는데 조성훈의 시체와 또 다른 네 구의 시체가 이미 흰 천으로 덮여 있었다!방 안에는 선혈이 낭자해 있었다!소채은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조성훈이 어떻게 죽을 수가 있지? 누가 죽인 거야? 그 자식이 어젯밤 나를 납치해서 구주가 구해줬는데, 그럼 살인자는...”여기까지 생각되자, 소채은은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미친 듯이 뛰어갔다.그녀가 빠르게 거실을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 소청하 부부 역시 모두 궁금해졌다.“구주야! 윤구주!”소채은은 윤구주의 방을 향해 뛰면서 소리쳤다.이윽고 방 안에 있던 그가 소리를 듣고 방문을 열며 말했다.“왜 그래, 채은아?”그녀는 미친 듯이 달려오더니 윤구주의 손목을 움켜쥐었다.“빨리 말해, 너 어제 나 구하기 위해서 조성훈을 죽인 거야?”소채은은 눈이 빨갛게 달아올라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윤구주는 그녀가 이렇게 빨리 알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녀가 딴생각이라도 하게 될까 봐 여전히 거짓말을 둘러댔다.“아니!”“정말? 거짓말하지마! 정말 조성훈 그 자식 네가 죽인 거 아니야?!”소채은은 조금 불신하는 듯한 표정이었다.그러나 윤구주는 집요하게 말했다.“정말 안 죽였어. 그냥 조금 혼내줬을 뿐이야.”그제야 소채은은 마음이 놓여진 듯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윤구주를 꼭 끌어안았다.“네가 안 죽였으면 됐어! 나 진짜 무서워 죽는
옆에 있던 조도철은 마누라가 이렇게 울자 얼른 위로했다.“여보 안심해! 내가 반드시 성훈이를 죽인 범인을 색출할 거야! 그리고 반드시 열 배로 내 아들의 목숨을 갚게 할 거야!”“여봐! 얼른 사모님 부축해서 쉬게 해라!”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하인이 서둘러 황수진을 부축하며 쉬러 갔다.그때.밖에서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어 보니, 군복을 입은 조신하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고, 그의 뒤에는 실제 총과 실탄을 차고 있는 두 명의 부하들이 뒤따랐다!“형님, 무슨 일이에요? 제가 듣기로는 성훈이가...”조신하는 들어오자마자 물었다.그러자 조도철이 핏발이 선 눈빛으로 의자에 앉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성훈이가 어젯밤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네?”이를 든 조신하가 앞에 있던 붉은 목제 탁자를 쾅 하고 주먹으로 내리쳤다!뒤이어 단단했던 탁자가 쩍 갈라졌다.“도대체 어떤 놈이 감히 겁도 없이 내 조카를 죽여?”조도철은 고개를 저었다.“내가 아는 건 성훈이가 어젯밤 로얄 호텔에 갔다는 사실 뿐이야. 하지만 뭘 하러 갔는지도 나도 몰라!”“형님, 안심하세요! 제가 반드시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성훈이를 살해한 진범을 색출할 것입니다! 동시에 살인자로 하여금 피의 빚을 피로 갚게 할 거예요!”...조씨 가문이 엄히 조사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여전히 조용하게 소씨 저택에 머물고 있었다.조성훈의 죽음에 대해 그는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어차피 모든 건 주세호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말이다.그러나 소채은은 달랐다.조성훈의 소식을 안 뒤로 그녀는 잔뜩 놀란 마음에 회사도 가지 않고 언제 경찰이 올까 무서워 하루 종일 집에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어쨌든 그녀도 조성훈과 어젯밤 만났으니 말이다.한편, 소청하와 천희수는 이 사실을 알 리 없었다.그들도 비록 조성훈이 살해당한 것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것이 윤구주의 짓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단지 소채은이 왜 이렇게 펄쩍 뛰며 넋이 나가 있을까 궁금해할 뿐.방
조성훈이 죽기 전에 소채은과 함께 있었다는 말을 듣자, 조도철의 안색이 갑자기 보기 흉하게 구겨졌다.뒤이어 군복을 입은 우람한 체구의 조신하가 입을 열었다.“성훈이가 어떻게 그 여자랑 있을 수 있어?”경호원은 조도철을 보고 떠듬떠듬하며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어서 말해!”조신하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경호원은 그제야 서둘러 대답했다.“조사한 바에 의하면, 성훈 도련님은 네 명의 건달을 데리고 그 여자를 납치해 갔을 뿐만 아니라 로얄 호텔까지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뭐?’이 말이 나오자 조신하는 일순간에 안색이 변했다.“성훈이가 그 여자를 호텔로 데려갔다니요?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형님?”조도철은 당연히 자기 아들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사실 조성훈이 이런 일을 했다는 것에 조도철은 크게 놀라지도 않았고 그저 깊게 숨을 들이마실 뿐이었다.“둘째야, 성훈이는 젊으니 때때로 충동적일 때가 있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들이 성훈이를 죽일 만한 이유는 될 수 없지!”조신하는 바보가 아니라 금세 조도철의 뜻을 알아차렸다.이내 그는 곰곰이 생각에 잠기며 잠시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럼 형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어두운 얼굴의 조도철은 자기 아들이 참혹하게 죽는 장면을 생각하자 가슴이 찢길 지경이었다.“피는 피로 갚아야지! 의심의 여지는 없어. 내 아들의 죽음은 틀림없이 그 소씨 가문 년이랑 관련이 있는 거야!”“하지만, 여자 혼자서 어떻게 성훈이를 비롯한 다섯 명의 건장한 남자를 죽일 수 있겠습니까?”“걔는 죽일 수 없지! 하지만 그년이랑 가까운 사람이 했을 수도 있잖아!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성훈이가 로얄 호텔에서 죽음을 맞이했겠어?”“형님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소씨 가문으로 가서 그 여자를 잡도록 합시다!”“그래!”한 시간 후. 조도철은 사람들을 데리고 호호탕탕하게 소씨 저택으로 왔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소씨 저택을 한 번 본 후, 크게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가자! 들어가서 그 천한
바로 이 절체절명의 순간,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만! 우리 부모님 건드리기만 해봐!”이윽고 소채은이 뒤뜰에서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 뒤에는 윤구주도 있었다.조도철은 그녀를 보자 이내 핏발 선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이 천한 년! 드디어 나타났구나!”소채은은 조도철을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러 달려가 소청하의 부상을 살펴보았다.그에게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소채은은 비로소 일어났다.“대체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그러자 조도철이 눈시울을 붉혔다.“뭐 하는 거냐고? 너 이 천한 계집애가 내 아들을 죽였는데, 어디서 지금 고개를 빳빳이 들어?!”“허튼소리 하지 마세요! 누가 그래요? 내가 조성훈을 죽였다고!”소채은도 덩달아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아직도 감히 변명을 늘어놔? 어젯밤 연회에서 우리 아들이 널 찾았잖아.”그 말에 소채은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래서요?”“인정한 거로 받아들일게, 여봐! 이 빌어먹을 년 잡아라!”말이 떨어지자 조씨 가문의 경호원이 나서려고 했다.“멈춰요! 그 쪽 아드님께서 저를 납치했었거든요? 나도 아직 가서 따지지 않은 걸 그쪽에서 지금 되레 나한테 따진다고요?”소채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그날의 일을 말했다.그러나 조도철은 여전히 냉담한 태도로 일관했다.“납치했는지 안 했는지, 나는 몰라! 난 그냥 내 아들이 널 로얄 호텔로 데려갔다가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밖에 알지 못해! 그러니 너를 찾아서 원수를 갚아야지 내가 누굴 찾아가겠어?”“함... 함부로 모함하지 마세요! 저는 조성훈을 죽인 적이 없습니다!”소채은은 계속 해명하려 들었다.하지만 그것이 조도철의 귀에 들어갈 리가 있겠는가? 그는 여전히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천한 년, 내가 네 말을 믿을 것 같아? 빨리 저년 안 잡고 뭐 해 다들!”그러자 곁에 있는 우람한 경호원 한 명이, 바로 달려들어 소채은을 잡았다.그 순간 검은 그림자가 번쩍하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조씨 가문의 경호원이 갑자기 날아가 땅바
그러자 윤구주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들어 말했다.“또 덤빌 사람 있습니까?”모든 상황을 지켜봤는데 조도철이 어찌 감히 또 달려들겠는가.그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너, 너 도대체 누구야! 누군데 우리 조씨 가문 일에 참견하는 거야!”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당신은 제 이름을 알 자격이 없습니다.”그때, 또 다른 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그래? 그럼 나 조신하가 한번 봐야지. 오늘 누가 이렇게 미친 듯이 구는지!”이윽고 진짜 총과 실탄을 장착한 미색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밖에서 돌진해 들어왔다!무려 일렬로 쭉 서서 말이다!저택 안에 들어온 후, 그들은 일제히 손에 든 총기를 들고 윤구주와 소채은 등 사람을 향해 겨누었다.그리고 선두에 선 사람은 바로 창용 부대의 중령 조신하였다.중무장한 군인들일 나타나자 소청하 부부는 놀라서 감히 소리도 내지 못했다.물로 소채은도 잔뜩 놀라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조도철은 조신하가 부대를 데리고 들어온 것을 보고 서둘러 다가가 일렀다.“둘째야, 마침 잘 왔다. 얼른 저 짐승 자식을 잡아!”조신하는 윤구주를 바라보았을 뿐인데, 알 수 없는 기운에 압도당해 심장이 덜컹거렸다!‘이 자식 뭐야? 왜 온몸에 카리스마가 진동하지? 창용 부대의 중령인 나보다 더 센 것 같은데?!’이내 조신하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입을 열었다.“묻는 말에 잘 대답해, 네가 내 사람들을 건드렸나?”윤구주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데요?”“겁도 없군! 하지만, 오늘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네 주먹이 세냐, 내 총이 세냐 이거야.”조신하는 허리에 있는 총을 직접 뽑았고, 곧이어 새까만 총구가 윤구주를 향했다.그러자 윤구주가 피식 웃더니 차가운 눈동자로 조신하를 바라보며 고개를 돌렸다.“정말 한번 붙어 보고 싶어요?”그의 횃불 같은 두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는 조신하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마음속에서 밀려왔다!이런 강한 카리스마에서 전해져오는 공포감은 천군만마보다
윤구주는 소채은을 향해 살짝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내 걱정은 하지 마!”“어떻게 걱정을 안 해! 너 바보야? 왜 살인을 인정해?”소채은은 초조한 마음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하지만 윤구주는 오히려 그녀를 위로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걱정 마, 난 아무 일도 없을 거야.”말을 끝내고 그는 조신하와 조도철을 향해 걸어갔다.“잘 들어요, 조성훈은 내가 죽였습니다. 소씨 가문 사람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복수하고 싶거든 나를 찾아오셔야 할 겁니다.”윤구주가 살인을 자백하자 조도철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했다.“이 짐승 새끼, 정말 네가 내 아들을 죽였어?”그러자 윤구주가 서둘러 대답했다.“그래요, 바로 접니다.”“네가 감히 내 아들을 죽여? 반드시 네 목숨으로 빚을 갚아야 할 거다!”조도철은 핏발 선 눈동자로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으나 조신하에 의해 저지되고 말았다.“형님, 안심하세요! 성훈이의 목숨은 제가 반드시 갚아주겠습니다. 이렇게 단번에 죽이는 건 너무 쉽잖아요.”이 말을 들은 조도철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를 달래고 난 뒤, 조신하는 고개를 돌려 이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믿는 구석이 있나 보지? 네가 감히 내 조카를 죽여?! 잘 봐, 이번에는 내가 너를 어떻게 죽이는지! 다들 얼른 이 새끼 데려가!”말이 떨어지자 주위에 싸늘한 총기를 든 군인들이 즉시 윤구주를 붙잡아 데려가려 했다.그가 끌려가려는 것을 눈치채고, 소채은이 덥석 달려들었다.“무고한 사람 데려가지 마세요! 조성훈은 이 사람이 죽인 게 아닙니다!”소채은은 윤구주를 잡아당기며 울었다.하지만 이내 그녀는 군인들에 의해 밀쳐지고 말았다.그렇게 윤구주는 허무하게 조신하의 수하들에게 끌려갔고 그가 잡혀가는 것을 바라보며 뒤에서 소채은이 울부짖었다.“구주야... 구주야...”윤구주가 떠나간 뒤에도 그녀는 한참이고 땅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다.그러자 옆에 있던 소청하 부부가 서둘러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채은아, 울지 말고 어서 일어나!”
“창용 부대의 조신하요?”주세호는 당연히 조신하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표태훈의 말처럼, 조신하는 창용 부대의 중령이다. 주세호가 아무리 돈이 있다 하더라도 직접 군부대에 있는 사람과는 맞서지 못했다.그러나 그것도 잠시, 주세호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창용 부대의 사람이 저하를 잡다니? 허허! 이번에 꽤 볼만한 구경거리가 생겼군요! 표 집사님, 즉시 제 전세기를 타고 남부 군관구로 가서 박창용 사령관을 찾으세요!”“동시에 박 사령관님께...”주세호는 표태훈의 귀에 속삭이며 몇 마디 했다.그 말을 들은 표태훈이 깜짝 놀라 놀라서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제가 얼른 처리하도록 하죠!”이때, 주세호가 또 웃었다.“창용 부대라... 이번에 조신하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잘 봐야겠어!”...조씨 저택. 윤구주는 어두운 지하실에 갇혀있었고 정문 앞에는 진짜 총과 실탄을 찬 창용 부대의 군인이 서 있었다.시커먼 지하실 안에서 윤구주는 조용히 무릎을 감싸고 앉아있었다.그가 조신하에게 순순히 붙잡혀준 것은 바로 손을 쓰지 않기 위해서였다.그가 만약 손을 쓴다면, 이 한 소대의 군대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10배가 넘는 인력이 온다고 하더라도 윤구주를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스스로 이곳에 갇힌 이유에 관해 묻자면, 윤구주는 이 조씨 가문이 도대체 얼마나 능력이 있는 가문이 알아보기 위해서였다.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지나간다.얼마쯤 지났을까, 발걸음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바로 조신하와 조도철이었다.입구의 경비병은 조신하를 본 후 곧장 군례를 올렸다.“그 자식은?”조신하가 물었다.“안에 있습니다!”“문 열어!”“예!”와르르! 철문이 열리자 조신하는 조도철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지하실 안에서 윤구주는 여전히 조용히 앉아있었다.두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그에게도 시선을 돌렸다.“이 짐승 새끼, 네가 어떻게 죽는지 똑똑히 지켜보라고! 감히 내 아들을 죽이다니, 내가 반드시 너에게 열 배, 백 배로 갚아 줄 거야!”
이 생각에 다다르자, 세나미는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왜? 내가 엄청 늙었어야 했나?”윤구주는 냉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그 말에 붉은 머리칼과 굴곡진 몸매를 가진 세나미는 잠시 얼어붙었다.사실이다.세나미는 윤구주 같은 전설적인 존재는 분명 늙은 괴물 수준의 외모일 거라 생각해왔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바로 눈앞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자신과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이건...그녀를 한순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네가 살아 있다고 해도 내가 두려워할 것 같아?”“내 스승님은 신전의 제1대사관이셔! 네가 감히 날 붙잡기라도 한다면, 스승님께서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게다가 우리 설국의 수만 전사들이 반드시 너희 화진과 전쟁을 벌일 거라고!”세나미는 단호하게 외쳤다.그러나 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전쟁?”“너희 설국 따위가 그럴 용기가 있을 것 같아?”“옛날에 내가 혼자 한 자루 검만 들고 너희 설국 황도를 휘저었던 거 기억 못 하나? 이번에는 네 눈앞에서, 내가 설국을 어떻게 멸망시키는지 직접 보여주겠다!”세나미는 그의 말에 깜짝 놀라 외쳤다.“너, 네가 대체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두 손을 뒤로 짚으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설국이 과거 열국의 치욕을 씻어내고 싶어 하던데... 좋아. 내가 그 기회를 주지.”“지금부터 넌 내 노예가 될 거야!”그 말이 끝나자마자, 윤구주는 손가락으로 복잡한 결계를 그리더니, 세나미의 미간에 손을 댔다. 그 순간, 뜨거운 인장이 세나미의 정신 세계 깊숙한 곳에 새겨졌다.눈앞의 설국 여전사는 미간에 인장이 새겨지면서 온몸이 강하게 떨렸다. 그녀의 모든 정신력이 마치 강제로 묶인 듯 인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마치...그녀의 혼이 완전히 그 인장에 의해 지배당한 듯했다.“너... 너 이 악마,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세나미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외쳤다.“그저 네 정신 세계에 생사인을 새긴 것뿐이
유기철이 세나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던 중,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염수천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세나스? 그놈이 뭔데 대단하다고 떠들어대는 거지?”“무례하다! 감히 내 아버지를 모욕하다니!”세나미는 자신의 아버지를 조롱하는 염수천의 말에 분노하며 외쳤다.그러나 염수천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뭐 어쩔 건데? 옛날 낭파산 전투 때, 우리 왕께서 너희 설국의 정예 병력 백만을 도륙 내셨지! 그리고 네 아버지 눈 하나를 꿰뚫어버린 일, 기억 못 할 리 없을 텐데? 네 아버지한테 물어봐라. 아직도 그날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지 말이야.”이 말에 세나미는 한순간 침묵했다.6년 전, 열국 전쟁.그때 세나미는 겨우 14살이었다. 그녀는 광명 신전에서 수련 중이었고,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하지만 그 전투로 인해 설국은 멸망 직전까지 몰렸고, 그녀의 아버지 세나스는 설국의 백만 대군을 이끌고 나섰다가 낭파산에서 전멸당했다.설국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순간이었으며, 세나스 일생의 가장 큰 오점으로 남았다.설국인이라면 누구나 이 일을 알고 있다. 세나미 역시 그 진실을 모를 리 없었다.그러나 이내, 세나미는 갑자기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천하무적이라는 화진의 구주왕이 대단하면 뭐 하냐? 결국엔 죽어버렸잖아!”윤구주가 죽음의 바다에 빠졌다는 소식 이후, 모두가 그가 죽었다고 믿었다.세나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수천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유기철도 웃음을 터뜨렸다.“뭐가 웃긴 거지?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세나미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화진에서 구주왕은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염수천과 유기철이 그의 죽음을 듣고도 웃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너희 설국의 오랑캐 놈들은 내가 죽었다고 진짜로 믿은 건가?”벼락처럼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세나미의 귀를 때렸다.세나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구주를
국경 수비대원들이 물러나자, 감옥 안에 갇혀 있던 세나미의 불타는 시선이 윤구주를 향했다.“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 이 악마!”“날 풀어줘! 어서 날 풀어달란 말이야!”“네가 진짜 대단하다면, 차라리 날 죽여! 왜 이렇게 감금해 두고 있는 거지?”세나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구주는 차가운 코웃음을 내뱉으며 단숨에 강력한 현기를 뿜어내 그녀의 몸과 목을 단단히 속박했다.이 순간, 설국의 여전사로 명성을 떨치던 그녀는 마치 종이 인형처럼 무력해졌다. 윤구주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그녀를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널 죽이는 게 어려울 것 같아?”순간 세나미는 숨이 막혀 얼굴이 보랏빛으로 변해 갔다. 죽기 일보 직전, 윤구주가 속박을 거두며 그녀를 놓아주었다.쿵!세나미는 바닥에 쓰러지며 기침을 쏟아냈다.“죽을 줄도 모르고, 너 따위가 우리 왕 앞에서 함부로 지껄여?”염수천이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한편, 세나미는 오랜 시간 기침을 하고 나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윤구주와 염수천, 그리고 유기철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넌 대체 누구지? 왜 우리 설국을 적으로 돌리는 거야?”염수천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네 주제에 우리 왕의 이름을 물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유기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염 장군 말이 백번 맞다. 너희 설국 놈들은 우리 화진의 국경을 침범하고 백성들을 괴롭혀 왔다. 당연히 죽어 마땅하지!”유기철과 염수천의 말에 세나미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누군지나 알고 날 죽이려는 거야? 설마 설국과 전쟁을 벌일 각오를 한 건가?”그녀의 말에 염수천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누구인지 한번 들어보자. 겁 좀 먹게 해봐.”세나미는 당당히 가슴을 펴고 외쳤다.“내 이름은 세나미다! 내 아버지는 설국의 군신 세나스지!”그녀의 이름이 떨어지자 염수천은 시큰둥하게 반응했지만, 유기철의 표정은 한순간 굳어졌다.“세나미? 설마 네가 그 설
염수천이 거침없이 외쳤다.이에 윤구주는 담담히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지 않은가? 그까짓 야만국 하나에 그리 호들갑을 떨 필요 없다고. 그렇지 않으면 이 소문이 퍼져 다른 구국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나?”염수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럼, 왕께서는 어떤 뜻을 갖고 계십니까?”윤구주는 당당히 일어서서 창밖 설국의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6년 전, 나 홀로 한 자루 검만 들고 설국 황도를 베어버린 적이 있다. 6년 후, 또 한 번 그렇게 한다 해도 문제없겠지.”윤구주의 이 패기 넘치는 말을 들은 염수천은 감탄하며 외쳤다.“무적이십니다! 왕께서는 천하무적이십니다!”이후 윤구주와 염수천은 황도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 특히 문씨 세가와 제자백가에 관해 나누기 시작했다.지난번 윤구주는 노룡산에서 제자백가의 수많은 절정 강자들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그 사건 이후로 문씨 세가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번 설국 문제만 아니었다면 윤구주는 반드시 서울로 돌아가 문씨 세가를 샅샅이 뒤졌을 것이다.윤구주가 염수천, 유기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국경 수비대원이 급히 달려와 보고했다.“보고합니다, 군왕! 감금 중이던 설국 여자가 깨어났습니다! 게다가 우리 국경 수비대원 한 명을 다치게 했습니다!”“지금은 감시실에서 큰소리로 욕설을 퍼붓고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반면, 성질 급한 염수천은 소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대담한 야만족이군! 붙잡힌 주제에 우리 화진 군인을 다치게 하다니, 당장 처형시켜라! 흑기 금위군, 명령을 듣거라! 지금 즉시 총살하라!”염수천이 성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려는 찰나, 윤구주가 차분히 제지했다.“총살은 필요 없다.”윤구주의 만류에 염수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왕께서는 왜 그 설국 여자를 살려두려 하십니까?”윤구주는 문득 떠올랐다. 이전에 그 여자가 아무 죄 없는 목동들을 풀어주던 모습을. 그는 천천히 말했다.“그 여자가 설국 사람이긴 하지만 심성은 꽤 선하더군.
거대한 북극 늑대가 윤구주를 향해 무릎을 꿇다니.윤구주는 신인 걸까?그렇게 국경수비대 병사 두 명이 북극 늑대를 데리고 왼쪽에 있는 빈집으로 향했다.그들이 몇 미터 걸어가자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잠깐!”“저하, 무슨 분부 있으십니까?”국경수비대 병사 두 명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허공에 대고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북극 늑대 위에 기절해 있던 여자가 떠 올랐다.‘응?’“설국 여자?”주변 사람들은 윤구주가 설국 여자를 데리고 온 걸 보고 전부 당황했다. 그녀가 누군지, 윤구주가 무엇 때문에 그녀를 잡아 온 건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염수천도 마찬가지였다.윤구주는 기절한 세나미를 잡더니 손을 폈고, 쿵 소리와 함께 세나미의 몸이 바닥에 세게 던져졌다.“이 설국 여자도 가두도록 해!”윤구주는 덤덤히 말한 뒤 세나미를 뒤로 하고 몸을 돌려 병영 안쪽으로 향했다.병사들은 비록 세나미가 누군지 알지 못했지만 황급히 윤구주의 명령에 따랐다.널따란 지휘실 안.윤구주가 안으로 들어간 뒤 염수천은 서둘러 그의 곁에 섰다.흑기 금위군 병사들은 모두 꼿꼿이 양쪽으로 서 있었다.운이 좋지 않았던 유기철은 여전히 두 팔에 수갑이 채워진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서 한쪽에 서 있었다.“쟤는 왜 저래?”윤구주는 유기철의 손에 수갑이 채워진 걸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염수천은 유기철을 노려보면서 말했다.“저하, 유기철은 국경 지역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벌을 주고 있습니다.”“됐어. 국경 지역 일은 유기철만의 잘못은 아니니까. 이 일은 문씨 일가의 탓이야.”윤구주는 구주군을 해산시킨 장본인이 문아름이라는 걸 알았다.이곳에 힘없는 병사들 2,000명을 남겨서 국경 지역을 지키게 한 것도 문아름이었다.그러니 유기철이 국경 지역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은 전부 그의 잘못은 아니었다.염수천은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돌려 유기철을 향해 매섭게 말했다.“운 좋은 줄 알아. 저하께서
한때 구주군의 10대 장수였던 사람들은 모두 만만치 않았다.염수천이 바로 그중 한 명이었다.그들의 무자비함은 모두 윤구주를 보고 배운 것이었다.그들은 다짜고짜 다른 나라를 침공할 수 있는 그런 인물들이었다.염수천은 흑기 금위군을 이끌고 설국으로 향하려고 했다.흑기 금위군이 준비를 마치고 출발하려고 할 때, 갑자기 우레 같은 소리가 병영에 울려 퍼졌다.“그럴 필요 없어. 나 돌아왔어.”그 말을 들은 순간 염수천의 얼굴이 기쁨으로 물들었다.그 목소리는 누가 봐도 윤구주의 목소리였다.“저하, 돌아오셨군요!”염수천은 흥분해서 병영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리고 그의 뒤에 있던 흑기 금위군과 다무, 묶인 유기철까지 전부 들뜬 얼굴로 뛰쳐나갔다.거대한 체구의 흰색 북극 늑대가 눈보라를 뚫고 풀이 잔뜩 죽은 채 걸어가고 있었다.북극 늑대 위에는 윤구주가 올라타 있었고 그의 뒤에는 정신을 잃은, 아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자가 있었다.“세상에나! 저렇게 큰 북극 늑대라니.”“저것좀 봐. 북극 늑대를 타고 있는 게 우리 저하야!”국경수비대 병사들과 흑기 금위군은 윤구주가 북극 늑대를 타고 눈보라를 헤치며 돌아온 순간, 다들 깜짝 놀랐다.염수천은 거대한 북극 늑대를 타고 돌아온 윤구주를 본 순간 빠르게 앞으로 향했다.“염수천, 저하의 귀환을 축하드립니다!”그의 뒤에 있던 흑기 금위군도 일제히 윤구주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윤구주는 염수천 등 사람들이 온 걸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너희는 여기 왜 왔어?”“저하, 전 국주님의 명령에 따라서 저하를 돕기 위해 5만 금위군을 데리고 왔습니다.”염수천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국주님?”윤구주는 다시 한번 눈살을 찌푸렸다.“그렇습니다! 국주님께서는 벌레만도 못한 설국은 저하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저하께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셔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 기회를 틈타 설국을 평정하여 우리 화진의 속국으로 만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그렇게 국경수비대 지휘관 유기철은 지휘실로 끌려갔다.커다란 지휘실 안.안팎으로 염수천의 흑기 금위군이 쫙 깔렸다.황성을 지키는 3대 금위군 중 하나인 흑기 금위군 병사들은 모두 최소 대무사 급이었고 어떤 이들은 무대 대가 경지였다.통령인 염수천은 절정 삼중천 실력으로 민규현과 막상막하였다.지휘실 안쪽에는 염수천이 차가운 얼굴로 앉아 있었고 유기철은 마치 범죄자처럼 두 손과 발이 묶여 있었다.다무와 국경수비대 병사들은 다들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유기철, 네 죄를 알아?”염수천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염수천은 과거 구주군 10대 장수 중 한 명이었기에 살기도 강했고 또 난폭하기로 유명했다.질문을 받은 유기철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네... 알고 있습니다.”“안다면 죽어야지! 여봐라, 이 자식을 끌고 가서 죽여!”염수천이 말했다.‘뭐?’염수천이 유기철을 죽이려고 하자 국경수비대 병사들은 전부 당황했다. 다무도 마찬가지였다.“염수천 장군님, 죽으라면 죽겠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한 번만 저하를 뵙게 해주십시오!”유기철이 갑자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염수천은 싸늘한 눈빛으로 유기철을 노려보았다.“구주군이면서 이토록 쓸모없는 놈이 감히 무슨 낯짝으로 저하를 뵙는다는 거야?”“전... 전...”부끄러움을 느낀 유기철은 두 눈이 빨개졌다.그가 평생 가장 숭배하던 우상은 바로 윤구주였다.그런데 윤구주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겨우 그와 하루밖에 함께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죽어야 한다니 억울했다.“장군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전 그동안 줄곧 저하께서 돌아오시기만을 바랐습니다. 드디어 어렵게 저하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뵙게 해주세요... 저하를 뵙는다면 지금 당장 죽으라고 해도 저는 기꺼이 죽을 겁니다.”유기철은 눈이 벌게진 채 염순천을 향해 애원했다.염수천은 정말로 유기철을 죽일 생각인 걸까?당연히 아니다. 그는 그저 화가 났을 뿐이다.당당한 화진 국경수비대의 지휘관이 설
“세상에, 전투기가 왜 저렇게 많이 왔지?”“지휘관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하늘 위 헬리콥터들을 본 국경수비대 병사들은 모두 넋이 나갔다.지휘관인 유기철 또한 눈이 휘둥그레져서 헬리콥터들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대단한 분이 오셨나 봐. 어서 모든 병사에게 나와서 대열을 맞추어 맞이하라고 해!”“네!”곧이어 국경수비대 병사들은 모두 밖으로 나와서 줄을 섰다.하늘에 있는 헬리콥터들은 전부 화진의 헬리콥터들이었고 대충 봐도 백여 대는 될 것 같았다.거대한 프로펠러가 요란하게 돌아가면서 천천히 평원에 착륙하기 시작했다.잠시 뒤, 백여 대쯤 되는 헬리콥터들이 하나둘 착륙했다.그리고 곧 검은색 갑옷을 입은, 기세가 남다른 병사들이 허리춤에 검은색 검을 차고 헬리콥터에서 일제히 내려왔다.그들이 갑옷을 입고 나타나자 유기철은 당황했다.“세상에, 저 사람들은 우리 서울 황성의 흑기 금위군들인데!”유기철이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뭐라고?’“흑기 금위군이요?”옆에 있던 병사도 외쳤다.“그래! 황성 3대 금위군은 흑기, 홍기, 황기 금위군으로 이루어져 있지. 3대 금위군은 우리 국주님을 보호하는 가장 강한 금위군이야!”“세상에, 우리 황성 금위군이 왜 국경 지역으로 온 걸까요?”다들 놀라워하는 사이 천여 명 가까이 되는 흑기 금위군이 질서정연하게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선두에 선 사람은 우람한 몸집에 차가운 표정을 가진 남자였다.남자는 얼굴이 넓은 편이었고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그가 바로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금위군 통령 염수천은 홀로 10만 금위군을 장악하고 있으며 3군 통령이라고 불렸다.그가 바로 과거 윤구주의 10대 장수 중 한 명이었다.유기철은 구주군 제6군단에 있을 때 이미 염수천을 알고 있었다.이 순간, 염수천이 멀리서 걸어오는 걸 본 유기철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염수천 장군님! 염수천 장군님이 오시다니! 구주군 제6군단의 유기철 염수천 장군님께 인사드립니다.”유기철은 멀리서 염수천
흑여산맥, 화진 병영.다무는 윤구주에게 임명받아 진정한 구주군의 멤버가 된 뒤로는 자긍심을 느꼈다.비록 그는 나이도 많고 다리도 불편했지만 다시금 화진의 군복을 입게 되자 70을 앞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풍당당했다.주변에 있던 국경수비대 병사들은 이미 모두 윤구주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그들은 흥분되기도 하고 또 두렵기도 했다.한때 화진의 왕이었던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이 흥분되었고, 군법을 엄격히 지키지 않은 나태한 태도 때문에 벌을 받게 될까 봐 두려웠다.“아저씨, 혹시 우리 구주왕이랑 아주 친한 사이인가요?”이때 국경수비대 병사 몇 명이 다무의 곁으로 다가갔다.다무는 그 말을 듣더니 자랑스럽게 말했다.“당연하지. 우리 저하는 이 늙은이를 구해준 적이 있다고!”“정말 대단하시네요! 아저씨, 만약 저하께서 저희를 벌하겠다고 하시면 꼭 저희 대신 말 좀 해주세요!”국경수비대 병사 몇 명이 다무에게 말했다.다무는 웃으며 대꾸했다.“걱정하지 마! 법을 잘 준수하며 우리 화진의 국경을 지킨다면 저하께서는 절대 너희를 벌하지 않을 테니까!”“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목숨 걸고 화진의 영토를 지킬 거예요!”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군용차량 한 대가 그들 쪽으로 달려왔다.군용차량이 멈춰서자 군복을 입은 유기철이 차에서 내렸다.“지휘관님께서 돌아오셨어!”“지휘관님을 뵙습니다.”근처에 있던 병사들은 유기철을 보더니 곧바로 경례를 했다.유기철은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저하께서 잡으라고 했던 놈들은 전부 잡은 거야?”“지휘관님, 전부 잡았습니다. 그들 모두 지금 구금실에 구금되어 있습니다.”“좋아! 빌어먹을 배신자들, 저하께서 돌아오시면 그놈들 목을 전부 베어버려야지!”다무는 이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지휘관님, 저하는요?”다무가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바로 윤구주였다.유기철과 윤구주는 함께 떠났는데 유기철만 돌아왔기에 다무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유기철은 웃는 얼굴로 설국 방향을 바라보며 자랑스럽게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