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는 소채은을 향해 살짝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내 걱정은 하지 마!”“어떻게 걱정을 안 해! 너 바보야? 왜 살인을 인정해?”소채은은 초조한 마음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하지만 윤구주는 오히려 그녀를 위로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걱정 마, 난 아무 일도 없을 거야.”말을 끝내고 그는 조신하와 조도철을 향해 걸어갔다.“잘 들어요, 조성훈은 내가 죽였습니다. 소씨 가문 사람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복수하고 싶거든 나를 찾아오셔야 할 겁니다.”윤구주가 살인을 자백하자 조도철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했다.“이 짐승 새끼, 정말 네가 내 아들을 죽였어?”그러자 윤구주가 서둘러 대답했다.“그래요, 바로 접니다.”“네가 감히 내 아들을 죽여? 반드시 네 목숨으로 빚을 갚아야 할 거다!”조도철은 핏발 선 눈동자로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으나 조신하에 의해 저지되고 말았다.“형님, 안심하세요! 성훈이의 목숨은 제가 반드시 갚아주겠습니다. 이렇게 단번에 죽이는 건 너무 쉽잖아요.”이 말을 들은 조도철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를 달래고 난 뒤, 조신하는 고개를 돌려 이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믿는 구석이 있나 보지? 네가 감히 내 조카를 죽여?! 잘 봐, 이번에는 내가 너를 어떻게 죽이는지! 다들 얼른 이 새끼 데려가!”말이 떨어지자 주위에 싸늘한 총기를 든 군인들이 즉시 윤구주를 붙잡아 데려가려 했다.그가 끌려가려는 것을 눈치채고, 소채은이 덥석 달려들었다.“무고한 사람 데려가지 마세요! 조성훈은 이 사람이 죽인 게 아닙니다!”소채은은 윤구주를 잡아당기며 울었다.하지만 이내 그녀는 군인들에 의해 밀쳐지고 말았다.그렇게 윤구주는 허무하게 조신하의 수하들에게 끌려갔고 그가 잡혀가는 것을 바라보며 뒤에서 소채은이 울부짖었다.“구주야... 구주야...”윤구주가 떠나간 뒤에도 그녀는 한참이고 땅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다.그러자 옆에 있던 소청하 부부가 서둘러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채은아, 울지 말고 어서 일어나!”
“창용 부대의 조신하요?”주세호는 당연히 조신하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표태훈의 말처럼, 조신하는 창용 부대의 중령이다. 주세호가 아무리 돈이 있다 하더라도 직접 군부대에 있는 사람과는 맞서지 못했다.그러나 그것도 잠시, 주세호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창용 부대의 사람이 저하를 잡다니? 허허! 이번에 꽤 볼만한 구경거리가 생겼군요! 표 집사님, 즉시 제 전세기를 타고 남부 군관구로 가서 박창용 사령관을 찾으세요!”“동시에 박 사령관님께...”주세호는 표태훈의 귀에 속삭이며 몇 마디 했다.그 말을 들은 표태훈이 깜짝 놀라 놀라서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제가 얼른 처리하도록 하죠!”이때, 주세호가 또 웃었다.“창용 부대라... 이번에 조신하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잘 봐야겠어!”...조씨 저택. 윤구주는 어두운 지하실에 갇혀있었고 정문 앞에는 진짜 총과 실탄을 찬 창용 부대의 군인이 서 있었다.시커먼 지하실 안에서 윤구주는 조용히 무릎을 감싸고 앉아있었다.그가 조신하에게 순순히 붙잡혀준 것은 바로 손을 쓰지 않기 위해서였다.그가 만약 손을 쓴다면, 이 한 소대의 군대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10배가 넘는 인력이 온다고 하더라도 윤구주를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스스로 이곳에 갇힌 이유에 관해 묻자면, 윤구주는 이 조씨 가문이 도대체 얼마나 능력이 있는 가문이 알아보기 위해서였다.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지나간다.얼마쯤 지났을까, 발걸음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바로 조신하와 조도철이었다.입구의 경비병은 조신하를 본 후 곧장 군례를 올렸다.“그 자식은?”조신하가 물었다.“안에 있습니다!”“문 열어!”“예!”와르르! 철문이 열리자 조신하는 조도철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지하실 안에서 윤구주는 여전히 조용히 앉아있었다.두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그에게도 시선을 돌렸다.“이 짐승 새끼, 네가 어떻게 죽는지 똑똑히 지켜보라고! 감히 내 아들을 죽이다니, 내가 반드시 너에게 열 배, 백 배로 갚아 줄 거야!”
윤구주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조신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이 개자식아! 네가 뭔데 감히 우리 총사령관님 성함을 마음대로 불러? 난 지금 바로 너를 이 자리에서 총살할 수도 있어, 알아?”“날 쏴? 정말 그럴 수나 있고?”윤구주가 피식 냉소하자 조신하는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창용 부대의 중령으로서 지금 윤구주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그는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여봐! 이 새끼 바로 죽여!”그의 명령에 따라 밖에서 몇 명의 경비병이 들이닥쳤고 동시에 새까만 총구가 일제히 윤구주를 겨눴다.“짐승 새끼, 이건 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거야, 나를 탓할 이유가 없다고!”이윽고 경비병들이 총을 쏘려는 찰나, 윤구주가 갑자기 이렇게 소리 질렀다.“산과 강이 있기에 장대한 뜻을 걱정하지 않고 전사하여 모래밭에 나라를 세우니, 시체와 귀신이 끊임없이 쌓여 있다! 곧이어 사방에서 피의 안개가 일더니, 창용이 구주를 울리는구나!”그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리며 현장에 있던 조신하와 총을 쏘려는 경비병의 귀에 들어왔다.괴상한 시구 같은 것이 귀에 들어오자 경비병은 어리둥절해 있었다.이어 한 경비병이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입을 열었다.“우... 우... 우리 창용 부대의 군가입니다! 저자가 어떻게 우리 창용 부대의 군가를 알고 있습니까?”그렇다. 윤구주가 방금 읽은 것은 바로 창용 부대의 군가인데, 당시 그가 직접 작사한 것이었다.갑자기 들려온 군가에 창용 부대 경비병들은 물론 조신하까지 전부 어리둥절해서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너, 너 어떻게 우리 창용 부대의 군가를 알아? 도대체 정체가 뭐야?”조신하가 성난 목소리로 묻자 윤구주가 피식 웃었다.“말했잖아, 너는 아직 내 이름을 알 자격이 없다고! 딱 한 가지만 말할게, 박창용더러 날 보러 오라 전해. 어쩌면 너도 죽음을 면할 수 있을지 몰라.” 조신하는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기 시작했다.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앞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그의 정체를 어떻게
주세호가 100여 명을 데리고 조씨 저택 전체를 포위했다는 소식을 듣자 조도철의 얼굴빛이 더욱 확 변했다.옆에 있던 조신하도 말이다!“젠장! 주세호 미친 거 아니야? 우리 조씨 집안이 무슨 DH 그룹과 원한 맺은 일이 있다고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포위를 해?!”조도철이 또 한 번 포악하게 울부짖었다.“형님 겁내지 마세요! 제가 있는 걸 알면 누구도 감히 저희 조씨 가문을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가자! 나가보자!”조신하가 이렇게 말하자 조도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들은 이 캄캄한 지하실을 떠났다.한편 조씨 저택 대문 입구.새까만 복장 차림의 사람들이 조씨 저택을 물샐틈없이 에워쌌다.그리고 그 선두에 선 사람은 강성 제일의 갑부 주세호였다.그때, 조씨 저택 대문이 우르릉하며 천천히 열렸다.뒤이어 조신하를 필두로 조도철, 그리고 진짜 총과 실탄을 든 경비병들이 따라 나왔다.경비병들이 나오자 이들은 일제히 손에 든 총기를 들고 주세호와 모든 경호원들을 겨냥했다.하지만 주세호는 꿈쩍도 하지 않고 여전히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서 있었다.“강성 제일의 갑부이신 주 회장님께서 무슨 바람으로 갑자기 저희 조씨 저택을 찾아오신 건지... 그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저희 집을 포위하시면서 말이죠.”조도철은 밖으로 걸어 나오자마자 입을 열었다.그러자 주세호가 냉담하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조도철 씨, 이왕 직접 온 거 이유라도 말씀드리죠. 혹시 소씨 저택에서 사람 한 명 잡아 왔습니까?”이 말을 들은 조도철이 피시 냉소했다.“사람을 잡아 왔다니요? 주 회장님께서 무슨 얘기를 하시는지 당최 모르겠군요!”“시치미 떼지 마십쇼! 저도 더 숨기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잡은 사람은 바로 나 주세호의 은인이에요! 더군다나 나 이 주세호가 생애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시지요! 한마디 충고하겠는데 눈치가 있으면 빨리 그자를 풀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곧 파국을 맞게 될 겁니다!”곧이어 조도철이 하하 웃기 시작했다.“아
조신하는 차갑게 얼어붙었다.“그래서요?”“좋습니다, 후회하지 않으시면 됐어요. 이봐! 여기 조씨 저택을 전부 포위하도록 해!”주세호의 명령에 백여 명의 경호원들이 일제히 조씨 저택 대문을 에워쌌다!뒤이어 그들이 포위 공격하려 하자, 조신하도 포악하게 외쳤다.“경비대! 준비해! 오늘 밤, 누가 감히 한 발짝이라도 나서는 자가 있으면 전부 사격하라.”와르르! 경비병들은 기관단총을 들고 주세호 쪽의 경호원들을 겨누었다! 대치가 시작된 것이다!하지만 주세호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는 오늘 조씨 가문이 반드시 멸망할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구태여 다른 이유도 없었다. 그들은 구주의 왕을 지하실에 가두지 않았는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절차다.바로 이때였다. 파란 하늘에서 전투기 엔진 소리가 하늘을 가로질렀고, 마치 고막이 부서질 것 같은 엄청난 굉음이 울렸다.굉음이 들려오는 순간 주세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왔다!”이 말이 나오자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먼 하늘에서 10여 대의 최신형 젠31 전투기가 마치 비룡처럼 하늘 위에서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창용 부대의 중령인 조신하는 굉음을 내는 이 엔진 소리를 듣자, 순식간에 안색이 굳어졌다.“이... 이건... 젠31 전투기? 뭐야? 창용 전투기 부대가 출동한 거야?”조신하가 충격 속에 머무는 동안, 하늘에서 16대의 젠31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강성을 향해 날아왔다!그 시각, 수많은 강성시민들도 전투기 무리를 목격했다!“전쟁인가? 왜 갑자기 이렇게 많은 전투기 무리가 강성시 하늘 위에 나타났을까?”모든 이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가운데 “젠31 전투기 군” 16대가 “팰컨10” 헬기 5대를 보호하며 점차 모습을 드러냈다.그리고 그중 한 대에 붙어있는 “창용” 문양은 남부 창용 부대 총사령관의 전용기였다!조신하는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었다.“뭐야? 저건 총사령관님의 전용기잖아!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어떻게 총
“헐, 우리 사단장님이시잖아? 참모장에 후방 지원부 부장까지?!”“맙소사, 저 마지막에 내리신 분은 총사령관님 아니셔?!”조씨 저택 앞에 서 있던 경비병들은 팰컨 10 헬기에서 내려온, 장교 훈장을 어깨에 멘 대관들이 잇달아 내려오자 다들 어리둥절해졌다.조신하는 다리가 풀려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사단장? 참모장? 후방 지원부 부장에 총사령관님까지... 모두 직접 오신 거야?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거지?!’조신하가 완전히 놀라 황당해하고 있을 때, 멀리서 군복차림의 우람한 박창용이 몇몇 장교 장교들을 데리고 이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그 뒤에는 DH 그룹의 집사, 표태훈이 있었다.먼 곳의 박창용은 키가 195㎝의 거구였는데, 팔도 어찌나 긴지, 그의 얼굴은 호랑이와 표범을 섞어놓은 듯 아주 용맹해 보였다.박창용, 본명은 박용이었다.일찍이 그는 남부 창용부대에서 가장 활약이 뛰어나고, 가장 길들이기 어렵고, 또 가장 카리스마 있는 군인이었는데 결국 윤구주에 의해 굴복당하고 말았다.그렇게 그는 윤구주 수하의 4대 장군 중 한 명이 되었다!호는 창용이었다.말하자면, 박창용의 일생은 윤구주가 만들어준 것이다!그는 박창용이 살면서 가장 감사해하는 사람이기도 했다.현재의 박창용은 남부 창용부대의 백만 “범”과 “늑대”의 군사를 관장한다.화진 8대 부대의 총사령관이 그가 뜻밖에도 직접 여기에 나타났다는 것을 누가 짐작할 수 있었겠는가.박창용이 사람을 데리고 가까워져 올수록, 조신하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고 이내 서둘러 달려갔다.“총사령관님께 충성! 사단장님께 충성! 참모장님께 충성! 후방 지원부 부장님께 충성!...”“사령관님들이 어찌 이곳 강성에 귀한 걸음을 하게 되셨는지...”전전긍긍하며 군례를 올리고 서 있는 조신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런데 누가 알았을까.조신하가 막 입을 열자, 가장 앞서가던 84사단 사단장 도균성이 발로 그의 복부를 걷어차는 바람에, 조신하는 그대로 땅에 고꾸라지고 말았다.“무슨 낯으로 감히
윤구주는 가만히 무릎을 감고 앉아 있었다.바로 그때, 철컹하며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총사령관님, 사단장님, 그분은 여기 계십니다!”경비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일찍이 흑룡담을 독창적으로 만들고, 만 부 무적의 용맹함을 가지고 있던 박창용은 입구에 서서 지금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그 순간, 큰 키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사령관님?”총사령관이 긴장해 서 있는 것을 보고 옆에 있던 도균성이 소리를 질렀다.박창용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눈초리를 떨며 지하실을 쳐다보았다.“주 회장님, 저희 왕께서 정말 살아계시대요? 정말 이 안에 계십니까?”주세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박창용은 서둘러 군복을 정리하고,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음침한 지하실!박창용은 들어선 순간, 익숙한 왕의 모습을 보아냈다.9주에서 무적이라 불리던 윤구주를 말이다!그는 일찍이 혼자서 열 나라를 무너뜨린 천왕이다!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박창용이 꼬박 7일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추도한 왕이다!또한 그는 박창용이 한평생 목숨을 걸고 충성을 바칠 구주왕이었다!“저하... 진짜 저하십니까?”박창용은 윤구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갑자기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그를 등지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윤구주는 이 익숙한 소리를 듣고 천천히 고개를돌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자네, 오랜만이네!”익숙한 호칭을 듣자, 남부 창용 부대를 이끄는 용맹함의 대명사 박창용은 갑자기 감격의 눈물을 얼굴에 가득 흘리며, 풀썩하고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저하!!! 정말 살아있었던 겁니까? 제가 꿈을 꾸는 건 아니겠죠?”“이게 죽은 사람 보여?”이내 박창용은 얼떨결에 몇 초 후에 달려들어 윤구주를 꽉 끌어안았다!그 누가 알았겠는가, 이 철혈 사령관이 박박 울기 시작할 줄은!울음소리가 어찌나 슬픈지 듣는 사람조차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심지어 눈물 콧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박창용은 세게 울고 있었다!이 모습에 옆에 서 있는 주세호뿐만
1분도 채 되지 않아, 그들은 포박되어 있던 조신하와 조도철을 전부 데려왔다.조산하는 들어오자마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사령관님, 사단장님, 제발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그러나 박창용의 태도는 단호했다.“너 이 개자식, 너한테 부대를 대표하여 연회에 참가하라고 명령했더니 되레 이런 짓거리나 하고 앉았어? 네 그 개 같은 조카가 개돼지만도 못한 짓을 하게 내버려둘 뿐만 아니라, 감히 내가 모시는 왕을 감금해? 이러니 내가 어떻게 너를 안 죽여. 얼른 이 자를 끌고 가서 총으로 쏴 죽여라!”총으로 쏴 죽이라는 말에 조신하는 두 다리가 마비되는 것만 같았다.“사령관님,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하지만 안타깝게도 박창용은 가만히 참을 사람이 아니었다.곧이어 조신하는 밖으로 끌려 나갔고, 얼마 후 “펑!” 하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그렇게 조신하는 총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그 소리에 조도철은 깜짝 놀라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박창용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힐끗 바라보더니 냉담하게 말했다.“그리고 당신도 말이야, 개 같은 자식을 낳은 것도 모자라 우리 왕을 건드려? 지금부터 너희 조씨 가문의 모든 자산을 몰수할 줄 알아! 그리고 당신은 평생 강성에 들어오지 못할 거야! 알았으면 이만 꺼져!”패기 무적한 박창용의 말에 중해 그룹의 조타수인 조도철은 지금부터 아무것도 없게 되었고, 심지어는 영원히 강성 땅을 밟을 수 없게 되었다!이 모든 일을 끝낸 후, 박창용은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윤구주에게 공손히 말했다.“저하, 저 아직도 그날 누가 저하를 건드렸는지 알지 못합니다. 말씀만 해주십시오. 제가 전부 다 잡아들이겠습니다!”윤구주는 당연히 박창용의 철혈한 성격을 알고 있었다!그 당시 흑수 산맥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박창용은 백여 명의 정예 군인를 거느리고 기어코 상대 제국의 10만 대군을 도살했다. 단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말이다!이 전투는 박창용이 유명해진 전투이기도 하다!부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
이 생각에 다다르자, 세나미는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왜? 내가 엄청 늙었어야 했나?”윤구주는 냉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그 말에 붉은 머리칼과 굴곡진 몸매를 가진 세나미는 잠시 얼어붙었다.사실이다.세나미는 윤구주 같은 전설적인 존재는 분명 늙은 괴물 수준의 외모일 거라 생각해왔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바로 눈앞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자신과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이건...그녀를 한순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네가 살아 있다고 해도 내가 두려워할 것 같아?”“내 스승님은 신전의 제1대사관이셔! 네가 감히 날 붙잡기라도 한다면, 스승님께서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게다가 우리 설국의 수만 전사들이 반드시 너희 화진과 전쟁을 벌일 거라고!”세나미는 단호하게 외쳤다.그러나 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전쟁?”“너희 설국 따위가 그럴 용기가 있을 것 같아?”“옛날에 내가 혼자 한 자루 검만 들고 너희 설국 황도를 휘저었던 거 기억 못 하나? 이번에는 네 눈앞에서, 내가 설국을 어떻게 멸망시키는지 직접 보여주겠다!”세나미는 그의 말에 깜짝 놀라 외쳤다.“너, 네가 대체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두 손을 뒤로 짚으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설국이 과거 열국의 치욕을 씻어내고 싶어 하던데... 좋아. 내가 그 기회를 주지.”“지금부터 넌 내 노예가 될 거야!”그 말이 끝나자마자, 윤구주는 손가락으로 복잡한 결계를 그리더니, 세나미의 미간에 손을 댔다. 그 순간, 뜨거운 인장이 세나미의 정신 세계 깊숙한 곳에 새겨졌다.눈앞의 설국 여전사는 미간에 인장이 새겨지면서 온몸이 강하게 떨렸다. 그녀의 모든 정신력이 마치 강제로 묶인 듯 인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마치...그녀의 혼이 완전히 그 인장에 의해 지배당한 듯했다.“너... 너 이 악마,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세나미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외쳤다.“그저 네 정신 세계에 생사인을 새긴 것뿐이
유기철이 세나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던 중,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염수천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세나스? 그놈이 뭔데 대단하다고 떠들어대는 거지?”“무례하다! 감히 내 아버지를 모욕하다니!”세나미는 자신의 아버지를 조롱하는 염수천의 말에 분노하며 외쳤다.그러나 염수천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뭐 어쩔 건데? 옛날 낭파산 전투 때, 우리 왕께서 너희 설국의 정예 병력 백만을 도륙 내셨지! 그리고 네 아버지 눈 하나를 꿰뚫어버린 일, 기억 못 할 리 없을 텐데? 네 아버지한테 물어봐라. 아직도 그날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지 말이야.”이 말에 세나미는 한순간 침묵했다.6년 전, 열국 전쟁.그때 세나미는 겨우 14살이었다. 그녀는 광명 신전에서 수련 중이었고,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하지만 그 전투로 인해 설국은 멸망 직전까지 몰렸고, 그녀의 아버지 세나스는 설국의 백만 대군을 이끌고 나섰다가 낭파산에서 전멸당했다.설국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순간이었으며, 세나스 일생의 가장 큰 오점으로 남았다.설국인이라면 누구나 이 일을 알고 있다. 세나미 역시 그 진실을 모를 리 없었다.그러나 이내, 세나미는 갑자기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천하무적이라는 화진의 구주왕이 대단하면 뭐 하냐? 결국엔 죽어버렸잖아!”윤구주가 죽음의 바다에 빠졌다는 소식 이후, 모두가 그가 죽었다고 믿었다.세나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수천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유기철도 웃음을 터뜨렸다.“뭐가 웃긴 거지?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세나미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화진에서 구주왕은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염수천과 유기철이 그의 죽음을 듣고도 웃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너희 설국의 오랑캐 놈들은 내가 죽었다고 진짜로 믿은 건가?”벼락처럼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세나미의 귀를 때렸다.세나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구주를
국경 수비대원들이 물러나자, 감옥 안에 갇혀 있던 세나미의 불타는 시선이 윤구주를 향했다.“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 이 악마!”“날 풀어줘! 어서 날 풀어달란 말이야!”“네가 진짜 대단하다면, 차라리 날 죽여! 왜 이렇게 감금해 두고 있는 거지?”세나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구주는 차가운 코웃음을 내뱉으며 단숨에 강력한 현기를 뿜어내 그녀의 몸과 목을 단단히 속박했다.이 순간, 설국의 여전사로 명성을 떨치던 그녀는 마치 종이 인형처럼 무력해졌다. 윤구주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그녀를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널 죽이는 게 어려울 것 같아?”순간 세나미는 숨이 막혀 얼굴이 보랏빛으로 변해 갔다. 죽기 일보 직전, 윤구주가 속박을 거두며 그녀를 놓아주었다.쿵!세나미는 바닥에 쓰러지며 기침을 쏟아냈다.“죽을 줄도 모르고, 너 따위가 우리 왕 앞에서 함부로 지껄여?”염수천이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한편, 세나미는 오랜 시간 기침을 하고 나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윤구주와 염수천, 그리고 유기철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넌 대체 누구지? 왜 우리 설국을 적으로 돌리는 거야?”염수천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네 주제에 우리 왕의 이름을 물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유기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염 장군 말이 백번 맞다. 너희 설국 놈들은 우리 화진의 국경을 침범하고 백성들을 괴롭혀 왔다. 당연히 죽어 마땅하지!”유기철과 염수천의 말에 세나미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누군지나 알고 날 죽이려는 거야? 설마 설국과 전쟁을 벌일 각오를 한 건가?”그녀의 말에 염수천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누구인지 한번 들어보자. 겁 좀 먹게 해봐.”세나미는 당당히 가슴을 펴고 외쳤다.“내 이름은 세나미다! 내 아버지는 설국의 군신 세나스지!”그녀의 이름이 떨어지자 염수천은 시큰둥하게 반응했지만, 유기철의 표정은 한순간 굳어졌다.“세나미? 설마 네가 그 설
염수천이 거침없이 외쳤다.이에 윤구주는 담담히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지 않은가? 그까짓 야만국 하나에 그리 호들갑을 떨 필요 없다고. 그렇지 않으면 이 소문이 퍼져 다른 구국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나?”염수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럼, 왕께서는 어떤 뜻을 갖고 계십니까?”윤구주는 당당히 일어서서 창밖 설국의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6년 전, 나 홀로 한 자루 검만 들고 설국 황도를 베어버린 적이 있다. 6년 후, 또 한 번 그렇게 한다 해도 문제없겠지.”윤구주의 이 패기 넘치는 말을 들은 염수천은 감탄하며 외쳤다.“무적이십니다! 왕께서는 천하무적이십니다!”이후 윤구주와 염수천은 황도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 특히 문씨 세가와 제자백가에 관해 나누기 시작했다.지난번 윤구주는 노룡산에서 제자백가의 수많은 절정 강자들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그 사건 이후로 문씨 세가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번 설국 문제만 아니었다면 윤구주는 반드시 서울로 돌아가 문씨 세가를 샅샅이 뒤졌을 것이다.윤구주가 염수천, 유기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국경 수비대원이 급히 달려와 보고했다.“보고합니다, 군왕! 감금 중이던 설국 여자가 깨어났습니다! 게다가 우리 국경 수비대원 한 명을 다치게 했습니다!”“지금은 감시실에서 큰소리로 욕설을 퍼붓고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반면, 성질 급한 염수천은 소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대담한 야만족이군! 붙잡힌 주제에 우리 화진 군인을 다치게 하다니, 당장 처형시켜라! 흑기 금위군, 명령을 듣거라! 지금 즉시 총살하라!”염수천이 성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려는 찰나, 윤구주가 차분히 제지했다.“총살은 필요 없다.”윤구주의 만류에 염수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왕께서는 왜 그 설국 여자를 살려두려 하십니까?”윤구주는 문득 떠올랐다. 이전에 그 여자가 아무 죄 없는 목동들을 풀어주던 모습을. 그는 천천히 말했다.“그 여자가 설국 사람이긴 하지만 심성은 꽤 선하더군.
거대한 북극 늑대가 윤구주를 향해 무릎을 꿇다니.윤구주는 신인 걸까?그렇게 국경수비대 병사 두 명이 북극 늑대를 데리고 왼쪽에 있는 빈집으로 향했다.그들이 몇 미터 걸어가자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잠깐!”“저하, 무슨 분부 있으십니까?”국경수비대 병사 두 명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허공에 대고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북극 늑대 위에 기절해 있던 여자가 떠 올랐다.‘응?’“설국 여자?”주변 사람들은 윤구주가 설국 여자를 데리고 온 걸 보고 전부 당황했다. 그녀가 누군지, 윤구주가 무엇 때문에 그녀를 잡아 온 건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염수천도 마찬가지였다.윤구주는 기절한 세나미를 잡더니 손을 폈고, 쿵 소리와 함께 세나미의 몸이 바닥에 세게 던져졌다.“이 설국 여자도 가두도록 해!”윤구주는 덤덤히 말한 뒤 세나미를 뒤로 하고 몸을 돌려 병영 안쪽으로 향했다.병사들은 비록 세나미가 누군지 알지 못했지만 황급히 윤구주의 명령에 따랐다.널따란 지휘실 안.윤구주가 안으로 들어간 뒤 염수천은 서둘러 그의 곁에 섰다.흑기 금위군 병사들은 모두 꼿꼿이 양쪽으로 서 있었다.운이 좋지 않았던 유기철은 여전히 두 팔에 수갑이 채워진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서 한쪽에 서 있었다.“쟤는 왜 저래?”윤구주는 유기철의 손에 수갑이 채워진 걸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염수천은 유기철을 노려보면서 말했다.“저하, 유기철은 국경 지역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벌을 주고 있습니다.”“됐어. 국경 지역 일은 유기철만의 잘못은 아니니까. 이 일은 문씨 일가의 탓이야.”윤구주는 구주군을 해산시킨 장본인이 문아름이라는 걸 알았다.이곳에 힘없는 병사들 2,000명을 남겨서 국경 지역을 지키게 한 것도 문아름이었다.그러니 유기철이 국경 지역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은 전부 그의 잘못은 아니었다.염수천은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돌려 유기철을 향해 매섭게 말했다.“운 좋은 줄 알아. 저하께서
한때 구주군의 10대 장수였던 사람들은 모두 만만치 않았다.염수천이 바로 그중 한 명이었다.그들의 무자비함은 모두 윤구주를 보고 배운 것이었다.그들은 다짜고짜 다른 나라를 침공할 수 있는 그런 인물들이었다.염수천은 흑기 금위군을 이끌고 설국으로 향하려고 했다.흑기 금위군이 준비를 마치고 출발하려고 할 때, 갑자기 우레 같은 소리가 병영에 울려 퍼졌다.“그럴 필요 없어. 나 돌아왔어.”그 말을 들은 순간 염수천의 얼굴이 기쁨으로 물들었다.그 목소리는 누가 봐도 윤구주의 목소리였다.“저하, 돌아오셨군요!”염수천은 흥분해서 병영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리고 그의 뒤에 있던 흑기 금위군과 다무, 묶인 유기철까지 전부 들뜬 얼굴로 뛰쳐나갔다.거대한 체구의 흰색 북극 늑대가 눈보라를 뚫고 풀이 잔뜩 죽은 채 걸어가고 있었다.북극 늑대 위에는 윤구주가 올라타 있었고 그의 뒤에는 정신을 잃은, 아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자가 있었다.“세상에나! 저렇게 큰 북극 늑대라니.”“저것좀 봐. 북극 늑대를 타고 있는 게 우리 저하야!”국경수비대 병사들과 흑기 금위군은 윤구주가 북극 늑대를 타고 눈보라를 헤치며 돌아온 순간, 다들 깜짝 놀랐다.염수천은 거대한 북극 늑대를 타고 돌아온 윤구주를 본 순간 빠르게 앞으로 향했다.“염수천, 저하의 귀환을 축하드립니다!”그의 뒤에 있던 흑기 금위군도 일제히 윤구주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윤구주는 염수천 등 사람들이 온 걸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너희는 여기 왜 왔어?”“저하, 전 국주님의 명령에 따라서 저하를 돕기 위해 5만 금위군을 데리고 왔습니다.”염수천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국주님?”윤구주는 다시 한번 눈살을 찌푸렸다.“그렇습니다! 국주님께서는 벌레만도 못한 설국은 저하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저하께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셔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 기회를 틈타 설국을 평정하여 우리 화진의 속국으로 만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그렇게 국경수비대 지휘관 유기철은 지휘실로 끌려갔다.커다란 지휘실 안.안팎으로 염수천의 흑기 금위군이 쫙 깔렸다.황성을 지키는 3대 금위군 중 하나인 흑기 금위군 병사들은 모두 최소 대무사 급이었고 어떤 이들은 무대 대가 경지였다.통령인 염수천은 절정 삼중천 실력으로 민규현과 막상막하였다.지휘실 안쪽에는 염수천이 차가운 얼굴로 앉아 있었고 유기철은 마치 범죄자처럼 두 손과 발이 묶여 있었다.다무와 국경수비대 병사들은 다들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유기철, 네 죄를 알아?”염수천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염수천은 과거 구주군 10대 장수 중 한 명이었기에 살기도 강했고 또 난폭하기로 유명했다.질문을 받은 유기철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네... 알고 있습니다.”“안다면 죽어야지! 여봐라, 이 자식을 끌고 가서 죽여!”염수천이 말했다.‘뭐?’염수천이 유기철을 죽이려고 하자 국경수비대 병사들은 전부 당황했다. 다무도 마찬가지였다.“염수천 장군님, 죽으라면 죽겠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한 번만 저하를 뵙게 해주십시오!”유기철이 갑자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염수천은 싸늘한 눈빛으로 유기철을 노려보았다.“구주군이면서 이토록 쓸모없는 놈이 감히 무슨 낯짝으로 저하를 뵙는다는 거야?”“전... 전...”부끄러움을 느낀 유기철은 두 눈이 빨개졌다.그가 평생 가장 숭배하던 우상은 바로 윤구주였다.그런데 윤구주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겨우 그와 하루밖에 함께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죽어야 한다니 억울했다.“장군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전 그동안 줄곧 저하께서 돌아오시기만을 바랐습니다. 드디어 어렵게 저하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뵙게 해주세요... 저하를 뵙는다면 지금 당장 죽으라고 해도 저는 기꺼이 죽을 겁니다.”유기철은 눈이 벌게진 채 염순천을 향해 애원했다.염수천은 정말로 유기철을 죽일 생각인 걸까?당연히 아니다. 그는 그저 화가 났을 뿐이다.당당한 화진 국경수비대의 지휘관이 설
“세상에, 전투기가 왜 저렇게 많이 왔지?”“지휘관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하늘 위 헬리콥터들을 본 국경수비대 병사들은 모두 넋이 나갔다.지휘관인 유기철 또한 눈이 휘둥그레져서 헬리콥터들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대단한 분이 오셨나 봐. 어서 모든 병사에게 나와서 대열을 맞추어 맞이하라고 해!”“네!”곧이어 국경수비대 병사들은 모두 밖으로 나와서 줄을 섰다.하늘에 있는 헬리콥터들은 전부 화진의 헬리콥터들이었고 대충 봐도 백여 대는 될 것 같았다.거대한 프로펠러가 요란하게 돌아가면서 천천히 평원에 착륙하기 시작했다.잠시 뒤, 백여 대쯤 되는 헬리콥터들이 하나둘 착륙했다.그리고 곧 검은색 갑옷을 입은, 기세가 남다른 병사들이 허리춤에 검은색 검을 차고 헬리콥터에서 일제히 내려왔다.그들이 갑옷을 입고 나타나자 유기철은 당황했다.“세상에, 저 사람들은 우리 서울 황성의 흑기 금위군들인데!”유기철이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뭐라고?’“흑기 금위군이요?”옆에 있던 병사도 외쳤다.“그래! 황성 3대 금위군은 흑기, 홍기, 황기 금위군으로 이루어져 있지. 3대 금위군은 우리 국주님을 보호하는 가장 강한 금위군이야!”“세상에, 우리 황성 금위군이 왜 국경 지역으로 온 걸까요?”다들 놀라워하는 사이 천여 명 가까이 되는 흑기 금위군이 질서정연하게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선두에 선 사람은 우람한 몸집에 차가운 표정을 가진 남자였다.남자는 얼굴이 넓은 편이었고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그가 바로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금위군 통령 염수천은 홀로 10만 금위군을 장악하고 있으며 3군 통령이라고 불렸다.그가 바로 과거 윤구주의 10대 장수 중 한 명이었다.유기철은 구주군 제6군단에 있을 때 이미 염수천을 알고 있었다.이 순간, 염수천이 멀리서 걸어오는 걸 본 유기철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염수천 장군님! 염수천 장군님이 오시다니! 구주군 제6군단의 유기철 염수천 장군님께 인사드립니다.”유기철은 멀리서 염수천
흑여산맥, 화진 병영.다무는 윤구주에게 임명받아 진정한 구주군의 멤버가 된 뒤로는 자긍심을 느꼈다.비록 그는 나이도 많고 다리도 불편했지만 다시금 화진의 군복을 입게 되자 70을 앞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풍당당했다.주변에 있던 국경수비대 병사들은 이미 모두 윤구주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그들은 흥분되기도 하고 또 두렵기도 했다.한때 화진의 왕이었던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이 흥분되었고, 군법을 엄격히 지키지 않은 나태한 태도 때문에 벌을 받게 될까 봐 두려웠다.“아저씨, 혹시 우리 구주왕이랑 아주 친한 사이인가요?”이때 국경수비대 병사 몇 명이 다무의 곁으로 다가갔다.다무는 그 말을 듣더니 자랑스럽게 말했다.“당연하지. 우리 저하는 이 늙은이를 구해준 적이 있다고!”“정말 대단하시네요! 아저씨, 만약 저하께서 저희를 벌하겠다고 하시면 꼭 저희 대신 말 좀 해주세요!”국경수비대 병사 몇 명이 다무에게 말했다.다무는 웃으며 대꾸했다.“걱정하지 마! 법을 잘 준수하며 우리 화진의 국경을 지킨다면 저하께서는 절대 너희를 벌하지 않을 테니까!”“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목숨 걸고 화진의 영토를 지킬 거예요!”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군용차량 한 대가 그들 쪽으로 달려왔다.군용차량이 멈춰서자 군복을 입은 유기철이 차에서 내렸다.“지휘관님께서 돌아오셨어!”“지휘관님을 뵙습니다.”근처에 있던 병사들은 유기철을 보더니 곧바로 경례를 했다.유기철은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저하께서 잡으라고 했던 놈들은 전부 잡은 거야?”“지휘관님, 전부 잡았습니다. 그들 모두 지금 구금실에 구금되어 있습니다.”“좋아! 빌어먹을 배신자들, 저하께서 돌아오시면 그놈들 목을 전부 베어버려야지!”다무는 이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지휘관님, 저하는요?”다무가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바로 윤구주였다.유기철과 윤구주는 함께 떠났는데 유기철만 돌아왔기에 다무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유기철은 웃는 얼굴로 설국 방향을 바라보며 자랑스럽게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