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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작가: 김원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1-27 19:00:00
윤구주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조신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개자식아! 네가 뭔데 감히 우리 총사령관님 성함을 마음대로 불러? 난 지금 바로 너를 이 자리에서 총살할 수도 있어, 알아?”

“날 쏴? 정말 그럴 수나 있고?”

윤구주가 피식 냉소하자 조신하는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창용 부대의 중령으로서 지금 윤구주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그는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여봐! 이 새끼 바로 죽여!”

그의 명령에 따라 밖에서 몇 명의 경비병이 들이닥쳤고 동시에 새까만 총구가 일제히 윤구주를 겨눴다.

“짐승 새끼, 이건 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거야, 나를 탓할 이유가 없다고!”

이윽고 경비병들이 총을 쏘려는 찰나, 윤구주가 갑자기 이렇게 소리 질렀다.

“산과 강이 있기에 장대한 뜻을 걱정하지 않고 전사하여 모래밭에 나라를 세우니, 시체와 귀신이 끊임없이 쌓여 있다! 곧이어 사방에서 피의 안개가 일더니, 창용이 구주를 울리는구나!”

그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리며 현장에 있던 조신하와 총을 쏘려는 경비병의 귀에 들어왔다.

괴상한 시구 같은 것이 귀에 들어오자 경비병은 어리둥절해 있었다.

이어 한 경비병이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입을 열었다.

“우... 우... 우리 창용 부대의 군가입니다! 저자가 어떻게 우리 창용 부대의 군가를 알고 있습니까?”

그렇다.

윤구주가 방금 읽은 것은 바로 창용 부대의 군가인데, 당시 그가 직접 작사한 것이었다.

갑자기 들려온 군가에 창용 부대 경비병들은 물론 조신하까지 전부 어리둥절해서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너, 너 어떻게 우리 창용 부대의 군가를 알아? 도대체 정체가 뭐야?”

조신하가 성난 목소리로 묻자 윤구주가 피식 웃었다.

“말했잖아, 너는 아직 내 이름을 알 자격이 없다고! 딱 한 가지만 말할게, 박창용더러 날 보러 오라 전해. 어쩌면 너도 죽음을 면할 수 있을지 몰라.”

조신하는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앞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그의 정체를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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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여산맥.세나미는 생사인을 통해 윤구주에게 통제당한 뒤, 그의 하인이 되었다.국경 군영 안, 윤구주는 구음만상결을 수련하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이 흑여산맥은 대자연의 원기가 맑고 짙게 흐르며, 구음만상결 수련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흩날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그의 전신을 감싸는 압도적인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수련을 거듭할수록 그의 육체와 기운은 더욱 강해지고, 구음만상결은 그의 몸을 보강하며 거대한 힘을 부여했다.그의 옆에는 붉은 머리칼을 가진 세나미가 멍하니 앉아 있었다.어떤 속박도 없었지만, 그녀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왜냐하면 그녀는 윤구주에게서 풍겨 나오는 절대적인 기운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심지어 그를 기습하려 해도, 자신이 결코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게다가 생사인에 의해 통제된 몸이니, 윤구주가 마음만 먹으면 그녀의 목숨은 끝장날 터였다.‘정말 여섯 해 전, 화진의 첫 번째 주왕, 그 살신이란 말인가?’‘어떻게 이렇게 젊을 수 있지?’세나미는 푸른 눈동자를 반짝이며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들려준 화진과 관련된 이야기 속, 늘 등장하던 이름이 바로 윤구주였다.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직접 본 그는 그녀가 상상했던 나이 든 모습과 달리 젊고도 매력적이었다.윤구주의 아름다운 얼굴선을 보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향한 증오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대신 두려움과 경외심이 그녀의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게다가... 이렇게 잘생겼다니!’세나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즉시 자신의 위험한 생각을 지우려 애썼다.‘이 사람은 내 원수야! 우리 설국의 병사들을 그렇게 많이 죽였잖아! 망할 놈... 내가 왜 이놈이 잘생겼다고 생각했지?’‘악마야! 설국의 원수라고!’세나미는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 번 증오의 눈길로 윤구주를 쏘아보았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갑자기 윤구주의 몸에서 거대한 상아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몸을 감싸는

  • 구주, 왕의 귀환   제1477화

    자신의 딸이 이끄는 군대가 전멸했다는 소식과 함께, 세나미마저 실종되었다는 보고를 들은 세나스는 충격으로 잠시 정신을 잃을 듯했다.한동안 숨을 가다듬은 뒤, 간신히 주변 장수들의 부축을 받고 일어선 그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허튼소리 마!”“내 딸은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지닌 아이이자, 대사제의 유일한 제자다! 그런 아이가 사라질 리 없다!”그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목소리는 분노로 떨렸다. 그러나 이를 보고한 설국 병사는 차마 물러서지 못하고 덧붙였다.“사실입니다! 심지어 전장에서 다수의 광전사 시신까지 발견되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세나스의 표정은 결국 절망으로 무너졌다.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광전사 부대는 설국에서도 손꼽히는 정예 중의 정예였다. 그런데 그 부대마저 전멸되었다니, 이는 단순한 실종이 아니라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음을 의미했다.“빌어먹을 화진 놈들!”“그들이 세나미를 잡은 거라면, 이는 곧 우리 설국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장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세나스에게로 향했다.“군신 각하,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세나스는 핏발 선 눈으로 장수들을 둘러보며 명령을 내렸다.“즉시 국왕 폐하께 보고드려라! 화진에 압박을 가하도록 외교관들을 보내야 한다!”“그리고 만약 그들이 정말 내 딸에게 손을 댔다면, 이 늙은 몸을 바쳐서라도 화진과 전면전을 벌일 것이다!”“알겠습니다!”장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또한 광명 신전에 연락하라! 대사제께 강력한 사제를 보내달라고 요청드려라. 감히 누가 내 딸을 건드리는지 두고 보겠다!”화진 황궁.이홍연이 윤구주가 설국으로 갔다는 사실을 전한 이후, 황궁은 줄곧 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금란전의 거대한 전각 안, 화진의 국주는 금빛 용포를 두른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여러 상소문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나이 든 내관 한진모가 공손히 서 있었다.그때, 궁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국주 폐하, 육상께서 알현을 청합니다!”“들어오라.”국주는

  • 구주, 왕의 귀환   제1476화

    “흥! 화진에 무학 성지가 있다면, 우리 설국에는 광명 신전이 있습니다!”“당시 우리 광명 신전이 참전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되었지, 만약 참전했다면 그 전쟁의 승패가 어땠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몇몇 장군들이 호언장담했다.그러나 이 말을 들은 세나스는 고개를 살짝 젓고 쓴웃음을 지었다.눈앞에 있는 이 장군들은 대부분 최근에 승진한 젊은 장군들이었다.왜냐하면 6년 전의 대전쟁에서 이전 세대의 장군들은 대부분 전사했기 때문이었다.“그만! 내 말을 들어라! 자네들은 아직 젊어. 그러니 6년 전 그 전쟁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알지 못하지!”세나스가 단호하게 말했다.그 말을 마치자, 그의 남은 한쪽 눈이 차갑게 빛나며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냈다.“물론 화진에 대한 복수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설국은 언젠가 그 치욕을 배로 갚아줄 날이 올 거야!”“화진을 떨게 했던 그 구주왕은 이미 죽었으니까!”세나스의 말을 들은 장군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외쳤다.“복수! 복수해야 합니다!”그때 한 장군이 망설이듯 물었다.“군신 각하, 듣자 하니 나미 아가씨께서 이미 흑여 산맥 변방으로 가셨다던데 사실입니까?”세나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 나미는 어릴 때부터 신전에서 수련만 해왔기에 군에서의 경험이 부족해. 그래서 이번에 변방으로 보낸 거다. 화진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함이지.”“적을 알아야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지.”세나스는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군신 각하 만세!”“나미 아가씨께서 이번 훈련을 마치신다면, 우리 설국은 새로운 여군신을 얻게 될 것입니다!”“하하, 그럴 만도 하지요!”장군들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한 병사가 다급히 뛰어들며 소리쳤다.“보고드립니다!”세나스는 그 병사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냐!”병사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변방에서 급보가 도착했습니다. 우리 설국 군영이 습격당했으며, 현재까지 확인된 사상자가 4,000명을 넘습니다!”“뭐라고?”

  • 구주, 왕의 귀환   제1475화

    “왜냐하면 난 너의 주인이고 너는 나의 노예니까!”이 한마디가 세나미의 귀에 들어온 순간, 그녀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설국의 가장 자부심 강한 여전사가 윤구주의 노예가 되리라고는.“무릎 꿇어라!”윤구주는 그녀를 전혀 봐주지 않았다.차갑고도 단호한 명령이 떨어지자, 설국의 여전사는 눈물을 흘리며 윤구주의 발 아래 무릎을 꿇었다.어쩔 도리가 없었다.자신의 생사조차 윤구주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여전사가 윤구주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며, 염수천과 유기철은 그저 기뻐할 뿐이었다.윤구주는 차가운 시선으로 무릎 꿇은 세나미를 내려다보며 냉혹하게 말했다.“너희 설국은 참으로 무례해. 원래라면 지금 당장 널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야. 하지만 네 본심에 약간의 선량함이 남아 있기에, 오늘은 목숨만은 살려주겠다.”“하지만 명심해. 이제부터 네 눈으로 직접 보게 될 거야. 설국 따위가 화진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그 말을 마치자, 윤구주는 손을 크게 휘저었다.쾅!세나미를 가두고 있던 쇠창살이 자동으로 열렸다.윤구주는 세나미를 석방한 것이다.그러나 생사가 완전히 윤구주의 손에 달린 상황에서, 석방된 세나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생사인의 주술을 받은 이상 그녀가 설령 천리만리를 도망친다 하더라도, 윤구주는 단 한 생각만으로도 그녀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밖은 눈보라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휘몰아치는 바람과 눈은 흑여산맥의 하늘마저 온통 검게 물들였다.윤구주는 세나미와 함께 염수천, 유기철을 데리고 밖으로 나서며 설국 방향을 응시했다.그의 두 눈에는 차갑고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시작할 때가 왔다!”설국은 극한의 추위를 자랑하는 지역에 위치한 나라였다.세계에서 가장 추운 극지 국가로, 이곳의 온도는 영하 40도에서 50도에 달한다.설국 전역은 빙하와 산들, 그리고 얼어붙은 바다로 뒤덮여 있다.1년 내내 춥지만, 여름에

  • 구주, 왕의 귀환   제1474화

    이 생각에 다다르자, 세나미는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왜? 내가 엄청 늙었어야 했나?”윤구주는 냉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그 말에 붉은 머리칼과 굴곡진 몸매를 가진 세나미는 잠시 얼어붙었다.사실이다.세나미는 윤구주 같은 전설적인 존재는 분명 늙은 괴물 수준의 외모일 거라 생각해왔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바로 눈앞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자신과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이건...그녀를 한순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네가 살아 있다고 해도 내가 두려워할 것 같아?”“내 스승님은 신전의 제1대사관이셔! 네가 감히 날 붙잡기라도 한다면, 스승님께서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게다가 우리 설국의 수만 전사들이 반드시 너희 화진과 전쟁을 벌일 거라고!”세나미는 단호하게 외쳤다.그러나 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전쟁?”“너희 설국 따위가 그럴 용기가 있을 것 같아?”“옛날에 내가 혼자 한 자루 검만 들고 너희 설국 황도를 휘저었던 거 기억 못 하나? 이번에는 네 눈앞에서, 내가 설국을 어떻게 멸망시키는지 직접 보여주겠다!”세나미는 그의 말에 깜짝 놀라 외쳤다.“너, 네가 대체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두 손을 뒤로 짚으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설국이 과거 열국의 치욕을 씻어내고 싶어 하던데... 좋아. 내가 그 기회를 주지.”“지금부터 넌 내 노예가 될 거야!”그 말이 끝나자마자, 윤구주는 손가락으로 복잡한 결계를 그리더니, 세나미의 미간에 손을 댔다. 그 순간, 뜨거운 인장이 세나미의 정신 세계 깊숙한 곳에 새겨졌다.눈앞의 설국 여전사는 미간에 인장이 새겨지면서 온몸이 강하게 떨렸다. 그녀의 모든 정신력이 마치 강제로 묶인 듯 인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마치...그녀의 혼이 완전히 그 인장에 의해 지배당한 듯했다.“너... 너 이 악마,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세나미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외쳤다.“그저 네 정신 세계에 생사인을 새긴 것뿐이

  • 구주, 왕의 귀환   제1473화

    유기철이 세나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던 중,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염수천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세나스? 그놈이 뭔데 대단하다고 떠들어대는 거지?”“무례하다! 감히 내 아버지를 모욕하다니!”세나미는 자신의 아버지를 조롱하는 염수천의 말에 분노하며 외쳤다.그러나 염수천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뭐 어쩔 건데? 옛날 낭파산 전투 때, 우리 왕께서 너희 설국의 정예 병력 백만을 도륙 내셨지! 그리고 네 아버지 눈 하나를 꿰뚫어버린 일, 기억 못 할 리 없을 텐데? 네 아버지한테 물어봐라. 아직도 그날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지 말이야.”이 말에 세나미는 한순간 침묵했다.6년 전, 열국 전쟁.그때 세나미는 겨우 14살이었다. 그녀는 광명 신전에서 수련 중이었고,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하지만 그 전투로 인해 설국은 멸망 직전까지 몰렸고, 그녀의 아버지 세나스는 설국의 백만 대군을 이끌고 나섰다가 낭파산에서 전멸당했다.설국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순간이었으며, 세나스 일생의 가장 큰 오점으로 남았다.설국인이라면 누구나 이 일을 알고 있다. 세나미 역시 그 진실을 모를 리 없었다.그러나 이내, 세나미는 갑자기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천하무적이라는 화진의 구주왕이 대단하면 뭐 하냐? 결국엔 죽어버렸잖아!”윤구주가 죽음의 바다에 빠졌다는 소식 이후, 모두가 그가 죽었다고 믿었다.세나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수천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유기철도 웃음을 터뜨렸다.“뭐가 웃긴 거지?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세나미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화진에서 구주왕은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염수천과 유기철이 그의 죽음을 듣고도 웃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너희 설국의 오랑캐 놈들은 내가 죽었다고 진짜로 믿은 건가?”벼락처럼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세나미의 귀를 때렸다.세나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구주를

  • 구주, 왕의 귀환   제1472화

    국경 수비대원들이 물러나자, 감옥 안에 갇혀 있던 세나미의 불타는 시선이 윤구주를 향했다.“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 이 악마!”“날 풀어줘! 어서 날 풀어달란 말이야!”“네가 진짜 대단하다면, 차라리 날 죽여! 왜 이렇게 감금해 두고 있는 거지?”세나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구주는 차가운 코웃음을 내뱉으며 단숨에 강력한 현기를 뿜어내 그녀의 몸과 목을 단단히 속박했다.이 순간, 설국의 여전사로 명성을 떨치던 그녀는 마치 종이 인형처럼 무력해졌다. 윤구주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그녀를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널 죽이는 게 어려울 것 같아?”순간 세나미는 숨이 막혀 얼굴이 보랏빛으로 변해 갔다. 죽기 일보 직전, 윤구주가 속박을 거두며 그녀를 놓아주었다.쿵!세나미는 바닥에 쓰러지며 기침을 쏟아냈다.“죽을 줄도 모르고, 너 따위가 우리 왕 앞에서 함부로 지껄여?”염수천이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한편, 세나미는 오랜 시간 기침을 하고 나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윤구주와 염수천, 그리고 유기철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넌 대체 누구지? 왜 우리 설국을 적으로 돌리는 거야?”염수천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네 주제에 우리 왕의 이름을 물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유기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염 장군 말이 백번 맞다. 너희 설국 놈들은 우리 화진의 국경을 침범하고 백성들을 괴롭혀 왔다. 당연히 죽어 마땅하지!”유기철과 염수천의 말에 세나미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누군지나 알고 날 죽이려는 거야? 설마 설국과 전쟁을 벌일 각오를 한 건가?”그녀의 말에 염수천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누구인지 한번 들어보자. 겁 좀 먹게 해봐.”세나미는 당당히 가슴을 펴고 외쳤다.“내 이름은 세나미다! 내 아버지는 설국의 군신 세나스지!”그녀의 이름이 떨어지자 염수천은 시큰둥하게 반응했지만, 유기철의 표정은 한순간 굳어졌다.“세나미? 설마 네가 그 설

  • 구주, 왕의 귀환   제1471화

    염수천이 거침없이 외쳤다.이에 윤구주는 담담히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지 않은가? 그까짓 야만국 하나에 그리 호들갑을 떨 필요 없다고. 그렇지 않으면 이 소문이 퍼져 다른 구국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나?”염수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럼, 왕께서는 어떤 뜻을 갖고 계십니까?”윤구주는 당당히 일어서서 창밖 설국의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6년 전, 나 홀로 한 자루 검만 들고 설국 황도를 베어버린 적이 있다. 6년 후, 또 한 번 그렇게 한다 해도 문제없겠지.”윤구주의 이 패기 넘치는 말을 들은 염수천은 감탄하며 외쳤다.“무적이십니다! 왕께서는 천하무적이십니다!”이후 윤구주와 염수천은 황도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 특히 문씨 세가와 제자백가에 관해 나누기 시작했다.지난번 윤구주는 노룡산에서 제자백가의 수많은 절정 강자들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그 사건 이후로 문씨 세가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번 설국 문제만 아니었다면 윤구주는 반드시 서울로 돌아가 문씨 세가를 샅샅이 뒤졌을 것이다.윤구주가 염수천, 유기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국경 수비대원이 급히 달려와 보고했다.“보고합니다, 군왕! 감금 중이던 설국 여자가 깨어났습니다! 게다가 우리 국경 수비대원 한 명을 다치게 했습니다!”“지금은 감시실에서 큰소리로 욕설을 퍼붓고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반면, 성질 급한 염수천은 소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대담한 야만족이군! 붙잡힌 주제에 우리 화진 군인을 다치게 하다니, 당장 처형시켜라! 흑기 금위군, 명령을 듣거라! 지금 즉시 총살하라!”염수천이 성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려는 찰나, 윤구주가 차분히 제지했다.“총살은 필요 없다.”윤구주의 만류에 염수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왕께서는 왜 그 설국 여자를 살려두려 하십니까?”윤구주는 문득 떠올랐다. 이전에 그 여자가 아무 죄 없는 목동들을 풀어주던 모습을. 그는 천천히 말했다.“그 여자가 설국 사람이긴 하지만 심성은 꽤 선하더군.

  • 구주, 왕의 귀환   제1470화

    거대한 북극 늑대가 윤구주를 향해 무릎을 꿇다니.윤구주는 신인 걸까?그렇게 국경수비대 병사 두 명이 북극 늑대를 데리고 왼쪽에 있는 빈집으로 향했다.그들이 몇 미터 걸어가자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잠깐!”“저하, 무슨 분부 있으십니까?”국경수비대 병사 두 명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허공에 대고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북극 늑대 위에 기절해 있던 여자가 떠 올랐다.‘응?’“설국 여자?”주변 사람들은 윤구주가 설국 여자를 데리고 온 걸 보고 전부 당황했다. 그녀가 누군지, 윤구주가 무엇 때문에 그녀를 잡아 온 건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염수천도 마찬가지였다.윤구주는 기절한 세나미를 잡더니 손을 폈고, 쿵 소리와 함께 세나미의 몸이 바닥에 세게 던져졌다.“이 설국 여자도 가두도록 해!”윤구주는 덤덤히 말한 뒤 세나미를 뒤로 하고 몸을 돌려 병영 안쪽으로 향했다.병사들은 비록 세나미가 누군지 알지 못했지만 황급히 윤구주의 명령에 따랐다.널따란 지휘실 안.윤구주가 안으로 들어간 뒤 염수천은 서둘러 그의 곁에 섰다.흑기 금위군 병사들은 모두 꼿꼿이 양쪽으로 서 있었다.운이 좋지 않았던 유기철은 여전히 두 팔에 수갑이 채워진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서 한쪽에 서 있었다.“쟤는 왜 저래?”윤구주는 유기철의 손에 수갑이 채워진 걸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염수천은 유기철을 노려보면서 말했다.“저하, 유기철은 국경 지역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벌을 주고 있습니다.”“됐어. 국경 지역 일은 유기철만의 잘못은 아니니까. 이 일은 문씨 일가의 탓이야.”윤구주는 구주군을 해산시킨 장본인이 문아름이라는 걸 알았다.이곳에 힘없는 병사들 2,000명을 남겨서 국경 지역을 지키게 한 것도 문아름이었다.그러니 유기철이 국경 지역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은 전부 그의 잘못은 아니었다.염수천은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돌려 유기철을 향해 매섭게 말했다.“운 좋은 줄 알아. 저하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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