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하는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하고 눈을 힘껏 비벼봤지만 역시나 윤구주 옆에 서 있는 사람이 주세호가 맞았다.소청하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마침 윤구주가 진짜 주인인 것처럼 주세호가 그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두 사람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후 주세호는 차를 타고 떠났다. 그리고 윤구주는 소씨 저택을 향하여 걸어오고 있었다.그런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소청하는 어쩔 줄 몰라 했다.“이 자식이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지?”“조씨 가문에게 잡혀갔잖아?”“주세호가 구해줬나? 아닌데! 쟤 주제에 어떻게 강성 제일 갑부를 알 리가 있지? 아니면 채은이 때문인가? 채은이가 주세호에게 부탁을 했나?”소청하는 갑자기 이 상황이 이해되는 듯 하였다.“그렇네!”소청하는 소채은이 강성 제일 갑부인 주세호에게 청을 해서 윤구주를 구해 내왔다고 생각했다!여기까지 생각하니 소청하는 갑자기 어깨가 으쓱했다.‘봐 봐!”‘역시 우리 딸!’윤구주는 가까워져 오면서 소청하를 발견했다.그리고 예절 바르게 인사를 했다.“채은 아버님, 안녕하세요!”소청하는 코웃음을 치면서 거만하게 말했다.“어이구, 조씨 가문에서 이렇게 빨리 사람을 놓아주다니? 정말 운이 좋네!”윤구주는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이, 윤씨. 아까 그 사람이 DH 그룹 주세호 맞지?”소청하가 물었다.윤구주는 소청하가 그 모습을 봤다는 것에 조금 놀랐지만 덤덤하게 말했다.“네!”“너처럼 기억을 잃은 자식이 이번 생에 저런 몇십억이 되는 롤스로이스에 앉아도 보고! 우리 딸에게 정말 감사해야 할 것 같은데!”“우리 채은이 아니었다면 평생 저런 몇십억이 되는 고급 차를 만져도 보지 못하겠지?”소청하는 계속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윤구주는 이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대꾸하지 않았다.“자네가 우리 딸을 만난 것은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한 셈이야!”“말해봐. 채은이가 주세호를 찾아가서 너를 조씨 가문에서 구해내온 거지?”소청하는 계속 물었다. 마침 핑계를 찾고 있던 윤구주는 그 말을 듣
소채은은 집으로 들어오자 천희수를 봤다.“채은아, 드디어 돌아왔네!”천희수는 소채은을 보자 얼른 달려왔다.소채은의 눈은 팅팅 부어있었고 눈초리에는 눈물방울이 맺혔다. 그 모습을 보자 천희수는 안쓰러운 듯 물었다.“채은아, 왜 울어? 엄마랑 말해. 오늘 또 무슨 일이 있었어?”그러자 소채은은 갑자기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엄마!”“구주는 정말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저를 구하려고 그렇게 말한 것뿐이에요!”“엄마, 저를 믿어주세요. 제발 구주를 구해주세요!”말이끝나자 천희수는 어리둥절해졌다.“바보야.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윤씨는 이미 네가 구해줬잖아?”뭐?울고 있던 소채은은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졌다.천희수가 말했다.“네가 DH 그룹 주 회장님에게 부탁해서 윤씨를 구해왔잖아?”응?“구주가 돌아왔다고?”소채은은 믿기지 않는 듯 소리를 질렀다.“그래. 오후에 돌아왔어. 몰랐어?”소채은은 멈칫하더니 얼른 물었다.“엄마, 저 속이지 마요! 구주가 정말 돌아왔다고요?”“바보야. 내가 왜 널 속여? 진짜 돌아왔어! 믿기지 않으면 네가 직접 걔 방으로 가서 확인해 봐!”그러자 소채은은 미친 듯이 윤구주의 방으로 달려갔다.윤구주의 방.이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소채은이 방으로 쳐들어갔다.방 안에 있던 윤구주는 허겁지겁 달아 오는 소채은을 보면서 지긋이 웃었다.“구주야... 너... 너... 정말 다치지 않고 그냥 돌아왔어?”소채은은 팅팅 부은 눈으로 멍하니 윤구주를 바라봤다.“그럼. 오후에 돌아와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지!”윤구주가 대답했다.윤구주가 멀쩡하게 자기 앞에 서 있는 것을 확인한 소채은은 그를 와락 안았다.그녀의 완변한 몸매 라인을 모두 느낄 수 있을 만큼 소채은은 윤구주를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윤구주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구주야... 놀라서 죽는 줄 알았잖아!”“조씨 가문에서 너를 때리지 않았어? 나는 죽일 줄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오다니!”소채은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소채은이 이렇
윤구주는 당연히 자기가 조성훈을 죽인 사실을 소채은에게 말할 리가 없었다.소채은은 평범한 여자애일 뿐이고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매우 놀랄 것이다.그렇게 이 일은 마침내 일단락되었다.하지만 소채은은 왜 조씨 가문에서 윤구주를 쉽게 돌려보냈는지 이해 가지 않았다.그녀는 정말 조씨 가문에서 양심에 찔려서 선심을 쓰는 줄 알았다.윤구주 방에서 나온 후, 소채은은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졌다.“채은아!”이때 소청하가 나타났다.“아빠?”“여기서 뭐 해요?”소채은이 물었다.“채은아, 이리 와봐. 너랑 할 말이 있어.”소청하의 말은 그녀의 궁금증을 자아냈다.“뭔데요?”“바보야. 와보면 알아.”소청하는 손을 저으면서 소채은더러 오라고 했다.소채은은 의문을 품은 채 소청하를 따라 정원까지 걸어 나왔다.“뭔데요? 아빠.”소채은이 물었다. 그러자 소청하는 윤구주의 방을 흘깃 보더니 입을 열었다.“채은아. DH 그룹 주 회장님이랑 지금 어때?”“뭘요? 아빠.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소채은은 어이가 없었다.“으이긍! 아빠는 못 속여! 너랑 주세호 지금 연애하는 사이 아니야?”소채은은 할 말을 잃었다.“아빠, 그럴 리가요! 제가 어떻게 그 늙은이랑 연애해요? 미쳤어요?”그러자 소청하가 대답했다.“그럼 아니야? 만약 연인 사이가 아니라면 왜 주 회장님이 너한테 이렇게 잘해주는데? 그리고 윤씨가 이번에 무사히 돌아온 것도 네가 부탁해서 그렇게 된 거 아니야? 채은아, 사람은 은혜를 보답할 줄 알아야 해!”“잠시만요!”“아빠, 방금 뭐라고요?”소채은이 묻자 소청하는 멈칫했다.“내가 뭐라고 했더라?”“아까 주세호가 윤구주를 도와줬다고 했어요???”소채은은 두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그래! 너 몰랐어?”소청하가 되물었다. 그러자 소채은은 멍해졌다.‘주세호가 윤구주를 구한거야?’‘이게 뭐야.’소채은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소청하는 오늘 주세호가 윤구주를 데려다준 장면을 자세하게 소채은에게 말했다.그리고 주세호가 직접 롤스로이스로
“망했다!”“주씨 그 늙은이가 정말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어떡하지!”소청하는 당황해하는 소채은을 보면서 웃었다.“채은아, 사실 아빠는 주 회장님이 너무 괜찮은데! 네가 잘 생각해 봐. 자기 갑부인 신분을 내려놓고 이렇게 너에게 대시하는데? 누구든 다 감동할 만 한 일이잖아. 안 그래?”소채은은 너무 답답했다.“채은아, 아빠 말 들어. 다음에 한 번 약속 잡고 주 회장님이랑 밥을 한번 먹어. 그리고 고맙다고 말하면서 한번 잘 얘기해 봐!”“네가 주 회장님의 나이 때문에 꺼리는 거 다 알아. 하지만 남자 나이가 조금 많으면 어때? 괜찮아.”“됐어. 나는 이젠 내 할 말을 다 했어!”“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당부할게. 윤씨 그 자식더러 빨리 꺼지라고 해! 만약 주 회장님이 알게 된다면 난감해져.”소청하는 할 말을 다 하고 자리를 떠났다.혼자 남겨진 소채은은 무척 우울해졌다....다음 날.윤구주는 일찍 일어나서 명상하고 아침 훈련을 시작했다.그는 소채은이 아직 외출하지 않자 그녀를 찾으러 갔다.소채은의 방에 도착하자 윤구주는 창가 앞에 앉아 멍때리고 있는 소채은을 발견했다.그녀는 두 손으로 턱을 괴고 고민하는 것 같았다.“채은아, 왜?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어?”윤구주는 걱정 가득 한 표정을 한 소채은을 보면서 물었다.소채은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긴 한숨을 쉬었다.“구주야. 큰일 난 것 같아!”“응?”“무슨 일?”윤구주는 궁금해하면서 물었다.그러자 소채은은 고개를 돌리고 아름다운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봤다.“구주야. 어떤 늙은이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그리고 나한테 엄청나게 잘해줘. 어떡해야 해?”소채은이 진지하게 물었다.“뭐?”윤구주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그러자 소채은이 다시 말했다.“내 말은 어떤 늙은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고!”“누군데?”“누구긴. DH 그룹 주세호지!”풉!주세호라는 이름을 듣자 윤구주는 빵 터졌다. 그리고 괴성을 지를뻔했다.그런 윤구주의 리액션을 보자 소채은은 똘망똘망한 눈
소채은이 말했다.“솔직하게 말할게. 주세호는 백 퍼센트 나를 좋아해! 아니면 왜 이렇게 몇 번이나 나를 도와줘? 그리고 사실... 저번 셀럽 연회장에서 주세호가 몇조가 되는 블루 하트의 눈물 보석을 나에게 선물했어!”“구주야, 2조짜리 보석이 무슨 개념인지 알기나 해?”소채은이 이렇게 말하자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어떡하지!’윤구주는 주세호에게 소채은을 챙겨주라고 했는데 소채은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 한다니!주세호가 이 상황에 대해 해석할 필요가 생겼다.소채은은 아무 말도 없는 윤구주를 보면서 마음이 찝찝했다. 방금 말한 2조짜리 보석이 그에게 상처가 되었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래서 재빨리 변명했다.“구주야, 혹시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값비싼 보석을 선물 줬다고 화내는 거야?”“헤헤, 걱정 하지 마! 공주님은 그렇게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야!”“사실 그 보석이 정말 이쁘고 아름답기는 하지만 나는 싫어. 그리고 이미 주세호에게 돌려줬어.”그리고 소채은은 윤구주의 손을 잡고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너를 버리지 않을게!”“비록 네가 기억을 잃었어도 네가 자동차 엔지니어도 다 괜찮아.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누구도 뺏어가지 못해! 그러니깐 그게 갑부이든 주세호든 나는 다 신경 쓰지 않을 거야!”“그리고 내가 말했잖아. 구주 너야말로 나 소채은의 남자 친구야!”그 말을듣자 윤구주는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그는 고개를 들고 그윽한 눈빛으로 바보처럼 순진한 소채은을 바라봤다.그녀는 윤구주가 누군지 모른다!이 모든 걸 윤구주가 했다는 것도 모른다!그저 바보처럼 윤구주를 기억 잃은 자동차 엔지니어로 알고 있다!얼마나 순진하고 귀여운 여자애인가!“그런데 솔직히 DH 그룹 주세호 사람 자체는 괜찮던데...”“어째든 몇 번이나 나를 도와줬어! 그리고 구주야 그거 알아? 이번에도 주세호가 너를 조씨 가문에서 구해준 거래! ”소채은은 계속 말했다.윤구주는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사랑스러운 그녀를 지켜보았다.“구주야, 그
DH 빌딩에 도착한 소채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와! 진짜 높다!”“역시 강성 제일 갑부!”소채은은 중얼거리면서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DH 빌딩!66층!사치스러운 사무실 안에서 방금 주주총회를 끝마친 주세호가 앉아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그의 딸 주안나가 있었다!정장 차림을 한 주안나는 연예인처럼 예뻤다.와인색 컬러의 머리에 살짝 펌을 줬고 몸매는 슈퍼모델보다 더 좋았다. 마치 빛나는 다이아몬드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어릴 적부터 외국에서 유학한 주안나 역시 독립적인 강한 여성이었다!그녀는 17살에 MBA 금융 석사 학위를 땄고 네 개 국어에 능통하다.하지만 소문에 의하면 주안나의 강한 성격 때문에 다들 그녀를 “쇼핑몰 여호랑이”라고 부른다!지금 이 순간 검은색 스타킹, 정장, 그리고 빨간 하이힐을 신은 주안나는 보고서를 주세호에게 건네면서 앵두처럼 새빨간 입술로 말하고 있었다.“아빠! 이건 2분기 우리 부서의 매출표입니다. 작년보다 174% 더 많은 매출을 올렸어요!”“그리고 이건 다음 분기 기획안이고요!”주안나가 건넨 보고서를 보고 주세호는 흐뭇하게 웃었다.“좋아!”“역시 주세호의 딸!”“다음 주주총회에서 다른 몇 개 계열사를 너에게 넘기려고 해!”주안나는 방긋 웃었다.“그럼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나가볼게요!”“그래!”주안나는 일어서서 떠날 준비를 했다!몇 발짝 걷다가 주안나는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고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더니 아름다운 얼굴을 돌려 주세호를 바라봤다.“아빠,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물어봐도 되는지 모르겠어요.”주세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바보야. 아빠한테 물어보지 못하게 뭐가 있어? 뭔데?”주안나는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아빠 혹시 연애하세요?”응?보이차를 마시고 있던 주세호는 그 말에 놀라서 차를 내뿜을 뻔했다!“연애?”“안나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빠가 이 나이에 누구랑 연애해?”주세호는 어이가 없었다.그러자 주안나가 되물었다.“만약 연애 하는
주안나가 소채은의 이름을 내뱉자 주세호는 할 말을 잃었다.주세호는 누구보다도 주안나의 총명함을 잘 알고 있었다.주안나가 상대방의 이름까지 조사해 낸 걸 알고주세호는 더 억울함을 느꼈다!“안나야, 네가 뭘 몰라서 그런데, 나는...”주세호가 변명하려고 할 때 따르릉 소리가 들리면서 비서가 걸어 들어왔다.“주 회장님! 한 손님이 회장님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주세호가 물었다.“누군데?”“이름이 소채은이라고 하던데요!”소채은?이 세 글자를 듣듣자 주세호의 얼굴색은 확 바뀌었다!오히려 주안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온다더니!주세호는 너무 민망했다!어떡하지?소채은은 구주왕의 여인인데!감히 푸대접할 수도 없고?주세호가 감히?그래서 주세호는 얼른 비서에게 말했다.“얼른 채은 아가씨를 들여보내!”“네!”비서는 대답하고 자리를 떠났다.주세호는 재빨리 주안나에게 변명하였다.“안나야, 네가 생각하는 거 아니야. 정말 오해하지 마!! 이 채은 아가씨는...”주안나는 주세호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아빠, 괜찮아요! 저도 마침 이 미인을 보고싶어요! 도대체 누구시길래 우리 아빠가 알게 되자마자 2조짜리 보석을 선물하고 싶어 하는지!”주안나의 말에는 많은 뜻이 담겼다. 주세호는 매우 뻘쭘했다!이때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또렷이 들렸다.그리고 아름다운 실루엣이 주세호 사무실 입구에 나타났다.소채은이 왔다.그녀가 나타나자마자 주안나의 눈길을 끌었다.주안나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내심 감탄했다.‘정말 이쁘네!’반면 주세호 사무실에 처음 온 소채은은 카리스마도 있고 이쁘기까진 한 주안나를 보고 살짝 당황했다!“채은 아가씨, 안녕하세요! 우리 DH 그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주세호는 얼른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그러자 소채은이 재빨리 대답했다.“주 회장님, 죄송합니다. 예약도 없이 이렇게 찾아와서. 혹시 실례가 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말이 끝나자 소채은은 주안나를 바라봤다!
“저희 집은 제약쪽 일을 합니다.”“아, 그래요? 지금 의약업계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던데, 채은 씨 집의 사업은 어때요?”“안나 아가씨 말처럼 지금 의약 업계는 확실히 불경기입니다! 주 회장님이 아니셨다면 저희 SK제약은 파산했을 거예요!”소채은은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주안나는 이 말을 듣고 주세호를 슬쩍 쳐다봤다.옆에 선 주세호는 너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주세호보다 자기 딸을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안나가 얼마나 총명하고 직설적인지!주안나가 소채은을 더 난감하게 할까 봐 주세호가 서둘러 말했다.“안나야, 채은 아가씨는 우리 회사에 온 손님인데 그만 물어봐!”그리고 주세호는 얼른 소채은에게 말했다.“채은 아가씨, 먼저 앉으세요! 제가 비서더러 커피를 내오라고 할게요!”“주 회장님, 커피는 다음에 마실게요! 제가 오늘 온 이유는 주 회장님이 그동안 도와준 은혜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자고 왔습니다! 그리고 주 회장님과 한번 간단한 음식을 대접하면서 감사의 뜻을 표하자 하는데요!”‘식사?’이 말을 들은 주세호는 다시 난감해졌다.그는 완전히 윤구주 때문에 소채은을 챙겨줬을 뿐이다.하지만 지금 소채은이 식사대접을 하겠다고 하니 윤구주에게 먼저 이 사실을 일러야 할 것만 같았다. 아니면 윤구주가 화를 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주세호가 난감해 할때 주안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빠! 예쁜 채은 동생이 직접 식사 대접을 하겠다는 게 얼른 응해야죠.”주세호는 할 말을 잃었다.‘어떡하지?’‘미치겠네. 이걸 어쩌지?’주세호는 마지못해 대답했다.“그러죠... 그러죠...”주세호의 승인을 받자 소채은이 말했다.“그럼 구주 대호텔에서 봅시다!”응?“구주 대호텔?”이 이름을 듣자 주세호는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왜 그러세요? 주 회장님. 혹시 그곳이 불편하신가요?”소채은은 주세호의 이상한 반응을 보고 물었다.옆에 있던 주안나가 웃으면서 말했다.“좋은데요! 구주 대호텔은 강성에 있는 유일한 6성급 호텔이
문제가 생겼다는 말 한마디에 식사를 하던 윤구주가 멈칫했다.그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박창용, 염수천, 박천후 세 장수를 바라보았다.“서울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거야?”윤구주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박창용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서는 얘기하기가 적절치 않다는 뜻이었다.“여기서 얘기해도 괜찮아.”윤구주가 명령을 내렸다.“저하, 조금 전 서울 황성에서의 비밀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말하기 국주님께서 폐황령을 내리셨고 이미 폐관에 돌입한 상태라고 합니다.”박창용이 말했다.폐황령?그 세 글자에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화진의 구주왕으로서 윤구주는 폐황령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폐황령을 내렸다는 것은 국주가 당분간은 천하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다.“게다가 조금 전 육도진 우상이 비밀리에 전한 소식에 따르면 종문의 사람들이 서울에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 저하를 상대하려는 것 같습니다.”박창용이 다시 말했다.종문이라는 두 글자에 연규비와 백경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무인으로서 그들은 종문의 저력과 무시무시함을 알고 있었다.조금 전 박창용은 종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윤구주를 상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다들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오직 윤구주만이 평온한 얼굴로 테이블 위 잔을 들어 단번에 순을 삼키며 말했다.“종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구주야,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소채은은 화진의 무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박창용 등 사람들의 얘기를 들은 그녀는 서둘러 걱정스러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큰일 아니야. 내가 잘 처리할게.”말을 마친 뒤 그는 고개를 돌려 소청하 부부에게 얘기했다.“아버님, 어머님. 일단 식사하세요. 저는 나가서 얘기 나눌게요.”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박창용, 염수천, 박천후를 데리고 몸을 돌려 거실에서 나갔다.정자 쪽에서 박창용은 윤구주를 향해 상황을 보고했다.“저하
윤구주는 중얼대며 말하더니 갑자기 얘기를 꺼냈다.“채은아, 나와 같이 서울로 가줄 수 있어?”“서울로 가자고?”갑작스러운 질문에 소채은은 잠깐 당황했다.“응. 난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가장 좋은 방법은 네가 나와 함께 서울로 가는 거야. 그곳에 있으면 나도 널 보살필 수 있어.”윤구주는 자신의 진짜 생각을 솔직히 얘기했다.윤구주가 함께 서울로 가겠냐고 묻자 소채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하지만 내가 서울로 가면 우리 집은 어떡해? 내 직장은?”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걱정하지 마. 네가 정말 나와 함께 서울로 간다면 내가 새로운 회사를 세워줄게.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해도 돼.”윤구주는 화진의 구주왕이었으니 돈이나 직장 같은 건 그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그러나 소채은은 여전히 걱정이 되는 듯했다.“하지만 우리 부모님에게 자식은 나 하나뿐인걸. 내가 떠나면 우리 부모님은 누가 돌봐줘?”“그건 걱정하지 마. 네가 나와 같이 서울에 간다면 너희 부모님도 당연히 서울로 모실 거야.”윤구주가 말했다.소채은은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침묵했다.“구주야, 나 조금만 더 고민하고 대답해도 될까?”윤구주는 강성이 소채은의 고향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갑자기 강성을 떠나야 한다면 당연히 미련이 남을 것이다.그녀는 소채은의 손을 잡고 말했다.“당연하지. 잘 고민해 봐.”소채은은 온순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윤구주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두 사람이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콜록콜록.”“채은아, 구주야. 음식 다 됐으니까 와서 밥 먹어.”말을 꺼낸 사람은 천희수였다.엄마가 들어오자 소채은은 얼굴을 붉히면서 서둘러 윤구주의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네, 네!”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고 말했다.“구주야, 다들 우리가 가서 밥을 먹길 기다리는 것 같으니 같이 나가자.”“그래!”두 사람은 거실로 향했다.널따란 거실 안, 원형의 크리
윤신우는 진실을 얘기했고 이홍연은 당황했다.“삼촌 말씀은 아버지께서 일부러 폐관하셨다는 건가요?”윤신우가 말했다.“그래요.”“그게 정말이에요? 아버지께서는 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거라고 하셨어요. 게다가 구주를 우리 화진의 호국군신으로 임명할 거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걸까요?”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순간 어이가 없었다.“공주님, 괜한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국주님이었어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이홍연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자 윤신우가 그녀를 설득했다.“왜요? 대체 무엇 때문에요?”이홍연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듯했다.“우리 화진은 원래 무도로 나라를 세웠기 때문이죠. 우리 아들 한 명을 위해 천하 무도를 적으로 돌리는 건 현실적이지 않잖아요.”윤신우는 잔혹한 진실을 천천히 얘기했다.화진은 무도로 나라를 세웠고 3대 서열은 그 뿌리가 깊고 또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국주가 윤구주 한 명을 위해 화진을 내란에 빠뜨릴 일은 없었다.이홍연은 결국 침묵을 선택했다.그녀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윤신우는 뒷짐을 지고 자신 있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아들 일은 제 일이기도 합니다. 누구든 제 아들을 건드린다면 죽일 겁니다.”윤신우가 패기 넘치게 말하자 이홍연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성.윤구주가 돌아온 뒤로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소채은과 소채은의 부모님이었다.그들이 매일 그리워하던 윤구주가 드디어 돌아왔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용인 빌리지는 매우 떠들썩했다.소씨 일가 사람들과 백경재, DH 그룹의 주세호, 백화궁의 연규비, 박창용, 박천후, 염수천 등 사람들을 모두 그곳에 모여 있었다.그들은 모두 화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윤구주를 따르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평범한 인물일 수는 없었다.“저하, 민규현 지휘사님과 정태웅 지휘사님은요? 두 사람 모두 아주 오랫동안 보지 못한 것 같아요.”백경재는 눈을 가늘게 뜨면
“말씀해 보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누가 여러분들을 공격한 거죠?”이홍연은 아름다운 눈으로 민규현과 천현수를 바라보았다.“공주님, 사실 저희를 공격한 건 종문 사람이었습니다.”민규현이 사실대로 얘기했다.종문이라는 말에 이홍연은 안색이 살짝 달라졌고 심지어 뒤에 있던 주도의 미간도 찌푸려졌다.“화진 무도 3대 서열 중 최강이라고 불리는 종문이요?”이홍연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고 민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젠장, 그동안 줄곧 숨어 지내던 종문이 왜 지금 이때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거죠? 게다가 왜 여러분을 공격한 거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화진의 무인들은 무도 중 최강인 종문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화진의 무도에 크나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걸 의미했다.“그들은 저하를 상대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민규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뭐?’“구주를 상대하려고요?”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펄쩍 뛰었다.“네.”민규현이 대답했다.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분노했다.“종문 사람들 미친 거 아니에요? 구주를 상대한다니요? 빌어먹을 놈들, 구주는 얼마 전 설국을 속국으로 만든 우리 화진의 공신이라고요!”이홍연은 씩씩대면서 말했다.민규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제 추측에 의하면 종문 사람들이 저하를 상대하려고 하는 이유는 저하께서 문벌과 세가들을 처단하여 그들의 불만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거예요. 무도 3대 서열은 그 뿌리가 같고 또 아주 깊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이홍연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얼굴이 빨개진 채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젠장! 구주가 우리 화진을 위해 문벌과 세가들을 정리한 이유는 암세포 같은 자들을 뿌리뽑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종문 사람들이 그들의 편을 들면서 뛰쳐나오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민규현 지휘사님, 신우 삼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바로 돌아가서 아버지께 이 사실을
말을 마친 뒤 이홍연은 앞에서 안내했고 주도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윤씨 일가 저택에 발을 들이는 순간, 주도는 아주 강한 기운들이 그곳에 숨어있다는 걸 느꼈다.윤씨 일가 저택은 비로 겉보기에는 텅 비어 있는 것 같고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숨겨진 기운들이 수십 개는 될 듯했다.게다가 그 기운들은 모두 절정 수준이었다.“역시 한때 천하제일 윤씨 일가라고 불릴 만했어. 이 정도 힘이라니.”주도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기운 하나가 빠르게 접근했다.“누가 감히 윤씨 일가에 멋대로 발을 들인 것이지?”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이홍연의 앞에 나타났다.“창현 삼촌, 절 기억하지 못하시는 거예요?”이홍연은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눈앞의 건장 체구를 가진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바로 윤씨 일가 삼 형제 중 한 명인 윤창현이었다.“공주님이었군요. 윤창현, 공주님을 뵙습니다.”윤창현은 이홍연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정중하게 말했다.“그렇게 예를 갖추실 필요는 없어요. 삼촌, 어서 일어나세요.”이홍연이 말했다.“공주님, 여긴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미리 저희에게 얘기하셨으면 저희가 마중 나갔을 텐데요.”윤창현이 웃으며 말했다.“그러실 필요 없죠. 참, 신우 삼촌은 계시나요?”이홍연은 곧바로 물었다.윤창현은 이홍연이 윤씨 일가의 가주 윤신우를 찾는다는 걸 알았다.널찍한 거실 안.윤신우는 민규현, 천현수 등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들을 제외하고 용민과 재이, 철영도 있었는데 그들은 양쪽으로 나뉘어 서 있었다.바로 이때, 윤창현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형님, 공주님께서 오셨습니다.”그의 목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이홍연이 주도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윤신우는 비록 윤씨 일가의 가주지만 공주를 만나면 그녀에게 예를 갖추어야 했다.거실에 있던 민규현, 천현수는 이홍연이 이때 윤씨 일가 저택을 방문할 줄은 몰랐다. 그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공주님
칭찬을 받은 은설아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웃더니 윤하율의 통통한 손을 잡고 말했다.“그럼. 당연히 그럴 거야.”윤하율은 기쁜 얼굴로 웃었다.“할머니, 할머니!”이때 윤하율은 하미연이 안쪽에서 나오는 걸 발견했다.윤하율은 서둘러 하미연에게 달려가서 그녀의 품에 안기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할머니, 언니가 그랬어요. 앞으로 저도 크면 언니처럼 예쁠 거라고요!”하미연은 윤하율의 얼굴을 꼬집으면서 말했다.“그래, 그래. 우리 하율이는 앞으로 가장 예쁜 사람이 될 거야!”“헤헤!”“하율아, 넌 저기 가서 놀고 있어. 할머니는 손님과 잠깐 얘기를 나눌게.”하미연이 그렇게 얘기하자 윤하율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네!”윤하율은 그렇게 말한 뒤 혼자 그네 쪽으로 달려가서 놀았다.윤하율이 떠나자 은설아는 서둘러 하미연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안녕하세요, 어르신.”윤씨 일가의 저택에서 지내게 된 뒤로 은설아는 이곳이 한때 윤구주가 살았던 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녀의 앞에 있는 하미연은 윤구주가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였다.“그렇게 예를 갖출 필요는 없단다.”하미연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아들 말을 들어 보니 구주의 친구라도 하던데 그게 사실이니?”하미연의 질문에 은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래. 구주는 어렸을 때 집을 떠났어. 구주의 친구를 보게 됐으니 정말 여한이 없어.”하미연은 감개하며 말했다.“참, 우리 구주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니?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니?”하미연이 윤구주에 대해 묻자 은설아는 고개를 저었다.“민규현 씨 말을 들어 보니 강성에 볼일을 보러 간 것 같아요.”“강성?”그 말을 듣는 순간 하미연의 하나뿐인 동공이 살짝 빛났다.“설마 우리 손주며느리를 데리러 간 건가?”하미연은 중얼대며 말했다.‘뭐라고?’은설아는 손주며느리라는 말에 살짝 당황했다.“구주가 나한테 그랬었거든. 강성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게다가 그 아이가 우리 구주를 구한 적이 있대. 내 생각에
“공주님, 얼른 여기 와보세요!”이때 밖에서 갑자기 주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목소리를 들은 이홍연은 서둘러 그에게로 걸어갔다.“무슨 일이에요?”주도가 기묘한 표정으로 주변 바닥을 살피면서 말했다.“제 판단이 맞다면 이곳에서 한차례 전투가 있었을 겁니다.”“전투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이홍연은 서둘러 물었다.“여기 바닥에 생긴 균열을 보세요. 뭔가 떠오르지 않나요?”주도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닥을 가리켰다.바닥에는 팔뚝만큼 굵은 균열이 아주 촘촘히 분포되어 있었고 그밖에 왼쪽에는 부러진 나무도 있었다.그 흔적들을 본 이홍연이 말했다.“마치... 검흔 같아요.”“맞아요! 이렇게 강한 검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절정 강자일 거예요!”그 말을 들은 순간 이홍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절정 강자라고요? 민규현 씨 일행이 절정 강자에게 공격당했다는 말인가요?”주도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전 최근 들어 서울에 절정 강자들이 아주 많이 나타났다는 걸 느꼈어요.”주도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다시금 충격을 받았다.눈앞의 주도는 수십 년 전 무시무시한 육도 절정에 다다른 사람이었다.게다가 지금의 그는 칠살에 발을 들인 상태였다.그래서 이홍연은 주도의 말을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그런데 그런 그가 절정 강자가 민규현 일행을 공격했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큰일이에요. 지금 구주는 서울에 없는데, 만약 정말로 절정 강자가 민규현 씨 일행을 공격했다면 그들은 분명 크게 다쳤을 거예요.”이홍연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어떡하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민규현 씨 일행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이홍연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참! 하마터면 신우 삼촌을 잊을 뻔했네요.”이홍연은 갑자기 이마를 탁 치면서 말했다.“신우 삼촌이요?”이홍연이 갑자기 신우 삼촌이라고 하자 주도는 당황했다.“네. 구주 아버지이자 윤씨 일가의 가주 말이에요! 아버지 말씀에
황성, 공주저.“뭐라고? 우리 아버지께서 폐관하신다고? 그게 정말이야?”아버지를 찾아가서 윤구주의 상황을 물을 생각이었던 이홍연은 폐황령이 반포됐고 국주가 폐관에 들어갔다는 걸 알고서는 비명을 질렀다.“네, 사실입니다. 조금 전 육도진 우상의 말을 들어 보니 국주님께서 이미 폐관에 들어가셨답니다. 조정의 일은 모두 육도진 우상에게 맡겼답니다.”한 하인이 대답했다.이홍연은 진정할 수가 없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난 금방 금란 대전에 갔다 왔었는데. 아버지께서 벌써 폐관에 들어가셨다고?”왠지 모르게 이홍연은 아주 큰 일이 일어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안 돼. 아버지를 찾아가서 똑똑히 물어봐야겠어.”’말을 마친 뒤 여섯째 공주는 다시금 금란 대전으로 향했다.이홍연이 금란 대전에 도착했을 때, 금란 대전의 오래된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게다가 밖에는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가득했고 그들 외에도 황성의 최고 절정 강자 한진모이 있었다.굳게 닫힌 금란 대전의 대문을 바라보던 이홍연은 미간을 한껏 찌푸리면서 빠르게 걸어갔다.“한진모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우리 아버지는요?”내시 옷을 입은 한진모가 웃으며 대답했다.“공주님, 국주님께서는 폐관에 들어가셨습니다.”“폐관이요? 우리 아버지가 왜 난데없이 갑자기 폐관을 한단 말이죠?”이홍연이 물었다.한진모는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한진모의 대답을 들은 이홍연은 속이 타들어 갔다.결국 그녀는 다시 공주저로 돌아왔다.“우리 아버지께서는 왜 갑자기 폐관에 들어가셨지? 설마 당분간 정무도 보지 않으실 생각인 건가? 그리고 태산봉선을 할 거라고,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거라고 하셨었는데! 대체 그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이홍연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답했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답답해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폐관에 들어간 국주를 방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에라 모르겠다. 일단 구주부터 찾아가야겠어.’이홍연은 속으로 생각했다.‘그런데 구주는 대체
“결국 올 게 왔어.”국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나는 종문이 구주 때문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었어. 내가 종문을 너무 얕봤던 것 같아.”국주가 갑자기 다시 말했다.육도진이 대답했다.“국주님, 괜한 걱정하시는 겁니다. 전 구주왕의 실력이라면 종문의 난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국주는 손을 내저으면서 금빛 왕좌에서 일어났다.“내가 걱정하는 건 구주의 실력이 아니야. 난 구주가 종문과 싸우게 되면 우리 화진의 무도까지 그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돼. 만약 우리 화진의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화진은 엄청난 위기에 빠질 거야. 게다가 현재 조정에는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알게 모르게 종문과 결탁한 내각 대신들이 아주 많아. 만약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조정 또한 혼란에 빠질 거야.”육도진은 그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그는 국주의 말이 옳다는 걸 알고 있었다.화진은 무도로 나라를 세웠고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은 오랜 역사가 있었다.만약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화진 또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그렇게 되면 세력들은 서로 다툴 것이고 난세가 펼쳐질 것이니 화진의 국주로서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렇다면 국주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육도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국주는 대답하지 않고 뒷짐을 진 채로 먼 곳을 바라보며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난 폐황령을 가동할 생각이야.”‘뭐라고?’“폐황령이요?”폐황령이라는 세 글자에 육도진은 깜짝 놀랐다.폐황령이란 무엇인가?폐황령이란 국주가 당분간 나랏일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다.그것이 바로 폐황령이었다.쉽게 말하자면 폐황령이 가동되는 순간 종문, 문벌, 세가 모두 마음껏 싸울 수 있다는 뜻이다.물론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반대로 전쟁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황성 쪽에서는 그들의 일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국주님 말씀은 구주왕 홀로 무도 3대 서열을 상대하게 할 거란 뜻입니까? 이제 막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