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는 당연히 자기가 조성훈을 죽인 사실을 소채은에게 말할 리가 없었다.소채은은 평범한 여자애일 뿐이고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매우 놀랄 것이다.그렇게 이 일은 마침내 일단락되었다.하지만 소채은은 왜 조씨 가문에서 윤구주를 쉽게 돌려보냈는지 이해 가지 않았다.그녀는 정말 조씨 가문에서 양심에 찔려서 선심을 쓰는 줄 알았다.윤구주 방에서 나온 후, 소채은은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졌다.“채은아!”이때 소청하가 나타났다.“아빠?”“여기서 뭐 해요?”소채은이 물었다.“채은아, 이리 와봐. 너랑 할 말이 있어.”소청하의 말은 그녀의 궁금증을 자아냈다.“뭔데요?”“바보야. 와보면 알아.”소청하는 손을 저으면서 소채은더러 오라고 했다.소채은은 의문을 품은 채 소청하를 따라 정원까지 걸어 나왔다.“뭔데요? 아빠.”소채은이 물었다. 그러자 소청하는 윤구주의 방을 흘깃 보더니 입을 열었다.“채은아. DH 그룹 주 회장님이랑 지금 어때?”“뭘요? 아빠.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소채은은 어이가 없었다.“으이긍! 아빠는 못 속여! 너랑 주세호 지금 연애하는 사이 아니야?”소채은은 할 말을 잃었다.“아빠, 그럴 리가요! 제가 어떻게 그 늙은이랑 연애해요? 미쳤어요?”그러자 소청하가 대답했다.“그럼 아니야? 만약 연인 사이가 아니라면 왜 주 회장님이 너한테 이렇게 잘해주는데? 그리고 윤씨가 이번에 무사히 돌아온 것도 네가 부탁해서 그렇게 된 거 아니야? 채은아, 사람은 은혜를 보답할 줄 알아야 해!”“잠시만요!”“아빠, 방금 뭐라고요?”소채은이 묻자 소청하는 멈칫했다.“내가 뭐라고 했더라?”“아까 주세호가 윤구주를 도와줬다고 했어요???”소채은은 두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그래! 너 몰랐어?”소청하가 되물었다. 그러자 소채은은 멍해졌다.‘주세호가 윤구주를 구한거야?’‘이게 뭐야.’소채은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소청하는 오늘 주세호가 윤구주를 데려다준 장면을 자세하게 소채은에게 말했다.그리고 주세호가 직접 롤스로이스로
“망했다!”“주씨 그 늙은이가 정말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어떡하지!”소청하는 당황해하는 소채은을 보면서 웃었다.“채은아, 사실 아빠는 주 회장님이 너무 괜찮은데! 네가 잘 생각해 봐. 자기 갑부인 신분을 내려놓고 이렇게 너에게 대시하는데? 누구든 다 감동할 만 한 일이잖아. 안 그래?”소채은은 너무 답답했다.“채은아, 아빠 말 들어. 다음에 한 번 약속 잡고 주 회장님이랑 밥을 한번 먹어. 그리고 고맙다고 말하면서 한번 잘 얘기해 봐!”“네가 주 회장님의 나이 때문에 꺼리는 거 다 알아. 하지만 남자 나이가 조금 많으면 어때? 괜찮아.”“됐어. 나는 이젠 내 할 말을 다 했어!”“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당부할게. 윤씨 그 자식더러 빨리 꺼지라고 해! 만약 주 회장님이 알게 된다면 난감해져.”소청하는 할 말을 다 하고 자리를 떠났다.혼자 남겨진 소채은은 무척 우울해졌다....다음 날.윤구주는 일찍 일어나서 명상하고 아침 훈련을 시작했다.그는 소채은이 아직 외출하지 않자 그녀를 찾으러 갔다.소채은의 방에 도착하자 윤구주는 창가 앞에 앉아 멍때리고 있는 소채은을 발견했다.그녀는 두 손으로 턱을 괴고 고민하는 것 같았다.“채은아, 왜?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어?”윤구주는 걱정 가득 한 표정을 한 소채은을 보면서 물었다.소채은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긴 한숨을 쉬었다.“구주야. 큰일 난 것 같아!”“응?”“무슨 일?”윤구주는 궁금해하면서 물었다.그러자 소채은은 고개를 돌리고 아름다운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봤다.“구주야. 어떤 늙은이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그리고 나한테 엄청나게 잘해줘. 어떡해야 해?”소채은이 진지하게 물었다.“뭐?”윤구주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그러자 소채은이 다시 말했다.“내 말은 어떤 늙은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고!”“누군데?”“누구긴. DH 그룹 주세호지!”풉!주세호라는 이름을 듣자 윤구주는 빵 터졌다. 그리고 괴성을 지를뻔했다.그런 윤구주의 리액션을 보자 소채은은 똘망똘망한 눈
소채은이 말했다.“솔직하게 말할게. 주세호는 백 퍼센트 나를 좋아해! 아니면 왜 이렇게 몇 번이나 나를 도와줘? 그리고 사실... 저번 셀럽 연회장에서 주세호가 몇조가 되는 블루 하트의 눈물 보석을 나에게 선물했어!”“구주야, 2조짜리 보석이 무슨 개념인지 알기나 해?”소채은이 이렇게 말하자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어떡하지!’윤구주는 주세호에게 소채은을 챙겨주라고 했는데 소채은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 한다니!주세호가 이 상황에 대해 해석할 필요가 생겼다.소채은은 아무 말도 없는 윤구주를 보면서 마음이 찝찝했다. 방금 말한 2조짜리 보석이 그에게 상처가 되었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래서 재빨리 변명했다.“구주야, 혹시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값비싼 보석을 선물 줬다고 화내는 거야?”“헤헤, 걱정 하지 마! 공주님은 그렇게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야!”“사실 그 보석이 정말 이쁘고 아름답기는 하지만 나는 싫어. 그리고 이미 주세호에게 돌려줬어.”그리고 소채은은 윤구주의 손을 잡고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너를 버리지 않을게!”“비록 네가 기억을 잃었어도 네가 자동차 엔지니어도 다 괜찮아.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누구도 뺏어가지 못해! 그러니깐 그게 갑부이든 주세호든 나는 다 신경 쓰지 않을 거야!”“그리고 내가 말했잖아. 구주 너야말로 나 소채은의 남자 친구야!”그 말을듣자 윤구주는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그는 고개를 들고 그윽한 눈빛으로 바보처럼 순진한 소채은을 바라봤다.그녀는 윤구주가 누군지 모른다!이 모든 걸 윤구주가 했다는 것도 모른다!그저 바보처럼 윤구주를 기억 잃은 자동차 엔지니어로 알고 있다!얼마나 순진하고 귀여운 여자애인가!“그런데 솔직히 DH 그룹 주세호 사람 자체는 괜찮던데...”“어째든 몇 번이나 나를 도와줬어! 그리고 구주야 그거 알아? 이번에도 주세호가 너를 조씨 가문에서 구해준 거래! ”소채은은 계속 말했다.윤구주는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사랑스러운 그녀를 지켜보았다.“구주야, 그
DH 빌딩에 도착한 소채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와! 진짜 높다!”“역시 강성 제일 갑부!”소채은은 중얼거리면서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DH 빌딩!66층!사치스러운 사무실 안에서 방금 주주총회를 끝마친 주세호가 앉아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그의 딸 주안나가 있었다!정장 차림을 한 주안나는 연예인처럼 예뻤다.와인색 컬러의 머리에 살짝 펌을 줬고 몸매는 슈퍼모델보다 더 좋았다. 마치 빛나는 다이아몬드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어릴 적부터 외국에서 유학한 주안나 역시 독립적인 강한 여성이었다!그녀는 17살에 MBA 금융 석사 학위를 땄고 네 개 국어에 능통하다.하지만 소문에 의하면 주안나의 강한 성격 때문에 다들 그녀를 “쇼핑몰 여호랑이”라고 부른다!지금 이 순간 검은색 스타킹, 정장, 그리고 빨간 하이힐을 신은 주안나는 보고서를 주세호에게 건네면서 앵두처럼 새빨간 입술로 말하고 있었다.“아빠! 이건 2분기 우리 부서의 매출표입니다. 작년보다 174% 더 많은 매출을 올렸어요!”“그리고 이건 다음 분기 기획안이고요!”주안나가 건넨 보고서를 보고 주세호는 흐뭇하게 웃었다.“좋아!”“역시 주세호의 딸!”“다음 주주총회에서 다른 몇 개 계열사를 너에게 넘기려고 해!”주안나는 방긋 웃었다.“그럼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나가볼게요!”“그래!”주안나는 일어서서 떠날 준비를 했다!몇 발짝 걷다가 주안나는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고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더니 아름다운 얼굴을 돌려 주세호를 바라봤다.“아빠,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물어봐도 되는지 모르겠어요.”주세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바보야. 아빠한테 물어보지 못하게 뭐가 있어? 뭔데?”주안나는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아빠 혹시 연애하세요?”응?보이차를 마시고 있던 주세호는 그 말에 놀라서 차를 내뿜을 뻔했다!“연애?”“안나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빠가 이 나이에 누구랑 연애해?”주세호는 어이가 없었다.그러자 주안나가 되물었다.“만약 연애 하는
주안나가 소채은의 이름을 내뱉자 주세호는 할 말을 잃었다.주세호는 누구보다도 주안나의 총명함을 잘 알고 있었다.주안나가 상대방의 이름까지 조사해 낸 걸 알고주세호는 더 억울함을 느꼈다!“안나야, 네가 뭘 몰라서 그런데, 나는...”주세호가 변명하려고 할 때 따르릉 소리가 들리면서 비서가 걸어 들어왔다.“주 회장님! 한 손님이 회장님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주세호가 물었다.“누군데?”“이름이 소채은이라고 하던데요!”소채은?이 세 글자를 듣듣자 주세호의 얼굴색은 확 바뀌었다!오히려 주안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온다더니!주세호는 너무 민망했다!어떡하지?소채은은 구주왕의 여인인데!감히 푸대접할 수도 없고?주세호가 감히?그래서 주세호는 얼른 비서에게 말했다.“얼른 채은 아가씨를 들여보내!”“네!”비서는 대답하고 자리를 떠났다.주세호는 재빨리 주안나에게 변명하였다.“안나야, 네가 생각하는 거 아니야. 정말 오해하지 마!! 이 채은 아가씨는...”주안나는 주세호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아빠, 괜찮아요! 저도 마침 이 미인을 보고싶어요! 도대체 누구시길래 우리 아빠가 알게 되자마자 2조짜리 보석을 선물하고 싶어 하는지!”주안나의 말에는 많은 뜻이 담겼다. 주세호는 매우 뻘쭘했다!이때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또렷이 들렸다.그리고 아름다운 실루엣이 주세호 사무실 입구에 나타났다.소채은이 왔다.그녀가 나타나자마자 주안나의 눈길을 끌었다.주안나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내심 감탄했다.‘정말 이쁘네!’반면 주세호 사무실에 처음 온 소채은은 카리스마도 있고 이쁘기까진 한 주안나를 보고 살짝 당황했다!“채은 아가씨, 안녕하세요! 우리 DH 그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주세호는 얼른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그러자 소채은이 재빨리 대답했다.“주 회장님, 죄송합니다. 예약도 없이 이렇게 찾아와서. 혹시 실례가 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말이 끝나자 소채은은 주안나를 바라봤다!
“저희 집은 제약쪽 일을 합니다.”“아, 그래요? 지금 의약업계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던데, 채은 씨 집의 사업은 어때요?”“안나 아가씨 말처럼 지금 의약 업계는 확실히 불경기입니다! 주 회장님이 아니셨다면 저희 SK제약은 파산했을 거예요!”소채은은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주안나는 이 말을 듣고 주세호를 슬쩍 쳐다봤다.옆에 선 주세호는 너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주세호보다 자기 딸을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안나가 얼마나 총명하고 직설적인지!주안나가 소채은을 더 난감하게 할까 봐 주세호가 서둘러 말했다.“안나야, 채은 아가씨는 우리 회사에 온 손님인데 그만 물어봐!”그리고 주세호는 얼른 소채은에게 말했다.“채은 아가씨, 먼저 앉으세요! 제가 비서더러 커피를 내오라고 할게요!”“주 회장님, 커피는 다음에 마실게요! 제가 오늘 온 이유는 주 회장님이 그동안 도와준 은혜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자고 왔습니다! 그리고 주 회장님과 한번 간단한 음식을 대접하면서 감사의 뜻을 표하자 하는데요!”‘식사?’이 말을 들은 주세호는 다시 난감해졌다.그는 완전히 윤구주 때문에 소채은을 챙겨줬을 뿐이다.하지만 지금 소채은이 식사대접을 하겠다고 하니 윤구주에게 먼저 이 사실을 일러야 할 것만 같았다. 아니면 윤구주가 화를 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주세호가 난감해 할때 주안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빠! 예쁜 채은 동생이 직접 식사 대접을 하겠다는 게 얼른 응해야죠.”주세호는 할 말을 잃었다.‘어떡하지?’‘미치겠네. 이걸 어쩌지?’주세호는 마지못해 대답했다.“그러죠... 그러죠...”주세호의 승인을 받자 소채은이 말했다.“그럼 구주 대호텔에서 봅시다!”응?“구주 대호텔?”이 이름을 듣자 주세호는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왜 그러세요? 주 회장님. 혹시 그곳이 불편하신가요?”소채은은 주세호의 이상한 반응을 보고 물었다.옆에 있던 주안나가 웃으면서 말했다.“좋은데요! 구주 대호텔은 강성에 있는 유일한 6성급 호텔이
그렇다!10개국 간의 전쟁 이후 모두 구주왕이 전사했다고 생각했다!그들은 구주왕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을 모른다!주세호는 주안나의 말을 듣자 쓴 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말했다.‘안나야. 아빠는 이미 나의 저하를 만났어! 네가 모를 뿐이지!”그 말을 주세호는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아빠, 내일 식사 자리에 저도 함께 갈래요!”주안는 예쁜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그러자 주세호는 눈을 뒤집으면서 말했다.“네가 왜?”주안나는 주세호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렸다.“사랑하는 아빠, 한 번만 데리고 가주세요! 제가 내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밥만 먹을게요. 되죠 아빠?”가장 사랑하는 딸이 애교를부리자 주세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었다.“알았어. 알았어!”“헤헤, 아빠, 감사합니다! 그럼 저 먼저 일하러 갈게요!”주안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주세호의 사무실을 떠났다.멀어져가는 주안나의 뒷모습을 보면서 주세호는 머리를 저었다.그리고 핸드폰을 들고 윤구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윤구주는 이때 소씨 저택에 있었다.주세호가 전화 오자 윤구주는 얼른 받았다.“여보세요!”“저하!”“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소씨 가문 소채은 아가씨가 방금 DH 그룹에 다녀갔습니다. 그리고...”주세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구주가 말했다.“같이 밥을 먹자고 했죠?”“네! 저하, 어떻게 알고 계셨죠?”주세호는 어리둥절했다.“내가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세호 씨가 그렇게 몇 번이나 도와주니 채은이가 지금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착각하고 있잖아요!”응?그 듣자 주세호는 하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저하! 소인을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죽을죄는 지었습니다! 소인... 소인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제발 오해하지 마세요!”주세호는 얼른 해석하였다.그러자 윤구주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세호 씨, 무슨 생각해요? 난 그런 생각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그 말을 듣으니 주세로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저하, 채은 아가
방문을 나서자마자 천희수와 소청하가 달려왔다.“채은아, 잠시만!”부모님의 목소리를 듣자 소채은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두 사람은 화려한 복장 차림이었다. 특히 소청하는 몇 년 동안 입지도 않던 아르마니 정장을 입었다!천희수도 화려한 드레스에 진주 목걸이를 하였다.이렇게 화려한 옷차림을 한 두 사람을 보고 소채은은 흠칫 놀랬다.“아빠, 엄마, 뭐 하시는 거예요.?”“바보야! 오늘 너가 DH 그룹 주 회장님이랑 밥 먹는 날이잖아? 그래서 엄마랑 상의해 봤는데 우리도 같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뭐?“네? 같이 가신다고요?”두 사람이 같이 가려고 하자 소채은은 어이가 없었다.“그래!”소채은은 얼른 손사래를 쳤다.“아빠, 엄마. 저는 그냥 감사의 인사를 표하자고 가는 건데 두 분은 왜 가시는 거예요?”“채은아, 일단 잘 들어. 우리는 그냥 구경하러 가는 거야!”천희수가 웃으면서 말했다.“헐! 밥 먹는데 뭘 구경하시겠다는 거죠?”소채은은 기분이 언짢았다.그러자 소청하가 말했다.“그냥 구경한다고. 그리고 이 기억 잃은 자식도 가는데 우리는 왜 못가?”소청하는 말하면서 윤구주를 째려봤다.소채은은 더 할 말을 잃었다.오늘 주세호랑 모든 걸 까밝히려고 했는데 두 사람도 같이 간다?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채은아, 걱정하지 마! 아빠랑 토론했어. 너희가 밥 먹을 때 우리는 그냥 다른 테이블 손님처럼 절대 간섭하지 않을게!”천희수가 말했다.“그래! 우리는 그냥 옆 테이블 손님이야. 그럼 됐지?”소청하도 한마디 했다.이렇게 까지 나오자 소채은은 하는 수 없이 허락했다.“그렇게 가고 싶다면 어쩌겠어요. 같이 가시죠!”그렇게 네 사람은 같은 차를 타고 구주 대호텔로 출발했다. 소채은의 차가 너무 좁아서 소청하의 벤츠를 몰고 떠났다.소청하가 운전하고 소채은과 윤구주는 뒷좌석에 앉았다.“채은아, 식사를 구주 대호텔로 정했다면서?”가는 길에 소청하가 물었다.“네!”소채은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잘했어! 구주 대
흑여산맥.세나미는 생사인을 통해 윤구주에게 통제당한 뒤, 그의 하인이 되었다.국경 군영 안, 윤구주는 구음만상결을 수련하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이 흑여산맥은 대자연의 원기가 맑고 짙게 흐르며, 구음만상결 수련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흩날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그의 전신을 감싸는 압도적인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수련을 거듭할수록 그의 육체와 기운은 더욱 강해지고, 구음만상결은 그의 몸을 보강하며 거대한 힘을 부여했다.그의 옆에는 붉은 머리칼을 가진 세나미가 멍하니 앉아 있었다.어떤 속박도 없었지만, 그녀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왜냐하면 그녀는 윤구주에게서 풍겨 나오는 절대적인 기운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심지어 그를 기습하려 해도, 자신이 결코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게다가 생사인에 의해 통제된 몸이니, 윤구주가 마음만 먹으면 그녀의 목숨은 끝장날 터였다.‘정말 여섯 해 전, 화진의 첫 번째 주왕, 그 살신이란 말인가?’‘어떻게 이렇게 젊을 수 있지?’세나미는 푸른 눈동자를 반짝이며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들려준 화진과 관련된 이야기 속, 늘 등장하던 이름이 바로 윤구주였다.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직접 본 그는 그녀가 상상했던 나이 든 모습과 달리 젊고도 매력적이었다.윤구주의 아름다운 얼굴선을 보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향한 증오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대신 두려움과 경외심이 그녀의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게다가... 이렇게 잘생겼다니!’세나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즉시 자신의 위험한 생각을 지우려 애썼다.‘이 사람은 내 원수야! 우리 설국의 병사들을 그렇게 많이 죽였잖아! 망할 놈... 내가 왜 이놈이 잘생겼다고 생각했지?’‘악마야! 설국의 원수라고!’세나미는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 번 증오의 눈길로 윤구주를 쏘아보았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갑자기 윤구주의 몸에서 거대한 상아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몸을 감싸는
자신의 딸이 이끄는 군대가 전멸했다는 소식과 함께, 세나미마저 실종되었다는 보고를 들은 세나스는 충격으로 잠시 정신을 잃을 듯했다.한동안 숨을 가다듬은 뒤, 간신히 주변 장수들의 부축을 받고 일어선 그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허튼소리 마!”“내 딸은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지닌 아이이자, 대사제의 유일한 제자다! 그런 아이가 사라질 리 없다!”그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목소리는 분노로 떨렸다. 그러나 이를 보고한 설국 병사는 차마 물러서지 못하고 덧붙였다.“사실입니다! 심지어 전장에서 다수의 광전사 시신까지 발견되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세나스의 표정은 결국 절망으로 무너졌다.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광전사 부대는 설국에서도 손꼽히는 정예 중의 정예였다. 그런데 그 부대마저 전멸되었다니, 이는 단순한 실종이 아니라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음을 의미했다.“빌어먹을 화진 놈들!”“그들이 세나미를 잡은 거라면, 이는 곧 우리 설국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장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세나스에게로 향했다.“군신 각하,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세나스는 핏발 선 눈으로 장수들을 둘러보며 명령을 내렸다.“즉시 국왕 폐하께 보고드려라! 화진에 압박을 가하도록 외교관들을 보내야 한다!”“그리고 만약 그들이 정말 내 딸에게 손을 댔다면, 이 늙은 몸을 바쳐서라도 화진과 전면전을 벌일 것이다!”“알겠습니다!”장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또한 광명 신전에 연락하라! 대사제께 강력한 사제를 보내달라고 요청드려라. 감히 누가 내 딸을 건드리는지 두고 보겠다!”화진 황궁.이홍연이 윤구주가 설국으로 갔다는 사실을 전한 이후, 황궁은 줄곧 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금란전의 거대한 전각 안, 화진의 국주는 금빛 용포를 두른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여러 상소문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나이 든 내관 한진모가 공손히 서 있었다.그때, 궁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국주 폐하, 육상께서 알현을 청합니다!”“들어오라.”국주는
“흥! 화진에 무학 성지가 있다면, 우리 설국에는 광명 신전이 있습니다!”“당시 우리 광명 신전이 참전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되었지, 만약 참전했다면 그 전쟁의 승패가 어땠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몇몇 장군들이 호언장담했다.그러나 이 말을 들은 세나스는 고개를 살짝 젓고 쓴웃음을 지었다.눈앞에 있는 이 장군들은 대부분 최근에 승진한 젊은 장군들이었다.왜냐하면 6년 전의 대전쟁에서 이전 세대의 장군들은 대부분 전사했기 때문이었다.“그만! 내 말을 들어라! 자네들은 아직 젊어. 그러니 6년 전 그 전쟁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알지 못하지!”세나스가 단호하게 말했다.그 말을 마치자, 그의 남은 한쪽 눈이 차갑게 빛나며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냈다.“물론 화진에 대한 복수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설국은 언젠가 그 치욕을 배로 갚아줄 날이 올 거야!”“화진을 떨게 했던 그 구주왕은 이미 죽었으니까!”세나스의 말을 들은 장군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외쳤다.“복수! 복수해야 합니다!”그때 한 장군이 망설이듯 물었다.“군신 각하, 듣자 하니 나미 아가씨께서 이미 흑여 산맥 변방으로 가셨다던데 사실입니까?”세나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 나미는 어릴 때부터 신전에서 수련만 해왔기에 군에서의 경험이 부족해. 그래서 이번에 변방으로 보낸 거다. 화진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함이지.”“적을 알아야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지.”세나스는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군신 각하 만세!”“나미 아가씨께서 이번 훈련을 마치신다면, 우리 설국은 새로운 여군신을 얻게 될 것입니다!”“하하, 그럴 만도 하지요!”장군들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한 병사가 다급히 뛰어들며 소리쳤다.“보고드립니다!”세나스는 그 병사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냐!”병사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변방에서 급보가 도착했습니다. 우리 설국 군영이 습격당했으며, 현재까지 확인된 사상자가 4,000명을 넘습니다!”“뭐라고?”
“왜냐하면 난 너의 주인이고 너는 나의 노예니까!”이 한마디가 세나미의 귀에 들어온 순간, 그녀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설국의 가장 자부심 강한 여전사가 윤구주의 노예가 되리라고는.“무릎 꿇어라!”윤구주는 그녀를 전혀 봐주지 않았다.차갑고도 단호한 명령이 떨어지자, 설국의 여전사는 눈물을 흘리며 윤구주의 발 아래 무릎을 꿇었다.어쩔 도리가 없었다.자신의 생사조차 윤구주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여전사가 윤구주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며, 염수천과 유기철은 그저 기뻐할 뿐이었다.윤구주는 차가운 시선으로 무릎 꿇은 세나미를 내려다보며 냉혹하게 말했다.“너희 설국은 참으로 무례해. 원래라면 지금 당장 널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야. 하지만 네 본심에 약간의 선량함이 남아 있기에, 오늘은 목숨만은 살려주겠다.”“하지만 명심해. 이제부터 네 눈으로 직접 보게 될 거야. 설국 따위가 화진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그 말을 마치자, 윤구주는 손을 크게 휘저었다.쾅!세나미를 가두고 있던 쇠창살이 자동으로 열렸다.윤구주는 세나미를 석방한 것이다.그러나 생사가 완전히 윤구주의 손에 달린 상황에서, 석방된 세나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생사인의 주술을 받은 이상 그녀가 설령 천리만리를 도망친다 하더라도, 윤구주는 단 한 생각만으로도 그녀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밖은 눈보라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휘몰아치는 바람과 눈은 흑여산맥의 하늘마저 온통 검게 물들였다.윤구주는 세나미와 함께 염수천, 유기철을 데리고 밖으로 나서며 설국 방향을 응시했다.그의 두 눈에는 차갑고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시작할 때가 왔다!”설국은 극한의 추위를 자랑하는 지역에 위치한 나라였다.세계에서 가장 추운 극지 국가로, 이곳의 온도는 영하 40도에서 50도에 달한다.설국 전역은 빙하와 산들, 그리고 얼어붙은 바다로 뒤덮여 있다.1년 내내 춥지만, 여름에
이 생각에 다다르자, 세나미는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왜? 내가 엄청 늙었어야 했나?”윤구주는 냉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그 말에 붉은 머리칼과 굴곡진 몸매를 가진 세나미는 잠시 얼어붙었다.사실이다.세나미는 윤구주 같은 전설적인 존재는 분명 늙은 괴물 수준의 외모일 거라 생각해왔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바로 눈앞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자신과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이건...그녀를 한순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네가 살아 있다고 해도 내가 두려워할 것 같아?”“내 스승님은 신전의 제1대사관이셔! 네가 감히 날 붙잡기라도 한다면, 스승님께서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게다가 우리 설국의 수만 전사들이 반드시 너희 화진과 전쟁을 벌일 거라고!”세나미는 단호하게 외쳤다.그러나 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전쟁?”“너희 설국 따위가 그럴 용기가 있을 것 같아?”“옛날에 내가 혼자 한 자루 검만 들고 너희 설국 황도를 휘저었던 거 기억 못 하나? 이번에는 네 눈앞에서, 내가 설국을 어떻게 멸망시키는지 직접 보여주겠다!”세나미는 그의 말에 깜짝 놀라 외쳤다.“너, 네가 대체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두 손을 뒤로 짚으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설국이 과거 열국의 치욕을 씻어내고 싶어 하던데... 좋아. 내가 그 기회를 주지.”“지금부터 넌 내 노예가 될 거야!”그 말이 끝나자마자, 윤구주는 손가락으로 복잡한 결계를 그리더니, 세나미의 미간에 손을 댔다. 그 순간, 뜨거운 인장이 세나미의 정신 세계 깊숙한 곳에 새겨졌다.눈앞의 설국 여전사는 미간에 인장이 새겨지면서 온몸이 강하게 떨렸다. 그녀의 모든 정신력이 마치 강제로 묶인 듯 인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마치...그녀의 혼이 완전히 그 인장에 의해 지배당한 듯했다.“너... 너 이 악마,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세나미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외쳤다.“그저 네 정신 세계에 생사인을 새긴 것뿐이
유기철이 세나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던 중,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염수천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세나스? 그놈이 뭔데 대단하다고 떠들어대는 거지?”“무례하다! 감히 내 아버지를 모욕하다니!”세나미는 자신의 아버지를 조롱하는 염수천의 말에 분노하며 외쳤다.그러나 염수천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뭐 어쩔 건데? 옛날 낭파산 전투 때, 우리 왕께서 너희 설국의 정예 병력 백만을 도륙 내셨지! 그리고 네 아버지 눈 하나를 꿰뚫어버린 일, 기억 못 할 리 없을 텐데? 네 아버지한테 물어봐라. 아직도 그날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지 말이야.”이 말에 세나미는 한순간 침묵했다.6년 전, 열국 전쟁.그때 세나미는 겨우 14살이었다. 그녀는 광명 신전에서 수련 중이었고,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하지만 그 전투로 인해 설국은 멸망 직전까지 몰렸고, 그녀의 아버지 세나스는 설국의 백만 대군을 이끌고 나섰다가 낭파산에서 전멸당했다.설국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순간이었으며, 세나스 일생의 가장 큰 오점으로 남았다.설국인이라면 누구나 이 일을 알고 있다. 세나미 역시 그 진실을 모를 리 없었다.그러나 이내, 세나미는 갑자기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천하무적이라는 화진의 구주왕이 대단하면 뭐 하냐? 결국엔 죽어버렸잖아!”윤구주가 죽음의 바다에 빠졌다는 소식 이후, 모두가 그가 죽었다고 믿었다.세나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수천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유기철도 웃음을 터뜨렸다.“뭐가 웃긴 거지?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세나미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화진에서 구주왕은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염수천과 유기철이 그의 죽음을 듣고도 웃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너희 설국의 오랑캐 놈들은 내가 죽었다고 진짜로 믿은 건가?”벼락처럼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세나미의 귀를 때렸다.세나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구주를
국경 수비대원들이 물러나자, 감옥 안에 갇혀 있던 세나미의 불타는 시선이 윤구주를 향했다.“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 이 악마!”“날 풀어줘! 어서 날 풀어달란 말이야!”“네가 진짜 대단하다면, 차라리 날 죽여! 왜 이렇게 감금해 두고 있는 거지?”세나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구주는 차가운 코웃음을 내뱉으며 단숨에 강력한 현기를 뿜어내 그녀의 몸과 목을 단단히 속박했다.이 순간, 설국의 여전사로 명성을 떨치던 그녀는 마치 종이 인형처럼 무력해졌다. 윤구주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그녀를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널 죽이는 게 어려울 것 같아?”순간 세나미는 숨이 막혀 얼굴이 보랏빛으로 변해 갔다. 죽기 일보 직전, 윤구주가 속박을 거두며 그녀를 놓아주었다.쿵!세나미는 바닥에 쓰러지며 기침을 쏟아냈다.“죽을 줄도 모르고, 너 따위가 우리 왕 앞에서 함부로 지껄여?”염수천이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한편, 세나미는 오랜 시간 기침을 하고 나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윤구주와 염수천, 그리고 유기철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넌 대체 누구지? 왜 우리 설국을 적으로 돌리는 거야?”염수천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네 주제에 우리 왕의 이름을 물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유기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염 장군 말이 백번 맞다. 너희 설국 놈들은 우리 화진의 국경을 침범하고 백성들을 괴롭혀 왔다. 당연히 죽어 마땅하지!”유기철과 염수천의 말에 세나미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누군지나 알고 날 죽이려는 거야? 설마 설국과 전쟁을 벌일 각오를 한 건가?”그녀의 말에 염수천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누구인지 한번 들어보자. 겁 좀 먹게 해봐.”세나미는 당당히 가슴을 펴고 외쳤다.“내 이름은 세나미다! 내 아버지는 설국의 군신 세나스지!”그녀의 이름이 떨어지자 염수천은 시큰둥하게 반응했지만, 유기철의 표정은 한순간 굳어졌다.“세나미? 설마 네가 그 설
염수천이 거침없이 외쳤다.이에 윤구주는 담담히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지 않은가? 그까짓 야만국 하나에 그리 호들갑을 떨 필요 없다고. 그렇지 않으면 이 소문이 퍼져 다른 구국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나?”염수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럼, 왕께서는 어떤 뜻을 갖고 계십니까?”윤구주는 당당히 일어서서 창밖 설국의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6년 전, 나 홀로 한 자루 검만 들고 설국 황도를 베어버린 적이 있다. 6년 후, 또 한 번 그렇게 한다 해도 문제없겠지.”윤구주의 이 패기 넘치는 말을 들은 염수천은 감탄하며 외쳤다.“무적이십니다! 왕께서는 천하무적이십니다!”이후 윤구주와 염수천은 황도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 특히 문씨 세가와 제자백가에 관해 나누기 시작했다.지난번 윤구주는 노룡산에서 제자백가의 수많은 절정 강자들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그 사건 이후로 문씨 세가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번 설국 문제만 아니었다면 윤구주는 반드시 서울로 돌아가 문씨 세가를 샅샅이 뒤졌을 것이다.윤구주가 염수천, 유기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국경 수비대원이 급히 달려와 보고했다.“보고합니다, 군왕! 감금 중이던 설국 여자가 깨어났습니다! 게다가 우리 국경 수비대원 한 명을 다치게 했습니다!”“지금은 감시실에서 큰소리로 욕설을 퍼붓고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반면, 성질 급한 염수천은 소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대담한 야만족이군! 붙잡힌 주제에 우리 화진 군인을 다치게 하다니, 당장 처형시켜라! 흑기 금위군, 명령을 듣거라! 지금 즉시 총살하라!”염수천이 성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려는 찰나, 윤구주가 차분히 제지했다.“총살은 필요 없다.”윤구주의 만류에 염수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왕께서는 왜 그 설국 여자를 살려두려 하십니까?”윤구주는 문득 떠올랐다. 이전에 그 여자가 아무 죄 없는 목동들을 풀어주던 모습을. 그는 천천히 말했다.“그 여자가 설국 사람이긴 하지만 심성은 꽤 선하더군.
거대한 북극 늑대가 윤구주를 향해 무릎을 꿇다니.윤구주는 신인 걸까?그렇게 국경수비대 병사 두 명이 북극 늑대를 데리고 왼쪽에 있는 빈집으로 향했다.그들이 몇 미터 걸어가자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잠깐!”“저하, 무슨 분부 있으십니까?”국경수비대 병사 두 명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허공에 대고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북극 늑대 위에 기절해 있던 여자가 떠 올랐다.‘응?’“설국 여자?”주변 사람들은 윤구주가 설국 여자를 데리고 온 걸 보고 전부 당황했다. 그녀가 누군지, 윤구주가 무엇 때문에 그녀를 잡아 온 건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염수천도 마찬가지였다.윤구주는 기절한 세나미를 잡더니 손을 폈고, 쿵 소리와 함께 세나미의 몸이 바닥에 세게 던져졌다.“이 설국 여자도 가두도록 해!”윤구주는 덤덤히 말한 뒤 세나미를 뒤로 하고 몸을 돌려 병영 안쪽으로 향했다.병사들은 비록 세나미가 누군지 알지 못했지만 황급히 윤구주의 명령에 따랐다.널따란 지휘실 안.윤구주가 안으로 들어간 뒤 염수천은 서둘러 그의 곁에 섰다.흑기 금위군 병사들은 모두 꼿꼿이 양쪽으로 서 있었다.운이 좋지 않았던 유기철은 여전히 두 팔에 수갑이 채워진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서 한쪽에 서 있었다.“쟤는 왜 저래?”윤구주는 유기철의 손에 수갑이 채워진 걸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염수천은 유기철을 노려보면서 말했다.“저하, 유기철은 국경 지역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벌을 주고 있습니다.”“됐어. 국경 지역 일은 유기철만의 잘못은 아니니까. 이 일은 문씨 일가의 탓이야.”윤구주는 구주군을 해산시킨 장본인이 문아름이라는 걸 알았다.이곳에 힘없는 병사들 2,000명을 남겨서 국경 지역을 지키게 한 것도 문아름이었다.그러니 유기철이 국경 지역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은 전부 그의 잘못은 아니었다.염수천은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돌려 유기철을 향해 매섭게 말했다.“운 좋은 줄 알아. 저하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