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는 가만히 무릎을 감고 앉아 있었다.바로 그때, 철컹하며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총사령관님, 사단장님, 그분은 여기 계십니다!”경비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일찍이 흑룡담을 독창적으로 만들고, 만 부 무적의 용맹함을 가지고 있던 박창용은 입구에 서서 지금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그 순간, 큰 키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사령관님?”총사령관이 긴장해 서 있는 것을 보고 옆에 있던 도균성이 소리를 질렀다.박창용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눈초리를 떨며 지하실을 쳐다보았다.“주 회장님, 저희 왕께서 정말 살아계시대요? 정말 이 안에 계십니까?”주세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박창용은 서둘러 군복을 정리하고,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음침한 지하실!박창용은 들어선 순간, 익숙한 왕의 모습을 보아냈다.9주에서 무적이라 불리던 윤구주를 말이다!그는 일찍이 혼자서 열 나라를 무너뜨린 천왕이다!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박창용이 꼬박 7일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추도한 왕이다!또한 그는 박창용이 한평생 목숨을 걸고 충성을 바칠 구주왕이었다!“저하... 진짜 저하십니까?”박창용은 윤구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갑자기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그를 등지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윤구주는 이 익숙한 소리를 듣고 천천히 고개를돌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자네, 오랜만이네!”익숙한 호칭을 듣자, 남부 창용 부대를 이끄는 용맹함의 대명사 박창용은 갑자기 감격의 눈물을 얼굴에 가득 흘리며, 풀썩하고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저하!!! 정말 살아있었던 겁니까? 제가 꿈을 꾸는 건 아니겠죠?”“이게 죽은 사람 보여?”이내 박창용은 얼떨결에 몇 초 후에 달려들어 윤구주를 꽉 끌어안았다!그 누가 알았겠는가, 이 철혈 사령관이 박박 울기 시작할 줄은!울음소리가 어찌나 슬픈지 듣는 사람조차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심지어 눈물 콧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박창용은 세게 울고 있었다!이 모습에 옆에 서 있는 주세호뿐만
1분도 채 되지 않아, 그들은 포박되어 있던 조신하와 조도철을 전부 데려왔다.조산하는 들어오자마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사령관님, 사단장님, 제발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그러나 박창용의 태도는 단호했다.“너 이 개자식, 너한테 부대를 대표하여 연회에 참가하라고 명령했더니 되레 이런 짓거리나 하고 앉았어? 네 그 개 같은 조카가 개돼지만도 못한 짓을 하게 내버려둘 뿐만 아니라, 감히 내가 모시는 왕을 감금해? 이러니 내가 어떻게 너를 안 죽여. 얼른 이 자를 끌고 가서 총으로 쏴 죽여라!”총으로 쏴 죽이라는 말에 조신하는 두 다리가 마비되는 것만 같았다.“사령관님,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하지만 안타깝게도 박창용은 가만히 참을 사람이 아니었다.곧이어 조신하는 밖으로 끌려 나갔고, 얼마 후 “펑!” 하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그렇게 조신하는 총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그 소리에 조도철은 깜짝 놀라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박창용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힐끗 바라보더니 냉담하게 말했다.“그리고 당신도 말이야, 개 같은 자식을 낳은 것도 모자라 우리 왕을 건드려? 지금부터 너희 조씨 가문의 모든 자산을 몰수할 줄 알아! 그리고 당신은 평생 강성에 들어오지 못할 거야! 알았으면 이만 꺼져!”패기 무적한 박창용의 말에 중해 그룹의 조타수인 조도철은 지금부터 아무것도 없게 되었고, 심지어는 영원히 강성 땅을 밟을 수 없게 되었다!이 모든 일을 끝낸 후, 박창용은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윤구주에게 공손히 말했다.“저하, 저 아직도 그날 누가 저하를 건드렸는지 알지 못합니다. 말씀만 해주십시오. 제가 전부 다 잡아들이겠습니다!”윤구주는 당연히 박창용의 철혈한 성격을 알고 있었다!그 당시 흑수 산맥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박창용은 백여 명의 정예 군인를 거느리고 기어코 상대 제국의 10만 대군을 도살했다. 단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말이다!이 전투는 박창용이 유명해진 전투이기도 하다!부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
그 이름이 나오자 박창용은 놀라서 벌떡 일어섰을 뿐만 아니라 주세호도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졌다.“저하... 그...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선우아름은 저하의...”박창용은 말문이 막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내 약혼녀인데 왜 나를 죽이려 하는지 알고 싶다는 말이지?”“맞습니다!”윤구주가 피식 웃었다. 다만 웃음이 조금 괴기하게 일그러져 있을 뿐.“사실 나조차도 내가 아름의 칼에 맞을 줄은 몰랐어. 그거 알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땅강아지와 개미들은 내 상대가 되지 않아. 설령 그들이 당대 최고의 군대를 보낸다고 해도 끄떡없지! 내가 죽음의 바다에 떨어진 건 오직, 아름이 때문이었어.”뒤이어 그의 눈빛에서 한 맺힌 기운이 스멀스멀 드러났다.“그날 아름이가 나한테 독을 먹였어. 문씨 세가에서 가장 독한 기린화독을 말이야! 만약 그렇지 않다면, 천하의 윤구주가 어떻게 패배할 수 있었겠어?”분노와 미움의 말이 다시 윤구주의 입에서 나오는 그 순간, 박창용과 주세호는 모두 멍해졌다.지금까지 윤구주가 10개국 전쟁의 진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가 10개국의 전쟁에서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10개국을 물리쳤다고 생각한다!그러나 누가 알았을까, 천하의 구주왕 윤구주가 자신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여인에게 해를 당했다는 사실을!모든 진상을 알게 된 박창용이 분노에 펄쩍 뛰었다.“독한 여인이군요! 저하! 제가 곧 80만 창용 군으로 문씨 세가를 해치우겠습니다!”옆에 있던 주세호도 입을 열었다.“저하, 소인은 비록 싸움에 무능하지만 모든 재산을 다 쏟아부어 저하를 도와 피의 빚을 되찾아 줄 수 있습니다!”두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윤구주는 오히려 손사래를 쳤다.“복수 같은 건 아직 너희들이 필요하지 않아!”박창용이 곧이어 말했다.“하지만 저하, 문씨 세가가 저하를 이렇게 해쳤는데, 죽여서 원수를 갚아야지 않겠습니까?”“안 돼! 문씨 세가가 나를 해친 까닭은 결코 아름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가족
박창용은 드디어 깨달았다. 윤구주의 말대로 문씨 세가의 뿌리 깊은 역사와 세력은 그도 잘 몰랐다. 문씨 세가는 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가족이기 때문이다.소문에 의하면 문씨 세가의 재산은 한 나라의 재산보다 더 많다고 한다!또 다른 이들은 문씨 세가에 수많은 고수들이 있으며 하인들마저도 최상급 무사의 실력을 가췄다고 한다!그러자 박창용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정말 지독한 가문이군요! 언젠가는 제가 제대로 혼을 내줄 겁니다. 감히 우리 저하를 모함하다니!”윤구주는 10개 국에 대한 진실을 간단히 말했다.“창용 씨 됐어. 이 일은 앞으로 언급하지 마!”“자네들 내가 살아있다는걸 절대 입 밖에 내지 마!”박창용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명심하겠습니다. 저하!”윤구주는 더 말하지 않고 기지개를 켰다!“저하!”“방금 말한 기린 화독 말입니다. 어떤 약이면 해독할 수 있을까요?”“그걸 알 수만 있다면 소인이 어떤 노력을 해서라고 꼭 해독약을 찾아드리겠습니다!”주세호가 말하자 윤구주는 이렇게 대답했다.“됐어요. 세호 씨. 아무도 이 기린 화독을 치유하지 못합니다!”“천 년 된 세가지 한성 약재를 모아서 피갈이 단약을 만들지 않는 이상 누구도 해독할 수 없을 것이에요!”이 말듣자 주세호와 박 박창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구주는 무술에서만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귀의의 제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해독약이 없다고 말하면 아마 진짜 세상에 아무도 해독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건 두 사람을 잘 알고 있었다!“저하!”“제가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겠습니까?”박창용이 물었다.그러자 윤구주가 대답했다.“아무것도 필요 없어. 다시 창용 부대로 가서 군사들 훈련이나 잘 시켜!”네?“그러면 저하는 어떡하십니까?”“내가 말했지. 나를 걱정하지 마! 내가 자네들이 필요할 때 그때 다시 나타나 주게!”말이 끝나자 박창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도 윤구주의 성격을 더 잘 알았다. 윤구주가 결정
소청하는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하고 눈을 힘껏 비벼봤지만 역시나 윤구주 옆에 서 있는 사람이 주세호가 맞았다.소청하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마침 윤구주가 진짜 주인인 것처럼 주세호가 그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두 사람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후 주세호는 차를 타고 떠났다. 그리고 윤구주는 소씨 저택을 향하여 걸어오고 있었다.그런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소청하는 어쩔 줄 몰라 했다.“이 자식이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지?”“조씨 가문에게 잡혀갔잖아?”“주세호가 구해줬나? 아닌데! 쟤 주제에 어떻게 강성 제일 갑부를 알 리가 있지? 아니면 채은이 때문인가? 채은이가 주세호에게 부탁을 했나?”소청하는 갑자기 이 상황이 이해되는 듯 하였다.“그렇네!”소청하는 소채은이 강성 제일 갑부인 주세호에게 청을 해서 윤구주를 구해 내왔다고 생각했다!여기까지 생각하니 소청하는 갑자기 어깨가 으쓱했다.‘봐 봐!”‘역시 우리 딸!’윤구주는 가까워져 오면서 소청하를 발견했다.그리고 예절 바르게 인사를 했다.“채은 아버님, 안녕하세요!”소청하는 코웃음을 치면서 거만하게 말했다.“어이구, 조씨 가문에서 이렇게 빨리 사람을 놓아주다니? 정말 운이 좋네!”윤구주는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이, 윤씨. 아까 그 사람이 DH 그룹 주세호 맞지?”소청하가 물었다.윤구주는 소청하가 그 모습을 봤다는 것에 조금 놀랐지만 덤덤하게 말했다.“네!”“너처럼 기억을 잃은 자식이 이번 생에 저런 몇십억이 되는 롤스로이스에 앉아도 보고! 우리 딸에게 정말 감사해야 할 것 같은데!”“우리 채은이 아니었다면 평생 저런 몇십억이 되는 고급 차를 만져도 보지 못하겠지?”소청하는 계속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윤구주는 이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대꾸하지 않았다.“자네가 우리 딸을 만난 것은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한 셈이야!”“말해봐. 채은이가 주세호를 찾아가서 너를 조씨 가문에서 구해내온 거지?”소청하는 계속 물었다. 마침 핑계를 찾고 있던 윤구주는 그 말을 듣
소채은은 집으로 들어오자 천희수를 봤다.“채은아, 드디어 돌아왔네!”천희수는 소채은을 보자 얼른 달려왔다.소채은의 눈은 팅팅 부어있었고 눈초리에는 눈물방울이 맺혔다. 그 모습을 보자 천희수는 안쓰러운 듯 물었다.“채은아, 왜 울어? 엄마랑 말해. 오늘 또 무슨 일이 있었어?”그러자 소채은은 갑자기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엄마!”“구주는 정말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저를 구하려고 그렇게 말한 것뿐이에요!”“엄마, 저를 믿어주세요. 제발 구주를 구해주세요!”말이끝나자 천희수는 어리둥절해졌다.“바보야.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윤씨는 이미 네가 구해줬잖아?”뭐?울고 있던 소채은은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졌다.천희수가 말했다.“네가 DH 그룹 주 회장님에게 부탁해서 윤씨를 구해왔잖아?”응?“구주가 돌아왔다고?”소채은은 믿기지 않는 듯 소리를 질렀다.“그래. 오후에 돌아왔어. 몰랐어?”소채은은 멈칫하더니 얼른 물었다.“엄마, 저 속이지 마요! 구주가 정말 돌아왔다고요?”“바보야. 내가 왜 널 속여? 진짜 돌아왔어! 믿기지 않으면 네가 직접 걔 방으로 가서 확인해 봐!”그러자 소채은은 미친 듯이 윤구주의 방으로 달려갔다.윤구주의 방.이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소채은이 방으로 쳐들어갔다.방 안에 있던 윤구주는 허겁지겁 달아 오는 소채은을 보면서 지긋이 웃었다.“구주야... 너... 너... 정말 다치지 않고 그냥 돌아왔어?”소채은은 팅팅 부은 눈으로 멍하니 윤구주를 바라봤다.“그럼. 오후에 돌아와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지!”윤구주가 대답했다.윤구주가 멀쩡하게 자기 앞에 서 있는 것을 확인한 소채은은 그를 와락 안았다.그녀의 완변한 몸매 라인을 모두 느낄 수 있을 만큼 소채은은 윤구주를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윤구주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구주야... 놀라서 죽는 줄 알았잖아!”“조씨 가문에서 너를 때리지 않았어? 나는 죽일 줄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오다니!”소채은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소채은이 이렇
윤구주는 당연히 자기가 조성훈을 죽인 사실을 소채은에게 말할 리가 없었다.소채은은 평범한 여자애일 뿐이고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매우 놀랄 것이다.그렇게 이 일은 마침내 일단락되었다.하지만 소채은은 왜 조씨 가문에서 윤구주를 쉽게 돌려보냈는지 이해 가지 않았다.그녀는 정말 조씨 가문에서 양심에 찔려서 선심을 쓰는 줄 알았다.윤구주 방에서 나온 후, 소채은은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졌다.“채은아!”이때 소청하가 나타났다.“아빠?”“여기서 뭐 해요?”소채은이 물었다.“채은아, 이리 와봐. 너랑 할 말이 있어.”소청하의 말은 그녀의 궁금증을 자아냈다.“뭔데요?”“바보야. 와보면 알아.”소청하는 손을 저으면서 소채은더러 오라고 했다.소채은은 의문을 품은 채 소청하를 따라 정원까지 걸어 나왔다.“뭔데요? 아빠.”소채은이 물었다. 그러자 소청하는 윤구주의 방을 흘깃 보더니 입을 열었다.“채은아. DH 그룹 주 회장님이랑 지금 어때?”“뭘요? 아빠.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소채은은 어이가 없었다.“으이긍! 아빠는 못 속여! 너랑 주세호 지금 연애하는 사이 아니야?”소채은은 할 말을 잃었다.“아빠, 그럴 리가요! 제가 어떻게 그 늙은이랑 연애해요? 미쳤어요?”그러자 소청하가 대답했다.“그럼 아니야? 만약 연인 사이가 아니라면 왜 주 회장님이 너한테 이렇게 잘해주는데? 그리고 윤씨가 이번에 무사히 돌아온 것도 네가 부탁해서 그렇게 된 거 아니야? 채은아, 사람은 은혜를 보답할 줄 알아야 해!”“잠시만요!”“아빠, 방금 뭐라고요?”소채은이 묻자 소청하는 멈칫했다.“내가 뭐라고 했더라?”“아까 주세호가 윤구주를 도와줬다고 했어요???”소채은은 두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그래! 너 몰랐어?”소청하가 되물었다. 그러자 소채은은 멍해졌다.‘주세호가 윤구주를 구한거야?’‘이게 뭐야.’소채은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소청하는 오늘 주세호가 윤구주를 데려다준 장면을 자세하게 소채은에게 말했다.그리고 주세호가 직접 롤스로이스로
“망했다!”“주씨 그 늙은이가 정말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어떡하지!”소청하는 당황해하는 소채은을 보면서 웃었다.“채은아, 사실 아빠는 주 회장님이 너무 괜찮은데! 네가 잘 생각해 봐. 자기 갑부인 신분을 내려놓고 이렇게 너에게 대시하는데? 누구든 다 감동할 만 한 일이잖아. 안 그래?”소채은은 너무 답답했다.“채은아, 아빠 말 들어. 다음에 한 번 약속 잡고 주 회장님이랑 밥을 한번 먹어. 그리고 고맙다고 말하면서 한번 잘 얘기해 봐!”“네가 주 회장님의 나이 때문에 꺼리는 거 다 알아. 하지만 남자 나이가 조금 많으면 어때? 괜찮아.”“됐어. 나는 이젠 내 할 말을 다 했어!”“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당부할게. 윤씨 그 자식더러 빨리 꺼지라고 해! 만약 주 회장님이 알게 된다면 난감해져.”소청하는 할 말을 다 하고 자리를 떠났다.혼자 남겨진 소채은은 무척 우울해졌다....다음 날.윤구주는 일찍 일어나서 명상하고 아침 훈련을 시작했다.그는 소채은이 아직 외출하지 않자 그녀를 찾으러 갔다.소채은의 방에 도착하자 윤구주는 창가 앞에 앉아 멍때리고 있는 소채은을 발견했다.그녀는 두 손으로 턱을 괴고 고민하는 것 같았다.“채은아, 왜?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어?”윤구주는 걱정 가득 한 표정을 한 소채은을 보면서 물었다.소채은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긴 한숨을 쉬었다.“구주야. 큰일 난 것 같아!”“응?”“무슨 일?”윤구주는 궁금해하면서 물었다.그러자 소채은은 고개를 돌리고 아름다운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봤다.“구주야. 어떤 늙은이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그리고 나한테 엄청나게 잘해줘. 어떡해야 해?”소채은이 진지하게 물었다.“뭐?”윤구주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그러자 소채은이 다시 말했다.“내 말은 어떤 늙은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고!”“누군데?”“누구긴. DH 그룹 주세호지!”풉!주세호라는 이름을 듣자 윤구주는 빵 터졌다. 그리고 괴성을 지를뻔했다.그런 윤구주의 리액션을 보자 소채은은 똘망똘망한 눈
흑여산맥.세나미는 생사인을 통해 윤구주에게 통제당한 뒤, 그의 하인이 되었다.국경 군영 안, 윤구주는 구음만상결을 수련하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이 흑여산맥은 대자연의 원기가 맑고 짙게 흐르며, 구음만상결 수련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흩날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그의 전신을 감싸는 압도적인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수련을 거듭할수록 그의 육체와 기운은 더욱 강해지고, 구음만상결은 그의 몸을 보강하며 거대한 힘을 부여했다.그의 옆에는 붉은 머리칼을 가진 세나미가 멍하니 앉아 있었다.어떤 속박도 없었지만, 그녀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왜냐하면 그녀는 윤구주에게서 풍겨 나오는 절대적인 기운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심지어 그를 기습하려 해도, 자신이 결코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게다가 생사인에 의해 통제된 몸이니, 윤구주가 마음만 먹으면 그녀의 목숨은 끝장날 터였다.‘정말 여섯 해 전, 화진의 첫 번째 주왕, 그 살신이란 말인가?’‘어떻게 이렇게 젊을 수 있지?’세나미는 푸른 눈동자를 반짝이며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들려준 화진과 관련된 이야기 속, 늘 등장하던 이름이 바로 윤구주였다.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직접 본 그는 그녀가 상상했던 나이 든 모습과 달리 젊고도 매력적이었다.윤구주의 아름다운 얼굴선을 보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향한 증오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대신 두려움과 경외심이 그녀의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게다가... 이렇게 잘생겼다니!’세나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즉시 자신의 위험한 생각을 지우려 애썼다.‘이 사람은 내 원수야! 우리 설국의 병사들을 그렇게 많이 죽였잖아! 망할 놈... 내가 왜 이놈이 잘생겼다고 생각했지?’‘악마야! 설국의 원수라고!’세나미는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 번 증오의 눈길로 윤구주를 쏘아보았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갑자기 윤구주의 몸에서 거대한 상아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몸을 감싸는
자신의 딸이 이끄는 군대가 전멸했다는 소식과 함께, 세나미마저 실종되었다는 보고를 들은 세나스는 충격으로 잠시 정신을 잃을 듯했다.한동안 숨을 가다듬은 뒤, 간신히 주변 장수들의 부축을 받고 일어선 그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허튼소리 마!”“내 딸은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지닌 아이이자, 대사제의 유일한 제자다! 그런 아이가 사라질 리 없다!”그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목소리는 분노로 떨렸다. 그러나 이를 보고한 설국 병사는 차마 물러서지 못하고 덧붙였다.“사실입니다! 심지어 전장에서 다수의 광전사 시신까지 발견되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세나스의 표정은 결국 절망으로 무너졌다.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광전사 부대는 설국에서도 손꼽히는 정예 중의 정예였다. 그런데 그 부대마저 전멸되었다니, 이는 단순한 실종이 아니라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음을 의미했다.“빌어먹을 화진 놈들!”“그들이 세나미를 잡은 거라면, 이는 곧 우리 설국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장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세나스에게로 향했다.“군신 각하,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세나스는 핏발 선 눈으로 장수들을 둘러보며 명령을 내렸다.“즉시 국왕 폐하께 보고드려라! 화진에 압박을 가하도록 외교관들을 보내야 한다!”“그리고 만약 그들이 정말 내 딸에게 손을 댔다면, 이 늙은 몸을 바쳐서라도 화진과 전면전을 벌일 것이다!”“알겠습니다!”장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또한 광명 신전에 연락하라! 대사제께 강력한 사제를 보내달라고 요청드려라. 감히 누가 내 딸을 건드리는지 두고 보겠다!”화진 황궁.이홍연이 윤구주가 설국으로 갔다는 사실을 전한 이후, 황궁은 줄곧 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금란전의 거대한 전각 안, 화진의 국주는 금빛 용포를 두른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여러 상소문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나이 든 내관 한진모가 공손히 서 있었다.그때, 궁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국주 폐하, 육상께서 알현을 청합니다!”“들어오라.”국주는
“흥! 화진에 무학 성지가 있다면, 우리 설국에는 광명 신전이 있습니다!”“당시 우리 광명 신전이 참전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되었지, 만약 참전했다면 그 전쟁의 승패가 어땠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몇몇 장군들이 호언장담했다.그러나 이 말을 들은 세나스는 고개를 살짝 젓고 쓴웃음을 지었다.눈앞에 있는 이 장군들은 대부분 최근에 승진한 젊은 장군들이었다.왜냐하면 6년 전의 대전쟁에서 이전 세대의 장군들은 대부분 전사했기 때문이었다.“그만! 내 말을 들어라! 자네들은 아직 젊어. 그러니 6년 전 그 전쟁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알지 못하지!”세나스가 단호하게 말했다.그 말을 마치자, 그의 남은 한쪽 눈이 차갑게 빛나며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냈다.“물론 화진에 대한 복수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설국은 언젠가 그 치욕을 배로 갚아줄 날이 올 거야!”“화진을 떨게 했던 그 구주왕은 이미 죽었으니까!”세나스의 말을 들은 장군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외쳤다.“복수! 복수해야 합니다!”그때 한 장군이 망설이듯 물었다.“군신 각하, 듣자 하니 나미 아가씨께서 이미 흑여 산맥 변방으로 가셨다던데 사실입니까?”세나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 나미는 어릴 때부터 신전에서 수련만 해왔기에 군에서의 경험이 부족해. 그래서 이번에 변방으로 보낸 거다. 화진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함이지.”“적을 알아야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지.”세나스는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군신 각하 만세!”“나미 아가씨께서 이번 훈련을 마치신다면, 우리 설국은 새로운 여군신을 얻게 될 것입니다!”“하하, 그럴 만도 하지요!”장군들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한 병사가 다급히 뛰어들며 소리쳤다.“보고드립니다!”세나스는 그 병사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냐!”병사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변방에서 급보가 도착했습니다. 우리 설국 군영이 습격당했으며, 현재까지 확인된 사상자가 4,000명을 넘습니다!”“뭐라고?”
“왜냐하면 난 너의 주인이고 너는 나의 노예니까!”이 한마디가 세나미의 귀에 들어온 순간, 그녀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설국의 가장 자부심 강한 여전사가 윤구주의 노예가 되리라고는.“무릎 꿇어라!”윤구주는 그녀를 전혀 봐주지 않았다.차갑고도 단호한 명령이 떨어지자, 설국의 여전사는 눈물을 흘리며 윤구주의 발 아래 무릎을 꿇었다.어쩔 도리가 없었다.자신의 생사조차 윤구주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여전사가 윤구주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며, 염수천과 유기철은 그저 기뻐할 뿐이었다.윤구주는 차가운 시선으로 무릎 꿇은 세나미를 내려다보며 냉혹하게 말했다.“너희 설국은 참으로 무례해. 원래라면 지금 당장 널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야. 하지만 네 본심에 약간의 선량함이 남아 있기에, 오늘은 목숨만은 살려주겠다.”“하지만 명심해. 이제부터 네 눈으로 직접 보게 될 거야. 설국 따위가 화진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그 말을 마치자, 윤구주는 손을 크게 휘저었다.쾅!세나미를 가두고 있던 쇠창살이 자동으로 열렸다.윤구주는 세나미를 석방한 것이다.그러나 생사가 완전히 윤구주의 손에 달린 상황에서, 석방된 세나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생사인의 주술을 받은 이상 그녀가 설령 천리만리를 도망친다 하더라도, 윤구주는 단 한 생각만으로도 그녀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밖은 눈보라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휘몰아치는 바람과 눈은 흑여산맥의 하늘마저 온통 검게 물들였다.윤구주는 세나미와 함께 염수천, 유기철을 데리고 밖으로 나서며 설국 방향을 응시했다.그의 두 눈에는 차갑고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시작할 때가 왔다!”설국은 극한의 추위를 자랑하는 지역에 위치한 나라였다.세계에서 가장 추운 극지 국가로, 이곳의 온도는 영하 40도에서 50도에 달한다.설국 전역은 빙하와 산들, 그리고 얼어붙은 바다로 뒤덮여 있다.1년 내내 춥지만, 여름에
이 생각에 다다르자, 세나미는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왜? 내가 엄청 늙었어야 했나?”윤구주는 냉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그 말에 붉은 머리칼과 굴곡진 몸매를 가진 세나미는 잠시 얼어붙었다.사실이다.세나미는 윤구주 같은 전설적인 존재는 분명 늙은 괴물 수준의 외모일 거라 생각해왔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바로 눈앞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자신과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이건...그녀를 한순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네가 살아 있다고 해도 내가 두려워할 것 같아?”“내 스승님은 신전의 제1대사관이셔! 네가 감히 날 붙잡기라도 한다면, 스승님께서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게다가 우리 설국의 수만 전사들이 반드시 너희 화진과 전쟁을 벌일 거라고!”세나미는 단호하게 외쳤다.그러나 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전쟁?”“너희 설국 따위가 그럴 용기가 있을 것 같아?”“옛날에 내가 혼자 한 자루 검만 들고 너희 설국 황도를 휘저었던 거 기억 못 하나? 이번에는 네 눈앞에서, 내가 설국을 어떻게 멸망시키는지 직접 보여주겠다!”세나미는 그의 말에 깜짝 놀라 외쳤다.“너, 네가 대체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두 손을 뒤로 짚으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설국이 과거 열국의 치욕을 씻어내고 싶어 하던데... 좋아. 내가 그 기회를 주지.”“지금부터 넌 내 노예가 될 거야!”그 말이 끝나자마자, 윤구주는 손가락으로 복잡한 결계를 그리더니, 세나미의 미간에 손을 댔다. 그 순간, 뜨거운 인장이 세나미의 정신 세계 깊숙한 곳에 새겨졌다.눈앞의 설국 여전사는 미간에 인장이 새겨지면서 온몸이 강하게 떨렸다. 그녀의 모든 정신력이 마치 강제로 묶인 듯 인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마치...그녀의 혼이 완전히 그 인장에 의해 지배당한 듯했다.“너... 너 이 악마,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세나미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외쳤다.“그저 네 정신 세계에 생사인을 새긴 것뿐이
유기철이 세나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던 중,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염수천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세나스? 그놈이 뭔데 대단하다고 떠들어대는 거지?”“무례하다! 감히 내 아버지를 모욕하다니!”세나미는 자신의 아버지를 조롱하는 염수천의 말에 분노하며 외쳤다.그러나 염수천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뭐 어쩔 건데? 옛날 낭파산 전투 때, 우리 왕께서 너희 설국의 정예 병력 백만을 도륙 내셨지! 그리고 네 아버지 눈 하나를 꿰뚫어버린 일, 기억 못 할 리 없을 텐데? 네 아버지한테 물어봐라. 아직도 그날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지 말이야.”이 말에 세나미는 한순간 침묵했다.6년 전, 열국 전쟁.그때 세나미는 겨우 14살이었다. 그녀는 광명 신전에서 수련 중이었고,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하지만 그 전투로 인해 설국은 멸망 직전까지 몰렸고, 그녀의 아버지 세나스는 설국의 백만 대군을 이끌고 나섰다가 낭파산에서 전멸당했다.설국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순간이었으며, 세나스 일생의 가장 큰 오점으로 남았다.설국인이라면 누구나 이 일을 알고 있다. 세나미 역시 그 진실을 모를 리 없었다.그러나 이내, 세나미는 갑자기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천하무적이라는 화진의 구주왕이 대단하면 뭐 하냐? 결국엔 죽어버렸잖아!”윤구주가 죽음의 바다에 빠졌다는 소식 이후, 모두가 그가 죽었다고 믿었다.세나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수천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유기철도 웃음을 터뜨렸다.“뭐가 웃긴 거지?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세나미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화진에서 구주왕은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염수천과 유기철이 그의 죽음을 듣고도 웃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너희 설국의 오랑캐 놈들은 내가 죽었다고 진짜로 믿은 건가?”벼락처럼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세나미의 귀를 때렸다.세나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구주를
국경 수비대원들이 물러나자, 감옥 안에 갇혀 있던 세나미의 불타는 시선이 윤구주를 향했다.“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 이 악마!”“날 풀어줘! 어서 날 풀어달란 말이야!”“네가 진짜 대단하다면, 차라리 날 죽여! 왜 이렇게 감금해 두고 있는 거지?”세나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구주는 차가운 코웃음을 내뱉으며 단숨에 강력한 현기를 뿜어내 그녀의 몸과 목을 단단히 속박했다.이 순간, 설국의 여전사로 명성을 떨치던 그녀는 마치 종이 인형처럼 무력해졌다. 윤구주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그녀를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널 죽이는 게 어려울 것 같아?”순간 세나미는 숨이 막혀 얼굴이 보랏빛으로 변해 갔다. 죽기 일보 직전, 윤구주가 속박을 거두며 그녀를 놓아주었다.쿵!세나미는 바닥에 쓰러지며 기침을 쏟아냈다.“죽을 줄도 모르고, 너 따위가 우리 왕 앞에서 함부로 지껄여?”염수천이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한편, 세나미는 오랜 시간 기침을 하고 나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윤구주와 염수천, 그리고 유기철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넌 대체 누구지? 왜 우리 설국을 적으로 돌리는 거야?”염수천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네 주제에 우리 왕의 이름을 물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유기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염 장군 말이 백번 맞다. 너희 설국 놈들은 우리 화진의 국경을 침범하고 백성들을 괴롭혀 왔다. 당연히 죽어 마땅하지!”유기철과 염수천의 말에 세나미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누군지나 알고 날 죽이려는 거야? 설마 설국과 전쟁을 벌일 각오를 한 건가?”그녀의 말에 염수천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누구인지 한번 들어보자. 겁 좀 먹게 해봐.”세나미는 당당히 가슴을 펴고 외쳤다.“내 이름은 세나미다! 내 아버지는 설국의 군신 세나스지!”그녀의 이름이 떨어지자 염수천은 시큰둥하게 반응했지만, 유기철의 표정은 한순간 굳어졌다.“세나미? 설마 네가 그 설
염수천이 거침없이 외쳤다.이에 윤구주는 담담히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지 않은가? 그까짓 야만국 하나에 그리 호들갑을 떨 필요 없다고. 그렇지 않으면 이 소문이 퍼져 다른 구국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나?”염수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럼, 왕께서는 어떤 뜻을 갖고 계십니까?”윤구주는 당당히 일어서서 창밖 설국의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6년 전, 나 홀로 한 자루 검만 들고 설국 황도를 베어버린 적이 있다. 6년 후, 또 한 번 그렇게 한다 해도 문제없겠지.”윤구주의 이 패기 넘치는 말을 들은 염수천은 감탄하며 외쳤다.“무적이십니다! 왕께서는 천하무적이십니다!”이후 윤구주와 염수천은 황도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 특히 문씨 세가와 제자백가에 관해 나누기 시작했다.지난번 윤구주는 노룡산에서 제자백가의 수많은 절정 강자들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그 사건 이후로 문씨 세가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번 설국 문제만 아니었다면 윤구주는 반드시 서울로 돌아가 문씨 세가를 샅샅이 뒤졌을 것이다.윤구주가 염수천, 유기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국경 수비대원이 급히 달려와 보고했다.“보고합니다, 군왕! 감금 중이던 설국 여자가 깨어났습니다! 게다가 우리 국경 수비대원 한 명을 다치게 했습니다!”“지금은 감시실에서 큰소리로 욕설을 퍼붓고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반면, 성질 급한 염수천은 소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대담한 야만족이군! 붙잡힌 주제에 우리 화진 군인을 다치게 하다니, 당장 처형시켜라! 흑기 금위군, 명령을 듣거라! 지금 즉시 총살하라!”염수천이 성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려는 찰나, 윤구주가 차분히 제지했다.“총살은 필요 없다.”윤구주의 만류에 염수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왕께서는 왜 그 설국 여자를 살려두려 하십니까?”윤구주는 문득 떠올랐다. 이전에 그 여자가 아무 죄 없는 목동들을 풀어주던 모습을. 그는 천천히 말했다.“그 여자가 설국 사람이긴 하지만 심성은 꽤 선하더군.
거대한 북극 늑대가 윤구주를 향해 무릎을 꿇다니.윤구주는 신인 걸까?그렇게 국경수비대 병사 두 명이 북극 늑대를 데리고 왼쪽에 있는 빈집으로 향했다.그들이 몇 미터 걸어가자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잠깐!”“저하, 무슨 분부 있으십니까?”국경수비대 병사 두 명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허공에 대고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북극 늑대 위에 기절해 있던 여자가 떠 올랐다.‘응?’“설국 여자?”주변 사람들은 윤구주가 설국 여자를 데리고 온 걸 보고 전부 당황했다. 그녀가 누군지, 윤구주가 무엇 때문에 그녀를 잡아 온 건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염수천도 마찬가지였다.윤구주는 기절한 세나미를 잡더니 손을 폈고, 쿵 소리와 함께 세나미의 몸이 바닥에 세게 던져졌다.“이 설국 여자도 가두도록 해!”윤구주는 덤덤히 말한 뒤 세나미를 뒤로 하고 몸을 돌려 병영 안쪽으로 향했다.병사들은 비록 세나미가 누군지 알지 못했지만 황급히 윤구주의 명령에 따랐다.널따란 지휘실 안.윤구주가 안으로 들어간 뒤 염수천은 서둘러 그의 곁에 섰다.흑기 금위군 병사들은 모두 꼿꼿이 양쪽으로 서 있었다.운이 좋지 않았던 유기철은 여전히 두 팔에 수갑이 채워진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서 한쪽에 서 있었다.“쟤는 왜 저래?”윤구주는 유기철의 손에 수갑이 채워진 걸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염수천은 유기철을 노려보면서 말했다.“저하, 유기철은 국경 지역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벌을 주고 있습니다.”“됐어. 국경 지역 일은 유기철만의 잘못은 아니니까. 이 일은 문씨 일가의 탓이야.”윤구주는 구주군을 해산시킨 장본인이 문아름이라는 걸 알았다.이곳에 힘없는 병사들 2,000명을 남겨서 국경 지역을 지키게 한 것도 문아름이었다.그러니 유기철이 국경 지역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은 전부 그의 잘못은 아니었다.염수천은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돌려 유기철을 향해 매섭게 말했다.“운 좋은 줄 알아. 저하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