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이 나오자 박창용은 놀라서 벌떡 일어섰을 뿐만 아니라 주세호도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졌다.“저하... 그...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선우아름은 저하의...”박창용은 말문이 막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내 약혼녀인데 왜 나를 죽이려 하는지 알고 싶다는 말이지?”“맞습니다!”윤구주가 피식 웃었다. 다만 웃음이 조금 괴기하게 일그러져 있을 뿐.“사실 나조차도 내가 아름의 칼에 맞을 줄은 몰랐어. 그거 알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땅강아지와 개미들은 내 상대가 되지 않아. 설령 그들이 당대 최고의 군대를 보낸다고 해도 끄떡없지! 내가 죽음의 바다에 떨어진 건 오직, 아름이 때문이었어.”뒤이어 그의 눈빛에서 한 맺힌 기운이 스멀스멀 드러났다.“그날 아름이가 나한테 독을 먹였어. 문씨 세가에서 가장 독한 기린화독을 말이야! 만약 그렇지 않다면, 천하의 윤구주가 어떻게 패배할 수 있었겠어?”분노와 미움의 말이 다시 윤구주의 입에서 나오는 그 순간, 박창용과 주세호는 모두 멍해졌다.지금까지 윤구주가 10개국 전쟁의 진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가 10개국의 전쟁에서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10개국을 물리쳤다고 생각한다!그러나 누가 알았을까, 천하의 구주왕 윤구주가 자신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여인에게 해를 당했다는 사실을!모든 진상을 알게 된 박창용이 분노에 펄쩍 뛰었다.“독한 여인이군요! 저하! 제가 곧 80만 창용 군으로 문씨 세가를 해치우겠습니다!”옆에 있던 주세호도 입을 열었다.“저하, 소인은 비록 싸움에 무능하지만 모든 재산을 다 쏟아부어 저하를 도와 피의 빚을 되찾아 줄 수 있습니다!”두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윤구주는 오히려 손사래를 쳤다.“복수 같은 건 아직 너희들이 필요하지 않아!”박창용이 곧이어 말했다.“하지만 저하, 문씨 세가가 저하를 이렇게 해쳤는데, 죽여서 원수를 갚아야지 않겠습니까?”“안 돼! 문씨 세가가 나를 해친 까닭은 결코 아름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가족
박창용은 드디어 깨달았다. 윤구주의 말대로 문씨 세가의 뿌리 깊은 역사와 세력은 그도 잘 몰랐다. 문씨 세가는 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가족이기 때문이다.소문에 의하면 문씨 세가의 재산은 한 나라의 재산보다 더 많다고 한다!또 다른 이들은 문씨 세가에 수많은 고수들이 있으며 하인들마저도 최상급 무사의 실력을 가췄다고 한다!그러자 박창용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정말 지독한 가문이군요! 언젠가는 제가 제대로 혼을 내줄 겁니다. 감히 우리 저하를 모함하다니!”윤구주는 10개 국에 대한 진실을 간단히 말했다.“창용 씨 됐어. 이 일은 앞으로 언급하지 마!”“자네들 내가 살아있다는걸 절대 입 밖에 내지 마!”박창용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명심하겠습니다. 저하!”윤구주는 더 말하지 않고 기지개를 켰다!“저하!”“방금 말한 기린 화독 말입니다. 어떤 약이면 해독할 수 있을까요?”“그걸 알 수만 있다면 소인이 어떤 노력을 해서라고 꼭 해독약을 찾아드리겠습니다!”주세호가 말하자 윤구주는 이렇게 대답했다.“됐어요. 세호 씨. 아무도 이 기린 화독을 치유하지 못합니다!”“천 년 된 세가지 한성 약재를 모아서 피갈이 단약을 만들지 않는 이상 누구도 해독할 수 없을 것이에요!”이 말듣자 주세호와 박 박창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구주는 무술에서만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귀의의 제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해독약이 없다고 말하면 아마 진짜 세상에 아무도 해독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건 두 사람을 잘 알고 있었다!“저하!”“제가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겠습니까?”박창용이 물었다.그러자 윤구주가 대답했다.“아무것도 필요 없어. 다시 창용 부대로 가서 군사들 훈련이나 잘 시켜!”네?“그러면 저하는 어떡하십니까?”“내가 말했지. 나를 걱정하지 마! 내가 자네들이 필요할 때 그때 다시 나타나 주게!”말이 끝나자 박창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도 윤구주의 성격을 더 잘 알았다. 윤구주가 결정
소청하는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하고 눈을 힘껏 비벼봤지만 역시나 윤구주 옆에 서 있는 사람이 주세호가 맞았다.소청하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마침 윤구주가 진짜 주인인 것처럼 주세호가 그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두 사람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후 주세호는 차를 타고 떠났다. 그리고 윤구주는 소씨 저택을 향하여 걸어오고 있었다.그런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소청하는 어쩔 줄 몰라 했다.“이 자식이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지?”“조씨 가문에게 잡혀갔잖아?”“주세호가 구해줬나? 아닌데! 쟤 주제에 어떻게 강성 제일 갑부를 알 리가 있지? 아니면 채은이 때문인가? 채은이가 주세호에게 부탁을 했나?”소청하는 갑자기 이 상황이 이해되는 듯 하였다.“그렇네!”소청하는 소채은이 강성 제일 갑부인 주세호에게 청을 해서 윤구주를 구해 내왔다고 생각했다!여기까지 생각하니 소청하는 갑자기 어깨가 으쓱했다.‘봐 봐!”‘역시 우리 딸!’윤구주는 가까워져 오면서 소청하를 발견했다.그리고 예절 바르게 인사를 했다.“채은 아버님, 안녕하세요!”소청하는 코웃음을 치면서 거만하게 말했다.“어이구, 조씨 가문에서 이렇게 빨리 사람을 놓아주다니? 정말 운이 좋네!”윤구주는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이, 윤씨. 아까 그 사람이 DH 그룹 주세호 맞지?”소청하가 물었다.윤구주는 소청하가 그 모습을 봤다는 것에 조금 놀랐지만 덤덤하게 말했다.“네!”“너처럼 기억을 잃은 자식이 이번 생에 저런 몇십억이 되는 롤스로이스에 앉아도 보고! 우리 딸에게 정말 감사해야 할 것 같은데!”“우리 채은이 아니었다면 평생 저런 몇십억이 되는 고급 차를 만져도 보지 못하겠지?”소청하는 계속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윤구주는 이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대꾸하지 않았다.“자네가 우리 딸을 만난 것은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한 셈이야!”“말해봐. 채은이가 주세호를 찾아가서 너를 조씨 가문에서 구해내온 거지?”소청하는 계속 물었다. 마침 핑계를 찾고 있던 윤구주는 그 말을 듣
소채은은 집으로 들어오자 천희수를 봤다.“채은아, 드디어 돌아왔네!”천희수는 소채은을 보자 얼른 달려왔다.소채은의 눈은 팅팅 부어있었고 눈초리에는 눈물방울이 맺혔다. 그 모습을 보자 천희수는 안쓰러운 듯 물었다.“채은아, 왜 울어? 엄마랑 말해. 오늘 또 무슨 일이 있었어?”그러자 소채은은 갑자기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엄마!”“구주는 정말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저를 구하려고 그렇게 말한 것뿐이에요!”“엄마, 저를 믿어주세요. 제발 구주를 구해주세요!”말이끝나자 천희수는 어리둥절해졌다.“바보야.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윤씨는 이미 네가 구해줬잖아?”뭐?울고 있던 소채은은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졌다.천희수가 말했다.“네가 DH 그룹 주 회장님에게 부탁해서 윤씨를 구해왔잖아?”응?“구주가 돌아왔다고?”소채은은 믿기지 않는 듯 소리를 질렀다.“그래. 오후에 돌아왔어. 몰랐어?”소채은은 멈칫하더니 얼른 물었다.“엄마, 저 속이지 마요! 구주가 정말 돌아왔다고요?”“바보야. 내가 왜 널 속여? 진짜 돌아왔어! 믿기지 않으면 네가 직접 걔 방으로 가서 확인해 봐!”그러자 소채은은 미친 듯이 윤구주의 방으로 달려갔다.윤구주의 방.이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소채은이 방으로 쳐들어갔다.방 안에 있던 윤구주는 허겁지겁 달아 오는 소채은을 보면서 지긋이 웃었다.“구주야... 너... 너... 정말 다치지 않고 그냥 돌아왔어?”소채은은 팅팅 부은 눈으로 멍하니 윤구주를 바라봤다.“그럼. 오후에 돌아와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지!”윤구주가 대답했다.윤구주가 멀쩡하게 자기 앞에 서 있는 것을 확인한 소채은은 그를 와락 안았다.그녀의 완변한 몸매 라인을 모두 느낄 수 있을 만큼 소채은은 윤구주를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윤구주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구주야... 놀라서 죽는 줄 알았잖아!”“조씨 가문에서 너를 때리지 않았어? 나는 죽일 줄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오다니!”소채은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소채은이 이렇
윤구주는 당연히 자기가 조성훈을 죽인 사실을 소채은에게 말할 리가 없었다.소채은은 평범한 여자애일 뿐이고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매우 놀랄 것이다.그렇게 이 일은 마침내 일단락되었다.하지만 소채은은 왜 조씨 가문에서 윤구주를 쉽게 돌려보냈는지 이해 가지 않았다.그녀는 정말 조씨 가문에서 양심에 찔려서 선심을 쓰는 줄 알았다.윤구주 방에서 나온 후, 소채은은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졌다.“채은아!”이때 소청하가 나타났다.“아빠?”“여기서 뭐 해요?”소채은이 물었다.“채은아, 이리 와봐. 너랑 할 말이 있어.”소청하의 말은 그녀의 궁금증을 자아냈다.“뭔데요?”“바보야. 와보면 알아.”소청하는 손을 저으면서 소채은더러 오라고 했다.소채은은 의문을 품은 채 소청하를 따라 정원까지 걸어 나왔다.“뭔데요? 아빠.”소채은이 물었다. 그러자 소청하는 윤구주의 방을 흘깃 보더니 입을 열었다.“채은아. DH 그룹 주 회장님이랑 지금 어때?”“뭘요? 아빠.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소채은은 어이가 없었다.“으이긍! 아빠는 못 속여! 너랑 주세호 지금 연애하는 사이 아니야?”소채은은 할 말을 잃었다.“아빠, 그럴 리가요! 제가 어떻게 그 늙은이랑 연애해요? 미쳤어요?”그러자 소청하가 대답했다.“그럼 아니야? 만약 연인 사이가 아니라면 왜 주 회장님이 너한테 이렇게 잘해주는데? 그리고 윤씨가 이번에 무사히 돌아온 것도 네가 부탁해서 그렇게 된 거 아니야? 채은아, 사람은 은혜를 보답할 줄 알아야 해!”“잠시만요!”“아빠, 방금 뭐라고요?”소채은이 묻자 소청하는 멈칫했다.“내가 뭐라고 했더라?”“아까 주세호가 윤구주를 도와줬다고 했어요???”소채은은 두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그래! 너 몰랐어?”소청하가 되물었다. 그러자 소채은은 멍해졌다.‘주세호가 윤구주를 구한거야?’‘이게 뭐야.’소채은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소청하는 오늘 주세호가 윤구주를 데려다준 장면을 자세하게 소채은에게 말했다.그리고 주세호가 직접 롤스로이스로
“망했다!”“주씨 그 늙은이가 정말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어떡하지!”소청하는 당황해하는 소채은을 보면서 웃었다.“채은아, 사실 아빠는 주 회장님이 너무 괜찮은데! 네가 잘 생각해 봐. 자기 갑부인 신분을 내려놓고 이렇게 너에게 대시하는데? 누구든 다 감동할 만 한 일이잖아. 안 그래?”소채은은 너무 답답했다.“채은아, 아빠 말 들어. 다음에 한 번 약속 잡고 주 회장님이랑 밥을 한번 먹어. 그리고 고맙다고 말하면서 한번 잘 얘기해 봐!”“네가 주 회장님의 나이 때문에 꺼리는 거 다 알아. 하지만 남자 나이가 조금 많으면 어때? 괜찮아.”“됐어. 나는 이젠 내 할 말을 다 했어!”“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당부할게. 윤씨 그 자식더러 빨리 꺼지라고 해! 만약 주 회장님이 알게 된다면 난감해져.”소청하는 할 말을 다 하고 자리를 떠났다.혼자 남겨진 소채은은 무척 우울해졌다....다음 날.윤구주는 일찍 일어나서 명상하고 아침 훈련을 시작했다.그는 소채은이 아직 외출하지 않자 그녀를 찾으러 갔다.소채은의 방에 도착하자 윤구주는 창가 앞에 앉아 멍때리고 있는 소채은을 발견했다.그녀는 두 손으로 턱을 괴고 고민하는 것 같았다.“채은아, 왜?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어?”윤구주는 걱정 가득 한 표정을 한 소채은을 보면서 물었다.소채은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긴 한숨을 쉬었다.“구주야. 큰일 난 것 같아!”“응?”“무슨 일?”윤구주는 궁금해하면서 물었다.그러자 소채은은 고개를 돌리고 아름다운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봤다.“구주야. 어떤 늙은이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그리고 나한테 엄청나게 잘해줘. 어떡해야 해?”소채은이 진지하게 물었다.“뭐?”윤구주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그러자 소채은이 다시 말했다.“내 말은 어떤 늙은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고!”“누군데?”“누구긴. DH 그룹 주세호지!”풉!주세호라는 이름을 듣자 윤구주는 빵 터졌다. 그리고 괴성을 지를뻔했다.그런 윤구주의 리액션을 보자 소채은은 똘망똘망한 눈
소채은이 말했다.“솔직하게 말할게. 주세호는 백 퍼센트 나를 좋아해! 아니면 왜 이렇게 몇 번이나 나를 도와줘? 그리고 사실... 저번 셀럽 연회장에서 주세호가 몇조가 되는 블루 하트의 눈물 보석을 나에게 선물했어!”“구주야, 2조짜리 보석이 무슨 개념인지 알기나 해?”소채은이 이렇게 말하자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어떡하지!’윤구주는 주세호에게 소채은을 챙겨주라고 했는데 소채은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 한다니!주세호가 이 상황에 대해 해석할 필요가 생겼다.소채은은 아무 말도 없는 윤구주를 보면서 마음이 찝찝했다. 방금 말한 2조짜리 보석이 그에게 상처가 되었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래서 재빨리 변명했다.“구주야, 혹시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값비싼 보석을 선물 줬다고 화내는 거야?”“헤헤, 걱정 하지 마! 공주님은 그렇게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야!”“사실 그 보석이 정말 이쁘고 아름답기는 하지만 나는 싫어. 그리고 이미 주세호에게 돌려줬어.”그리고 소채은은 윤구주의 손을 잡고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너를 버리지 않을게!”“비록 네가 기억을 잃었어도 네가 자동차 엔지니어도 다 괜찮아.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누구도 뺏어가지 못해! 그러니깐 그게 갑부이든 주세호든 나는 다 신경 쓰지 않을 거야!”“그리고 내가 말했잖아. 구주 너야말로 나 소채은의 남자 친구야!”그 말을듣자 윤구주는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그는 고개를 들고 그윽한 눈빛으로 바보처럼 순진한 소채은을 바라봤다.그녀는 윤구주가 누군지 모른다!이 모든 걸 윤구주가 했다는 것도 모른다!그저 바보처럼 윤구주를 기억 잃은 자동차 엔지니어로 알고 있다!얼마나 순진하고 귀여운 여자애인가!“그런데 솔직히 DH 그룹 주세호 사람 자체는 괜찮던데...”“어째든 몇 번이나 나를 도와줬어! 그리고 구주야 그거 알아? 이번에도 주세호가 너를 조씨 가문에서 구해준 거래! ”소채은은 계속 말했다.윤구주는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사랑스러운 그녀를 지켜보았다.“구주야, 그
DH 빌딩에 도착한 소채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와! 진짜 높다!”“역시 강성 제일 갑부!”소채은은 중얼거리면서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DH 빌딩!66층!사치스러운 사무실 안에서 방금 주주총회를 끝마친 주세호가 앉아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그의 딸 주안나가 있었다!정장 차림을 한 주안나는 연예인처럼 예뻤다.와인색 컬러의 머리에 살짝 펌을 줬고 몸매는 슈퍼모델보다 더 좋았다. 마치 빛나는 다이아몬드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어릴 적부터 외국에서 유학한 주안나 역시 독립적인 강한 여성이었다!그녀는 17살에 MBA 금융 석사 학위를 땄고 네 개 국어에 능통하다.하지만 소문에 의하면 주안나의 강한 성격 때문에 다들 그녀를 “쇼핑몰 여호랑이”라고 부른다!지금 이 순간 검은색 스타킹, 정장, 그리고 빨간 하이힐을 신은 주안나는 보고서를 주세호에게 건네면서 앵두처럼 새빨간 입술로 말하고 있었다.“아빠! 이건 2분기 우리 부서의 매출표입니다. 작년보다 174% 더 많은 매출을 올렸어요!”“그리고 이건 다음 분기 기획안이고요!”주안나가 건넨 보고서를 보고 주세호는 흐뭇하게 웃었다.“좋아!”“역시 주세호의 딸!”“다음 주주총회에서 다른 몇 개 계열사를 너에게 넘기려고 해!”주안나는 방긋 웃었다.“그럼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나가볼게요!”“그래!”주안나는 일어서서 떠날 준비를 했다!몇 발짝 걷다가 주안나는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고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더니 아름다운 얼굴을 돌려 주세호를 바라봤다.“아빠,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물어봐도 되는지 모르겠어요.”주세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바보야. 아빠한테 물어보지 못하게 뭐가 있어? 뭔데?”주안나는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아빠 혹시 연애하세요?”응?보이차를 마시고 있던 주세호는 그 말에 놀라서 차를 내뿜을 뻔했다!“연애?”“안나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빠가 이 나이에 누구랑 연애해?”주세호는 어이가 없었다.그러자 주안나가 되물었다.“만약 연애 하는
칭찬을 받은 은설아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웃더니 윤하율의 통통한 손을 잡고 말했다.“그럼. 당연히 그럴 거야.”윤하율은 기쁜 얼굴로 웃었다.“할머니, 할머니!”이때 윤하율은 하미연이 안쪽에서 나오는 걸 발견했다.윤하율은 서둘러 하미연에게 달려가서 그녀의 품에 안기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할머니, 언니가 그랬어요. 앞으로 저도 크면 언니처럼 예쁠 거라고요!”하미연은 윤하율의 얼굴을 꼬집으면서 말했다.“그래, 그래. 우리 하율이는 앞으로 가장 예쁜 사람이 될 거야!”“헤헤!”“하율아, 넌 저기 가서 놀고 있어. 할머니는 손님과 잠깐 얘기를 나눌게.”하미연이 그렇게 얘기하자 윤하율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네!”윤하율은 그렇게 말한 뒤 혼자 그네 쪽으로 달려가서 놀았다.윤하율이 떠나자 은설아는 서둘러 하미연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안녕하세요, 어르신.”윤씨 일가의 저택에서 지내게 된 뒤로 은설아는 이곳이 한때 윤구주가 살았던 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녀의 앞에 있는 하미연은 윤구주가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였다.“그렇게 예를 갖출 필요는 없단다.”하미연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아들 말을 들어 보니 구주의 친구라도 하던데 그게 사실이니?”하미연의 질문에 은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래. 구주는 어렸을 때 집을 떠났어. 구주의 친구를 보게 됐으니 정말 여한이 없어.”하미연은 감개하며 말했다.“참, 우리 구주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니?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니?”하미연이 윤구주에 대해 묻자 은설아는 고개를 저었다.“민규현 씨 말을 들어 보니 강성에 볼일을 보러 간 것 같아요.”“강성?”그 말을 듣는 순간 하미연의 하나뿐인 동공이 살짝 빛났다.“설마 우리 손주며느리를 데리러 간 건가?”하미연은 중얼대며 말했다.‘뭐라고?’은설아는 손주며느리라는 말에 살짝 당황했다.“구주가 나한테 그랬었거든. 강성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게다가 그 아이가 우리 구주를 구한 적이 있대. 내 생각에
“공주님, 얼른 여기 와보세요!”이때 밖에서 갑자기 주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목소리를 들은 이홍연은 서둘러 그에게로 걸어갔다.“무슨 일이에요?”주도가 기묘한 표정으로 주변 바닥을 살피면서 말했다.“제 판단이 맞다면 이곳에서 한차례 전투가 있었을 겁니다.”“전투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이홍연은 서둘러 물었다.“여기 바닥에 생긴 균열을 보세요. 뭔가 떠오르지 않나요?”주도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닥을 가리켰다.바닥에는 팔뚝만큼 굵은 균열이 아주 촘촘히 분포되어 있었고 그밖에 왼쪽에는 부러진 나무도 있었다.그 흔적들을 본 이홍연이 말했다.“마치... 검흔 같아요.”“맞아요! 이렇게 강한 검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절정 강자일 거예요!”그 말을 들은 순간 이홍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절정 강자라고요? 민규현 씨 일행이 절정 강자에게 공격당했다는 말인가요?”주도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전 최근 들어 서울에 절정 강자들이 아주 많이 나타났다는 걸 느꼈어요.”주도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다시금 충격을 받았다.눈앞의 주도는 수십 년 전 무시무시한 육도 절정에 다다른 사람이었다.게다가 지금의 그는 칠살에 발을 들인 상태였다.그래서 이홍연은 주도의 말을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그런데 그런 그가 절정 강자가 민규현 일행을 공격했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큰일이에요. 지금 구주는 서울에 없는데, 만약 정말로 절정 강자가 민규현 씨 일행을 공격했다면 그들은 분명 크게 다쳤을 거예요.”이홍연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어떡하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민규현 씨 일행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이홍연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참! 하마터면 신우 삼촌을 잊을 뻔했네요.”이홍연은 갑자기 이마를 탁 치면서 말했다.“신우 삼촌이요?”이홍연이 갑자기 신우 삼촌이라고 하자 주도는 당황했다.“네. 구주 아버지이자 윤씨 일가의 가주 말이에요! 아버지 말씀에
황성, 공주저.“뭐라고? 우리 아버지께서 폐관하신다고? 그게 정말이야?”아버지를 찾아가서 윤구주의 상황을 물을 생각이었던 이홍연은 폐황령이 반포됐고 국주가 폐관에 들어갔다는 걸 알고서는 비명을 질렀다.“네, 사실입니다. 조금 전 육도진 우상의 말을 들어 보니 국주님께서 이미 폐관에 들어가셨답니다. 조정의 일은 모두 육도진 우상에게 맡겼답니다.”한 하인이 대답했다.이홍연은 진정할 수가 없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난 금방 금란 대전에 갔다 왔었는데. 아버지께서 벌써 폐관에 들어가셨다고?”왠지 모르게 이홍연은 아주 큰 일이 일어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안 돼. 아버지를 찾아가서 똑똑히 물어봐야겠어.”’말을 마친 뒤 여섯째 공주는 다시금 금란 대전으로 향했다.이홍연이 금란 대전에 도착했을 때, 금란 대전의 오래된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게다가 밖에는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가득했고 그들 외에도 황성의 최고 절정 강자 한진모이 있었다.굳게 닫힌 금란 대전의 대문을 바라보던 이홍연은 미간을 한껏 찌푸리면서 빠르게 걸어갔다.“한진모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우리 아버지는요?”내시 옷을 입은 한진모가 웃으며 대답했다.“공주님, 국주님께서는 폐관에 들어가셨습니다.”“폐관이요? 우리 아버지가 왜 난데없이 갑자기 폐관을 한단 말이죠?”이홍연이 물었다.한진모는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한진모의 대답을 들은 이홍연은 속이 타들어 갔다.결국 그녀는 다시 공주저로 돌아왔다.“우리 아버지께서는 왜 갑자기 폐관에 들어가셨지? 설마 당분간 정무도 보지 않으실 생각인 건가? 그리고 태산봉선을 할 거라고,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거라고 하셨었는데! 대체 그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이홍연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답했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답답해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폐관에 들어간 국주를 방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에라 모르겠다. 일단 구주부터 찾아가야겠어.’이홍연은 속으로 생각했다.‘그런데 구주는 대체
“결국 올 게 왔어.”국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나는 종문이 구주 때문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었어. 내가 종문을 너무 얕봤던 것 같아.”국주가 갑자기 다시 말했다.육도진이 대답했다.“국주님, 괜한 걱정하시는 겁니다. 전 구주왕의 실력이라면 종문의 난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국주는 손을 내저으면서 금빛 왕좌에서 일어났다.“내가 걱정하는 건 구주의 실력이 아니야. 난 구주가 종문과 싸우게 되면 우리 화진의 무도까지 그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돼. 만약 우리 화진의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화진은 엄청난 위기에 빠질 거야. 게다가 현재 조정에는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알게 모르게 종문과 결탁한 내각 대신들이 아주 많아. 만약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조정 또한 혼란에 빠질 거야.”육도진은 그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그는 국주의 말이 옳다는 걸 알고 있었다.화진은 무도로 나라를 세웠고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은 오랜 역사가 있었다.만약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화진 또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그렇게 되면 세력들은 서로 다툴 것이고 난세가 펼쳐질 것이니 화진의 국주로서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렇다면 국주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육도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국주는 대답하지 않고 뒷짐을 진 채로 먼 곳을 바라보며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난 폐황령을 가동할 생각이야.”‘뭐라고?’“폐황령이요?”폐황령이라는 세 글자에 육도진은 깜짝 놀랐다.폐황령이란 무엇인가?폐황령이란 국주가 당분간 나랏일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다.그것이 바로 폐황령이었다.쉽게 말하자면 폐황령이 가동되는 순간 종문, 문벌, 세가 모두 마음껏 싸울 수 있다는 뜻이다.물론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반대로 전쟁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황성 쪽에서는 그들의 일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국주님 말씀은 구주왕 홀로 무도 3대 서열을 상대하게 할 거란 뜻입니까? 이제 막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종문
“그렇군요! 그러면 그 검선이라고 불리는 서요산의 선배가 정말로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지 제가 직접 봐야겠어요!”이홍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금란 대전 쪽으로 달려갔다.이홍연이 금란 대전으로 달려가던 순간, 갑자기 흰색 검광이 금란 대전 안에서 나왔다.그 흰색 빛은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흰색 빛 위로 푸른색 옷을 입은 사람이 큰 검을 밟고 서서 금란 대전 안에서 밖으로 나왔다.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그 사람의 용모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큰 검을 밟고 서 있던 그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황성에서 사라졌다.“세상에! 검선이에요!”비검을 밟고 서 있는 사람을 본 아름다운 화진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작은 입술을 크게 벌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육도진과 한진모는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육도진은 감탄하며 말했다.“역시 서요산 검종 출신답네요!”바로 이때 금란 대전 안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육도진 우상, 안으로 들어와.”그것은 화진 국주의 우렁찬 목소리였다.그 목소리를 들은 육도진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이내 육도진과 한진모, 이홍연이 금란 대전 안으로 들어갔다.아주 호화로운 왕좌 위에 국주가 앉아 있었다.“아버지!”이홍연은 안으로 달려 들어간 뒤 화진의 국주 앞에 섰다.“넌 여긴 웬일이냐?”국주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딸을 보이 갑자기 찾아오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홍연은 입을 비죽이며 말했다.“아버지를 찾아왔죠! 조금 전 육도진 우상의 말씀을 들어보니까 서요산 검종 출신의 손님을 접견하셨다면서요? 그게 정말이에요?”국주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그래. 조금 전에 만났었단다.”“세상에! 아버지, 얼른 말씀해 보세요. 그 검선은 어떻게 생겼나요? 정말 소문처럼 못 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아주 대단한가요?”이홍연은 궁금한 듯 말했다.국주는 호탕하게 웃었다.“누가 너에게 그들이 못 하는 게 없다고 한 거냐?”“네? 다들 그렇게 말하던데요. 그리고
서울 황성.윤구주가 설국을 화진의 속국으로 만든 뒤로 황성은 아주 떠들썩했다.특히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매우 기쁘고 즐거웠다.이렇게 엄청난 공을 세운 사람이 다름 아닌 그녀가 좋아하는 윤구주였기 때문이다.그러나 현재 이홍연은 조금 답답했다.그녀는 윤구주가 얼른 돌아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설국 일을 처리하기 위해 화진을 떠난 지 일주일이 거의 다 돼가는데 윤구주는 여전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화진의 여섯째 공주인 이홍연은 그 때문에 흑여산맥에 연락까지 해봤다. 그러나 흑여산맥 쪽에서는 윤구주가 일찌감치 떠났다고 전했다.이러한 상황에 이홍연은 속이 타들어 갔다.“이 자식 대체 또 어디로 간 거야? 설마 또 여자 꼬시러 간 건가?”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결국 이홍연은 아버지를 찾으러 가기로 마음먹었다.이내 이홍연은 금란 대전 밖에 도착하게 되었다.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저 멀리 우상 육도진과 내시 총관 한진모가 금란 대전 밖에 서 있는 게 보였다.예전이었다면 육도진과 한진모는 아버지와 함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두 사람은 밖에 있었고 그 때문에 이홍연은 조금 의문이 들었다.“육도진 우상! 두 분 여기서 뭐 하세요?”이홍연은 그들에게 다가가면서 물었다.육도진과 한진모는 이홍연이 다가오는 걸 보고 미소 띤 얼굴로 그녀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공주님을 뵙습니다!”“여기서 뭐 하고 계세요? 왜 아버지와 함께 안에 있지 않는 거예요?”이홍연이 물었다.“공주님, 국주님께서는 지금 귀한 손님과 얘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그래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육도진이 말했다.귀한 손님?그 말에 이홍연은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그녀는 아름다운 눈동자를 깜빡이면서 금란 대전 쪽을 바라보았다.“얼마나 귀한 손님이길래 두 분까지 밖으로 내보낸 거예요?”이홍연은 답답한 마음에 물었다.그녀의 앞에 있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화진의 우상이고 다른 한 명은 황성의 최고 절정 강자였다.그런데 그녀의 아버지는 귀한 손님을 대
“태웅 형님, 무슨 상황이에요? 조금 전까지 즐겁게 술을 마시더니 왜 갑자기 가야 한다는 거예요?”공수이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서울에 문제가 생겼어. 이 바보야! 우리는 지금 당장 돌아가야 해!”정태웅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뭐?’그 말을 들은 공수이는 순간 술이 깼다.“서울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예요?”공수이는 잠깐 생각한 뒤 물었다.“아까 우리 형님께서 전화가 왔어. 종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형님 일행을 죽이려고 했다고 말이야.”정태웅은 주먹을 꽉 움켜쥐면서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종문이라는 말에 공수이는 입을 비죽였다.“겨우 종문일 뿐이잖아요? 무서워할 것 없어요!”곤륜에서 몰래 빠져나온 공수이는 종문 따위 두렵지 않았다.그러나 정태웅은 달랐다.“수이야, 잊었어? 저하께서는 지금 서울에 계시지 않아. 지금 서울에는 우리 형님 일행만 있다고. 종문이 정말로 그들을 죽이려고 한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어?”정태웅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그 순간 공수이는 조금 깨달았다.정태웅의 말대로 윤구주는 지금 서울에 있지 않았고, 가장 강한 그도 서울에 없었다.서울에는 민규현, 천현수와 다른 몇 명의 사람들만 있을 뿐이었다.만약 종문에서 그들을 공격한다면 큰일이었다.“세상에! 구주 형님께서 서울에 계시지 않다는 걸 깜빡했어요!”공수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자. 얼른 서울로 돌아가야 해.”공수이는 서둘러 여자들 틈 사이에서 빠져나와 출발 준비를 했다.“스님 오빠, 어디로 가는 거예요?”두 사람이 황급히 떠나려고 하자 그들의 뒤에 있던 룸살롱 아가씨들이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공수이는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그들에게로 달려가서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의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난 중요한 일을 하러 가야 해요. 일을 다 마치면 다시 돌아올게요. 꼭 날 기억해야 해요!”공수이는 여자에게 입을 맞춘 뒤 서둘러 정태웅과 함께 룸살롱을 떠났다.밖으로 나온 뒤 공수이는
“휴.”윤신우는 깊이 한숨을 쉰 뒤 입을 열었다.“연수야, 날 탓할 거니?”윤신우의 눈가 쪽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그 순간 윤신우는 눈이 살짝 시큰거렸다....흑여산맥 근처의 한 마을.그 마을의 가장 호화로운 룸살롱 안에서 아주 듣기 싫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그 목소리는 정태웅의 것이었다.화려한 불빛이 번쩍이는 룸 안, 짙은 화장을 한 여자들이 그곳에 앉아서 장난을 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여자들 사이에는 얼굴이 빨갛고 온몸에서 술 냄새를 풍기는 스님 한 명이 있었다. 그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의 흰 가슴에 안겨서 행복하게 양주를 마시고 있었다.그 스님은 정태웅과 함께 있던 공수이였다.공수이는 몰래 곤륜에서 빠져나온 뒤 완전히 향락에 빠졌다. 그는 술도 실컷 마시고, 고기도 원 없이 먹었으며 이젠 매일 예쁜 여자들을 만나려고 했다.그는 여자가 없는 날은 헛된 하루라고 말하기도 했다.“스님 오빠, 어젯밤 정말 대단하던데요? 제 친구들 모두 스님 오빠 때문에 아직도 침대 위에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어요.”스님을 안고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여자는 비록 나이가 좀 있는 듯했지만 아주 매력적이었다.공수이는 안목이 높은 편이었다.여자는 몸매가 아주 좋았다.그녀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스타킹과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어른스럽고 관능적이었다.“그건 아주 당연한 일이에요. 난 오늘도 즐길 거예요.”스님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오늘 밤에는 내가 어울려줄게요. 난 작은 야수 같은 당신을 정복할 거예요!”여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일부러 가슴을 내밀어 보였다.공수이는 술을 잠깐 마시더니 갑자기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정태웅을 향해 말했다.“태웅 형님, 구주 형님은 아직도 아무 소식이 없는 건가요?”“바보야! 흑여산맥 접경지대의 병사들이 그랬잖아. 저하께서는 이미 강성으로 돌아갔다고!”정태웅이 대답했다.“그렇군요!”공수이는 그제야 이마를 탁 치며 그 사실을 떠올렸다.사실 두 사람은 이미 흑여산맥으로
“하지만 저 자식들은 구주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습니까?”윤창현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했다.“둘째 형님, 큰 형님 말대로 하세요. 정말로 종문과 싸우게 된다면 우리 화진의 무도는 크게 혼란스러워질 겁니다.”이때 윤정석이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흥, 내가 그런 걸 신경이나 쓸 것 같아? 뭐가 됐든 난 내 조카 구주가 괴롭힘당하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어. 구주를 괴롭히는 놈들은 내가 모조리 죽일 거야!”윤창현은 거칠게 말했다.윤창현이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에 윤정석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윤신우가 도착한 뒤 한차례 대전이 종식되었다.이때 재이, 용민, 철영이 빠르게 윤신우의 앞으로 걸어가서 정중하게 그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주인님을 뵙습니다! 저희는 작은 주인님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벌을 내려주십시오!”윤신우는 세 사람을 힐끗 보고 말했다.“이 일은 너희 탓이 아니야. 그러니 다들 일어나.”세 사람은 반성하듯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꼼짝하지 않았다.“일어나라고 했으니 그냥 일어나.”윤정석은 세 사람이 일어나려고 하지 않자 그들에게 다가가서 말했다.“감사합니다, 주인님!”세 사람은 그제야 서둘러 일어났다.세 사람이 일어난 뒤 윤신우는 걸음을 옮겨 남궁서준, 민규현, 천현수, 그리고 겁을 먹고 얼굴이 창백해진 은설아를 향해 다가갔다.그들은 윤신우가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자세를 바로 하면서 존경 어린 눈빛을 해 보였다.그들 모두 윤신우가 윤구주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너희들은 구주의 형제들이냐?”윤신우는 웃으며 말했다.“그렇습니다!”민규현의 대답에 윤신우는 흡족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좋아, 좋아. 구주에게 너희 같은 형제들이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구나. 일단 너희는 날 따라 윤씨 일가로 돌아가자꾸나.”윤신우가 말했다.‘뭐라고? 윤씨 일가로 돌아가자고?’그 말에 다들 흠칫했다.결국 민규현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가주님의 은혜는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