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훈이 죽기 전에 소채은과 함께 있었다는 말을 듣자, 조도철의 안색이 갑자기 보기 흉하게 구겨졌다.뒤이어 군복을 입은 우람한 체구의 조신하가 입을 열었다.“성훈이가 어떻게 그 여자랑 있을 수 있어?”경호원은 조도철을 보고 떠듬떠듬하며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어서 말해!”조신하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경호원은 그제야 서둘러 대답했다.“조사한 바에 의하면, 성훈 도련님은 네 명의 건달을 데리고 그 여자를 납치해 갔을 뿐만 아니라 로얄 호텔까지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뭐?’이 말이 나오자 조신하는 일순간에 안색이 변했다.“성훈이가 그 여자를 호텔로 데려갔다니요?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형님?”조도철은 당연히 자기 아들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사실 조성훈이 이런 일을 했다는 것에 조도철은 크게 놀라지도 않았고 그저 깊게 숨을 들이마실 뿐이었다.“둘째야, 성훈이는 젊으니 때때로 충동적일 때가 있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들이 성훈이를 죽일 만한 이유는 될 수 없지!”조신하는 바보가 아니라 금세 조도철의 뜻을 알아차렸다.이내 그는 곰곰이 생각에 잠기며 잠시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럼 형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어두운 얼굴의 조도철은 자기 아들이 참혹하게 죽는 장면을 생각하자 가슴이 찢길 지경이었다.“피는 피로 갚아야지! 의심의 여지는 없어. 내 아들의 죽음은 틀림없이 그 소씨 가문 년이랑 관련이 있는 거야!”“하지만, 여자 혼자서 어떻게 성훈이를 비롯한 다섯 명의 건장한 남자를 죽일 수 있겠습니까?”“걔는 죽일 수 없지! 하지만 그년이랑 가까운 사람이 했을 수도 있잖아!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성훈이가 로얄 호텔에서 죽음을 맞이했겠어?”“형님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소씨 가문으로 가서 그 여자를 잡도록 합시다!”“그래!”한 시간 후. 조도철은 사람들을 데리고 호호탕탕하게 소씨 저택으로 왔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소씨 저택을 한 번 본 후, 크게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가자! 들어가서 그 천한
바로 이 절체절명의 순간,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만! 우리 부모님 건드리기만 해봐!”이윽고 소채은이 뒤뜰에서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 뒤에는 윤구주도 있었다.조도철은 그녀를 보자 이내 핏발 선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이 천한 년! 드디어 나타났구나!”소채은은 조도철을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러 달려가 소청하의 부상을 살펴보았다.그에게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소채은은 비로소 일어났다.“대체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그러자 조도철이 눈시울을 붉혔다.“뭐 하는 거냐고? 너 이 천한 계집애가 내 아들을 죽였는데, 어디서 지금 고개를 빳빳이 들어?!”“허튼소리 하지 마세요! 누가 그래요? 내가 조성훈을 죽였다고!”소채은도 덩달아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아직도 감히 변명을 늘어놔? 어젯밤 연회에서 우리 아들이 널 찾았잖아.”그 말에 소채은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래서요?”“인정한 거로 받아들일게, 여봐! 이 빌어먹을 년 잡아라!”말이 떨어지자 조씨 가문의 경호원이 나서려고 했다.“멈춰요! 그 쪽 아드님께서 저를 납치했었거든요? 나도 아직 가서 따지지 않은 걸 그쪽에서 지금 되레 나한테 따진다고요?”소채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그날의 일을 말했다.그러나 조도철은 여전히 냉담한 태도로 일관했다.“납치했는지 안 했는지, 나는 몰라! 난 그냥 내 아들이 널 로얄 호텔로 데려갔다가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밖에 알지 못해! 그러니 너를 찾아서 원수를 갚아야지 내가 누굴 찾아가겠어?”“함... 함부로 모함하지 마세요! 저는 조성훈을 죽인 적이 없습니다!”소채은은 계속 해명하려 들었다.하지만 그것이 조도철의 귀에 들어갈 리가 있겠는가? 그는 여전히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천한 년, 내가 네 말을 믿을 것 같아? 빨리 저년 안 잡고 뭐 해 다들!”그러자 곁에 있는 우람한 경호원 한 명이, 바로 달려들어 소채은을 잡았다.그 순간 검은 그림자가 번쩍하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조씨 가문의 경호원이 갑자기 날아가 땅바
그러자 윤구주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들어 말했다.“또 덤빌 사람 있습니까?”모든 상황을 지켜봤는데 조도철이 어찌 감히 또 달려들겠는가.그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너, 너 도대체 누구야! 누군데 우리 조씨 가문 일에 참견하는 거야!”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당신은 제 이름을 알 자격이 없습니다.”그때, 또 다른 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그래? 그럼 나 조신하가 한번 봐야지. 오늘 누가 이렇게 미친 듯이 구는지!”이윽고 진짜 총과 실탄을 장착한 미색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밖에서 돌진해 들어왔다!무려 일렬로 쭉 서서 말이다!저택 안에 들어온 후, 그들은 일제히 손에 든 총기를 들고 윤구주와 소채은 등 사람을 향해 겨누었다.그리고 선두에 선 사람은 바로 창용 부대의 중령 조신하였다.중무장한 군인들일 나타나자 소청하 부부는 놀라서 감히 소리도 내지 못했다.물로 소채은도 잔뜩 놀라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조도철은 조신하가 부대를 데리고 들어온 것을 보고 서둘러 다가가 일렀다.“둘째야, 마침 잘 왔다. 얼른 저 짐승 자식을 잡아!”조신하는 윤구주를 바라보았을 뿐인데, 알 수 없는 기운에 압도당해 심장이 덜컹거렸다!‘이 자식 뭐야? 왜 온몸에 카리스마가 진동하지? 창용 부대의 중령인 나보다 더 센 것 같은데?!’이내 조신하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입을 열었다.“묻는 말에 잘 대답해, 네가 내 사람들을 건드렸나?”윤구주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데요?”“겁도 없군! 하지만, 오늘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네 주먹이 세냐, 내 총이 세냐 이거야.”조신하는 허리에 있는 총을 직접 뽑았고, 곧이어 새까만 총구가 윤구주를 향했다.그러자 윤구주가 피식 웃더니 차가운 눈동자로 조신하를 바라보며 고개를 돌렸다.“정말 한번 붙어 보고 싶어요?”그의 횃불 같은 두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는 조신하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마음속에서 밀려왔다!이런 강한 카리스마에서 전해져오는 공포감은 천군만마보다
윤구주는 소채은을 향해 살짝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내 걱정은 하지 마!”“어떻게 걱정을 안 해! 너 바보야? 왜 살인을 인정해?”소채은은 초조한 마음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하지만 윤구주는 오히려 그녀를 위로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걱정 마, 난 아무 일도 없을 거야.”말을 끝내고 그는 조신하와 조도철을 향해 걸어갔다.“잘 들어요, 조성훈은 내가 죽였습니다. 소씨 가문 사람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복수하고 싶거든 나를 찾아오셔야 할 겁니다.”윤구주가 살인을 자백하자 조도철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했다.“이 짐승 새끼, 정말 네가 내 아들을 죽였어?”그러자 윤구주가 서둘러 대답했다.“그래요, 바로 접니다.”“네가 감히 내 아들을 죽여? 반드시 네 목숨으로 빚을 갚아야 할 거다!”조도철은 핏발 선 눈동자로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으나 조신하에 의해 저지되고 말았다.“형님, 안심하세요! 성훈이의 목숨은 제가 반드시 갚아주겠습니다. 이렇게 단번에 죽이는 건 너무 쉽잖아요.”이 말을 들은 조도철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를 달래고 난 뒤, 조신하는 고개를 돌려 이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믿는 구석이 있나 보지? 네가 감히 내 조카를 죽여?! 잘 봐, 이번에는 내가 너를 어떻게 죽이는지! 다들 얼른 이 새끼 데려가!”말이 떨어지자 주위에 싸늘한 총기를 든 군인들이 즉시 윤구주를 붙잡아 데려가려 했다.그가 끌려가려는 것을 눈치채고, 소채은이 덥석 달려들었다.“무고한 사람 데려가지 마세요! 조성훈은 이 사람이 죽인 게 아닙니다!”소채은은 윤구주를 잡아당기며 울었다.하지만 이내 그녀는 군인들에 의해 밀쳐지고 말았다.그렇게 윤구주는 허무하게 조신하의 수하들에게 끌려갔고 그가 잡혀가는 것을 바라보며 뒤에서 소채은이 울부짖었다.“구주야... 구주야...”윤구주가 떠나간 뒤에도 그녀는 한참이고 땅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다.그러자 옆에 있던 소청하 부부가 서둘러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채은아, 울지 말고 어서 일어나!”
“창용 부대의 조신하요?”주세호는 당연히 조신하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표태훈의 말처럼, 조신하는 창용 부대의 중령이다. 주세호가 아무리 돈이 있다 하더라도 직접 군부대에 있는 사람과는 맞서지 못했다.그러나 그것도 잠시, 주세호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창용 부대의 사람이 저하를 잡다니? 허허! 이번에 꽤 볼만한 구경거리가 생겼군요! 표 집사님, 즉시 제 전세기를 타고 남부 군관구로 가서 박창용 사령관을 찾으세요!”“동시에 박 사령관님께...”주세호는 표태훈의 귀에 속삭이며 몇 마디 했다.그 말을 들은 표태훈이 깜짝 놀라 놀라서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제가 얼른 처리하도록 하죠!”이때, 주세호가 또 웃었다.“창용 부대라... 이번에 조신하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잘 봐야겠어!”...조씨 저택. 윤구주는 어두운 지하실에 갇혀있었고 정문 앞에는 진짜 총과 실탄을 찬 창용 부대의 군인이 서 있었다.시커먼 지하실 안에서 윤구주는 조용히 무릎을 감싸고 앉아있었다.그가 조신하에게 순순히 붙잡혀준 것은 바로 손을 쓰지 않기 위해서였다.그가 만약 손을 쓴다면, 이 한 소대의 군대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10배가 넘는 인력이 온다고 하더라도 윤구주를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스스로 이곳에 갇힌 이유에 관해 묻자면, 윤구주는 이 조씨 가문이 도대체 얼마나 능력이 있는 가문이 알아보기 위해서였다.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지나간다.얼마쯤 지났을까, 발걸음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바로 조신하와 조도철이었다.입구의 경비병은 조신하를 본 후 곧장 군례를 올렸다.“그 자식은?”조신하가 물었다.“안에 있습니다!”“문 열어!”“예!”와르르! 철문이 열리자 조신하는 조도철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지하실 안에서 윤구주는 여전히 조용히 앉아있었다.두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그에게도 시선을 돌렸다.“이 짐승 새끼, 네가 어떻게 죽는지 똑똑히 지켜보라고! 감히 내 아들을 죽이다니, 내가 반드시 너에게 열 배, 백 배로 갚아 줄 거야!”
윤구주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조신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이 개자식아! 네가 뭔데 감히 우리 총사령관님 성함을 마음대로 불러? 난 지금 바로 너를 이 자리에서 총살할 수도 있어, 알아?”“날 쏴? 정말 그럴 수나 있고?”윤구주가 피식 냉소하자 조신하는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창용 부대의 중령으로서 지금 윤구주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그는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여봐! 이 새끼 바로 죽여!”그의 명령에 따라 밖에서 몇 명의 경비병이 들이닥쳤고 동시에 새까만 총구가 일제히 윤구주를 겨눴다.“짐승 새끼, 이건 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거야, 나를 탓할 이유가 없다고!”이윽고 경비병들이 총을 쏘려는 찰나, 윤구주가 갑자기 이렇게 소리 질렀다.“산과 강이 있기에 장대한 뜻을 걱정하지 않고 전사하여 모래밭에 나라를 세우니, 시체와 귀신이 끊임없이 쌓여 있다! 곧이어 사방에서 피의 안개가 일더니, 창용이 구주를 울리는구나!”그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리며 현장에 있던 조신하와 총을 쏘려는 경비병의 귀에 들어왔다.괴상한 시구 같은 것이 귀에 들어오자 경비병은 어리둥절해 있었다.이어 한 경비병이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입을 열었다.“우... 우... 우리 창용 부대의 군가입니다! 저자가 어떻게 우리 창용 부대의 군가를 알고 있습니까?”그렇다. 윤구주가 방금 읽은 것은 바로 창용 부대의 군가인데, 당시 그가 직접 작사한 것이었다.갑자기 들려온 군가에 창용 부대 경비병들은 물론 조신하까지 전부 어리둥절해서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너, 너 어떻게 우리 창용 부대의 군가를 알아? 도대체 정체가 뭐야?”조신하가 성난 목소리로 묻자 윤구주가 피식 웃었다.“말했잖아, 너는 아직 내 이름을 알 자격이 없다고! 딱 한 가지만 말할게, 박창용더러 날 보러 오라 전해. 어쩌면 너도 죽음을 면할 수 있을지 몰라.” 조신하는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기 시작했다.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앞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그의 정체를 어떻게
주세호가 100여 명을 데리고 조씨 저택 전체를 포위했다는 소식을 듣자 조도철의 얼굴빛이 더욱 확 변했다.옆에 있던 조신하도 말이다!“젠장! 주세호 미친 거 아니야? 우리 조씨 집안이 무슨 DH 그룹과 원한 맺은 일이 있다고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포위를 해?!”조도철이 또 한 번 포악하게 울부짖었다.“형님 겁내지 마세요! 제가 있는 걸 알면 누구도 감히 저희 조씨 가문을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가자! 나가보자!”조신하가 이렇게 말하자 조도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들은 이 캄캄한 지하실을 떠났다.한편 조씨 저택 대문 입구.새까만 복장 차림의 사람들이 조씨 저택을 물샐틈없이 에워쌌다.그리고 그 선두에 선 사람은 강성 제일의 갑부 주세호였다.그때, 조씨 저택 대문이 우르릉하며 천천히 열렸다.뒤이어 조신하를 필두로 조도철, 그리고 진짜 총과 실탄을 든 경비병들이 따라 나왔다.경비병들이 나오자 이들은 일제히 손에 든 총기를 들고 주세호와 모든 경호원들을 겨냥했다.하지만 주세호는 꿈쩍도 하지 않고 여전히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서 있었다.“강성 제일의 갑부이신 주 회장님께서 무슨 바람으로 갑자기 저희 조씨 저택을 찾아오신 건지... 그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저희 집을 포위하시면서 말이죠.”조도철은 밖으로 걸어 나오자마자 입을 열었다.그러자 주세호가 냉담하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조도철 씨, 이왕 직접 온 거 이유라도 말씀드리죠. 혹시 소씨 저택에서 사람 한 명 잡아 왔습니까?”이 말을 들은 조도철이 피시 냉소했다.“사람을 잡아 왔다니요? 주 회장님께서 무슨 얘기를 하시는지 당최 모르겠군요!”“시치미 떼지 마십쇼! 저도 더 숨기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잡은 사람은 바로 나 주세호의 은인이에요! 더군다나 나 이 주세호가 생애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시지요! 한마디 충고하겠는데 눈치가 있으면 빨리 그자를 풀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곧 파국을 맞게 될 겁니다!”곧이어 조도철이 하하 웃기 시작했다.“아
조신하는 차갑게 얼어붙었다.“그래서요?”“좋습니다, 후회하지 않으시면 됐어요. 이봐! 여기 조씨 저택을 전부 포위하도록 해!”주세호의 명령에 백여 명의 경호원들이 일제히 조씨 저택 대문을 에워쌌다!뒤이어 그들이 포위 공격하려 하자, 조신하도 포악하게 외쳤다.“경비대! 준비해! 오늘 밤, 누가 감히 한 발짝이라도 나서는 자가 있으면 전부 사격하라.”와르르! 경비병들은 기관단총을 들고 주세호 쪽의 경호원들을 겨누었다! 대치가 시작된 것이다!하지만 주세호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는 오늘 조씨 가문이 반드시 멸망할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구태여 다른 이유도 없었다. 그들은 구주의 왕을 지하실에 가두지 않았는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절차다.바로 이때였다. 파란 하늘에서 전투기 엔진 소리가 하늘을 가로질렀고, 마치 고막이 부서질 것 같은 엄청난 굉음이 울렸다.굉음이 들려오는 순간 주세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왔다!”이 말이 나오자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먼 하늘에서 10여 대의 최신형 젠31 전투기가 마치 비룡처럼 하늘 위에서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창용 부대의 중령인 조신하는 굉음을 내는 이 엔진 소리를 듣자, 순식간에 안색이 굳어졌다.“이... 이건... 젠31 전투기? 뭐야? 창용 전투기 부대가 출동한 거야?”조신하가 충격 속에 머무는 동안, 하늘에서 16대의 젠31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강성을 향해 날아왔다!그 시각, 수많은 강성시민들도 전투기 무리를 목격했다!“전쟁인가? 왜 갑자기 이렇게 많은 전투기 무리가 강성시 하늘 위에 나타났을까?”모든 이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가운데 “젠31 전투기 군” 16대가 “팰컨10” 헬기 5대를 보호하며 점차 모습을 드러냈다.그리고 그중 한 대에 붙어있는 “창용” 문양은 남부 창용 부대 총사령관의 전용기였다!조신하는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었다.“뭐야? 저건 총사령관님의 전용기잖아!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어떻게 총
황인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윤구주의 모습에 빙신전 전주는 강자에 대한 인식을 또 한 번 갈아엎어야 했다.‘인황은 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구나. 고대 화진의 인황이 구주 오방을 통일한 게 당연했어.’화진의 옛 황제들과 왕들이 힘을 발휘하자 공중에 화진의 기운이 모여들었다. 그 기세가 하늘을 뚫고 천지를 뒤흔들었다.힘이 약한 사악한 괴물들은 이미 소멸되었고 강력한 파라오는 무제의 창에 찔려 다시 흙 속으로 돌아갔다. 당국의 왕은 다른 고대 문명의 신을 단칼에 베어 죽였다.사악한 기운마저 이 황제들과 왕들에 의해 정화되고 있었다.이제 헨드리에 남은 적은 타이탄 신뿐이었다.사악한 기운에 빙의된 고대 신들과 달리 타이탄 신은 실체를 가진 수련자들이었다.술법을 쓰지 못하지만 몸을 절정의 경지에 이르게 단련한 그들은 무적에 가까웠다. 황제들과 왕들이 이끄는 영령 군대는 타이탄 신족과의 결전에서 별다른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이 영령들은 문물과 흩어진 영기에 의존해 잠시 소환된 존재들이었기에 발휘할 수 있는 실력이 전성기의 십 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실체가 있는 수련자들을 상대하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불길을 더 크게 지펴야겠군.”“구양진용결!”“구음만상결!”“백호, 주작, 현모의 성수여 제자리로 돌아가거라.”아홉 마리 진용이 구름을 뚫고 내려와 왕도 상공에 떠 있었다.황제들과 왕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생전 진용 천자라 불렸던 그들은 용의 기운을 제어할 수 있었기에 그 기운을 마음껏 흡수했다.나머지 영령 전사들은 만상의 힘을 흡수해 한 단계 진화했다.백호, 주작, 현모의 정혈이 윤구주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세 성수가 삼각형을 이루며 세 가지 방향에 자리를 잡았다.“청룡이 부족하구나. 청룡의 정혈이 없으니 환영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어. 어쩔 수 없지.”윤구주가 청룡 성수의 환영을 소환해 나머지 한쪽을 지키게 했다. 네 성수가 모이자 천지의 영기가 배로 증가하였다.무궁무진한 영기들이 영령들의 몸속으로 스며들었고 동시에 구주군 장군들과
윤구주가 쓴 술법은 서요산의 금술에 구양진용결을 더한 것이고 인황인은 윤구주가 곤륜에서 스승들로부터 미리 전수받은 것이다.인황인을 윤구주에게 전수한 목적은 단순했다. 미래에 윤구주가 인황이 될 수 있다면 천지의 영기를 호령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고 만약 되지 못하면 인황에게 전달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인황인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술법으로 천술을 넘어 전설 속 성술에 해당하는 경지였다.마치 격렬한 태양과 같은 금빛 인장이 서서히 떠올랐다. 이것이 전설 속 인황인이었다.인황인이 응축되며 천지의 영기가 사방으로 쏟아져 나갔다.이 영기들은 헨드리가 과거 화진에서 약탈해 간 고대 유물들 속으로 스며들었다.개방되지 않은 보물관 한쪽에서 청동 검 하나가 영기를 흡수하더니 진동하기 시작했다.이상을 감지한 박물관 관장이 달려왔다.“이 검은 화진 진왕의 칼인데. 대체 무슨 일어난 거지?”진왕의 검에서 엄청난 위압을 가진 한 사람의 형상이 튀어나왔다.“과인을 깨운 자가 누구냐? 과인의 영혼은 이미 소멸했을 터. 새로운 인황이 천지 영기를 모아 과인의 영혼 잠시 소환한 모양이로군. 시간이 많지 않아서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좋다. 인황이 부른다면 과인도 황인을 받들어 다시 한번 전장에 나서겠노라. 진국의 병사들이여, 어디 있느냐?”우웅!전시관에 보관된 진국의 문물들에서 눈 부신 빛이 솟아올랐다. 영혼의 형체들이 정신을 되찾으며 하나둘씩 모습을 보였다.순식간에 천 명의 영령 군대가 결집되었다.“폐하를 뵙습니다.”“그래. 짐이 바로 천자다. 여러 장수들은 명을 들어라. 짐을 따라 관문을 나서 사악한 마귀들을 섬멸하라.”진왕이 진국 병사들을 이끌고 전시관을 뛰쳐나오자마자 바로 다른 문명에서 온 고대 사신들과 맞닥뜨려 싸움을 벌였다.지하 보물실에서는 당국의 인황이 병사를 이끌고 지면으로 뛰쳐나와 타이탄 신을 향해 돌진했다. 술법으로 깨어난 무제가 친위대를 거느리고 고대 이집트 미라 군단을 향해 돌격을 개시했다.이들은 화진의 옛 인황들이었다. 왕의
함대 지휘실에서 작전을 지시하던 명필무가 드론으로 전송된 헨드리 왕도의 영상을 확인했다.그 영상을 본 구주군 장군들은 왕도 안의 마물들이 방금 함대가 섬멸한 괴물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아챘다.“왕도의 인구가 너무 밀집해 있어서 우리에게 무기가 있어도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네.”명필무가 책상을 내리치며 분노했다.왕도가 함락되고 헨드리 수천만 명의 시민들이 괴물들에게 찢겨 죽는 한이 있더라도 명필무는 사격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일단 포격이 시작되면 그 성질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었다.방금과 같은 조건에서만 명필무는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사령관님, 저하께서 금방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이 해역을 잘 지키고 헨드리 왕도의 위기가 해결되면 구조를 위해 왕도 항구 안으로 진입하라는 명령입니다.”구주군의 한 장군이 윤구주로부터 온 전음을 명필무에게 전했다.“오? 그 말은 구주왕께서 이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거로군.”명필무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윤구주가 어떤 방법을 쓸지 알 수 없었지만 화진의 인황인 그에게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라 믿었다.한편, 헨드리 왕도의 빙신전 수련자들은 한창 고전 중이었다.현모는 혼자 성수인을 발동해 수백만 헨드리 민간인들을 보호하고 있었다.성수인으로 형상화된 성수의 금빛은 점점 희미지고 있었는데 이는 현모의 정기가 고갈되어 버티기 힘들어졌음을 의미했다.가장 처참한 이는 빙신전의 전주였다. 그는 정혈을 끌어내어 목숨을 걸고 회의실을 지키고 있었다.“구주왕님, 저는 이미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차피 이 천술대진이 깨지면 저도 죽을 목숨이니 마음대로 하십시오.”빙신전 전주가 큰 소리로 소리쳤다.그가 저항을 포기하려던 순간 회의실 건물 옥상에 있던 윤구주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윤구주가 손에 들고 있던 동화책을 높은 하늘로 던지며 뭐라 외치자 동화책은 화려한 자색 빛을 뿜어냈다.동화책은 한 장씩 풀려나갔고 페이지마다 고대의 신비로운 부호가 가득 새겨져 있었다.“팔기지, 천주금술.”“팔기지, 부자
헨드리는 술법으로 깨어난 괴물들에게 점령당한 듯했다.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던 괴물들이 인간 세상을 배회하고 있어 마치 진정한 세계의 종말이 온 듯해 보였다.부활한 고대의 사악한 영혼들이 곳곳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타이탄 신들마저 인간 세상에 강림하자 헨드리는 완전히 절망에 휩싸였다.괴물들이 너무 많아 황혼 기사단과 빙신전의 인원들이 전부 동원되었음에도 그들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괴물들과 타이탄 신들이 함께 회의실을 향해 미친 듯이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빙신전의 전주가 홀로 현빙전법을 구축하고 여러 가지 법기를 동원해 연이어 금술을 펼쳤다. 그는 정말로 최선을 다했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어마어마한 수의 괴물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구주왕님, 어서 나서 주십시오. 이대로라면 저도 더는 버틸 수 없습니다.”빙신전의 전주가 서둘러 윤구주에게 전음을 보냈다.사실 현재 난동을 부리고 있는 괴물들은 빙신전 전주 같은 강자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었지만 윤구주와의 협약이 있었기에 도망갔다가는 참혹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일단 버텨라. 아직 가장 위험한 순간이 아니다.”윤구주가 전음으로 대답했다. 그의 전법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르렀기에 다른 일에 정신을 팔 수 없었다.웅!헨드리 상공에 세 가지 수력이 연이어 나타났다. 백호, 주작, 현모 세 사람이 성수인을 발동시키자 세 성수의 화신이 세상에 강림했다.현모는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헨드리의 민간인들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했다.주작은 깃털의 수호신과 하나가 되어 붉은 그림자로 변해 괴물들 사이를 누비며 암살 기술로 수백 마리의 괴물들을 처리했다.그들 중 성격이 제일 괴팍한 백호는 가장 강한 괴물들만 골라 싸웠다.다른 이들에게 이곳은 지옥이었겠지만 싸움을 즐기는 백호에게 괴물들이 가득한 헨드리는 천국이나 다름없었다.슈욱!백호와 한 타이탄 거신이 맞붙었고 두 사람은 고층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며 싸우기 시작했다. 수많은 약한 괴물들이 두
그 사령들의 목표는 각 제단 주변의 고대 문물들이었다.하늘에 소용돌이가 나타나자 사방에서 검은 기운이 벽을 이루며 헨드리를 봉쇄했고 순식간에 헨드리와 외부의 연결이 끊겼다.사령이 빙의되며 고대 문명의 신들이 부활했다.지하 동굴에서는 무수한 죽은 자들이 석관을 부수고 나왔다. 괴이한 빛을 내는 해골들이 성전 기사들과 윌리엄이 이끄는 특수 부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더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성전 기사단장이 앞장서자 다른 기사들도 죽음을 각오하고 해골들과 맞붙었다.윌리엄이 이끄는 특수 부대도 열심히 싸웠지만 열병기로는 해골에게 피해를 주기 어려웠다. 불꽃만 일으킬 뿐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폭발이 가능한 화약만이 미약한 피해를 줄 수 있었다.격전이 시작되었다. 앞장선 기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이 고대 신들을 막아내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해골들은 무적일 뿐만 아니라 고대 신술까지 사용할 줄 알았다.신술때문에 수많은 성전 기사들이 폭사하거나 중상을 입었다.윌리엄의 특수 부대 역시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박물관에서는 파라오와 그의 미라 하인들이 부활했는데 가장 무서운 것은 그들의 대제사장이 파라오 본인보다도 더 강력하다는 점이다.“망할! 저 극 신급 절정 후기 대제사장은 황자에 근접한 실력을 갖췄어.”양쪽의 실력 차이가 엄청 낫기에 청해는 미간을 찌푸리고 이겨낼 방법을 찾고 있었다.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맞서야 했다.차가운 기운이 응집되며 박물관 전체가 얼어붙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모래가 얼음을 깨고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뜨거운 모래는 주변의 차들을 얼음처럼 녹여버렸을 뿐만 아니라 지면까지 녹여버렸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수많은 기사도 뜨거운 모래에 삼켜져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구주군의 한 장군도 심한 화상을 입었다. 윤구주가 전수한 공법이 없었다면 그도 기사들과 함께 모래 속에 묻혔을 것이다.같은 상황이 헨드리 왕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헨드리가 세계 각지에서 약탈해온 고대 문물들이 모두 부활한
윤구주는 단숨에 빙신전 전주의 머리 위로 점프했다. 그 신주의 위치보다 더 높은 곳에 선 것이다.이 순간 현장 모든 이들의 시선이 윤구주에게 집중되었다.“저 사람은 누구지?”“화진 사람이야!”“오 마이 갓. 저분은 화진의 구주왕이다!”윤구주는 구주에 이름을 떨친 인물로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했다. 그가 건물 옥상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헨드리 인들은 그를 알아보았다.신에 대한 감정은 주요하게 공포였지만 인간계 최강의 전투력을 상징하는 유일무이한 존재인 구주왕은 그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헨드리 왕도 상공에서 어두운 구름이 지면으로 점점 내려앉고 있었다. 이 음기는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고 음기에 휩싸인 왕도는 겨울이 온 것처럼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이때 지휘실에서는 정보 요원들이 모니터 화면으로 각 곳에 만들어진 제단을 주시하고 있었다.황혼 기사단과 빙신전 소속 인원들이 각 제단 현장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봉인을 강화하고 있었고 제단 밖에도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이 요원들은 현재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예감한 나쁜 일은 반드시 현실이 되는 법이었다.이때 갑자기 지하 동굴에 있는 한 제단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성전 기사단이 봉인용으로 사용한 법기는 순식간에 부식되었고 반응할 틈도 없던 수많은 기사가 검은 기운에 삼켜졌다. 모니터 화면 너머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정보 센터의 모든 요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공포에 질렸다.성전 기사들은 단지 육체를 단련한 수련자들일 뿐이었기에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성전 기사단장의 법기만이 간신히 검은 기운을 막아냈고 윌리엄이 이끄는 특수 부대와 기사들은 모두 단장 주변으로 모여 목숨을 부지했다.검은 기운이 퍼지며 동굴의 석관 묘지 안으로 스며들었고 그 후 세상이 조용해졌다.모든 것을 부식시키던 검은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묘지는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만큼 고요했다.“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윌리엄은 거의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고 다른 병
그 꼭두각시에서 한 줄기 정기가 흘러나오더니 천지의 기운을 끌어모아 온도가 급격히 상승했다.천현수의 경고로 주작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라 즉시 모든 암부 대원들을 데리고 멀리 대피했다.쿵!화염이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고 열기가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며 놀라운 파괴력을 보였다.화염이 사그라든 후 반경 수백 미터가 평지로 변해 있었다.만약 주작이 문아름을 공격했다면 주변 암부 대원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 자신도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개 같은 년. 기다려라. 언젠간 내가 너를 인지로 만들어주마. 죽어달라고 빌게 할 거야.”주작이 악에 받쳐 저주를 퍼부었다.천현수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여자란 정말 무서운 존재구나. 사대 군신 중에 정상인은 하나도 없어.’윤구주는 이쪽에서 일어난 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신념술로 모든 것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대세는 거스를 수 없어. 문아름, 너도 그걸 잘 알고 있을 건데? 그런데도 너는 하늘의 뜻을 여러 번 거슬러왔지. 너는 하늘의 뜻 엿볼 수 있으면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였어. 이것이 바로 너의 가장 큰 약점이야. 네가 날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나 역시 너를 잘 알고 있어.’윤구주는 마음속으로 말했다.문아름의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상대가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면 더는 손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윤구주는 이런 것들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길을 막는 자가 있으면 전부 죽여버릴 뿐.이때 회의실에서는 다시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설윤이 헨드리의 왕이 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공중에 떠 있던 빙신전 전주는 회의실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구주왕님, 뭔가 이상합니다. 아사 신전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겁니까?”“청해 이 멍청한 놈. 뭔가 발견한 게 있으면 당장 보고하라.”빙신전 전주가 청해에게 전음을 보냈다.청해는 지금 윤구주를 따라다니는 중이었기에 빙신전 전주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문아름은 남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데 능통했고 윤구주 부하들의 약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천현수의 말을 들은 문아름이 감탄하며 말했다.“천현수 씨는 자기를 잘 알고 있어서 똑똑한 척하지 않죠. 그래서 천현수 씨를 여러 번 스카우트하려 했지만 실패했었죠. 아주 마음에 들어 죽이기 아까울 정도였어요.”이 말을 들은 천현수는 미소를 지었다.“문아름 씨는 너무 위선적이에요. 왜 저희가 문아름 시를 싫어하는지 아세요? 소채은 씨는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소채은 씨 본인도 우리 저하처럼 순수한 사람이에요. 문아름 씨는 소채은 씨보다 한참 못해요. 저를 죽이기 아까웠다니. 하하. 제가 자신을 잘 안다고 말씀하셨죠. 저는 무도도 제대로 못 배우고 수련은 더욱 길을 못 찾았으니 아무리 영리해도 재능에 구속되어 큰일을 맡기엔 부족한 인물이에요.”그를 죽이지 않은 건 사실 천현수가 문씨 가문에게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윤구주가 왜 권모술수를 쓰지 않는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실력이면 어떤 술수도 짓밟을 수 있었다.“천현수,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설마 저하께서 이 망할 년이 온 걸 알고 계셨다는 거야?”주작이 이를 갈며 물었다.천현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의 대장님도 똑똑한 사람이었지만 문아름의 말에 흥분해 이성을 잃은 것이었다.“저하께서 나타나지 않으신 건 문아름의 본체가 이곳에 없다는 뜻이에요. 저하께서 여기 계시는데 문아름이 감히 나타날 수 있을까요? 이전에 빙신전 부전주가 우리에게 투항했을 때도 문아름은 놀라 죽을 뻔했잖아요.”빙신전 부전주는 투항하자마자 문씨 가문의 행적을 윤구주에게 보고했다. 윤구주가 설산으로 가서 문씨 가문을 처리하지 않은 이유는 문아름이 이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이미 도망쳤기 때문이었다.나중에 암부가 설산 깊숙이 들어가 조사한 결과도 이 추측을 입증했다. 문씨 가문 사람들이 급히 떠나면서 대량의 일족들을 설산에 버려 얼어 죽게 놔두었다.“이 망할 자식들. 저하께서 서울로 돌아가시기 전에
이 광경을 본 문아름의 마음은 비통함으로 가득 찼다.주작은 더욱 크게 웃으며 말했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더니. 문씨 가문의 개들은 다 똑같은 놈들이로군요. 유라비아의 기사회 여러분. 화진의 무예를 배워보고 싶지 않았습니까? 저 문씨 가문 사람들은 화진 무도의 고수들입니다. 그들을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주작은 마치 문씨 가문이 문아름을 버릴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전음을 내렸다. 수많은 기사가 숨어있던 곳에서 날아와 문씨 가문 고수들을 향해 돌진했다.문씨 가문 사람들은 무도 고수들이지만 이 기사들은 일정한 의미에서 수련자들이었다.게다가 그 기사들은 법기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문씨 가문 고수들은 이렇게 좋은 병기를 사용한 적 없었다.격전 끝에 문씨 가문 고수들이 모두 제압당했고 남은 몇 명도 암부에 섬멸당했다.“이제 문아름 씨 혼자 남았군요. 재미있죠? 문아름 씨가 한 짓 그대로 돌려받네요. 예전에 그쪽이 우리 저하를 배신했듯 이제는 문아름 시가 문씨 가문 일족에게 배신당하는군요. 이 모든 게 문아름 씨가 자초한 일입니다.”주작이 사납게 욕을 퍼부었다.“그래요. 주작 씨 말이 맞아요. 이런 결말은 제가 치러야 할 대가죠. 하지만 구주가 구주왕으로 남는 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해도 구주는 우리 문씨 가문의 적일 겁니다. 어쨌든, 저와 구주는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이입니다. 저는 구주를 사랑한 걸 후회하지 않아요. 구주도 저를 사랑한 걸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구주를 배신했지만 동시에 구주에게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줬죠. 그 기술은 쓰지 않을 수 있어도 방어할 줄은 알아야 한다고. 그 덕분에 구주도 저에게만 졌을 뿐 다른 사람의 계략에 넘어간 적 없었잖아요.”감정에 젖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문아름의 표정은 주작의 이를 갈게 했다.화가 잔뜩 난 주작을 바라보고 있는 문아름의 눈동자에 교활함이 스쳐 지나갔다.그렇다. 그녀는 주작의 마음을 이용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작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 여자는 수단이 잔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