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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말해!”

이승하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얇은 입술이 그녀의 뺨에 닿기까지 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했지만 이승하는 그녀의 뒤통수를 감싼 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설명할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야!”

그의 듣기 좋은 목소리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뒤섞여 서유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앞에는 이승하, 뒤에는 김시후, 그녀는 중간에 끼어 죽기보다 못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설명할 것도 없어요. 언제부터 알았든 이 대표님과 상관없잖아요.”

그녀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이승하가 인내심을 잃어갈 무렵에야 비로소 이 한 마디를 꺼냈다.

“나랑 상관이 없다...”

이승하는 차가운 목소리로 이 한 마디를 반복하더니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칼로 깎은 듯한 정교한 얼굴이 다가오자 서유는 순간 심장이 반 박자 빠지는 것 같았다.

그의 입술은 당장이라도 키스할 것처럼 그녀의 붉은 입술에 바짝 다가왔다.

서유는 이승하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조금 두렵기도 하고 조금 찔리기도 했다.

그녀가 손을 꽉 쥐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이승하가 갑자기 차갑게 말했다.

“김시후가 바로 송사월이니까 날 속인 거지? 내가 두 사람의 과거를 아는 게 싫어 거짓말을 했지. 맞지?”

그의 말은 마치 폭탄처럼 서유의 마음속에서 폭발했다.

‘김시후가 송사월이라는 것을 벌써 알아챘다고? 역시 이 사람 앞에서 잔꾀를 부리면 안 되겠네.’

그의 두뇌와 능력은 보통 사람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입을 꾹 다문 그녀의 모습은 이승하의 추측을 인정하는 셈이었다.

이승하는 원래 떠본 말이었지만, 김시후가 진짜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송사월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승하가 알고 있는 김씨 가문과 관련된 명문가의 비화는 몇 년 전 잃어버린 둘째 도련님을 5년 전에 찾아낸 것뿐이었다.

서유는 5년 전에 몸을 팔기 시작했고 김시후는 5년 전에 되찾았으니 시간이 딱 맞아떨어졌다. 게다가 두 사람이 오래 알고 지냈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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