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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이런 이승하의 모습에 소수빈은 갑자기 걱정이 앞섰다.

이승하는 항상 감정 조절에 능한 사람이었지만 서유 때문에 이미 여러 번 통제력을 잃은 적이 있었다.

“대표님...”

소수빈은 이승하가 이미 서유와 헤어졌으니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것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말을 내뱉자니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고 이승하에게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유는 이승하의 첫 번째 여자였다. 침대에서 오랫동안 괴롭혔으니 아마 어느 정도 정이 들었을 테고, 쉽게 내려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승하는 말을 잇지 못하는 소수빈을 보고 나서야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고 애썼다.

그는 눈에 가득 찬 한기를 거두고 자료를 다시 소수빈에게 던졌다.

“분쇄기로 갈아 버려.”

차가운 목소리, 아무런 감정도 깃들지 않은 그의 모습은 마치 무정한 이승하로 돌아간 듯했다.

소수빈은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책상 위의 자료를 들어 분쇄기에 넣었다.

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고, 소수빈은 이승하의 동의를 받고서야 돌아서 문을 열었다.

“대표님.”

심사위원장 여진우가 들어왔다.

“입찰 끝났습니다. 심사위원들 만장일치로 화진 그룹에게 투표했습니다.”

여진우는 깍듯하게 인사한 후, 입찰 결과를 보고했다.

“화진 그룹?”

이승하는 차갑게 웃더니 안색이 좀 굳어졌다.

여진우는 이승하가 화진 그룹에 대해 의견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서둘러 말했다.

“투표 결과는 아직 공표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대표님께 개발권을 어느 그룹에 넘길 것인지 물어보려고 찾아왔습니다.”

“다른 그룹의 입찰서는요?”

“여기 있습니다.”

여진우는 손에 든 입찰서를 재빨리 이승하에게 넘겨주었다.

이승하는 오후에 현장에 없었으니 다른 그룹의 입찰 정황을 몰랐다.

그가 업무를 보고하러 왔으니, 당연히 오후에 진행된 다른 그룹의 입찰 서류를 챙겨왔다.

이승하는 파일을 대충 뒤적거리더니 견적서와 다양한 매개 변수를 확인했다.

불과 몇 분 만에 이 회사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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