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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소문난 바람둥이인 이연석이 조만간 안희연과 헤어질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헤어질 줄은 몰랐다.

그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내가 실연당하게 한 것도 아닌데 왜 날 찾아온 거야? 어이가 없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비틀거리며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짙은 술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자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코를 꼬집었다.

“가까이 오지 말아요. 어우 술 냄새.”

그러나 그는 기어이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 위에 받치고는 그녀를 자신의 품에 가두었다.

그는 아이처럼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칭얼댔다.

“당신 때문에 안희연과 헤어지게 된 거예요.”

그 말에 정가혜는 눈을 흘겼다.

“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 거예요? 토할 데가 없으니까 일부러 나한테 온 거죠?”

그녀는 뾰족한 손톱을 들어 그의 관자놀이에 대고 세게 찔렀고 이내 그의 머리가 그녀의 어깨에서 미끄러졌다.

그 기회를 틈타 그녀는 그를 밀어냈고 인사불성이 된 이연석은 그녀의 손길에 몸을 휘청거리더니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뒤통수가 별장 입구의 화분 가장자리에 부딪혔다.

곧이어 도자기 조각이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 광경에 정가혜는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그러나 그는 전혀 아픔을 느끼지 못하였고 맑고 깨끗한 두 눈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 좀 일으켜줘요. 더러워...”

아무 일도 없는 듯한 그의 모습에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혼자 일어나요. 그리고 빨리 돌아가요. 나한테서 이러지 말고.”

늦게 전해진 고통에 그는 한참 동안 머뭇거렸고 그 고통이 점차 뇌신경으로 전달되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뒤통수를 만졌다.

미지근한 액체가 손에 닿자 그는 손바닥을 펴고는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피가 나는지 좀 봐줘요.”

손에 가득 찬 피를 보고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서둘러 그를 부축하면서도 그에게 재수 없는 인간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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