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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자신만의 흔적을 새기려는 듯 그가 그녀의 어깨를 꽉 물자 어깨에서 진한 고통이 전해졌다.

그녀는 아픔을 참으며 고개를 돌리고는 빨간 눈을 하고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이승하 씨, 당신이 이러면 난 당신을 더 원망할 거예요.”

그녀의 말에 흠칫하던 이승하는 상관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럼 원망해. 날 원망하라고. 최소한 당신 마음에 내가 있다는 뜻이니까.”

짙은 눈 밑에 차가운 기운으로 가득 찼다. 이내 그가 고개를 떨구고 그녀의 어깨를 더욱 세게 물었다.

엄청난 고통에 서유는 식은땀을 흘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 듯이 그녀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잠시 후, 만족할 때까지 물고 난 뒤에야 남자는 그녀를 놓아주었고 차가운 그의 손끝이 그녀의 맨살을 가로질렀다.

“이제는 아이를 가릴 차례야.”

말을 마친 그는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자신의 몸 위에 앉히고는 그녀의 허리를 눌렀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었을 때 그가 광기가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미친 듯이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는 그가 주는 고통을 오롯이 받아내고 있었다. 그날 밤, 그를 떠나고 싶다는 그녀의 마음은 더 굳어졌다.

결국, 그녀는 비행기를 놓쳤고 그는 그녀를 밤새도록 괴롭히다가 그녀가 기절하고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다음 날 아침, 정신을 잃었던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떠보니 그가 침대 앞에 있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조용히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깼어?”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허우적거릴 힘도 없이 온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모습에 이승하는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해 앉힌 뒤 백합죽 한 그릇을 들고 다가왔다.

그는 죽을 휘저으면서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서유, 내가 만든 죽 좀 먹어봐.”

그는 한 숟가락 떠서 그녀의 입술 앞에 가져다 댔다. 죽을 건네주는 그의 모습을 보며 흐릿한 그녀의 눈망울에 실망감이 가득 찼다.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는 그녀를 보고 이승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서유, 지난번처럼 내가 먹여줘야 먹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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