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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서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가 이런 말까지 할 줄 전혀 몰랐던 눈치였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믿을 수 없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승하 씨, 사실 당신은 날 그토록 사랑하는 거 아니잖아요. 뭐 하러 굳이...”

그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내 마음을 꺼내서 당신한테 보여줘야 내가 당신을 정말 사랑한다는 걸 믿을 거야?”

그동안 그가 몸을 던져 자신을 구하고 세심하게 보살폈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랑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 하지만 그녀를 얻은 뒤에 차갑게 변했던 그의 모습도 진실이었다.

어젯밤의 일을 겪고 나니 그는 지금 뜨겁게 달아오르는 단계인 것 같다. 그녀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가 어떤 단계에 있든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었고 쓸데없이 얽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서유는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그의 손을 밀어내고는 가방에서 카드 두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이젠 돌려줄게요.”

카드를 보고 이승하는 두 눈이 빨개진 채 온몸이 굳어졌고 차갑게 식어갔다.

그가 한 쪽 무릎을 꿇은 채 그녀의 앞에 비굴한 자세로 앉아 있다. 그러나 태생부터 고귀한 그는 마치 하늘에서 끌려 내려온 신선처럼 전혀 비천해 보이지가 않았다.

그가 손을 들어 다시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절망적인 이승하는 실소를 터뜨렸다.

“서유, 그동안 당신한테 난 뭐였어?”

서유는 그를 쳐다보며 차갑게 대답했다.

“그냥 가볍게 만난 거예요. 뭘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여요?”

그녀는 그에게 일말의 희망도 주지 않았다. 마치 지옥에서 혼을 거두러 온 저승사자처럼 매정했다.

우뚝 솟은 그의 몸이 순식간에 아래로 가라앉았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가 한 손으로 소파를 짚고 고개를 살짝 젖힌 채 연민조차 없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냥 가볍게 만난 거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

그는 차갑게 웃었다.

“그러니까... 당신은 나랑 잠자리를 하면서도 송사월한테 전혀 미안한 마음이 없었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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