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병원 입구에 멈춰 섰고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응급실로 뛰어갔다. 병원 원장은 특별 전화를 받자마자 급히 달려왔고 혼수상태에 빠진 그녀를 응급실로 밀어 넣었다. 이승하는 차가운 바닥에 앉아 넋이 나간 얼굴로 굳게 닫힌 응급실의 문을 쳐다보았다. 잠시 후, 안에서 원장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제야 고개를 들고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이 대표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영양실조에 걸린 상태에서 몸이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갑자기 의식을 잃은 겁니다. 별일 아닙니다.”그의 말에 무감각했던 그의 심장은 그제야 조금이나마 온기를 되찾았다. 그는 고개를 들고 원장을 쳐다보았다.“다른 데는요?원장은 상냥한 말투로 그를 안심시켰다. “다른 곳은 별문제 없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그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살짝 웅크린 채 답을 알면서도 결국 한마디 물었다.“임신했습니까?”흠칫하던 원장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서유 씨는 아이를 갖기 힘든 사람입니다.”얼굴이 창백해진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왜죠?”그의 물음에 원장은 사실대로 대답했다.“피임약을 너무 많이 먹은 탓도 있고 게다가 신체적인 상처가 큽니다. 또한 지금 먹고 있는 약의 부작용도 큰 편이고요.”피임약...이 세글자가 그의 심장을 후려쳤고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핏기가 전혀 없어 보였다. 아이를 갖고 싶었고 그녀를 곁에 남겨두고 싶었다. 그러나 예전에 저지른 잘못 때문에 그의 희망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는 실소를 터뜨리더니 이내 눈가가 촉촉해졌다. 평소에 늘 카리스마 넘치던 이 대표가 이런 낭패한 모습을 보이자 원장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 대표님...”이승하는 눈물을 삼키고 싸늘한 눈빛으로 원장을 쳐다보았다. 그의 차가운 눈빛에 원장은 눈치껏 이내 자리를 떴다.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고민에 빠져있던 그는 벽을 짚고 일어나 병실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병실 안, 침대에 누워있는 서유는 이미
그녀는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승하 씨, 내가 당신의 아이를 낳으면 그땐 날 보내줄 건가요?”고통에 빠져있던 남자는 그녀의 말에 몸이 굳어졌고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쳐다보지 못하였다.그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한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아이를 낳을 수 있어요. 아이를 낳고 나면 그땐 떠나게 해줘요.”이승하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고 온몸이 차가워졌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핏기 하나 없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그는 숨이 막힐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한참 동안 그녀를 쳐다보던 그가 차갑고 떨리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아이 낳지 마. 당신... 보내줄게.”마지막 한 마디를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어렵게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 그가 미련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포기하고 싶지 않지만 그녀를 어쩔 수 없이 놓아줘야만 했다. 처음부터 그녀를 다치게 한 사람은 그였다. 그녀한테서 엄마가 될 자격을 빼앗아버린 사람도 그였다. 이런 치명적인 잘못은 평생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이리 늘 불행한가 보다. 이 모든 건 다 그가 스스로 자초한 것이었다. 그러니 누구를 탓하겠는가?서유는 의아한 표정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를 쳐다보았다.‘날 보내준다고? 아이도 낳을 필요 없이? 내가 정신을 잃었던 것 때문에 이러는 건가?’그가 왜 갑자기 허락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그럼 나 언제 떠날 수 있어요?”이승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몸이 회복되면 공항에 데려다줄게.”그 말에 서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동안 살이 많이 빠진 그녀를 보고 이승하는 자신이 큰 잘못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는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미안해. 당신한테 그런 약 먹게 해서. 아이를
한참 동안 묵묵히 그녀를 지켜보던 이승하는 천천히 그녀의 손을 놓아주고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떠났다. 별장으로 돌아온 그는 부엌으로 가서 백합죽 한 솥을 끓였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위해 죽을 끓이는 것처럼 온갖 정성을 쏟았다.죽을 다 끓인 후 그는 도시락통에 죽을 넣고 그녀가 좋아하는 반찬 몇 가지를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그가 돌아왔을 때, 피곤했던 서유는 이미 한잠 자고 일어난 상태였다.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 병실로 들어오는 그를 발견하고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승하는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침대 위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작은 그릇을 하나 꺼내 백합죽 한 그릇을 담았다. 그는 침대 옆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서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배 많이 고프지?”그녀는 눈초리를 가늘게 떨며 대답이 없었다. 이승하는 침대를 일으키고 죽 한 숟가락을 떠서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입도 벌리지 않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그녀의 모습에 이승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조금이라도 먹어. 그래야 빨리 회복하지.”그녀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듯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했다.서유는 입을 벌리고 그가 건넨 죽을 조금씩 먹었다. 그녀에게 죽을 먹이고 그는 반찬을 몇 가지 집어 그녀에게 주었다. 서유는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 그가 주는 대로 다 먹었다. 두 사람은 그동안의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돌아간 듯 평온해 보였다. 그러나 이 평온한 겉면 아래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는 그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잠시 후, 그녀가 거의 다 먹은 것을 보고 이승하는 그릇을 내려놓고 눈을 치료하는 약을 꺼내 그녀의 입에 가져다 댔다.“약 먹어.”서유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천천히 입을 벌렸고 약을 입에 넣자마자 그가 물을 건네주었다.물 한 모금을 마시고 약을 모조리 삼키자 그가 휴지를 꺼내 그녀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이전의 광기 어린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한없이 다정다감한 그였
며칠 동안 서유는 병원에서 링거를 맞았고 이승하는 그녀의 옆에서 세심하게 그녀를 돌보았다.퇴원 당일, 그녀가 욕실로 들어가 씻는 동안 이승하는 버티지 못하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밖에서 지키고 있던 경호원이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대표님, 괜찮으십니까?”그는 경호원을 밀어내고 한 손으로 벽을 짚으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차 대기시켜.”그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경호원은 그의 분부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병실을 나갔다. 이승하는 소파에 앉아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피로가 가득한 얼굴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잠시 후, 욕실을 나온 그녀는 몸이 불편한 듯 눈을 감은 채 소파에 앉아있는 그를 발견하였다. 그녀는 옷을 껴안고 그를 향해 다가갔고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머리가 아파. 조금 앉아 있다가 별장에 데려다줄게.”서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다시 한번 쳐다보며 물었다.“의사 선생님 불러줄까요?”그녀의 물음에 그는 손을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말을 마치고는 이내 눈을 감았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돌아서서 병실에 있는 옷가지를 챙겼다. 잠시 후, 경호원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대표님, 차 준비되었습니다.”다시 눈을 뜬 이승하는 경호원에게 자신을 부축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의 옆에서 오랫동안 그를 보필해 온 경호원은 그의 눈빛 하나만으로 이내 그의 뜻을 알아차렸고 냉큼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이승하는 경호원의 부축을 받아 소파에서 일어나 몸을 안정시킨 후 등지고 서 있는 서유를 향해 걸어갔다. “짐은 다 썼어?”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닥에 있는 상자를 들어 올리려고 손을 뻗었다. 바로 그때, 이승하가 그녀를 막아서며 다정하게 말했다. “이런 건 경호원들 시켜.”말을 마친 그는 그녀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에 올라탔다.그는 경호원들에게 짐을 정리하라고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와 함께 더 있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 걸지도 모른
차는 곧 공항에 도착하였고 서유가 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그가 그녀의 손을 빠르게 잡아당겼다.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쥐고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데려다줄게.”그녀가 말을 하려할 때 그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당신 배웅하고 갈 거니까 거절하지 마.”그는 그녀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고 경호원에게 그녀의 물건을 가져오라고 한 후 직접 그녀를 공항 안까지 데려다주었다.공항 안에 앉아 있는 심이준을 발견한 그녀는 고개를 살짝 들고 옆에 있던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이쯤에서 돌아가요.”이내 그녀가 한 마디 더 보탰다.“그동안 고마웠어요.”말을 마친 그녀가 손을 빼려고 하는데 그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몇 번 발버둥 치던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았다.“또 약속 안 지킬 거예요?”이승하는 고개를 흔들며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는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그녀에게 애원했다. “서유, 한 번만 더 나 좀 안아줄래?”그 말에 독하게 마음먹었던 그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안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는 그녀를 보고 그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고 힘없이 그녀를 놓아주었다. “가. 뒤돌아보지 말고.”그녀는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경호원의 손에서 캐리어를 건네받은 뒤, 망설임없이 뒤돌아서서 심이준의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아담한 뒷모습을 보면서 이승하는 눈시울이 붉여졌다. 그녀는 결국 그를 버리고 떠났다...물거품처럼 모든 것이 그만의 헛된 꿈이 되고 말았다. 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지친 몸을 힘겹게 가누고 있었다. 떨리는 손을 들어 경호원의 어깨에 얹었는데 갑자기 복부에서 피가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뒤집힐 정도로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이 전해졌고 결국 참지 못하고 그가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대표님.”깜짝 놀란 경호원은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는 그를 일으켜 세우고는 다른 경호원들을
임무 때문에 귀국하려던 강세은은 마침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피를 토하고 있는 이승하를 발견하게 되었다.깜짝 놀란 그녀는 선글라스를 벗고 하이힐을 신은 채 그의 앞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승하를 쳐다보고는 경호원을 향해 물었다.“이 대표님, 왜 이러시는 거예요?”경호원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젓더니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는 여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경호원의 시선을 따라 뒤도 돌아보지 않는 서유를 쳐다보고는 이내 동정 어린 표정으로 이승하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빠의 말대로 이승하는 사랑에 목숨 거는 사람이었다.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그녀는 좋은 마음으로 경호원에게 당부했다.“공항 부근에 우리 병원이 있어요. 대표님 모시고 가서 링거라도 맞게 해요.”할 수만 있다면 머리에도 침을 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때문에 죽느냐 사느냐 하는 모습이 참 마음에 안 들었다.양아버지는 이승하가 초등학교 때부터 비밀리에 모든 것을 기획해 왔다. 이것은 양아버지가 평생 심혈을 기울인 것이었고 결코 저버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 강세은은 경호원에게 당부한 뒤 전용기를 타러 가려고 발걸음을 돌렸다. 바로 이때, 그녀는 먼 곳에서 그녀를 쳐다보는 성이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질투심에 가득 찬 성이나의 표정을 보면서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무의식적으로 이승하를 힐끗 쳐다보았다.‘설마 성이나가 이 대표님한테...’강세은 손에 들고 있던 선글라스로 항상 그녀의 곁에 붙어 다니던 여자 경호원을 쿡쿡 찔렀다. “가람아, 저 여자에 대해 좀 알아봐.”변가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캐리어를 그녀한테 넘기고 이내 자리를 떴다. 한편, 강세은은 캐리어를 붙잡고 다시 한 번 이승하를 쳐다보았다.“이 대표님, 몸 잘 챙기세요. 그럼 전 이만.”서유밖에 안 보이는 이승하는 강세은을 신경조차 쓰지 않았고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듣지 못했다. 그는 서유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한편으로는 그녀가 돌아보기를 바랐고 또 한편으로는 그녀
당황한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꼬리가 밟혔다는 걸 깨닫고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는 구역질 나는 걸 참으며 그녀의 손목을 꺾었다.“말해.”손목이 부러진 성이나는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질렀고 눈물을 흘렸다. 지금까지 이승하의 잔인함을 본 적이 없던 그녀는 단지 그가 대단하다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가 가녀린 여자를 때릴 정도로 잔인한 사람이라는 건 알지 못하였다. 아직 진실을 모르고 있는데도 그녀를 이렇게 대하는데 만약 진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그녀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그 생각에 성이나는 고통을 참으며 거짓말을 늘어놓았다.“공항에서 봤어. 서유 씨를 보내고 네가 피를 토하는 모습 말이야. 두 사람이 헤어져서 그런 거 아니야?”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되물었다.“서유가 귀국한 건 일 때문이고 내가 피를 토한 건 위가 안 좋기 때문이야. 우리 두 사람이 헤어졌다니?”그 말에 흠칫하던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손목 통증 때문이 아니라 뭔가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런 거다. 그녀는 두 사람이 헤어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닐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럼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이승하를 찾아오는 건 스스로 그물에 걸려든 거잖아.’이승하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 바로 그녀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그가 그녀의 손을 밀치며 차갑게 말했다.“밖에 누구 없어?”바로 이때, 방금 병원으로 달려온 택이가 이승하의 목소리를 듣고 이내 경호원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보스, 무슨 일이십니까?”이승하는 손목을 잡은 채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떨고 있는 여인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10분 안에 이 여자의 입을 열어.”지시를 받은 택이가 손을 흔들자 경호원들은 즉시 성이나를 잡고 욕실 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뒤돌아보면서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승하라는 남자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한 사람이었다. 고작 말 한마디 잘못한 것뿐인데 그는 바로 이상함을 눈치챘다. 그러나 그는 화를
말을 마친 경호원은 천천히 몸을 곧게 세우고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엎드려 미친 듯이 손으로 손목을 누르는 성이나를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승하가 이렇게까지 똑똑하고 잔인할 사람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번 일은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 그가 다쳤으니 그를 돌보면서 그와 정을 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성이나는 속으로 깊이 후회하면서 피가 멈추지 않는 손목을 다급히 쳐다보았다. 지금 죽느냐 나중에 죽느냐를 선택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하지만 그녀도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중에 죽는 것을 선택하면 어쩌면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지도 모른다.그래서...“그래요, 말할게요.”성이나는 고개를 들고 경호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일단 의사부터 불러줘요.”경호원은 바보를 쳐다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우리와 협상할 자격이 없어요.”그녀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어쩔 수 없이 화를 삼켜야 했다. 이내 그녀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 “이승하한테 직접 확인하라고 해요.”경호원 중 한 명이 핸드폰을 집어 들고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재빨리 욕실을 나와 이승하의 앞으로 다가가 핸드폰을 건넸다. “대표님, 대표님께서 직접 문자 확인하시라고 합니다.”핸드폰을 건네받은 이승하는 문자를 확인했다.그 안에는 그와 서유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문자 말고도 예전에 학교에서 강세은과 만났을 때 몰래 찍힌 사진도 있었고 악의적으로 합성한 수많은 파격적인 침대 위의 사진도 있었다.이를 본 이승하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눈 밑에 서늘함이 가득했다. 그를 가장 화나게 한 것은 그가 강세은의 사람들에게 막힌 후 프랑스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사진과 커플 식당이라는 네 글자였다.그냥 평범한 레스토랑인데 성이나는 프랑스어를 모르는 서유한테 일부러 커플 레스토랑이라고 하면서 서유를 자극했다. 그날, 서유한테 조직에 일이 있어서 제때 돌아오지 못한 거라고 설명했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