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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목소리는 가벼웠지만 온 힘을 다해, 용기를 끌어모아 외친 이름이었다.

거칠게 쏟아지는 빗물이 진흙탕을 뒤집어쓴 서유의 가녀린 몸집에 떨어졌다.

서유는 그렇게 길가에 고인 더러운 구정물에 엎드린 채 아무런 생기 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가로등 불빛을 통해 바닥으로 내리꽂히는 큰 빗방울을 보고 서유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하늘도 그녀의 멍청함을 비웃고 있다.

도대체 누가 준 용기로 한번 상처를 받고도 여전히 그 이름 석 자를 내려놓지 못해 서로에게 다시 기회를 준 것일까...

한번 죽었다 깨난 걸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걸까?

도대체 이승하를 얼마나 사랑하면 매번 마음을 모질게 먹지 못하고 잘못된 길을 또 한 번 걸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서유는 과거에 겪었던 아픔이 다시 떠올랐고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창백한 미소가 핏기 없는 얼굴에 번지자 죽기 ㅁ직전의 일그러진 얼굴보다 더 봐주기 힘들었다.

서유는 까진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일어났다. 아직 포기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완전히 포기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 그녀는 비틀거리며 호텔로 향했다. 하지만 수십 명의 보디가드에 가로막혀 호텔은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곳은 영국 왕실 인원만 드나들 수 있는 곳입니다. 외부인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니 얼른 물러나세요.”

영국 왕실이라...

이러한 배경은 서유가 평생 바라보지도 못할 그런 존재였다.

그래도 그녀는 더없이 귀티 나는 그 남자가 자신과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다.

서유는 갑자기 생각을 정리한 듯 환한 미소로 보디가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물러날게요...”

그녀는 몸을 돌려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에서 내려왔다. 가녀린 몸집이 비바람 속에서 유난히 얇고 외로워 보였다.

하지만 서유는 결과를 원했기에 진짜 떠나지 않고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서유는 그렇게 비를 맞으며 호텔 대문을 지켜봤다. 낯선 날에 홀로 조용히 자신을 끔찍이 사랑한다는 그 남자를 기다렸다.

그녀는 속으로 여러 번 다짐했다. 만약 지금 그가 호텔에서 나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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