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는 서유를 안고 차로 향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서유야, 집에 가려면 한 시간은 걸려. 일단은 조금 쉬고 있어.”서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창문에 기대있고 싶었지만 이승하의 기대에 찬 눈빛에 적극적으로 그의 다리에 앉았다.서유는 이승하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먼저 고백할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이승하의 마음은 이미 확인했고 그녀도 이승하를 사랑하고 있으니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성이나가 말한 것처럼 같은 남자에게 두 번이나 상처를 받을까 봐 두렵긴 했지만 말이다.하지만 적어도 그런 결과가 다가오기 전 모든 걸 다 바쳐 용감히 사랑할 것이다.서유는 머리를 이승하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고는 그의 조각 같은 옆모습을 바라보며 나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도착하면 불러요.”이승하는 고개를 돌려 서유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하더니 옆에 놓인 담요를 그녀에게 덮어줬다.그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며 잠에 들 수 있게끔 이렇게 속삭였다.“서유야, 고마워.”착한 서유 덕분에 그는 다시 서유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승하는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 절대 이런 서유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서유는 이승하의 속삭임에 대꾸하지 않고 그의 몸에 기댄 채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는 순간의 풍경을 감상했다.별장으로 돌아온 서유는 비몽사몽한 채로 이승하에게 안겨 욕실로 향했다. 이승하도 처음엔 단순하게 그녀를 닦아주고 싶었지만 그러다...서유는 후들거리는 몸으로 욕실에서 나와 화장대 앞에 앉았다. 피부 관리를 하려는데 옆에 두었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핸드폰 잠금을 풀어 낯선 번호로 온 문자를 확인했다.[서유 씨, 승하가 혹시 강세은 씨랑 그저 파트너라고 하지 않던가요?]서유는 잠깐 멈칫하더니 아직 욕실에 있는 이승하를 힐끔 쳐다봤다. 그쪽에서 시선을 떼기도 전에 똑같은 번호로 문자가 또 한 통 날아왔다.[절대 믿지 마요. 승하 강세은 씨랑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에요. 못 믿겠으면 사진 보내줄게요.]
욕실에서 나온 이승하는 머리가 젖은 채로 화장대에 앉아 피부관리를 하는 서유를 발견했다.이승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옆에 놓인 선풍기를 들어 그녀의 머리를 섬세하게 말려주기 시작했다.거울을 통해 자신을 살뜰하게 챙기는 이승하를 본 서유는 불안하던 마음이 점점 차분해졌다.이승하는 서유의 머리를 말려주고는 눈에 있는 이물을 제거하고 치료해 주는 약을 그녀에게 먹여주고는 그녀를 의자에서 번쩍 안아 올렸다.“서유야, 내일 핀란드에 오로라 보러 가자.”전에 서유와 만날 때 그녀가 오로라 사진을 찾아보는 걸 보고 아마 거기를 가보고 싶어 할 거라고 예상했다.하지만 그때 그들은 서로를 시험하기 바빴고 그렇게 얼마 남지 않은 따듯함을 모두 갉아 먹었다. 그러니 그녀를 위해 해줘야 하는 일은 한 번도 해준 적이 없었다.이승하는 여생으로 그녀의 아쉬움을 달래주고 그녀의 마음에 난 상처를 보듬어주어 좋은 기억만 남겨주리라 다짐했다.이승하의 품에 안긴 서유는 고개를 들어 선명한 그의 턱선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승하는 서유를 침대에 내려주더니 그녀가 너무 힘들까 봐 더는 건드릴 엄두를 못 내고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잠에 들었다.서유는 그런 이승하를 보며 은연중에 핀란드는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예상대로 이튿날 아침을 먹기도 전에 별장 앞에 NASA에서 보내온 차 수십 대가 서 있었다.이승하의 신분과 즐비하게 서 있는 보디가드에 NASA 사람들은 들어올 엄두를 못 냈고 그저 사람을 보내 이승하를 항공기지에 모셔 오라고 했다.이승하는 서유를 데리고 오로라를 보러 가기로 했기에 NASA로 가는 걸 거절했지망 국장이 직접 모시러 왔다 두 사람은 서재에서 한참 티격태격하더니 국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서재에서 나왔다. 뒤따라 나오는 이승하의 얼굴도 그리 곱지는 않았다.안 좋게 끝난 둘의 대화에 서유가 이승하를 설득했다.“오로라는 언제든지 보러 가면 되죠. 항공 프로젝트를 멈출 수는 없잖아요. 먼저 기지로
사진을 열어보니 이승하와 강세은이 레스토랑에 마주 앉아 있었다.커플 레스토랑은 맞았지만 둘 사이는 거리감이 확연하게 느껴졌다.그저 파트너로서 업무를 토론하는 것일 뿐 다른 건 말해줄 수 없었다.서유는 믿으려 하지 않았고 핸드폰을 옆에 던져둔 채 성이나의 악의적인 모욕과 유언비어를 무시했다.하지만 성이나는 쉬지 않고 문자했고 켜져 있는 핸드폰 화면으로 그녀가 보내온 사진들이 하나둘 보였다.서유는 성이나가 보내온 자극적인 사진들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서유 씨, 혹시 승하가 3일 동안 계속 NASA에서 항공 프로젝트 하느라 바빴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멍청하긴, 승하는 3일 동안 강세은 씨랑 같이 있었어요. 이 침대 셀카가 제일 확실한 증거겠네요.]서유는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한 장씩 넘겼다. 원래도 하얀 얼굴이 거의 투명하다시피 창백해졌다.서유는 핸드폰을 꽉 움켜쥔 채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성이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통한 순간 서유는 화를 퍼붓기 시작했다.“성이나 씨, 합성한 사진을 나한테 보낸다고 내가 믿을 줄 알아요?”“승하 씨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제일 잘 알아요.”“난 승하 씨가 나한테 미안할 짓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요.”“승하 씨를 정말 갖고 싶다면 그 사람 마음을 얻을 생각을 해요!”“이런 비열한 수단으로 나를 괴롭히지 말고, 성이나 씨가 이럴수록 승하 씨는 더 역겨워할 거예요.”서유의 감정에 북받친 목소리에 성이나는 절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해 입꼬리가 올라갔다.“서유 씨는 아직 남자를 잘 모르나 보네요. 아직 손에 넣지 못한 여자라면 지극정성으로 아껴줄 수밖에 없어요.”“하지만 일단 손에 넣으면 그때부터 소중함이 점점 사라지는 거죠. 게다가 결혼하다는 소리도 꺼낸 적 없다면서요. 그건 당신과 결혼할 생각이 아예 없다는 거예요.”“나이도 웬만큼 먹었는데 사회 경험도 충분할 거 아니에요. 아직도 돈 있는 자들이 사람을 어떻게 갖고 노는지 모르는 거예요?”서유는 너무 화가 난
별장서 나온 서유는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신속하게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서유가 차에서 내렸을 때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졌고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도 레스토랑의 핑크빛 분위기는 전혀 영향받지 않았다.서유는 도로변에 서서 맞은편 레스토랑을 멀찍이 내다봤다. 거기엔 외모와 몸매가 빼어난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남자는 까만 슈트 차림을 하고 소파에 기댄 채 고개를 살짝 젖히고 맞은편에 앉은 빨간 입술의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여자는 섹시한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남자와 똑같은 자세로 소파에 기대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보며 뭐라 말하고 있었다.서유는 그들의 표정까지는 잘 보지 못했지만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보니 이승하가 저번에 서유를 데리고 간 그 프랑스 레스토랑이 생각났다.서유는 두 사람이 데이트 중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지만 심장이 자꾸만 벌렁거렸다.무서움이 용기를 완전히 대체했고 그쪽으로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서유는 그 자리에 선 채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용기 내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인도를 건너 맞은편으로 건너가는데 이승하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봤다.서유를 발견한 이승하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꽂혔다. 서유는 얼른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지만 잘생긴 얼굴엔 아무 표정이 없었고 차가운 얼굴이 그녀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이승하의 예쁜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정함은 3년 전 그를 만나고 있을 때보다 다 차가웠다.뼛속까지 시린 그의 눈빛에 들고 있던 서유의 손이 그대로 허공에서 굳어버렸다.그를 다시 받아주면서 사실 걱정이 들기도 했다. 원하는 걸 손에 넣으면 순간 차가워질 수도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서유는 지금 자신의 몸과 마음을 이승하에게 다 바쳤지만 걱정했던 일을 해가지는 못한 것 같았다.서유는 한참을 그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천천히 손을 내렸다.그녀는 주먹을 꼭 쥔 채 이승하를 찬찬히 뜯어봤다. 그가 그렇게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봤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다.혹시 그녀를 보지 못해서
유리창에 손이 닿기도 전에 성이나가 서유의 손목을 낚아챘다.“서유 씨, 승하의 태도를 보고도 희망을 버리지 못한 거예요?”우산을 쓴 성이나는 오만한 표정으로 피를 홀딱 맞은 서유를 내려다봤다.“정말 가엽네요. 애초에 내 당부를 들었으면 얼마나 좋아요. 그럼 이 지경까지는 안 됐을 텐데.”서유는 성이나의 손을 뿌리친 채 그녀를 차갑게 쏘아보더니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창문을 두드리려 했다.성이나가 한발 먼저 우산으로 서유의 손을 막더니 경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서유를 바라봤다.“서유 씨, 아까 문 앞에서 그렇게 애타게 들여보내 달라고 하는 걸 승하도 봤을 텐데 나오지 않았어요. 이건 뭘 의미하는 걸까요?”“새로 사귄 여자 친구 앞에서 엑스를 도와주고 싶지 않다는 얘기죠. 이렇게 매정한 사람한테 그렇게 매달리고 싶어요?”서유는 주먹을 너무 꽉 움켜쥐는 바람에 손톱이 살을 뚫고 들어가 피가 새어 나왔다. 서유는 그제야 마음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성이나 싸울 기분도 힘도 없는 서유는 더는 무의미한 입씨름을 하기 싫었지만 성이나가 계속 그녀의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서유 씨, 얼른 꿈에서 깨요.”“승하는 그냥 서유 씨가 예쁘고 몸매도 좋고 하니까 침대에서 갖고 놀기 좋다고 생각해 옆에 둔 것뿐이에요.”“봐요, 새로운 사냥감이 생기니까 바로 찬밥 신세인 거. 아직 헤어지자는 소리를 못 했을 뿐 사랑은 아니라는 거죠.”“이 세상의 많은 남자들이 여자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게 하려고 일부러 정서적으로 냉대하죠. 이건 서유 씨도 잘 알고 있잖아요.”“그러니 여기서 비련의 여주인공 연기 좀 그만해요. 보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승하도 전혀 동정하지 않는데 왜 굳이…”참을 데까지 참은 서유는 성이나가 끝도 없이 가시 돋친 말을 늘어놓자 성이나의 귀뺨을 사정없이 내리쳤다.“그 입 좀 다물어요!”서유는 아까 날린 그 싸대기에 남은 힘을 전부 쏟아부었다. 빠르고 정확하고 매섭게 내리친 덕분에 성이나의 볼은 금세 부어올랐다.성이나는 그 자리에 넋을
목소리는 가벼웠지만 온 힘을 다해, 용기를 끌어모아 외친 이름이었다.거칠게 쏟아지는 빗물이 진흙탕을 뒤집어쓴 서유의 가녀린 몸집에 떨어졌다.서유는 그렇게 길가에 고인 더러운 구정물에 엎드린 채 아무런 생기 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봤다.가로등 불빛을 통해 바닥으로 내리꽂히는 큰 빗방울을 보고 서유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하늘도 그녀의 멍청함을 비웃고 있다.도대체 누가 준 용기로 한번 상처를 받고도 여전히 그 이름 석 자를 내려놓지 못해 서로에게 다시 기회를 준 것일까...한번 죽었다 깨난 걸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걸까?도대체 이승하를 얼마나 사랑하면 매번 마음을 모질게 먹지 못하고 잘못된 길을 또 한 번 걸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서유는 과거에 겪었던 아픔이 다시 떠올랐고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창백한 미소가 핏기 없는 얼굴에 번지자 죽기 ㅁ직전의 일그러진 얼굴보다 더 봐주기 힘들었다.서유는 까진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일어났다. 아직 포기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완전히 포기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 그녀는 비틀거리며 호텔로 향했다. 하지만 수십 명의 보디가드에 가로막혀 호텔은 들어가지도 못했다.“이곳은 영국 왕실 인원만 드나들 수 있는 곳입니다. 외부인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니 얼른 물러나세요.”영국 왕실이라...이러한 배경은 서유가 평생 바라보지도 못할 그런 존재였다.그래도 그녀는 더없이 귀티 나는 그 남자가 자신과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다.서유는 갑자기 생각을 정리한 듯 환한 미소로 보디가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물러날게요...”그녀는 몸을 돌려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에서 내려왔다. 가녀린 몸집이 비바람 속에서 유난히 얇고 외로워 보였다.하지만 서유는 결과를 원했기에 진짜 떠나지 않고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서유는 그렇게 비를 맞으며 호텔 대문을 지켜봤다. 낯선 날에 홀로 조용히 자신을 끔찍이 사랑한다는 그 남자를 기다렸다.그녀는 속으로 여러 번 다짐했다. 만약 지금 그가 호텔에서 나온다면
정말 오랫동안 벤치에 앉아있던 서유는 얼굴에 남은 눈물을 말끔히 닦아냈다.심이준에게 답장을 보내고 화면을 나오려는데 어제밤 워싱턴에서 걸려 온 전화가 몇 개 있었다. 다 모르는 번호였다.그 번호들을 한번 확인했을 뿐인데 핸드폰은 끝내 버티지 못하고 전원이 꺼졌다. 잠금 버튼을 다시 누르니 화면에 배터리 부족이라고 떴다.서유는 걸려 온 몇 통의 스팸 전화를 신경 쓰지 않고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러더니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별장으로 향했다.뒷정원으로 들어갔기에 아무도 깨지 않았고 쥐도 새도 모르게 이층 안방으로 향했다.이승하의 전화를 받은 도우미들이 얼른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서유 씨 아직 깨기 전이에요.”서유한테 전화가 걸리지 않아 미간을 살짝 찌푸린 이승하가 물었다.서유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얼른 안방으로 문을 열고 살며시 들어갔다.침대에 누워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서유를 보고 나서야 이승하의 불안한 마음도 천천히 풀리기 시작했다.도우미가 빠르게 방에서 나가더니 다시 수화기를 들고 이승하에게 말했다.“대표님, 서유 씨 정말 주무시고 계십니다.”이승하는 그제야 시름 놓고 도우미에게 당부했다.“영양가 가득한 아침 좀 챙겨서 먹게 해요.”이승하는 이렇게 말하더니 마친 시간이 없는 듯 얼른 전화를 끊고 옆에 있는 강세은에게 핸드폰을 던졌다.자신을 매몰차게 대하는 이승하에 파란색 가면을 쓴 남자를 힐끔 쳐다보더니 살짝 인내심이 떨어지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작전 시작 전 그렇게 급한 상황에서도 아끼던 와이프한테 전화하더니 작전이 끝나기도 전에 그걸 못 참고 다시 전화하는 거예요?”“전화하는 것도 모자라 내 폰을 빌려서 하다니, 핸드폰 하나 더 개통하면 어디 덧나요?”이승하는 강세은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자꾸만 마음이 당황스러운 게 어딘가 불안했고 이에 이승하는 점점 기분이 언짢아졌다.“아직도 얼마나 있어야 끝나는데?”얼굴을 하얀 거위 털 가면 아래에 숨긴 강세은은 고개를 돌리고 다시 코웃음을 쳤다.“그런
그들은 판자촌에서 떠나 호텔로 다시 돌아왔고 시시티브이가 없는 곳에 차를 세웠다.이승하와 강세은은 동시에 가면을 벗어 택이에게 던져주며 처리하라고 하더니 얼른 차에서 내려 호텔로 향했다.둘은 시시티브이에 손을 댄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특수 통로를 통해 얼른 방으로 향했다.문이 닫히는 순군 강세은이 이승하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오빠 대신 나서줘서 고마워요. 방금 처리한 그 사람들 나 혼자서는 무리였을 거예요.”“그리고 특수한 내 신분이 혹시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까 싶어 연인인 척 알리바이를 만들어준 것도 고마워요.”이승하는 더는 그녀와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하여 얼른 몸을 돌려 정문 방향으로 빠르게 빠져나가려 했다.“잠깐만요.”하이힐을 신은 강세은이 걸어나오더니 이승하에게 말했다.“요즘 국내외로 우리를 조사하는 사람이 많다고 오빠가 당부하랬어요. 절대 신분을 노출해서는 안 돼요.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 해도 털어놓지 말아요.”이승하의 흠 잡을 데 없는 얼굴이 점점 차가워졌다.“육성재를 건드리지만 않았다면 누가 너희를 조사하겠어?”강세은은 이승하의 뼈 때리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이번에 S 본부에 이렇게 큰일이 벌어진 건 확실히 오빠가 육성재를 잘못 건드려서였다.논리적으로 달린다는 걸 알고 있는 강세은은 군말 없이 이승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미안해요. 앞으로 조심할게요.”이승하는 차가운 시선을 거둔 채 신속하게 1층으로 내려가 로비를 가로질렀다. 사람들의 주시하에 이승하는 빠른 속도로 호텔 앞에 세워둔 차로 향했다.서유는 도우미가 가고 나서야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흠뻑 젖은 옷을 벗어 던지고 욕조에 물을 받아 샤워했다.몸을 깨끗하게 씻고 손바닥 상처를 처리한 서유는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래층에 있는 서재로 향했다.서재의 맨 뒤편의 책장에서 잃어버렸던 물건을 가져와 거실에 있는 유리 테이블에 전부 올려놓았다.준비를 마친 서유는 소파에 앉아 조용히 이승하를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링컨이 별장 앞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