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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서유는 맑고 깨끗한 눈동자로 이 물건들을 한참이나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다시 봉지를 닫았다.

뽀얀 얼굴은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 이런 작은 일에 휘둘리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서유는 잘 알고 있었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았음에도 제때 그녀에게 돌려주지 않은 건 그녀와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이승하가 그녀를 위해 몸을 던졌을 때, 많이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부터 걱정할 때, 그때 이미 결정은 끝났다.

서로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으면 이런 작은 꼼수쯤은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서유는 봉지를 잘 닫은 뒤 아까 챙긴 도구들도 다시 원래 자리로 가져다 놓았다.

그녀가 이 도구들을 가져간다면 이승하도 눈치챌 테니 아예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할 생각이었다.

욕실에서 나온 이승하는 서유가 보이지 않자 마음이 불안해져 얼른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도우미들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이승하의 모습에 놀라 옆으로 비켜섰고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한바퀴 빙 둘러봐도 서유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잘생긴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혼자 나가게 하지 말라고 내가 당부하지 않았나요?”

화를 억지로 누르는 듯한 목소리에 도우미들은 그가 왜 갑자기 이렇게 화가 났는지 알게 되었다.

“미스터 이…”

아까 서유와 얘기를 나누었던 도우미가 부들부들 떨며 앞으로 나왔다.

“미스 서는 어디 간 게 아니라 서재에 그림 도구 찾으러 갔습니다.”

이를 들은 이승하는 분노가 사그라들긴 했지만 이내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쥔 채 서재로 향했고 마침 서재에서 나오는 서유와 마주쳤다.

그는 멈칫하더니 앞으로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두려움이 그를 잠식했다.

서유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얼굴에는 큰 감정 기복이 없어 보였다. 그저 그를 향해 입꼬리를 올릴 뿐이었다.

“승하 씨, 니콜이 서재에 그림 도구가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못 찾겠어요. 좀 찾아줄래요?”

이 말에 딱딱하게 굳었던 이승하의 얼굴이 조금 풀렸고 꽉 움켜쥐었던 주먹에도 슬슬 힘이 풀렸다.

그는 단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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