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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서유야.”

이승하는 도면을 손으로 누르며 열심히 도면을 그리고 있는 서유를 내려다봤다.

“내가 신분도 다시 찾아주고 회사도 만들어줄게. 앞으로는 네 신분으로 마음껏 설계해.”

자를 들고 있던 서유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이승하를 바라보며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신분을 되찾는 일은 언니 꿈 이뤄주고 나서 보는 걸로 해요.”

언니 김초희는 좋아하는 프로젝트를 50개 넘게 받아왔지만 설계를 완성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서유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언니 신분으로 이 프로젝트를 잘 끝내 하늘에 있는 언니가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회사를 만드는 일은 됐어요.”

언니의 꿈을 완성하고 나면 혼자만의 힘으로 이승하와 견줄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가고 싶었다.

그와 맞먹는 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학력도 배경도 없는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이승하는 마치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이렇게 말했다.

“서유야, 난 너를 위해 그 무엇도 만들어줄 수 있어. 그러니 다른 생각은 안 해도 돼.”

자리에서 일어난 서유는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이승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알아요. 하지만 어떤 일은 스스로 해내고 싶어요.”

정말 어느날엔가 이승하가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스스로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는 이상 남자 덕으로 성공했다는 타이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서유의 굳건한 눈빛에서 이승하는 전에는 보지 못했던 자신감을 느꼈다. 지금의 서유는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우러러보게 했다.

이에 서유에 대한 이승하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만 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해야 할 게 있다면 반드시 해줄 테니 말이다.

서유는 설계 도면에 집착했고 이승하가 말려도 듣지 않았다. 이승하는 별수 없이 그녀에게 먹거리와 약을 준비해 주고는 묵묵히 곁을 지켰다.

새벽까지 노력한 끝에 초안의 틀은 거의 잡았지만 아직 더 다듬어야 했다.

그녀가 다시 허리를 숙이고 그림에 몰두하려 하자 이승하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리더니 안방으로 향했다.

서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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