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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서유는 얼굴에 너무 화끈거려 몇 마디 반박하려는데 영상에서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하얀 슈트를 입은 남자가 정가혜 손에 들린 담배를 낚아채 비벼서 끄고는 쓰레기통에 버리더니 정가혜를 바라봤다.

“담배 피우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왜 말을 안 들어요?”

화면 너머로 갑자기 나타난 이연석을 보고 넋을 잃었다.

정가혜는 서유보다 더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이연석이 클럽으로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먼저 그녀에게 말을 걸 줄은 몰랐다.

전에 클럽에서 그렇게 얼굴을 붉히고 나서는 만난 적이 없었다. 마치 죽을 때까지 마주치지 않을 듯한 기세였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 이연석은 자세를 낮추고 다시 정가혜의 클럽에 찾아왔고 예전처럼 그녀의 담배를 뺏어갔다.

정가혜는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번에 병원에서 그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와 함께 산부인과로 가는 걸 분명 봤는데 말이다.

조심스럽게 부축하는 모습은 여자를 임신시켜 놓고는 낙태하러 가는 게 틀림없어 보였다.

이연석은 여자를 자주 바꿨지만 그래도 한번 만나면 꽤 일편단심이라는 걸 정가혜는 알고 있었다. 다른 여자가 생겼으면서 왜 그녀를 찾아온 걸까?

정가혜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이연석은 딱히 표정이라고 할게 없이 그저 화면 속의 서유를 힐끔 쳐다봤다.

“서유 씨, 친구 좀 빌려 갈게요.”

이연석은 이렇게 말하더니 영상 통화를 끝냈다.

서유는 그렇게 끝나버린 영상통화 화면을 보며 점차 정신을 차렸다.

정가혜와 이연석의 사이는 사실 어딘가 복잡했다.

서유는 정가혜에게 이연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정가혜는 그냥 스쳐 가는 바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을 사귀었는데 정말 스쳐 가는 바람이 맞을까?

둘 사이의 감정은 두 사람이 알아서 해결하겠지.

서유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원형 계단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요 며칠 정말 너무 삭신이 쑤셨다. 계단 하나 내려가는 것도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

서유는 한 걸음 한 걸음 간신히 계단에서 내려와 거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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