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연훈이 나타나자 서유는 잠시 멍해졌다. 그가 어떻게 자신을 알게 됐는지, 또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의아했다. 혹시 예전에 김초희로 가장해 그들의 집에 프로젝트를 논의하러 갔던 것을 상연훈이 눈치챈 것일까? “방금 전에도 말했잖아요. 서유 씨는 지금 몸이 좋지 않아서 프로젝트를 맡을 여력이 없다고. 상연훈 씨, 대체 왜 또 온 겁니까?” 육성재는 상연훈의 등장에 불만스러운 듯, 그의 잘생긴 외모를 힐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상연훈은 육성재의 거만함을 신경 쓰지 않고 서유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서유 씨, 시간 됩니까?” 서유는 생각을 정리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상연훈의 시선이 다른 사람들에게로 옮겨졌다. “서유 씨와 단둘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육성재가 뭐라 반발하려는 찰나 서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 “도련님, 가혜를 휴게실로 데리고 가서 좀 쉬게 해줘요.” 이연석은 상연훈이 다소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 전에 상연훈과 서유가 마주한 적도 없는데 상연훈이 왜 서유를 찾아왔을까? 그러나 의문은 남았어도 그는 얌전히 정가혜를 일으켜, 한 손으로 그녀의 팔을 잡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받쳤다. 이연석은 돌아서기 전에 육성재를 힐끔 쳐다보았다. “너는 안 가?” 이 녀석도 좀 이상했다. 전에 서유가 의식을 잃고 있을 때 그는 병상 곁을 지키며 한 발짝도 떠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가 서유의 남편인 줄 알겠다고 느낄 정도였다. 이연석은 도둑을 경계하는 듯한 눈빛으로 육성재를 흘겨보며 불쾌함을 드러냈고, 육성재는 그 시선을 불편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떠난 뒤, 상연훈은 우아하게 걸음을 옮겨 서유 앞에 앉았다. 방금 전 정가혜가 앉아 있던 자리였다. “서유 씨, 몸도 좋지 않은데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 미안합니다.” 상연훈은 매너가 좋은 사람이었다. 잘생긴 얼굴에는 늘 은은한 미소가 걸려 있어, 사람들은 그를 교양 있는 가문 출신이라고 생각하게 만들
상연훈이 자리를 뜬 후, 육성재와 이연석은 다시 돌아와 서유에게 그가 찾아온 이유에 대해 물었다. “유전자 검사하러 왔어요.”그 말이 나오자 병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상영훈이 어찌 서유를 찾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반면 정가혜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다가와 서유의 손을 잡았다. “너무 잘됐다. 너희 가족들이 드디어 널 찾았네.”고아인 그들에게 가족을 찾는 것만큼 감격스러운 일은 없다. 정가혜는 자신이 가족을 찾은 듯처럼 기쁜 마음에 눈물까지 흘렸다. “아직 정확히 결과 나온 거 아니야. 그러니까 흥분하지 마.”이 세상에는 닮은 사람이 많고도 많고 모두가 혈연관계일 수는 없다. “알았어. 결과 나오면 그때 기뻐할게.”임신한 정가혜는 살이 좀 오른 건지 얼굴이 통통해져 말할 때 약간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서유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볼살을 꼬집었다.“도련님이 잘 챙겨줬나 보네. 살이 오르니까 보기 좋다.”그녀의 칭찬에 이연석은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턱을 치켜올렸다.“남편으로서 임신한 와이프 챙기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옆에 있던 정가혜가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한껏 야윈 서유의 모습을 보니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말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는 급히 한마디 보탰다.“형수님, 이제부터 가혜 씨를 챙겨주듯 제가 형수님도 잘 돌봐줄게요.”임신한 후부터 지금까지 남편 없이 혼자 였던 서유는 얼굴도 몸도 많이 마른 상태였고 종잇장처럼 가벼워 보이는 것이 바람이 불면 흩어질 것만 같았다. 옆에서 보고 있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둘째 형은 언제 돌아올 건지...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 돌아오지 못하면 옆에서 서유를 지켜주지 못한 마음에 많이 아쉬울 텐데 말이다.한편, 서유는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아니에요. 가혜만 잘 돌봐주면 돼요. 난 혼자도 문제없어요.”혼자 할 수 있다는 건 이젠 익숙해졌다는 뜻이었다. 그녀의 말에 정가혜는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
한편, 상철수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보고서를 집어 상연훈에게 건네주었다.“이거 서유한테 보여주고 가서 집으로 데려오너라.”“돌아오면 서유의 성을 상씨로 바꿀 것이다.”“그리고 내 딸 김영주의 유골함도 김씨 가문에서 가져와야 해.”상철수가 계속해서 상연훈에게 당부했다.“초희 그 아이는 심씨 가문에 묻혔다고 하더라. 그 아이의 유골함도 가져오고 이름도 바꾸거라.”상씨 가문의 자식이니 마땅히 상씨 성을 가져야 하고 가문으로 돌아와 이 가문의 족보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검사 결과서를 받아쥔 상연훈은 보고서를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상철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할아버지, 저희가 이승하한테 한 일을 알게 되면 서유는 돌아오려 하지 않을 겁니다.”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던 상철수가 가죽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Ace의 일은 서유에게 알리지 말거라.”서유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 그들이 이승하의 머리를 찢었다는 걸 서유가 알면 어찌 이 가문으로 돌아오려고 하겠는가?이제 막 잃어버린 핏줄을 되찾은 상철수로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 마음이 이해가 되어 상연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승하는요?”이승하는 서유의 남편이기도 하고 S 조직의 리더이기도 하다. 가족이자 원수 사이인 그를 건드려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버려두어야 하는 건지?잠깐 망설이던 상철수는 이내 결단을 내렸다. “서유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이승하한테 알리지 말거라. 김종수 쪽에도 사람을 보내 지켜보고. 김종수가 화학 구역으로 가는 권한을 얻게 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야.”그 말에 상연훈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승하한테 알려주지 않겠다는 건 그를 풀어줄 생각이 없다는 뜻인 건가?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상철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의사한테 이승하를 치료하라고 해. 그러나 절대 이승하가 화학 구역을 나서는 일은 없어야 할 거야.”서유의 남편이긴 하지만 S 조직의 리더이기도 하다. 그를 죽이지 않고 살려두는 건 오롯이
한편, 연중서와 연지유 두 사람을 잡아 온 김종수는 서유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소식을 이승하에게 전해주고 싶었지만 그에게는 화학 구역으로 가는 권한이 없었다. 화학 구역은 그의 관할 구역이 아니었고 그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곳이 아니라 미리 사람을 안배한 적도 없어서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을 통해 김종수도 이승하가 S 조직의 리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현재, Ace의 다른 배후자들은 상철수가 이승하를 죽이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상철수는 이승하를 죽이지 않고 화학 구역에 가두어둘 뿐만 아니라 의사를 보내 이승하를 치료하게 하였다. 이승하의 목숨을 살려두고 그의 입에서 S 조직의 창시자를 알아내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그 이유를 다른 배후자들은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를 설득할 수는 없었다. 이승하의 입에서 그걸 알아내려면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 게 가장 옳은 방법이 아닐까? 뭐 하러 굳이 그를 치료하는 것인지? 이건 상철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S 조직의 멤버를 잡으면 직접 벌까지 주던 사람이 S 조직의 리더한테 이러는 것이 말이 되는가?이승하를 남겨둔 게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상연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고 상철수를 만나러 오라는 전화였다. 전화를 끊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비밀스러운 조직이라 평소에는 사적으로 왕래한 적이 없었고 루드웰에서도 일만 처리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찌 된 일이지? 서울에서 보자니...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하던 일을 제쳐두고 서울로 갔다. 그는 상연훈이 말한 방법에 따라 은밀히 상씨 가문의 뒷마당을 지나쳐 상철수의 서재로 들어갔다.한편, 상철수는 한창 커피를 끓이고 있었고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한 뒤 커피 한잔을 따라주었다.“물어볼 것이 있어서 이리로 불렀다.”소파에 앉은 뒤 상철수가 건네주는 커피를 건네받았다.“형님, 궁금한 게 무엇
상철수는 아무 말도 없이 그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명을 내렸으니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그저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눈빛이었다. 그와 실랑이를 벌이기 싫었던 김종수는 핸드폰을 꺼내 그 앞에서 바로 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집사의 목소리가 아닌 그 손자의 목소리였다. 집사에게 김영주에 대해 물으니 쓸데없는 말들만 늘어놓는 탓에 상철수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상철수가 또 화를 낼까 봐 두려웠던 김종수는 언성을 높였다.“오 집사님... 내 말 들려요? 할아버지께서 왜 영주 누나를 입양한 겁니까?”오태식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이어갔다.“뭐라고? 안 들려...”김종수는 고개를 들어 상철수를 쳐다보았다.“안 될 것 같습니다.”이내 상철수가 핸드폰을 낚아채 차갑게 입을 열었다.“계속 말하지 않으면 내가 당신네 식구들 다 죽여버릴 거야.”전화기 맞은편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 누구입니까?”“김영주의 친부.”“당신이군요. 어르신께서 당신이 찾아오면 사실대로 알려주라고 하셨습니다.”...뭐야? 아까는 일부러 치매인 척한 거야?상철수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말해.”오태식도 부탁을 받은 것이었다. 김종수의 할아버지는 그한테 김영주의 친아버지를 제외하고 그 누가 찾아와도 절대 김영주의 출생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김종수와 김씨 가문의 후손들이 자꾸만 찾아와서 물어보는 탓에 그는 일부러 치매인 척한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말실수를 하지는 않을 테니까. 이제 김영주의 친아버지가 찾아왔으니 그는 어르신의 당부대로 모든 사실을 상철수에게 털어놓았다.김종수의 할아버지는 정여희의 친한 친구와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그 당시 정여희는 그 친구에게 아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했었다.그런데 얼마 안 되어 그 친구가 병에 걸렸고 아이를 돌볼 여유가 없어서 김종수의 할아버지한테 그 아이를 맡기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정여희가 남긴 재산도 모두 함께 건네줬다. 정여희의 친구는 상철수를
그 이유가 뭔지 김종수는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지금은 담담하게 이성적으로 상철수를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승하가 맡고 있는 지금의 S 조직은 무고한 사람을 죽이거나 사적인 원한으로 복수하는 일은 없습니다. 기껏해야 비즈니스 업계에서 해가 되는 사람들을 처리했을 뿐이죠. 저희도 그런 놈들에게 초대장을 보내 혼내주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 일은 그냥 덮고 가는 게 어떠할까요?”“절대 그럴 수는 없네.”상철수는 S 조직에 대한 원한이 김종수보다 훨씬 컸다. 직접 두 눈으로 지켜봤는데 어떻게 이리 쉽게 묻어둘 수가 있겠는가?“어르신...”“더 이상 날 설득하지 말게나. 아니면 자네한테도 화가 미칠 수 있어.”김종수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루드웰의 룰에 따르면 루드웰에 합류한 사람들은 S 조직의 멤버를 도와줄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도 화학 구역으로 가게 된다. “알겠습니다. 더는 설득하지 않겠습니다. 다만...”상철수의 싸늘한 눈빛에 김종수는 말끝을 흐렸다. 서유가 살아 있다는 걸 이승하에게는 알려주자는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였다. 살기가 가득한 그 눈을 보며 김종수는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혼자 이곳에 온 사람이 뭘 할 수 있겠는가?게다가 오랜 시간 상철수를 따르면서 그한테는 상철수가 큰 형님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러니 이승하 때문에 그와 충돌할 생각은 전혀 없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자리를 뜨려는 순간 상철수가 그를 불렀다. “서유를 상씨 가문으로 데려올 생각이야. Ace에 관한 일과 우리가 이승하의 머리를 찢었었다는 일은 서유한테 알리지 마.”김종수는 그 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상철수가 루드웰의 창시자이고 이승하에게 한 짓을 서유가 알게 된다면 아마 많이 원망할 것이다. 김종수도 서유에게 계속해서 외삼촌이고 싶었기 때문에 상철수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알겠습니다. 전 모른 척할 테니까 어르신 뜻대로 하십시오.”말을 마치고 서재를 나서는데 상철수가 그의 뒷모
남자와 여자는 사랑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상연훈은 서유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 당시 할머니께서 어떤 생각이셨는지는 잘 모르겠어. 자세한 이유를 알고 싶다면 나랑 같이 집으로 가서 할아버지께 여쭤봐.”서유는 검사 보고서를 그에게 다시 건네줬다.“고마워요. 덕분에 엄마의 출생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이젠 엄마의 묘에 진짜 이름을 쓸 수가 있겠네요.”그는 안색이 굳어졌다. “내가 이리 널 찾아온 건 단순히 너의 어머니의 출생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서가 아니야. 우리 상씨 가문으로 널 데려가 네 자리를 찾아주고 싶어서 그래.”서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하지만 나한테는 이미 가족이 있어요.”그녀의 시선을 따라 그가 그녀의 아랫배를 바라보았다. “결혼을 했어도 상씨 가문으로 돌아와 가족을 만나는 건 문제 없잖아.”“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면 됐어요. 굳이 만날 필요 없을 것 같아요.”엄마가 살아있었다면 가족들을 만나러 가야겠지만 외손녀가 굳이 만나러 갈 필요가 있을까? 각자 잘 살고 있으니 서로 방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이라는 걸 모르고 자랐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게다가 이제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없는 나이니까. 그가 설득하려고 하자 서유는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결과 나오면 내 결정에 맡기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내 결정은 상씨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는 거예요.”“그렇긴 하지만 할아버지께서는 네가 돌아오길 바라고 계셔. 정말 다시 생각해 볼 수는 없는 거야?”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난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할아버지께서 다른 사람과 결혼한 것에 대해 야박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거절하는 거야?”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두 분 사이에 있었던 일은 난 잘 몰라요. 뭐라고 할 입장도 아니고요. 다만 할아버지께서 잘못하신 건 맞아요.”“인정해. 나도 그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만약 나였다면 목숨까지 내걸고 밀어붙였을 거야. 가족들이 날 죽이기야 하
상준석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정장 차림에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상태준을 돌아보았다.“형, 들었어? 서유가 나 잘생겼다고 칭찬하는 거.”무뚝뚝한 사람인 건지 실실 웃는 상준석을 보고도 그는 담담하기만 했다.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고 용건부터 말해.”그를 힐끔 쳐다보던 상준석은 고개를 돌리고 서유를 쳐다보았다.“연훈이한테 들었어. 우리 집안으로 돌아오길 원치 않다고 하던데.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될까?”그녀는 자신의 아랫배를 만지며 대답했다.“이제는 아이도 생겼고 내 가정도 있어요. 상씨 가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내가 어느 집안의 자식인지 그것만 알면 됐어요.”상준석은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쳐다보았다.“임신했구나. 축하해.”온순한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며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그는 아이에 관해 그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친해지려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그녀를 설득했다. “어찌 됐든 집으로 돌아와야지. 그래야 뱃속의 아이도 자신의 외가가 어디인지 알 거 아니야. 아이의 성장에 우리 상씨 가문의 뒷받침이 있다면 아이한테도 좋은 일이야. 자신감이 넘치고 용감한 아이로 자라게 될 테니까.”서유는 자라면서 자신감도 용감함도 없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결핍으로 인해 늘 사람들에게 끌려다니기 일쑤였다.그러나...그녀는 상준석과 아무 말이 없는 상태준을 쳐다보며 웃었다.“나도 이제는 아이한테 남부러운 것 없는 그런 좋은 환경을 줄 수 있어요. 그러니 상씨 가문의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상태준은 모처럼 웃는 얼굴을 보이며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그러나 오빠들은 네가 집으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어.”간절한 그의 눈을 바라보며 그녀는 조금 난처해졌다.“난...”“어르신들 때문에 너와 네 어머니가 그 고생을 했고 이제야 널 찾게 되었어.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라도 보상해 주고 싶어.”상준석은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형 말이 맞아. 상씨 가문에서 지내지 않더라도 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