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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3화

서유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가 루드웰에서 일어난 일을 정가혜에게 털어놓았다.

정가혜는 이야기를 듣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가냘픈 서유의 얼굴을 애처롭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 많이 힘들었구나.”

그녀는 그저 한마디만 했다. 서유를 달래지도 않았고 이승하를 변호하지도 않았지만, 그 한마디에 모든 감정이 담겨 있었다.

서유는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정가혜의 따뜻한 위로에 그동안 마음속에 눌러 담았던 아픔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가혜야.”

“응, 나 여기 있어.”

서유는 얼굴에 얹어진 정가혜의 손을 꼭 잡아 자기 가슴에 안았다.

“나 정말 많이 힘들었어.”

정가혜는 서유의 고통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남편을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지만 만나자마자 이혼을 통보받은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을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정가혜은 마음 아픈 서유를 위로하듯 그녀의 야윈 손등을 다른 손으로 덮으며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다 말해도 돼. 네 마음속에 담아둔 억울함을 다 털어놔.”

서유는 눈을 천천히 내리깔았다.

“억울할 게 뭐 있어. 다 익숙해졌는걸.”

서유는 이승하의 차가운 무관심과 자신을 밀어내는 그의 태도에 이미 익숙해졌다고 했다. 그저 그 후에 찾아오는 슬픔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익숙하다’는 말이 서유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정가혜는 그것이 얼마나 큰 상처인지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서유의 손등을 계속 두드리며 그 손길로 서유를 위로하고 있었다.

서유는 더 이상 정가혜까지 자신과 함께 아파하지 않도록 말하기를 멈추었다.

“가혜야, 퇴원하면 더 이상 블루리도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그때 연이를 내 별장으로 데려다줄 수 있어?”

서유는 이제 두 사람의 신혼집조차 돌아가고 싶지 않은 듯했다.

정가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알겠어.”

그녀가 대답을 마치자 정가혜는 또 한 번 서유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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