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눈에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무관심과 냉담함은 1-1이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연지유와 무슨 원한이 있지?” 1-1은 성준모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달려왔기에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내 아내를 죽였지.” “그렇다면 꽤 심각한 문제로군.” 1-1은 이승하가 들고 있는 담배가 거의 타들어 가는 것을 보고 담배 한 개비를 꺼내 그에게 던져주었다. “조건 하나 제안하지. S 창립자의 정체를 밝히면 내가 연씨 부녀를 찾아주지.” 이승하는 담배를 손에 쥐고 문질렀고 이 말에 그의 손가락이 잠시 멈췄다. “S 창립자의 정체도 모른 채 왜 S를 대규모로 학살하는 거지?” “너랑 같아. 아내를 죽은 놈들,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1-1의 모호한 대답에 이승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모든 S의 구성원이 네 아내를 죽인 건 아닐 텐데?” 1-1이 학살한 것은 한두 명이 아니라 모두였다. 이는 분명히 앞뒤가 맞지 않았다. “누가 내 아내를 죽였는지 알 수 없으니 모두를 죽일 수밖에 없지.” 1-1은 담담하게 말한 뒤 밖에서 대기 중인 운영자들과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바라봤다. “저 사람들의 가족도 S에게 학살당했어. 우리가 힘을 합쳐 복수를 하는 게 뭐 잘못된 일인가?” 이승하는 그 말을 듣고 눈길을 떨구었다. 자신이 S를 맡기 전까지는 강중헌이 S를 운영했다. 그가 이끌던 사람들이 과거에 누구를 어떻게 학살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이승하는 자신의 손에 묻은 피에 대해서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S가 먼저 그들을 학살했기에 1-1, 성준모, 그리고 다른 운영자들이 S를 반격하고 복수하려는 것일까? 이것이 바로 인과응보라는 것일까? 하지만 그들이 제거한 자들은 모두 상업 세계의 암적 존재들이었다. 그 사람들의 손에 묻은 피도 그들 못지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과관계를 따지자면 끝이 없었다.“어때, 이 조건을 받아들이겠나?” 이승하는 굳센 성격을 지닌 남자였
그와 동시에 넷째 어르신은 연씨 부녀를 루드웰로 데려왔다. 1-2가 제한한 시간보다 하루 늦어졌는데 그 이유는 이들 부녀가 꽤 깊숙이 숨어 있어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넷째 어르신은 이들을 주제실로 끌고 들어왔지만 1-2는 보이지 않고 소파에 앉아 화면을 응시하며 말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1-1만 있었다.“형님, 둘째 어르신은 어디 있습니까?” 주제실의 운영자들은 일제히 1-1을 바라보았다. 1-1이 1-2를 주저 없이 죽였을 때, 그들 각자의 마음속에는 각기 다른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평범한 흑의인들과는 달리, 번호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있었기에 지위가 훨씬 높았고 1-1과 협력 관계에 있었다. 하지만 1-2의 지위는 그들보다 더 높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은 1-2를 죽였다. 운영자들은 언제라도 자신들이 1-2와 같은 상황에 처해 이익이 충돌할 때, 1-1 역시 자신들을 죽일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모두가 루드웰을 떠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김종수가 돌아왔다.“이승하가 칩으로 둘째 어르신을 조종해 두 사람의 생명을 함께 묶고, 형님을 협박했어. 그걸 알게 된 셋째 어르신이 그 사람을 한 방에 끝냈고.” 이 말을 한 사람은 여섯째 어르신이었고, 김종수는 이 단순한 한마디로 그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단번에 깨달았다. 김종수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1-2는 루드웰을 위해 수년간 헌신적으로 일해왔는데 결국 후배에게 총 한 방으로 끝장나고 말았다. 그것도 단지 1-1을 어쩔 수 없이 협박했다는 이유로 그런 최후를 맞이하다니. 그렇다면 이승하를 도와 상위 구역까지 쳐들어간 그는 과연 어떻게 될까?김종수는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고, 마치 산처럼 굳건히 자리한 1-1을 바라보았다. “형님, 성준모는 그래도 오랜 세월 형님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성준모를 구하려고 하기는커녕 죽여버리다니, 정말 제가 형님을 잘못 봤습니다.” 김종수는 자신이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이미 알
“보스, 이승하가 S의 우두머리입니다. 둘째 어르신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이승하를 죽이지 않았고 오히려 저를 수배했어요. 이건 그 사람이 루드웰을 배신했다는 뜻이죠. 보스, 그 배신자를 죽였습니까?” 1-1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죽였어.” 1-1이 둘째 어르신을 죽였다는 말을 듣자 연지유는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역시 보스는 대단하세요.” 그녀는 한마디 칭찬을 남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1-1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그의 어깨에 올렸다. “보스, 제가 Ace를 위해 이렇게 큰 공을 세웠으니 보상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1-1은 눈을 내리깔아 어깨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손을 바라보았다. “어떤 보상을 원하지?” 1-1의 눈에 서린 살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연지유는 몸을 살짝 앞으로 숙여 그의 귀에 가까이 다가갔다. “1-2가 죽었으니, 제가 그의 자리를 대신해 Ace를 관리하는 게 어떨까요?” “좋지. 하지만...” 1-1이 승낙했지만 조건이 붙자 연지유는 조금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1-1은 서두르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아들고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연지유,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나? 운영자는 플레이어의 생사를 함부로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했을 텐데?” 이 말을 듣고 연지유는 1-1이 자신이 서유를 죽인 것을 문제 삼고 있음을 깨닫고 급히 변명했다. “보스, 제가 규칙을 어기고 서유를 죽이려 했던 건 다 이승하 때문이에요.” “이승하가 서유가 선택에 성공하도록 조작한 후 떠나보냈잖아요. 루드웰에서 죽었어야 할 사람인데 전 그저 그걸 막기 위해서였어요.” “그래?” 연지유의 변명에 1-1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기묘한 웃음은 연지유에게 무척이나 섬뜩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연지유는 자신이 S의 우두머리까지 밝혀냈으니 큰 공로가 있다 여겨, 1-1이 자신에게 큰 벌을 내릴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
김종수의 눈에서 무언가를 읽어내기도 전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연지유가 연중서를 거칠게 끌어당겼다. “아빠, 보스가 말한 게 정말이에요?” 이제 와서 연중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서유는 내 첫 번째 아내가 낳은 아이야.” 연중서에게 전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연지유는 충격을 받았다. 설마 서유라는 천박한 여자가 자신과 같은 아버지를 둔 이복자매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어릴 때 분명히 봤던 장면이 있었다. 연중서가 서유의 어머니와 그녀의 두 딸을 배에서 밀어버린 걸 직접 눈으로 목격했었다. 그러니 그들은 이미 죽었어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아빠, 설마 그때 그 사람들을 완전히 죽이지 않았던 거예요?” 연지유가 충격에 빠진 반면, 연중서는 상대적으로 냉정을 유지했다. “지유야, 일단 나가 있어. 내가 천천히 설명해 줄게.” 1-1은 서유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이 자리에서 계속 얘기를 나누다가는 과거의 일들이 더 많이 밝혀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여기서는 얘기를 이어가선 안 됐다. 하지만 연지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연중서를 밀어냈다. “비켜요!” 그녀는 연중서를 밀치고 테이블 다리를 잡고 몸을 일으켰다. 연지유는 실망한 눈빛으로 연중서를 한 번 쳐다보더니 곧장 총을 찾기 위해 사방을 둘러보았다. 마침내 김종수 앞에 다가가 그의 허리에서 총을 빼내어 연중서의 가슴을 겨누었다. “아빠가 엄마를 가장 사랑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셨잖아요. 결국 그 사람들을 죽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서유를 회사에 들여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어요!” “난 그런 적 없...” “없다고요?!” 연중서가 변명하려 하자 연지유가 싸늘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없었다면 서유가 지금까지 살아있지 않았을 테고, 우리 회사에 들어와 일할 수도 없었겠죠. 아빠가 서유를 여러 차례 돌봐준 것도 설명이 안 되잖아요.” “아빠는 틀림없이 우리 앞에
“그럼 김영주가 죽은 후 그 딸들도 흩어졌다는 건가?” 1-1의 목소리가 김종수의 떠오른 기억을 현재로 끌어당겼다. “맞습니다.” 1-1은 잠시 멈추더니 다시 물었다. “흩어진 후엔 어떻게 됐지?” “큰딸은 빈민가로 갔고, 작은딸은 인신매매범에게 여러 번 팔려 다니다가 결국 국내로 돌아와 고아가 됐습니다.” 1-1은 아직 김영주의 정확한 신분을 확신하지 못했지만 그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그 후엔...” 김종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큰딸 김초희는 함께 지내던 남자에게 학대받다가 일찍 죽었고, 작은딸은 조금 더 나은 편이겠죠. 이승하와 결혼했습니다.” 김종수는 김초희와 서유의 구체적인 사정을 잘 몰랐기 때문에 간단하게 설명하고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김영주의 큰딸이... 이미 죽었단 말인가?” 1-1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이 스쳤지만 김종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전에 죽었습니다.” 1-1의 표정이 멍해 보이자, 김종수는 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 왜 김영주 모녀의 일에 그렇게 관심이 많으신 건가요?” 1-1은 정신을 차리며 김종수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너는 먼저 나가 있어.” 김종수는 1-1을 몇 번이나 쳐다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어나 방을 떠났다. 그가 떠나자마자 잠시 전 외부로 나갔던 흑의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무인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알겠다.” 사람이 없다는 건 누군가가 구해 갔다는 뜻이었다. 구해졌다면 아직 생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 생각에 1-1은 휴대폰을 들어 1-3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계속 받지 않았다. 1-1은 무언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하고는 재빨리 가면을 챙겨 생화학 구역으로 향했다. 그가 막 도착했을 때, 생화학 구역에서는 이미 흑의인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이승하가 단 한 자루의 메스로 흑의인들을 모두 제압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1-3은 이승하
혼란스러운 기억 속에서 서유는 이승하가 그녀를 밀어내고 돌아서서 연지유를 품에 안는 장면을 보았다. 순간적으로 멍해진 그녀는 곧바로 달려갔지만 이승하는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분노에 찬 눈으로 노려보았다.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왜 너는 아직도 매달리는 거지?” 서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이승하를 올려다보았다. “우리가 정말 이혼했어요?” 이승하는 대답하지 않고 품속의 연지유를 더욱 꽉 껴안으며 다정하게 대했다. 서유는 한참 동안 제자리에 서 있다가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두 사람을 떼어 놓으려 했지만 그 순간 남자가 고개를 숙여 연지유와 입을 맞추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입술이 맞닿는 순간 서유의 세계는 무너져 내렸다. 수천 개의 화살에 가슴이 찢기는 고통을 견디며 혼란스러운 정신 속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흰색 천장을 보고서야 서유는 자신이 악몽을 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단지 꿈이었음을 안도하던 그녀는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어려운 눈길을 옮기자 갑자기 한 장의 고독하고도 날카로운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깨어났어요?” 상대방의 눈빛이 그녀가 깨어난 것을 확인하고 반짝였다. 마치 별빛이 켜진 것처럼. 서유는 그를 바라보며 잠시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러다 한참 만에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살며시 만졌다. 촉감은 진짜였다. 그는 살아 있었다. 서유의 맑은 눈동자에 얇은 물기가 서렸다. “육성재 씨,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육성재는 병원복을 입고 있었고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큰 고비를 넘겼으니 행운이 따라올 거예요. 안아줄까요?” 육성재를 바라보며, 서유는 문득 그가 자신 대신 총을 맞았던 그날이 떠올랐다. 그의 목숨을 건 헌신과 피로 얼룩진 모습은 그녀에게 깊은 감동과 죄책감을 안겨 주었다. 서유는 그를 잠시 응시하다가 천천히 두 팔을 벌렸다. 말로
육성재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아버지에게 섬에서 기다리라고 한 건 나였어요.”그들은 섬에서 끌려갔고 게임이 끝난 후 다시 섬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육성재는 만약 서유가 살아남는다면 그녀 역시 그곳에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눈을 뜨자마자 아버지인 육우성에게 섬을 지켜보라고 명령했다. 다행히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육우성은 섬의 해변에서 서유를 발견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서유 씨를 발견했을 때 온몸이 젖어 있었다고 했어요. 아마도 바다에 빠졌던 것 같아요.” “누가 서유 씨를 바다에서 끌어올린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사람이 서유 씨를 응급 처치해 줬다고 하더군요.”그래서 서유의 뱃속에 있는 아이도 지킬 수 있었다.이 말을 듣고 서유는 멍하니 있었다. 그때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었고, 그녀를 제때 구할 수 있었던 사람은 연중서 뿐이었다. 혹시 그가 죄책감을 느끼고 돌아와 자신을 구한 것일까? 서유는 이 가능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딱히 다른 답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설사 그가 구했다 해도 서유의 마음속의 미움이 사라지진 않았다. 만약 연중서가 없었다면 그녀의 어머니와 두 자매는 그렇게 비참한 삶을 살지 않았을 것이다. 연중서가 없었다면 그녀는 연지유에게 그렇게까지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서유는 연지유가 이승하에게 이혼을 강요하며 자신을 밀어내던 모습을 떠올리자 다시금 분노가 치밀었다. 그녀의 주먹이 단단히 쥐어졌고 그 눈엔 분노가 가득했다. 이를 본 육성재는 그녀의 손등 위에 손을 얹었다.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았으니까 너무 화내지 마요.” 서유는 천천히 감정을 억누르며 다시금 차분하게 손을 옮겼다. 먼저 사랑한 사람은 아무리 사소한 행동에서도 상대방이 거부감을 느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육성재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하지만 그는 금세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침대 머리맡에 있는 물컵을 들어 물을 따랐다. 그리고 서유에게 건넸다.
창밖을 바라보며 쓸쓸하게 있는 서유를 보며 육성재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너무나 오랫동안 말이 없어서 서유는 그가 더는 대답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실패가 무엇인지 따질 필요는 없어요. 사람마다 처지가 다르고 생각도 다르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서유는 그의 말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눈은 창밖을 향하고 있었다. 그 고요한 쓸쓸함이 육성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는 서유가 이승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았기에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는 말은 그녀가 상처받은 후 한순간의 감정적인 표현일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육성재는 마음속에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으니 굳이 더 말하지 않고 그냥 그녀와 함께 조용히 앉아 있었다.잠시 후, 서유는 무언가 생각난 듯 육성재를 돌아보았다. “그날 성재 씨가 입술 모양으로 나한테 무슨 말을 했었죠? 그때 피가 가려서 못 봤어요.” 서유는 손에 쥔 물컵을 들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육성재를 바라보았다. “그때 뭐라고 했던 거예요?” 육성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서유가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그의 귀 끝이 서서히 붉어졌다. “별거 아니었어요.” 서유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어색해하는 육성재를 살펴보았다. “아, 그냥 말해줘요. 안 그러면 계속 생각나서 신경 쓰일 거 같아요.” 사실 이혼한 서유를 앞에 두고 육성재는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승하가 손을 내밀기만 하면 아무리 다른 이가 노력하고 서유를 좋아해도, 그녀는 그와 함께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생사를 함께하는 사랑 앞에서 육성재가 가진 작은 감정은 아무것도 아닌 셈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그녀가 자신을 볼 때 마음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그때 상금 꼭 집에 가져다 달라고 한 거였어요.” 서유는 그가 무슨 감동적인 말을 하려는 줄 알았지만 결국 상금을 걱정하고 있었다는 게 조금 어이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