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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8화

“죄송합니다.”

이승하는 아무 감정도 없는 기계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내리깔고 김종수를 쳐다보았다.

“위층 구역으로 가야겠습니다. 1-2의 머릿속에 반드시 칩을 넣어야겠습니다.”

“하지만 나한테는 권한이 없으니 당신의 홍채와 손금을 빌릴 수밖에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던 넷째 어르신은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봉태규와 연지유를 죽이는 걸 도와줄 수는 있지만 1-2를 해치는 일에 날 끌어들일 생각은 하지 말게.”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고 이승하는 마치 벽처럼 그를 필사적으로 옥죄고 있었다.

이를 본 프로그래머들은 벌떡 일어났고 이승하의 차가운 시선이 그들을 향했다.

“이 사람 죽는 꼴 보고 싶으면 얼마든지 달려들어.”

말을 마친 그가 속눈썹을 아래로 늘어뜨리며 차가운 눈빛을 감추더니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걸렸다.

“넷째 어르신, 저랑 함께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남자는 김종수가 동의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바로 그를 끌고 위층 구역으로 통하는 전용 통로로 빠르게 이동했다.

가면 아래, 김종수가 이승하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자네는 1-2를 이길 수 없어.”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승하는 그의 손을 잡아 인증 장치에 가져다 댔고 손금 인증이 된 후 그의 가면을 벗겼다.

“CCTV에는 내가 당신을 협박하는 것으로 보이니 당신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손금과 홍채 인증을 제외하고도 얼굴과 몸 전체를 스캔하여야 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련의 비밀번호도 입력해야 했다.

이승하는 김종수의 얼굴을 강제로 가져다 댈수가 없었고 반드시 그가 자발적으로 협조하도록 해야 하는 데 김종수가 협조할 리가 있겠는가?

“아까도 말했지만 난 그 누구도 1-2를 해치는 걸 두고 볼 수가 없네.”

이승하는 아무 대답도 없이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협조하지 않으면 난 강제로 손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써늘한 기운이 가득 찬 그의 눈에는 집착에 가까운 독기가 서려 있었다.

죽은 사람처럼 핏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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