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단호한 눈빛에 그는 마음이 흔들렸다. 이승하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그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이승하는 그녀한테 아침이 다가오는 햇빛과 같은 존재였다. 다음날의 아침이 약속대로 밝아오지 않는다면 그녀는 영원히 어제의 황혼에 갇혀버리게 될 것이다. 생사를 함께 하는 것은 두 사람한테 결코 말뿐이 아니었다. 그걸 깨닫고 육성재는 처음으로 자신이 이승하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서 그는 철저히 패배자였고 시작부터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들어온 이 여자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아니면 좋아한다는 말을 어찌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성재 씨, Ace가 규칙을 중시한다고는 하지만 죽음의 문을 잘못 선택하면 죽게 될 거예요. 그러니까 성재 씨는 가지 말아요. 성아 씨가 확인하고 싶은 건 내가 대신 확인해 줄게요.”그녀의 말은 걱정이 아니라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내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대기시켜 놓은 건 루드웰을 무너뜨리기 위해서예요. 지금 내가 장난하는 것으로 보여요? 그리고 당신 인생만 재수 없었던 건 아니에요. 내 인생도 당신 인생 못지않았습니다. 내 인생도 당신의 인생처럼 좋아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물러서지 않는 그 모습에 서유는 황금잎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나 때문에 성재 씨까지 잘못될까 봐 그래요. 그리고 성재 씨한테는 황금잎도 없잖아요. 루드웰에서 당신을 들여보낼 리가 없을 것 같아서...”Ace 의 초대장 받고 Ace의 관찰을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사실 육성재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와 같은 집안의 자제가 왜 Ace의 초대장을 받지 못한 건지. Ace에서도 날 무시하는 건가?그 생각을 하니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나한테 다 방법이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그녀가 계속 말리려고 하자 육성재는 화를 냈다. 시도 때도 없이 욱하고 미쳐 날뛰
“너, Ace에서 보낸 거지?”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한 어린 여자아이는 그가 버럭하는 소리에 이내 눈물을 왈칵 쏟았다. “흐윽... 할아버지. 여기 변태 아저씨 있어요. 저 좀 구해주세요.”부두 기슭에서 이제 막 물건을 내리고 땅바닥에 앉아 동료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던 노인은 손녀의 울음소리를 듣고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손녀가 허공에 붕 떠 있는 것을 보고 그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왔다.“당장 내려놔. 그렇지 않으면 망치로 내리칠 거야.”상대방이 짐을 내리는 도구를 들고 여러 명의 노인들을 데리고 달려오는 것을 보고 서유는 급히 손을 뻗어 육성재의 손에서 아이를 낚아채 바닥에 내려주었다. 그러고는 현금을 꺼내 노인들에게 쥐여주며 그들의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들을 다독인 후, 그녀는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육성재를 노려보았다.“애한테 누가 쪽지를 준 건지 물어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추궁부터 하면 어떡해요? 제정신이에요?”자신이 실수했다는 생각에 그는 조금 찔리긴 했지만 여전히 당당한 모습이었다.“애한테 쪽지를 준 사람은 분명 Ace의 사람일 거예요. 그걸 굳이 물어봐야 알아요? 그리고 바보가 아닌 이상 당연히 쪽지만 주고 그냥 가겠죠. 내가 물어볼 때까지 서 있다가 다시 돌아가겠어요?”서유는 말문이 막혔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암암리에 대기 중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Ace 의 사람이 어린 소녀에게 쪽지를 찔러주는 것을 보았냐고 물었다. 그쪽에서 본 적이 없다고 하자 그는 짜증이 가득 찬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서유는 잔뜩 화가 나 있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캐리어를 들고 1번 선박으로 걸어갔다. 수갑이 채워진 탓에 그녀가 움직이자 그도 따라가야만 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1번 선박에 올라탔고 배 안에는 승객이 별로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Ace가 아마도 이곳에서 손을 쓰려는 모양이다.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1번 선박이 출발하였고 배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육성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다만 자신이 배
막대 모양의 전등이 켜지는 순간 텅 빈 방 전체가 환해졌고 맑고 투명한 얼굴도 환하게 밝혀주었다. 불빛의 소리에 정신이 든 서유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니 사방이 하얗고 하얀색 천장, 하얀색 바닥 말고는 주위에 아무것도 없었다. 한 줄 한 줄의 흰 빛이 천장 틈으로 내려와 눈이 부셨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빛을 막았다. 바로 그때, 수갑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옆에 육성재가 누워있었다. 여전히 굳게 감긴 그의 눈을 보고 그녀는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났다. 육성재가 루드웰을 욕하자마자 두 사람은 정신을 잃게 되었다. 이리 텅 빈 방에서 깨어났다는 것은 그들이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걸 말해주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육성재의 사람들은 예정대로 루드웰을 제거하지 못하였다. 어차피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녀는 개의치 않았고 손을 뻗어 육성재를 깨웠다. 그가 루드웰의 사람들에게 미움을 샀던 건지 그는 그녀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약을 복용했고 아무리 건드려도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서유는 그를 내버려둔 채 눈을 들어 방안을 훑어보았다. 온통 하얀 색인 방 안에는 침대가 두 개 놓여 있었고 침대마저 하얀 것이 깔끔하기 그지없었다.강도윤이 말한 전자장비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아마도 은밀한 곳에 숨겨놓은 것 같다. 방금 불이 켜졌을 때 들려오던 기계음처럼. 바닥에서 천천히 일어나 벽에 기대어앉아 Ace가 규칙을 발표하기를 조용히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 어리둥절해진 그녀는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강도윤이 묘사한 대로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심지어 문도 없었다. 그러나 Ace가 그녀의 캐리어를 함께 이곳으로 들고 올 줄은 몰랐다. 구석에 놓인 캐리어를 보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만졌는다. 그 마취약이 아이에게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배에 이상한 감각이 없고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것을 보니 Ace의 사람들이 그녀를 봐준 것 같다.무슨 이유일까? 연지유가 그녀를 유인
그런 모습이 그녀의 눈에는 참 어리석어 보였다.참을 수 없었던 그녀는 그의 외투 주머니를 살펴보며 그를 도와 열쇠를 찾았다.안팎을 샅샅이 뒤졌지만 열쇠는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열쇠를 안 가지고 온 건 아니죠?””그럴 리가요.”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외투 주머니와 바지 주머니를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열쇠는 보이지 않았다.“Ace의 사람들이 열쇠를 가져간 게 틀림없어요.”화가 난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빌어먹을 놈들. 내 눈에 띄기만 해봐. 모조리 다 죽여버릴 거야.”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내 캐리어까지 가져왔는데 설마 열쇠를 가져갔겠어요?”“뭐라고요?”그는 놀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서유는 그를 향해 턱을 치켜올렸다.“저쪽이요.”그녀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마침 구석에 놓인 캐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캐리어도 들고 오게 해놓고는 내 열쇠만 가져간 거예요? 일부러 나한테 이러는 건가?”열쇠를 제외하고도 그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은 모조리 빼앗아 갔다. 핸드폰, 작은 칼, 독극물, 추적기 등 방어용으로 쓰이는 물건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전자기기 같은 건 당연히 빼앗아 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수갑의 열쇠를 가져갔으니 계속 이리 육성재와 묶여 있어야 한단 말인가?그도 그걸 의식한 것인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고 마침 서로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두 사람은 벽에 기댄 채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캐리어 안에 칼 있어요?”루드웰에 들어오기 전에, 육성재 때문에 꽤 많은 현금을 썼고 루드웰에 들어온 후에는 그가 열쇠를 잃어버려 지금 함께 묶여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그녀는 그가 원망스러워 대꾸하기 싫었지만 예의상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없어요.”“그럼 다른 도구는요?”그녀는 짜증 섞인 얼굴로 퉁명스럽게 말했다.“아무것도 없으니까 더
콘솔 입구에는 톱니바퀴가 있었고 황금잎 가장자리의 톱니바퀴와 일치해야만 황금잎을 넣을 수 있었다.두 사람은 그제야 황금잎마다 가장자리의 모양이 다른 것이 입구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육성재는 콘솔을 만지며 이리저리 훑어보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서유는 황금잎을 꺼내 지시에 따라 콘솔 입구에 황금잎을 넣었다. 넣는 순간 기어가 돌아가기 시작했고 곧이어 다시 기계음이 들려왔다. “신원이 확인되었습니다. 초대자 번호2팀의 7번, 플레이어의 새 코드명은 십자입니다.”기계음이 끝나고 콘솔은 다시 황금잎을 뱉어냈다. 확인해 보니 황금잎의 앞면에 십자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고 그 옆에는 작은 숫자 2-7이 새겨져 있었다. 그 말인즉 그녀를 루드웰에 초대하는 사람은 루드웰의 번호가 2-7이고 상대방의 번호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코드명을 부여하고 그녀가 2팀 7번 아래에 속한 플레이어임을 뜻하였다. 배후에서 왜 번호를 매기는지 서유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루드웰의 배후가 한 사람이 아니라 한 무리의 사람들인 걸까? 그래서 번호를 매겨 원하는 플레이어를 초대하는 걸까?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그녀가 의심하고 있을 때 육성재도 황금잎을 넣었고 곧 콘솔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신원이 확인되었습니다. 초대자 번호 1팀 4번, 플레이어의 새 코드명은 바보입니다.”아무 말이 없던 육성재는 튕겨 나온 황금잎을 꺼내 확인해 보았고 ‘바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 서유가 들고 있는 황금잎으로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왜 서유 씨 코드명은 십자고 내 코드명은 바보입니까?”“아마도 당신을 초대한 자가 당신이 좀... 그래서...”그가 자존심이 상할까 봐 그녀는 대놓고 뭐라 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런 젠장.” 화가 난 그는 황금잎을 집어 던지고 고개를 든 채 미친 듯이 카메라를 찾았다.“1팀 4번의 초청자, 당장 나와. 내 손에 죽고 싶어?”대형 스크린
10분 동안 침묵이 흘렀고 잠시 후 콘솔 옆의 벽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Ace의 외부 환경이 눈앞에 펼쳐졌다.“게임을 포기한 플레이어들은 방을 나가주세요.” 서유와 육성재는 문이 열린 것을 보고 동시에 발걸음을 옮겼고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방문을 나서려는 순간, 두 개의 붉은 선이 각각 그들의 이마를 겨냥하였다.“게임을 계속하기로 선택한 플레이어들은 방으로 돌아가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바로 사살할 겁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그녀는 육성재를 끌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이내 이마의 붉은 선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붉은 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저 멀리에 있는 눈부신 벽이 눈에 들어왔다. CCTV가 어디에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이미 전방위적으로 감시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이제부터 말조심해야겠어요.”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적외선 안쪽에 자리를 잡고 방 바깥의 환경을 살폈다. 문 밖은 복도였고 복도 양쪽에는 방들이 가지런히 늘어섰고 방마다 똑같은 인테리어에 문에는 방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두 사람이 있는 방 번호는 9번이었고 그 맞은편에 있는 방도 9번이었다. 맞은편의 방문도 열린 상태였고 안에 있던 남자가 의아해하며 두 사람을 훑어보았다.“왜 두 사람이에요?”“함께 왔어요.” 서유는 짧게 대답하였고 육성재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남자를 힐끗 쳐다보다가 바로 건너편 10번 방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안에는 화려한 옷차림의 중년 남자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왠지 모르게 그 남자를 처음 본 순간 육성재는 느낌이 안 좋았다.그 남자가 너무 무섭게 생겨서일까? 얼굴에 흉터가 여러 개 있었고 매처럼 날카로운 눈을 쳐다보니 말할 수 없이 흉악한 느낌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서유를 노려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자로서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무슨 목적으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눈빛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은 모두 아무 말도 없이 2-9의 위치를 바라보았다.“아홉...”“9번 방은 넷째 어르신의 사람들이 맡고 있는데요.”1팀의 누군가가 2팀의 아홉째 어르신이 사라졌다고 말하려는 그때 한 여자의 목소리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 여자는 분명 2-9를 감싸기 위해서 일부러 넷째 어르신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었다. 넷째 어르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대방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1팀의 주요 인물이 입을 열지 않으니 나머지 팀원들도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넷째 어르신. 사람들을 데리고 지금 당장 구금실로 가서 조사를 받으세요.”기계음이 사라지자 넷째 어르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로 성큼성큼 내려오다가 2-7 자리를 지나치며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엄청난 카리스마에 위압감이 넘쳤지만 2-7자리에 있는 여자는 두 손을 가슴에 두른 채 앞을 쳐다보며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두고 보지.” 넷째 어르신은 차갑게 그 말을 남기고 계단을 내려와 프로그램실 쪽으로 걸어갔다. 모퉁이를 돌다가 마침 아홉째 어르신과 마주쳤다. 스치듯 지나가던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았다.“한발 늦었네.”Ace 콘솔의 프로그램은 파헤치기가 매우 어려웠다. 아홉째 어르신이 한발 늦긴 했어도 그는 꽤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짧은 시간이었고 그의 사람들이 누명을 쓰게 되었지만 최소한 플레이어 방의 CCTV 화면을 껐으니까. 아홉째 어르신은 넷째 어르신을 무시한 채 곧장 관람 구역으로 돌아갔다. 뒤돌아선 넷째 어르신이 아홉째 어르신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가면 아래의 눈을 가늘게 떴습니다.그는 잠시 서 있다가 프로그램실로 향했고 지문과 홍채 인식을 마치고 프로그램실의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간 그는 9번 방을 맡고 있는 검은 옷차림의 사람한테 지금 당장 구금실로 가라고 명하고는 이내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갔다. 아까 그 모퉁이, 아홉째 어르신이 그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넷째 어르신은 아무 말도 없이 천천히 다가갔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생각에 육성재는 고개를 숙인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과했다.“미안해요.”한 소리 하려고 했지만 그의 눈을 쳐다보는 순간 문득 이승하 생각이 났다.이승하는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늘 이렇게 굽신거리며 그녀에게 사과했었다. 결국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계속해서 콘솔을 쳐다보았다.“플레이어들은 지금 바로 선택 구역으로 이동해주세요.”기계음은 사라지고 문이 다시 열렸다. 다만 이번에는 아까의 모습이 아니라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하얀빛이 4층 계단 위쪽에서 내리비쳤고 마치 천국의 길목에 닿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플레이어 여러분, 1분 안에 선택 구역으로 오세요.”“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자들은 사살할 것입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자들은 사살할 것입니다.”“지금 바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겠습니다. 60, 59, 58...”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서유와 육성재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총 4개의 코너를 돌게 되는데 이는 소년, 청년, 중년의 공간을 넘어 노년 공간으로 가는 것이었다. 다만 이것들은 모두 서유의 추측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계단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모두 폐쇄되어 있었고 두꺼운 흰색 벽이 모든 시야를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4층 공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고 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화려한 옷차림의 칼자국남이었는데 두 사람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그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두 사람은 왜 수갑을 차고 있어요?”그 말이 나오자마자 다른 플레이어들도 그녀와 육성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설마 납치돼서 온 건 아니죠?”“이 게임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거 아니었어요?”도도한 육성재는 그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한편, 서유는 담담하게 그 옆에 서 있었다. 몇몇 남자들은 서유의 얼굴과 몸매를 보고 눈빛을 반짝였다.“이봐요, 아가씨.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