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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3화

서유는 집에 돌아와 정가혜가 연이와 함께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승하를 찾으러 갈 수는 있지만 여기엔 가장 마음에 걸리는 두 사람이 있었다. 바로 주방에 있는 이 둘이었다.

정가혜는 이연석과 결혼해서 남편의 보호도 받고 아이도 있어서 크게 걱정할 건 없었지만, 연이는...

이미 부모를 잃고 양부도 잃었으니 유일한 의지처는 그녀와 이승하뿐이었다.

‘이제 승하 씨도 없고 얼마 안 있어 나도 사라질지 모르는데 연이는 어쩌지?’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서유는 위층으로 올라가 휴대폰을 꺼내 심혜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이 양육권 소송이 끝난 뒤로 심혜진도 가끔 연이를 보러 왔었다. 아마도 서유의 너그러움과 아이를 교육하는 방식이 심혜진의 눈에 들었는지, 그녀는 더 이상 오만하지 않고 많이 부드러워졌다.

모든 할머니들이 손녀를 보러 오듯이, 올 때마다 잔뜩 선물을 들고 와서 연이도, 서유도 달래려 했고 덕분에 서로 한 걸음 가까워졌다.

하지만 김영주의 생애라는 벽이 있어 너무 가까워지진 않았다. 연이가 할머니와 친해지는 것도 서유는 막지 않았다. 어쨌든 친척이니까.

심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 연이를 자주 봐달라고 했다. 연이를 맡기진 않았고 다만 자신이 출장을 가야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아이가 외로울까 봐 많이 데리고 있어 달라고 했다.

이어서 심이준과 조지에게도 전화해서 블루리도에 와서 평소처럼 지내달라고 했다. 그들은 S나 루드웰 같은 조직에 대해서는 모르고, 다만 서유가 외출할 때마다 연이를 맡기곤 했는데 그들도 기꺼이 맡아주곤 했다.

정가혜를 믿지 않아서가 아니라 임신한 정가혜가 아이를 돌보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였다. 이 생각이 미치자 서유는 주서희가 떠올랐다.

주서희가 아직 있었다면 틀림없이 연이를 그녀에게 맡겼을 것이다.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주서희가 얼마나 아이를 원하고 사랑했는데...

서유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통창 앞으로 가서 밤하늘의 밝은 달을 한참 바라보다가 배를 만졌다.

‘서희 씨, 나 임신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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