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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2화

서유는 담담하게 소지섭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잠이 좀 안 와서 의사가 약을 좀 더 처방해 준 것뿐이야.”

소지섭이 서유의 손에서 약을 받아들려 했지만 그녀가 피했다.

“이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어.”

소지섭은 더 묻지 않고 그녀 손의 금잎만 주시했다. 아까는 거리가 멀어 금잎 뒷면의 글자와 쪽지는 보지 못했고, 남자 하나가 어린 여자아이를 통해 금잎을 전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이런 일에 대해 서유가 말하지 않으면 소지섭도 묻기가 곤란했다. 그저 못 본 척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의 임무는 서유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었고 사적인 일은 물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서유가 약을 들고 돌아서는데 이승하와 키가 비슷한 육성재가 병원 로비 입구에 서 있었다. 그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빛을 등지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그에게 다가갔고 육성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차에 타요.”

서유는 잠시 망설이다 육성재를 따라 나갔다. 차에 오르기 전, 소지섭도 따라오려 했지만 육성재가 막았다. 둘이 충돌할 뻔했을 때 서유가 제지했다.

“밖에서 기다려.”

소지섭은 할 수 없이 문 앞에 멈춰 서고는 짙은 틴팅을 통해 안의 육성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한편 육성재의 시선은 서유의 창백하고 수척한 얼굴을 지나 그녀가 든 약에 머물렀다.

“괜찮아요?”

원수가 사라졌으니 육성재가 기뻐할 줄 알았는데 그는 오히려 조롱조차 하지 않았다. 서유는 어떤 기분인지 말할 수 없었고 그저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

“괜찮아요.”

육성재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날 강도윤한테 가서 물어보고 답을 달라고 했었죠. 이제 말해줄 수 있어요?”

서유가 의아하게 물었다.

“왜 그걸 알고 싶으신 거예요?”

육성재가 답했다.

“전 유라시아연맹 상업 연합회의 부회장이에요. S 조직이 명문가의 힘을 빌려 연합회를 자주 공격하면서 연합회의 이익에 많은 손해를 끼쳤어요. 저에겐 S 조직을 추적해서 연합회 회원들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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