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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1화

서유는 진단서를 들고 병원을 나와 거리의 분주한 차들과 행인들을 바라보며 문득 갈 곳을 잃은 듯했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벽에 기대어 계단에 천천히 앉았다. 무감각한 머릿속엔 이승하가 자신을 안고 키스하며 사랑한다고 말하던 장면들만이 가득했다.

‘승하 씨가 내가 임신했다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늘 차갑기만 하던 얼굴이 기쁨으로 녹아내릴까, 아니면 다른 아빠들처럼 기뻐하며 그녀를 번쩍 안아 들 수도 있을까?

상상이 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몹시도 보고 싶었다. 그 그리움은 달콤한 게 아닌, 사랑하는 이를 잃은 뒤의 뼛속 깊이 스며드는 둔통이었다.

쓸쓸히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간절히 바랐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빛나는 이승하가 별빛을 밟으며 자신에게로 걸어오기를...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기억 속 그 익숙한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건 그저 허상일 뿐이었다. 서유는 실망한 듯 고개를 숙여 손의 진단서를 바라보았다. 아이와 이승하, 도대체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깡충깡충 뛰어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언니, 어떤 아저씨가 이거 전해달래요.”

서유는 아이를 한 번 보고는 아이가 들고 있는 작은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계속 지켜보던 소지섭은 누군가 그녀에게 다가가자 재빨리 한 발짝 다가섰다.

서유는 고개를 저어 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뒤에야 상자를 받아들었다.

상자를 열자 금빛 나뭇잎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손에 집어 만져보니 순금이었다.

“누가 준 거니?”

서유가 의아한 듯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손에 든 사탕을 핥더니 고개를 저었다.

“언니, 저도 잘 몰라요.”

서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그 아저씨는?”

“사탕 몇 개 주고 가버렸어요.”

아이가 병원 복도 쪽을 가리켰다.

서유가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시선을 돌려 다시 금잎을 살펴보았다.

앞면은 그저 순금이었지만 뒷면을 보니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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