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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9화

정가혜는 서유 곁에 남아 그녀를 지켜주겠다고 했고, 서유는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 지금 이 시기에 친구들은 그녀의 곁에서 위로해 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유는 울지도, 소리치지도 않고 조용히 정가혜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냈다. 가끔은 연이랑 함께 숙제를 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이전과 다름없이 고요하게 흘러갔다.

주태현과 소지섭조차도 서유가 점차 슬픔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는 안도감을 주는 변화였다. 남자 주인을 잃긴 했으나 그래도 여주인이 남아있었으니까.

그러나 서유는 그들이 경계를 늦춘 틈을 타 택이의 유골함을 품에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택이가 죽은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육성아는 병에 걸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영양제로 연명하고 있었다. 서유가 유골함을 들고 나타났을 때 이미 눈물이 멈춘 줄 알았던 육성아의 눈에서 다시금 통제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처럼 서유를 때리거나 탓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서유는 마음 깊숙이 있는 고통을 억누르며 육성아의 병상 앞으로 다가가 제법 무거운 그 유골함을 그녀에게 건넸다.

“택이는 성아 씨 약혼자였으니 성아 씨가 갖고 있는 게 옳다고 봐요.”

육성아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유골함을 받아들였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쓰다듬듯이, 따뜻한 손끝으로 차가운 상자를 한 번씩 만졌다.

“그렇게 크고 든든하던 사람이 결국 이렇게 작은 상자에 갇히다니...”

육성아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서유를 바라보며 물었다.

“택이가 여기서 불편해하진 않을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서유가 억누르고 있던 눈물이 끝내 터져 나왔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육성아를 안고 하얀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서유의 따뜻한 행동에, 며칠 동안 강한 척하던 육성아는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그녀는 유골함을 품에 안은 채 서유의 품에 기대어 어린아이처럼 흐느끼며 온몸이 떨렸다.

“서유 씨, 택이는 저한테 돌아온 후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저를 이렇게 버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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