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78화

소지섭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승하가 돌아올 때까지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라고 연이에게 말했다. 연이는 매우 의젓하게 대답했다.

“당연하죠. 이모부가 내가 클 때까지 봐주고 나중에 결혼식에도 보내주기로 약속했으니까요.”

아이의 믿음은 단순해서 달래기 쉬웠다. 하지만 소지섭은 자신을 그렇게 속일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석양 너머의 산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대표님께서도 저 태양처럼 다시 떠오르기를, 다시 돌아오기를 바랐다.

아이와 함께 조용히 앉아 기다리고 있던 소지섭은 문밖에서 차가 오는 소리에 눈길을 돌렸다. 주태현은 경적 소리에 깜짝 놀라며 멍한 상태에서 깨어났다. 그는 나이가 든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차에 앉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상대가 누군지 확인하자마자, 주태현은 떨리는 손으로 통행 버튼을 눌렀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서유는 하인들에게 휴가를 줬지만 주태현은 이승하와 오래 함께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였기에, 그가 문을 지키고 있었다. 비록 소지섭처럼 주태현 역시 이승하가 사망했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승하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일생을 바쳐 서유를 돌보기로 결심했다. 그녀에게 절대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그 결심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그리하여 마음속 깊은 슬픔이 나이 든 그의 몸까지 해쳤음에도 그는 여전히 블루리도 섬에서 묵묵히 남아 마지막 남은 여주인을 지키고 있었다.

허락을 받은 차는 빠르게 정원을 가로질러 성문 앞까지 달려와 갑자기 멈춰 섰다. 조수석 문이 열리자 검은 옷을 입은 소수빈이 재빠르게 차에서 내려 소지섭 앞에 다가왔다.

“소지섭!”

소수빈은 창백한 얼굴로 소지섭의 옷깃을 잡아챘다. 그는 의자에 앉아 있던 소지섭을 세워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왜 대표님께서 루드웰에 갔다는 사실을 나한테 미리 말해주지 않았어?”

소수빈은 그동안 부산에서 소씨 집안 일을 처리하느라 바빴고, 대표님이 암시장에 간다는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 그저 대표님이 북미로 출장을 간다는 얘기만 듣고 진짜 출장을 갔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도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