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65화

계단에서 걸어 내려온 이승하는 서유가 주방에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얼른 다가가 냄비를 대신 들어주면서 말했다.

“여보, 앞으로 이런 일은 고용인들을 시켜. 그러다가 손 데겠어.”

부드러운 말투가 서유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미련이 고여 넘쳐흘렀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네...”

이승하는 냄비를 내려놓고 강도윤과 강세은을 바라보았다. 약간 미간을 좁힌 그가 몸을 돌려 서유의 손을 잡고 얘기했다.

“서유야, 나 이제 가야 해. 집에서 조심하고 잘 있어...”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하지만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결국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하지만 이승하에게 그런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얼른 손을 들고 테이블 위를 가리키면서 이승하의 시선을 끌었다.

“여보, 내가 저녁을 준비했는데, 먹고 가면 안 돼?”

문 앞에 서 있던 강도윤은 그 말을 듣고 손목의 시계를 확인하더니 얘기했다.

“이 대표님, 반 시간 뒤에 배가 출발할 겁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이승하는 강도윤을 무시하고 서유를 데리고 의자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본 강도윤은 강세은을 보더니 다시 서유를 쳐다보았다.

이번만큼은 마음대로 하고 싶었다. 이승하에게 그녀가 만든 저녁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서유는 결국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이승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서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보, 사람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마요.”

숟가락을 들고 있던 이승하의 손이 그대로 굳었다. 이윽고 국물을 떠서 서유의 입가로 가져갔다.

이승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 마시라고 눈치를 주었다. 서유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가요.”

숟가락을 든 이승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승하는 서유를 쳐다보다가 결국 숟가락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떠나는 이승하는 아주 칼 같았다. 한 번도 서유를 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냉혈한처럼 말이다.

그런 이승하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서유는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이렇게 이별인 줄 알았는데, 문밖으로 나가던 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 이윽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