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57화

상철수는 서유가 정말 모른다고 생각해서 더 묻지 않았다. 그저 커피를 들고 테이블을 에둘러 가서 의자에 앉은 후 다시 시선을 들어 서유를 쳐다볼 뿐이었다.

“김초희 씨, 나는 멋들어진 별장을 만들 거야.”

그 얘기에 서유는 얼른 메모지와 펜을 들고 메모할 준비를 했다.

“얘기해 주세요.”

상철수는 기억을 되짚으며 천천히 서유에게 얘기했다.

“하얗고 깨끗한 건물이어야 하고 꽃밭에는 튤립이 가득 피어있을 거고 아치 다리 아래에는 작은 호수에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을 거야. 그리고 뒷마당에는 과일나무를...”

서유는 디자인이 어려운 빌딩을 지어달라고 부른 줄 알았는데 간단한 저택인 것을 듣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건축물 디자인은 일단 디자이너들을 불러도 되는데, 왜 굳이 저를 부른 거죠?”

게다가 김초희 본인이 직접 와야 한다니.

상철수는 커피를 들고 한 모금 마신 후 얘기했다.

“내 연인이 말했었지. 나중에 딸을 낳으면 이런 집을 만들어 주자고.”

“그럼 따님은...”

“딸은 없어.”

상철수는 생각했다. 만약 김영주가 살아있다면...

그는 저도 모르게 눈앞의 서유를 훑어보았다. 서유는 김영주와 비슷한 구석이 있긴 했으나 너무 닮은 건 아니었다.

서유는 딸도 없으면서 왜 이런 집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지 묻고 싶은 것이었다. 혹시 이것도 미련인가?

하지만 생각해 보면 각자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서유는 그저 돈을 주는 사람의 요구대로 움직이면 된다.

서유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상철수도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침묵이 이어졌다. 서유는 메모장을 다시 넣었다.

“그럼 전 먼저 상연훈 씨를 찾아가 현장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쉬세요.”

이런 잡다한 일은 상연훈이 책임질 것이다. 그러니 상철수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상철수가 서유를 불러세웠다.

“바로 옆에 있으니 내가 데리고 가면 되지.”

서유는 약간 굳어버렸다. 상철수가 직접 데리고 다녀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뒷마당으로 들어갔다. 풀밭을 지나고 나니 황무지가 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