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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밤새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그렇게 이튿날 아침이 되자 그제야 먹구름이 조금씩 걷혔다.

이승하는 시선을 내려 품속의 여자를 쳐다보다가 한참 있다가 그녀를 풀어주었다.

그는 서유가 잠든 줄 알고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챙기고 걸어 나갔다.

침대에 누워있는 서유는 눈을 뜨고 이승하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승하가 주태현에게 서유를 잘 보살피라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 소지섭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주었다.

또 연이에게 과자를 몰래 먹지 말라고, 이모 말을 잘 들으라고 당부하는 것도 들었다.

이승하는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인지, 10일 전에 이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는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누워있던 서유는 겨우 몸을 일으켜 욕실로 가서 씻고 나온 후 화장대 앞에 앉아 간단하게 메이크업을 하고 캐리어를 꺼내 이승하의 탈의실로 왔다.

이승하는 이연석과 통화를 한 후 돌아와 탈의실에 은백색 캐리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있는 여자는 그를 등진 채 개어놓은 옷을 하나하나 캐리어에 넣고 있었다.

그 작은 뒷모습을 보면서 이승하의 심장이 아려왔다. 발이 바닥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서유는 정장과 셔츠를 다 정리해서 넣었다. 바지를 정리하려고 할 때 거울 너머로 이승하를 발견했다.

바지를 잡은 손이 그대로 굳었다. 서유는 슬픈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고 몸 돌려 이승하를 보면서 웃으면서 얘기했다.

“여보, 당신을 도와서 짐을 싸고 있었어요. 챙겨가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얘기해요. 내가 챙길게요.”

이승하는 시선을 내려 빽빽한 속눈썹 아래로 붉어진 두 눈을 보고 그녀의 앞으로 와 서유를 품에 안았다.

“없어. 괜찮아.”

그 포옹 속에서 미련을 느낀 서유는 눈물을 꾹 참으면서 그를 밀어냈다.

“그럼 먼저 일 봐요. 난 이거 다 정리하고 갈게요.”

이승하는 이런 일은 고용인들을 시키면 된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서유는 마지막으로 그를 위해 뭐라도 하기 위해 이러는 것이다.

그래서 막지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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