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는 상철수의 집에서 나온 후 이승하의 차로 걸어갔다.차에 타자마자 서유는 이승하의 품에 안겨 그의 허리를 그러안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이승하의 향기를 폐 속 깊이 들이쉬면서 휴식을 취했다.“여보, 상연훈 씨가 내 뒷모습을 봤어요. 날 의심하기 시작하네요.”이승하는 서유의 허리를 그러안고 바로 그녀를 들어 자기 다리 위에 앉혔다.“걱정하지 마.”그 말로 이승하는 서유를 진정시켜 주었다.서유가 고개를 들자 그녀의 입술이 마침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승하의 입술을 스치게 되었다.이승하는 입꼬리를 작게 끌어올렸고 서유는 더욱 환하게 웃었다.“기막힌 우연이네.”이승하는 시선을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운전기사는 백미러를 통해 그의 시선을 확인한 후 바로 가림막을 내렸다.심이준은 조수석에 앉아서 이승하를 향해 눈을 흘겼다.‘이승하! 저 짐승 같은 놈!’이승하는 서유를 안고 키스를 퍼붓더니 그녀의 이마에 키스하며 물었다.“상철수 씨가 왜 너를 부른 거지?”이승하는 상철수가 건축물 설계 때문에 서유를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서유는 겨우 숨을 몰아쉬고 나긋한 말투로 대답했다.“내 신분을 물어보려고요.”이승하는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얘기했다.“그러고 보니 상연훈의 눈이랑 네 눈이랑 닮았어.”그러자 서유도 깜짝 놀랐다.“설마 제 어머니가 상씨 가문에서 잃어버린 아이라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죠?”이승하는 눈빛이 약간 변해서 얘기했다.“불가능한 것도 아니지.”서유는 죽어도 믿을 수 없었다.“상씨 가문은 이씨 가문이랑 비슷한 위치인데. 만약 제 어머니가 정말 상씨 가문의 사람이라면 조사해 보면 되지, 왜 저한테 물어보겠어요.”이승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네 신분을 물어보고, 다른 건 안 했어?”서유는 고개를 저었다.“상철수 씨는 그저 저한테 본인 첫사랑 얘기를 해줬어요. 상연훈 씨는 제가 승하 씨 아내라고 의심하는 중이고요. 다른 건 없어요.”이승하는 미간을 약간 찌푸
그 말을 들은 서유의 심장은 저도 모르게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어디 가요?”이승하는 서유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미련 가득한 말투로 얘기했다.“귀국하면 알려줄게.”차에 다른 사람도 있으니 말하기 어려웠다. 서유는 아마 S와 상관있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해 더 묻지 않고 그의 몸에서 내려와 옆에 앉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결혼한 후, 서유가 이토록 과묵하기는 처음이었다. 떠난다는 말만 들으면 마치 이승하가 자기를 버리는 것만 같아서 저도 모르게 방어기제를 펼치게 되는 것이다.그런 서유를 보면서, 이승하는 마음이 긴장했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옷을 끌어당겼다.“서유야...”서유는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밖을 보면서, 두려운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S의 임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중요하고 위험한 임무라는 느낌이 들었다.서유는 이승하를 너무도 사랑해서 이승하가 없으면 안 된다. 차라리 이승하가 빨리 S에서 벗어나 영원히 서유와 함께 해줬으면 한다. 하지만 서유는 이승하가 S의 리더로서 벗어날 수 없고, 영원히 서유와 함께 할 수도 없다는 걸 잘 알았다.서유가 아무 반응도 없자 이승하는 약간 걱정되어서 입을 열었다.“서유야, 나...”서유는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끊었다.“돌아가서 얘기해요.”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다시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이승하는 차가운 서유의 옆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공항에 도착했다.이승하가 서유를 안으려고 할 때 서유는 말없이 그를 밀어냈다.이승하는 그저 옆에 앉아서 서유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서유는 이승하가 위험한 임무를 맡은 것을 눈치챘기에 이승하가 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또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화만 내고 있었다.이승하는 그런 서유의 생각을 잘 알았다. 그래서 그냥 손을 뻗어 뒤에서 서유를 꽉 끌어안았다. 뜨거운 이승하의 가슴에 서유의 등이 맞닿았다. 차가운 피부에 따뜻한
서유는 이승하의 생각을 잘 몰랐다. 그저 이승하는 걱정하면서 얘기했다.“전에 임무 하러 갈 때는 그저 하루, 이틀이었는데 이번에는 왜 한 달이나 걸려요? 위험한 거죠? 맞죠?”이승하는 조용히 서유를 쓰다듬어주면서 얘기했다.“조금 위험할 수도 있어. 하지만 날 믿어. 아무 일도 없을 거야.”서유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그럼 날 데리고 가요.”이승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얘기했다.“서유야, 내 주변 동료들은 다 남자라 널 데리고 가기 어려워.”서유는 이승하가 본인을 데리고 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그렇게라도 말해보고 싶었을 뿐이다.진짜 서유를 데려간다고 해도 서유는 그에게 짐만 될 것이다.서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승하의 옷깃만 잡은 채 얼굴을 그의 가슴에 붙였다.“난 왜 이렇게 쓸모없을까요.”이승하를 도와주지도 못하고 집에서 가만히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본인이 너무 쓸데없는 사람 같았다.이승하는 미소 지으면서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말했다.“네가 있어서 내 삶이 의미가 있는 거야.”서유가 없다면 그의 삶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이승하의 목숨을 쥐고 있는 것과도 같은데, 서유가 쓸데없는 사람이라.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사람도 이승하고, 지금 위로를 건네는 사람도 이승하다. 서유는 자기를 영원히 사랑해 주는 이승하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여보, 한 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찾으러 갈 거예요.”두 사람은 죽든지 살든지 함께 해야 한다. 하지만 이승하가 반대했다.“만약 한 달 뒤에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꼭 내 상황을 전할게. 절대 날 찾아오지 마.”그러니까 한 달은 그저 그가 정한 시간이었다. 이승하는 한 달 안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서유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만약 한 달 뒤에 안 돌아오면 난 다른 남자한테 갈 거예요.”이승하는 가슴이 먹먹했다. 그 말을 들으니 저도 모르게 슬펐다.“서유야, 나더러 빨리 오라는 거지. 알겠어. 꼭 돌아올게. 하지만 어떤
서유는 이승하의 위로 속에서 울다가 쓰러졌다. 꿈속에서는 이승하가 피를 덮어쓰고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서유가 어떻게 붙잡으려고 애를 써도 그의 옷깃조차 잡지 못했다. 악몽 속에서 깨어나 눈을 뜬 순간, 이승하가 보이지 않았다. 벌써 떠난 건가? 이렇게 떠난 건가? 아직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고 포옹도 못 했는데 이렇게 간 건가?“승하 씨!”10일 후에 간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사라졌다고?서유는 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발이 바닥에 닿기 전에 한 남자가 밖에서 들어와 서유 앞으로 다가오더니 얼른 그녀를 막아 나서서 다시 침대로 눕혔다.“바닥이 차.”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를 직접 보고 나서야 서유는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승하 손에 들린 꿀물을 보았을 때는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서유는 그제야 자기 바지를 확인해 보았다. 바지와 속옷 다 갈아입혀져 있었다.서유는 본인이 생리가 온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얼굴이 새빨개졌다.“승하 씨가 갈아입혀 준 거예요?”이승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잘 자고 있길래 깨울 수가 없었어.”서유는 부끄러워했다. 그러면서도 결벽증인 이승하가 이런 일을 직접 해준 것에 놀랐다.“앞으로는 이러지 마요. 날 깨우면 되죠.”서유는 이승하의 고귀한 손이 고작 생리대를 바꾸는 일을 할 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승하는 그저 웃으면서 대답했다.“넌 내 아내인데,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건 당연한 거지.”그는 개의치 않아 하면서 꿀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서유의 입가에 가져가 주었다.“이거 다 마시면 내려가자.”서유가 생리할 때마다, 이승하는 주태현을 시켜 많은 보건품을 준비하도록 한다.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계속 서유의 곁에서 서유가 다 먹는지 확인한다. 서유는 그 덕분에 잘 먹고 잘 쉬어서 얼굴이 포동포동해진다. 피부도 투명하게 빛나는 게 마치 금방 입학한 대학생 같았다. 하지만 이승하는 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자꾸만 살이 빠졌다. 그럴 때마다 서유는 어떻게든 요리를 직
밤새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그렇게 이튿날 아침이 되자 그제야 먹구름이 조금씩 걷혔다.이승하는 시선을 내려 품속의 여자를 쳐다보다가 한참 있다가 그녀를 풀어주었다.그는 서유가 잠든 줄 알고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챙기고 걸어 나갔다.침대에 누워있는 서유는 눈을 뜨고 이승하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그리고 이승하가 주태현에게 서유를 잘 보살피라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 소지섭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주었다.또 연이에게 과자를 몰래 먹지 말라고, 이모 말을 잘 들으라고 당부하는 것도 들었다.이승하는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인지, 10일 전에 이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는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누워있던 서유는 겨우 몸을 일으켜 욕실로 가서 씻고 나온 후 화장대 앞에 앉아 간단하게 메이크업을 하고 캐리어를 꺼내 이승하의 탈의실로 왔다.이승하는 이연석과 통화를 한 후 돌아와 탈의실에 은백색 캐리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있는 여자는 그를 등진 채 개어놓은 옷을 하나하나 캐리어에 넣고 있었다.그 작은 뒷모습을 보면서 이승하의 심장이 아려왔다. 발이 바닥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서유는 정장과 셔츠를 다 정리해서 넣었다. 바지를 정리하려고 할 때 거울 너머로 이승하를 발견했다.바지를 잡은 손이 그대로 굳었다. 서유는 슬픈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고 몸 돌려 이승하를 보면서 웃으면서 얘기했다.“여보, 당신을 도와서 짐을 싸고 있었어요. 챙겨가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얘기해요. 내가 챙길게요.”이승하는 시선을 내려 빽빽한 속눈썹 아래로 붉어진 두 눈을 보고 그녀의 앞으로 와 서유를 품에 안았다.“없어. 괜찮아.”그 포옹 속에서 미련을 느낀 서유는 눈물을 꾹 참으면서 그를 밀어냈다.“그럼 먼저 일 봐요. 난 이거 다 정리하고 갈게요.”이승하는 이런 일은 고용인들을 시키면 된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서유는 마지막으로 그를 위해 뭐라도 하기 위해 이러는 것이다.그래서 막지도 못
이연석은 미간을 찌푸리고 이승하와 함께 서재로 들어갔다. 이승하는 테이블 앞에 앉은 후 서랍을 열고 봉투 두 개를 꺼내 이연석에게 주었다.“내가 한 달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이 편지를 서유한테 건네줘.”편지봉투는 핑크색이었다. 그 안에는 이승하가 직접 쓴 편지가 있었다. 내용은 모르지만 이연석은 일단 그 봉투를 받고 의아한 시선으로 이승하를 쳐다보았다.“형, 도대체 어디 가는 거예요?”이승하는 머뭇거리면서 손에 흰색 편지봉투를 꽉 쥐었다. 한참이나 대답이 없자 이연석이 다시 한번 물으려고 했다. 이승하는 결심을 한 듯 그 봉투를 주면서 말했다.“만약 내가 3개월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이 편지를 송사월한테 줘.”송사월과 서유가 무슨 사이인지, 이연석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승하가 송사월을 언급하고 또 송사월에게 편지를 쓴다고? 이건 분명히 유서 같은 것이다!“형, 도대체 어디를 가기에 이러는 거예요!”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일을 시키다니. 이연석이 어떻게 마음 놓고 있겠는가.이승하는 조급해하는 이연석을 힐끔 보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그런 성격으로 어떻게 가업을 물려받으려고 그래?”“그거랑은 상관없잖아요. 지금 알려주지 않으면 편지는 그대로 버릴 거예요!”이연석은 그렇게 말하고 편지봉투를 내려놓은 채 팔짱을 끼고 고개를 쓱 돌렸다.이연석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졌지만 아직도 유치했다. 이승하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가끔 네가 부러울 때가 있어.”온 가족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서 걱정 없이 자랐다. 언제 어디서나 기분이 나쁘면 떼를 써도 되고 그 누구도 이연석에게 진중함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이승하는 어릴 때부터 달랐다. 그는 진중해야 했고 신중해야 했으며 매 선택의 순간에 이익을 따지고 있어야 했다.이연석은 처음으로 이승하의 말투에서 무력감을 느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이연석이 아는 이승하는 항상 올곧고 꺾이지 않는 사람이다.하지만 지금 보는 이승하는 달랐다.어쩌면 이승
계단에서 걸어 내려온 이승하는 서유가 주방에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얼른 다가가 냄비를 대신 들어주면서 말했다.“여보, 앞으로 이런 일은 고용인들을 시켜. 그러다가 손 데겠어.”부드러운 말투가 서유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미련이 고여 넘쳐흘렀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네...”이승하는 냄비를 내려놓고 강도윤과 강세은을 바라보았다. 약간 미간을 좁힌 그가 몸을 돌려 서유의 손을 잡고 얘기했다.“서유야, 나 이제 가야 해. 집에서 조심하고 잘 있어...”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하지만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결국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하지만 이승하에게 그런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얼른 손을 들고 테이블 위를 가리키면서 이승하의 시선을 끌었다.“여보, 내가 저녁을 준비했는데, 먹고 가면 안 돼?”문 앞에 서 있던 강도윤은 그 말을 듣고 손목의 시계를 확인하더니 얘기했다.“이 대표님, 반 시간 뒤에 배가 출발할 겁니다. 시간이 없습니다.”이승하는 강도윤을 무시하고 서유를 데리고 의자에 앉았다.그 모습을 본 강도윤은 강세은을 보더니 다시 서유를 쳐다보았다.이번만큼은 마음대로 하고 싶었다. 이승하에게 그녀가 만든 저녁을 주고 싶었다.하지만 서유는 결국 그렇게 할 수 없었다.이승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서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여보, 사람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마요.”숟가락을 들고 있던 이승하의 손이 그대로 굳었다. 이윽고 국물을 떠서 서유의 입가로 가져갔다.이승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 마시라고 눈치를 주었다. 서유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가요.”숟가락을 든 이승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이승하는 서유를 쳐다보다가 결국 숟가락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떠나는 이승하는 아주 칼 같았다. 한 번도 서유를 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냉혈한처럼 말이다.그런 이승하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서유는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이렇게 이별인 줄 알았는데, 문밖으로 나가던 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 이윽고
이승하 뒤에 있던 강도윤은 몇 걸음 뗀 후 갑자기 멈춰서서 차에 있는 강세은을 바라보았다.“만약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시집이나 가.”강세은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떠나가는 강도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강도윤을 향한 짝사랑은 한 번도 입 밖에 꺼낸 적이 없다.하지만 강도윤에게 있어서 감정은 사치다. 그는 아마 강세은의 사랑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다만 아까 그 말은 마치 강세은의 짝사랑을 알고 있었다는 것만 같았다.차갑기만 했던 강세은의 눈에 눈물이 돌았다. 점점 눈물이 차올랐고 어느새 붉게 번졌다.‘오빠가 돌아오지 않으면 영원히 다른 남자한테 가지 않을 거야.’이승하가 떠난 후, 서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서재 소파에 앉아서 몸을 웅크리고 창밖을 보면서 멍때리는 게 일상이 되었다.심이준이 몇 번이나 와서 설계도를 그리라고 재촉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멍한 모습을 보면 어쩔 수가 없었다. 그저 연이를 데리고 와서 서유를 기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서유는 가끔가다 그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가장 힘든 것은 저녁이었다. 서유는 이승하를 안고 자는 것에 습관 되어있었는데 이승하가 없으니 불도 끄지 못했다. 새벽에 깨어나 갑자기 옆자리가 텅 비었다는 걸 발견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임무를 수행하러 간 이승하는 핸드폰이 없었다. 서유와 연락할 수도 없고 영상통화를 할 수도 없었다. 서유는 그저 멍하니 집에 앉아서 설계도를 그리면서 이승하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JS그룹 쪽에서 이연석은 이미 이승하의 지시대로 얘기해 두었다. 사람들은 이승하가 새로운 사업을 확장하러 한 달 동안 북미로 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이연석이 이승하의 자리를 대체한다.그는 그룹 내부를 진정시켰지만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진정시키지 못했다. 그들은 이승하가 갔다는 것을 듣고 주식 배분의 일을 걸고 이연석을 귀찮게 했다.이연석은 매일 친척들한테 둘러싸였다. 출근하러 갈 때도, 회의하러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형들이 얘기해줘서 겨우 참을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