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는 이승하의 생각을 잘 몰랐다. 그저 이승하는 걱정하면서 얘기했다.“전에 임무 하러 갈 때는 그저 하루, 이틀이었는데 이번에는 왜 한 달이나 걸려요? 위험한 거죠? 맞죠?”이승하는 조용히 서유를 쓰다듬어주면서 얘기했다.“조금 위험할 수도 있어. 하지만 날 믿어. 아무 일도 없을 거야.”서유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그럼 날 데리고 가요.”이승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얘기했다.“서유야, 내 주변 동료들은 다 남자라 널 데리고 가기 어려워.”서유는 이승하가 본인을 데리고 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그렇게라도 말해보고 싶었을 뿐이다.진짜 서유를 데려간다고 해도 서유는 그에게 짐만 될 것이다.서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승하의 옷깃만 잡은 채 얼굴을 그의 가슴에 붙였다.“난 왜 이렇게 쓸모없을까요.”이승하를 도와주지도 못하고 집에서 가만히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본인이 너무 쓸데없는 사람 같았다.이승하는 미소 지으면서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말했다.“네가 있어서 내 삶이 의미가 있는 거야.”서유가 없다면 그의 삶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이승하의 목숨을 쥐고 있는 것과도 같은데, 서유가 쓸데없는 사람이라.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사람도 이승하고, 지금 위로를 건네는 사람도 이승하다. 서유는 자기를 영원히 사랑해 주는 이승하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여보, 한 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찾으러 갈 거예요.”두 사람은 죽든지 살든지 함께 해야 한다. 하지만 이승하가 반대했다.“만약 한 달 뒤에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꼭 내 상황을 전할게. 절대 날 찾아오지 마.”그러니까 한 달은 그저 그가 정한 시간이었다. 이승하는 한 달 안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서유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만약 한 달 뒤에 안 돌아오면 난 다른 남자한테 갈 거예요.”이승하는 가슴이 먹먹했다. 그 말을 들으니 저도 모르게 슬펐다.“서유야, 나더러 빨리 오라는 거지. 알겠어. 꼭 돌아올게. 하지만 어떤
서유는 이승하의 위로 속에서 울다가 쓰러졌다. 꿈속에서는 이승하가 피를 덮어쓰고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서유가 어떻게 붙잡으려고 애를 써도 그의 옷깃조차 잡지 못했다. 악몽 속에서 깨어나 눈을 뜬 순간, 이승하가 보이지 않았다. 벌써 떠난 건가? 이렇게 떠난 건가? 아직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고 포옹도 못 했는데 이렇게 간 건가?“승하 씨!”10일 후에 간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사라졌다고?서유는 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발이 바닥에 닿기 전에 한 남자가 밖에서 들어와 서유 앞으로 다가오더니 얼른 그녀를 막아 나서서 다시 침대로 눕혔다.“바닥이 차.”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를 직접 보고 나서야 서유는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승하 손에 들린 꿀물을 보았을 때는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서유는 그제야 자기 바지를 확인해 보았다. 바지와 속옷 다 갈아입혀져 있었다.서유는 본인이 생리가 온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얼굴이 새빨개졌다.“승하 씨가 갈아입혀 준 거예요?”이승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잘 자고 있길래 깨울 수가 없었어.”서유는 부끄러워했다. 그러면서도 결벽증인 이승하가 이런 일을 직접 해준 것에 놀랐다.“앞으로는 이러지 마요. 날 깨우면 되죠.”서유는 이승하의 고귀한 손이 고작 생리대를 바꾸는 일을 할 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승하는 그저 웃으면서 대답했다.“넌 내 아내인데,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건 당연한 거지.”그는 개의치 않아 하면서 꿀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서유의 입가에 가져가 주었다.“이거 다 마시면 내려가자.”서유가 생리할 때마다, 이승하는 주태현을 시켜 많은 보건품을 준비하도록 한다.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계속 서유의 곁에서 서유가 다 먹는지 확인한다. 서유는 그 덕분에 잘 먹고 잘 쉬어서 얼굴이 포동포동해진다. 피부도 투명하게 빛나는 게 마치 금방 입학한 대학생 같았다. 하지만 이승하는 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자꾸만 살이 빠졌다. 그럴 때마다 서유는 어떻게든 요리를 직
밤새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그렇게 이튿날 아침이 되자 그제야 먹구름이 조금씩 걷혔다.이승하는 시선을 내려 품속의 여자를 쳐다보다가 한참 있다가 그녀를 풀어주었다.그는 서유가 잠든 줄 알고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챙기고 걸어 나갔다.침대에 누워있는 서유는 눈을 뜨고 이승하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그리고 이승하가 주태현에게 서유를 잘 보살피라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 소지섭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주었다.또 연이에게 과자를 몰래 먹지 말라고, 이모 말을 잘 들으라고 당부하는 것도 들었다.이승하는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인지, 10일 전에 이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는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누워있던 서유는 겨우 몸을 일으켜 욕실로 가서 씻고 나온 후 화장대 앞에 앉아 간단하게 메이크업을 하고 캐리어를 꺼내 이승하의 탈의실로 왔다.이승하는 이연석과 통화를 한 후 돌아와 탈의실에 은백색 캐리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있는 여자는 그를 등진 채 개어놓은 옷을 하나하나 캐리어에 넣고 있었다.그 작은 뒷모습을 보면서 이승하의 심장이 아려왔다. 발이 바닥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서유는 정장과 셔츠를 다 정리해서 넣었다. 바지를 정리하려고 할 때 거울 너머로 이승하를 발견했다.바지를 잡은 손이 그대로 굳었다. 서유는 슬픈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고 몸 돌려 이승하를 보면서 웃으면서 얘기했다.“여보, 당신을 도와서 짐을 싸고 있었어요. 챙겨가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얘기해요. 내가 챙길게요.”이승하는 시선을 내려 빽빽한 속눈썹 아래로 붉어진 두 눈을 보고 그녀의 앞으로 와 서유를 품에 안았다.“없어. 괜찮아.”그 포옹 속에서 미련을 느낀 서유는 눈물을 꾹 참으면서 그를 밀어냈다.“그럼 먼저 일 봐요. 난 이거 다 정리하고 갈게요.”이승하는 이런 일은 고용인들을 시키면 된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서유는 마지막으로 그를 위해 뭐라도 하기 위해 이러는 것이다.그래서 막지도 못
이연석은 미간을 찌푸리고 이승하와 함께 서재로 들어갔다. 이승하는 테이블 앞에 앉은 후 서랍을 열고 봉투 두 개를 꺼내 이연석에게 주었다.“내가 한 달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이 편지를 서유한테 건네줘.”편지봉투는 핑크색이었다. 그 안에는 이승하가 직접 쓴 편지가 있었다. 내용은 모르지만 이연석은 일단 그 봉투를 받고 의아한 시선으로 이승하를 쳐다보았다.“형, 도대체 어디 가는 거예요?”이승하는 머뭇거리면서 손에 흰색 편지봉투를 꽉 쥐었다. 한참이나 대답이 없자 이연석이 다시 한번 물으려고 했다. 이승하는 결심을 한 듯 그 봉투를 주면서 말했다.“만약 내가 3개월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이 편지를 송사월한테 줘.”송사월과 서유가 무슨 사이인지, 이연석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승하가 송사월을 언급하고 또 송사월에게 편지를 쓴다고? 이건 분명히 유서 같은 것이다!“형, 도대체 어디를 가기에 이러는 거예요!”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일을 시키다니. 이연석이 어떻게 마음 놓고 있겠는가.이승하는 조급해하는 이연석을 힐끔 보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그런 성격으로 어떻게 가업을 물려받으려고 그래?”“그거랑은 상관없잖아요. 지금 알려주지 않으면 편지는 그대로 버릴 거예요!”이연석은 그렇게 말하고 편지봉투를 내려놓은 채 팔짱을 끼고 고개를 쓱 돌렸다.이연석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졌지만 아직도 유치했다. 이승하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가끔 네가 부러울 때가 있어.”온 가족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서 걱정 없이 자랐다. 언제 어디서나 기분이 나쁘면 떼를 써도 되고 그 누구도 이연석에게 진중함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이승하는 어릴 때부터 달랐다. 그는 진중해야 했고 신중해야 했으며 매 선택의 순간에 이익을 따지고 있어야 했다.이연석은 처음으로 이승하의 말투에서 무력감을 느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이연석이 아는 이승하는 항상 올곧고 꺾이지 않는 사람이다.하지만 지금 보는 이승하는 달랐다.어쩌면 이승
계단에서 걸어 내려온 이승하는 서유가 주방에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얼른 다가가 냄비를 대신 들어주면서 말했다.“여보, 앞으로 이런 일은 고용인들을 시켜. 그러다가 손 데겠어.”부드러운 말투가 서유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미련이 고여 넘쳐흘렀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네...”이승하는 냄비를 내려놓고 강도윤과 강세은을 바라보았다. 약간 미간을 좁힌 그가 몸을 돌려 서유의 손을 잡고 얘기했다.“서유야, 나 이제 가야 해. 집에서 조심하고 잘 있어...”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하지만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결국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하지만 이승하에게 그런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얼른 손을 들고 테이블 위를 가리키면서 이승하의 시선을 끌었다.“여보, 내가 저녁을 준비했는데, 먹고 가면 안 돼?”문 앞에 서 있던 강도윤은 그 말을 듣고 손목의 시계를 확인하더니 얘기했다.“이 대표님, 반 시간 뒤에 배가 출발할 겁니다. 시간이 없습니다.”이승하는 강도윤을 무시하고 서유를 데리고 의자에 앉았다.그 모습을 본 강도윤은 강세은을 보더니 다시 서유를 쳐다보았다.이번만큼은 마음대로 하고 싶었다. 이승하에게 그녀가 만든 저녁을 주고 싶었다.하지만 서유는 결국 그렇게 할 수 없었다.이승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서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여보, 사람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마요.”숟가락을 들고 있던 이승하의 손이 그대로 굳었다. 이윽고 국물을 떠서 서유의 입가로 가져갔다.이승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 마시라고 눈치를 주었다. 서유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가요.”숟가락을 든 이승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이승하는 서유를 쳐다보다가 결국 숟가락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떠나는 이승하는 아주 칼 같았다. 한 번도 서유를 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냉혈한처럼 말이다.그런 이승하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서유는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이렇게 이별인 줄 알았는데, 문밖으로 나가던 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 이윽고
이승하 뒤에 있던 강도윤은 몇 걸음 뗀 후 갑자기 멈춰서서 차에 있는 강세은을 바라보았다.“만약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시집이나 가.”강세은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떠나가는 강도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강도윤을 향한 짝사랑은 한 번도 입 밖에 꺼낸 적이 없다.하지만 강도윤에게 있어서 감정은 사치다. 그는 아마 강세은의 사랑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다만 아까 그 말은 마치 강세은의 짝사랑을 알고 있었다는 것만 같았다.차갑기만 했던 강세은의 눈에 눈물이 돌았다. 점점 눈물이 차올랐고 어느새 붉게 번졌다.‘오빠가 돌아오지 않으면 영원히 다른 남자한테 가지 않을 거야.’이승하가 떠난 후, 서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서재 소파에 앉아서 몸을 웅크리고 창밖을 보면서 멍때리는 게 일상이 되었다.심이준이 몇 번이나 와서 설계도를 그리라고 재촉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멍한 모습을 보면 어쩔 수가 없었다. 그저 연이를 데리고 와서 서유를 기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서유는 가끔가다 그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가장 힘든 것은 저녁이었다. 서유는 이승하를 안고 자는 것에 습관 되어있었는데 이승하가 없으니 불도 끄지 못했다. 새벽에 깨어나 갑자기 옆자리가 텅 비었다는 걸 발견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임무를 수행하러 간 이승하는 핸드폰이 없었다. 서유와 연락할 수도 없고 영상통화를 할 수도 없었다. 서유는 그저 멍하니 집에 앉아서 설계도를 그리면서 이승하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JS그룹 쪽에서 이연석은 이미 이승하의 지시대로 얘기해 두었다. 사람들은 이승하가 새로운 사업을 확장하러 한 달 동안 북미로 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이연석이 이승하의 자리를 대체한다.그는 그룹 내부를 진정시켰지만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진정시키지 못했다. 그들은 이승하가 갔다는 것을 듣고 주식 배분의 일을 걸고 이연석을 귀찮게 했다.이연석은 매일 친척들한테 둘러싸였다. 출근하러 갈 때도, 회의하러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형들이 얘기해줘서 겨우 참을 수 있
30일, 마지막 날 밤, 서유는 별장 밖에 서서 손목시계의 시간을 응시하고 있었다. 시계의 바늘이 12시를 가리킬 때까지 블루리도의 도로에 이승하가 타고 떠났던 검은 차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초조하게 기다리던 그녀의 마음은 갑자기 가라앉았고 발걸음은 어둠의 끝으로 향했다. 그녀는 산 아래에서 차가 올라오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소지섭이 길을 막아섰다. “사모님, 위험합니다.”이승하는 소지섭에게 언제 어디서든 서유 곁을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이 기간 동안 별장 안에서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지만 그 외에는 항상 서유와 바짝 붙어 다녔다.“정해진 시간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위험을 신경 쓰겠어?”서유는 소지섭의 손을 밀치고는 상관하지 않고 산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계속 달리면 이승하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산길과 도로가 만나는 끝까지 미친 듯이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승하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멍하니 서 있었고 텅 빈 눈으로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연락할 방법도 없었고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도 못했으며 이승하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랐다. 항상 그녀의 뒤를 따르던 소지섭도 초조하게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며 불안해했다. 두 사람이 도로 끝에 서 있을 때 하늘에서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여름이 지나고 비가 잦아지는 가을이 왔다. 비는 크지 않았지만 가늘게 내리는 비가 그녀의 길게 풀어헤친 머리 위로 차갑게 내리며 마치 한 겹의 차가운 안개를 덮는 듯했다. 소지섭은 점점 더 굵어지는 빗줄기와 얇은 옷을 입고 있는 서유를 보며 그녀에게 돌아가자고 권유하고 싶었지만 그녀를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망설이다가 재빨리 외투를 벗어 서유에게 내밀었다. “사모님, 비가 많이 옵니다. 제 옷으로 비를 가리시죠.”서유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마치 버려진 인형처럼 생기가 하나도 없는 모습이었다. 소지섭은 그녀의 반응이 없자 몇 초 망설인 후에 외투를 펼쳤다.
짧은 한 줄의 글이 서유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결국 눈물이 편지 위로 떨어졌다. “거기서 잘 지내고 있나요?”서유는 눈물을 흘리며 편지를 전해준 낯선 사람에게 물었다. 그 사람은 그녀의 얼굴을 가득 채운 눈물을 보고 잠시 망설였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잘 지내고 있으니 안심하세요.”“언제 돌아오나요?”“그건 잘 모르겠습니다.”“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위치가 어딘지 알 수 있나요? 제가 보러 갈 수 있을까요? 저...”서유가 더 물어보려 했지만 그 사람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사모님, 저는 급한 일이 있어서 더는 말씀드릴 시간이 없습니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그는 서유가 대답할 틈도 없이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 서유는 편지를 꽉 쥐고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빠르게 떠나는 차를 바라봤다...도로 맞은편, 나무 아래 숨어 있던 검은 차도 시동을 걸고 뒤따라 떠났다. 차 안에 있던 이연석은 창밖에서 점점 작아지는 서유를 한 번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승하의 아내는 아마도 편지를 전해준 사람이 자신일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미 이승하는 모든 것을 준비해 놓았기에 진정한 심부름꾼은 없었다. 이연석은 손에 쥐고 있는 또 다른 흰색 봉투를 내려다보았다. 두 달 후, 이 편지가 그의 손에 영원히 남아있길 바랐다. 또한 그의 형이 깊은 수렁에서 빨리 돌아오길 간절히 원했다.서유는 이승하가 보내준 편지를 꼭 쥐고 그가 사람을 보내 편지를 전달했다는 사실로 자신을 위로했다. 그가 살아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그가 살아있다면, 그가 무사하다면 두 달을 더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 신념으로 서유는 강인하게 집에 머물며 이승하를 기다렸다. 그 사이에 정가혜가 가끔 그녀를 찾아와 위로해 주었고 따뜻한 힘을 주었지만 남편을 그리워하는 그녀의 마음은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서유는 식욕도 없었고 살도 많이 빠졌다. 주태현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자주 그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