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실을 깨달은 후, 서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상연훈이 불쾌해할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연훈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 “저도 어릴 때는 할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나중에 커서야 알게 되었죠.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 단지 상업적 결혼의 희생양이었을 뿐이에요.” 뒤에서 따라가던 서유는 탄식하며 말했다. “당신들 같은 대가문도 가문의 이익을 위해 결혼의 자유를 희생해야만 한다니 놀랍네요.” 상연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건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죠.” 서유는 고개를 들어 물었다. “그럼 지금 세대는 그런 걸 겪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상연훈은 은은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상씨 집안에 자신 한 명의 희생자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그분의 자식들은 자유롭게 결혼할 수 있죠. 원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어요.” 상철수가 집권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이전 세대가 정해둔 낡은 규칙들을 바꾸는 것이었다. 덕분에 현재 상씨 집안은 매우 화목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상연훈의 말을 들은 서유는 속으로 궁금증이 생겼다. 상씨 집안은 더 이상 상업적 결혼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 왜 상연훈은 여전히 결혼 상대를 찾고 있는 것일까? 상연훈은 서유의 생각을 읽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 “초희 씨는 결혼하셨어요?” 서유는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대답했다. “저는 상씨 집안에 대해 알아보고 왔는데, 상연훈 씨는 저에 대해 알아보지 않으셨나요?” 김초희가 사망한 소식은 지현우의 손을 거쳤고, 서유가 김초희로 신분을 대신하는 일은 이승하와 지현우의 치밀한 계획 하에 이루어졌다. 그들은 두 자매의 일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김씨 집안과 육씨 집안의 일들도 마찬가지였다. 육성재와 몇몇 동세대 사람들 외에는 김초희의 동생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또한 김영주가 김씨 집안의 혈연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 가문
상연훈의 모습이 서재 속으로 사라지자 서유는 재빨리 목소리를 낮추어 심이준에게 말했다. “선생님, 상연훈 씨가 계속해서 우리를 떠보려고 해요. 조심하세요.” 손목을 주무르던 심이준은 태연하게 대꾸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원래 그래요. 서유 씨가 더 신중하게 굴면 그들은 더 의심하죠. 좀 편하게 행동해요.” 프로젝트 조사차 많은 가문을 접했던 심이준은 서유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쌓아왔기에 자연스럽게 더 여유로웠다. 서유도 그를 따라 긴장된 마음을 풀며 집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건물 자체는 간단하고 소박해 보였다. 북미 대기업의 막대한 재력을 보여주는 모습도 아니었고 그저 평범한 부유한 가정처럼 보였다. 다만 눈길을 끄는 것은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들이었다. 그 사진들은 상당히 오래된 듯했고 모든 사진이 반쪽만 남아 있었다. 마치 예전에 그녀가 송사월을 오해하고 그의 사진에서 자신의 반을 가위로 잘라내고 오직 그녀와 정가혜의 모습만 남겼던 것처럼 말이다. 사진 속 남자는 상연훈과 약간 닮아 있었고 사진의 오래된 정도로 미루어 보아 그 남자는 상철수일 가능성이 컸다. 이 집의 주인이 상철수의 첫사랑이라면 사진을 자른 사람은 상연훈의 첫사랑일 터였다. 서유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 집에서 상철수의 사진만 남겨두고 자신은 잘라낸 것일까? 그녀가 의문에 찬 얼굴로 생각에 잠기고 있을 때, 심이준이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하나 더 알려줄게요. 상연훈이 아까 서유 씨한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말한 건 거짓말이에요.” 서유는 깜짝 놀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는 거예요?” 심이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할머니는 돌아가셨어요. 다만 상연훈이 말한 할머니는 진짜 할머니가 아니에요. 그 할머니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몰라요.” 서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알려준 것도 아니잖아요.” 심이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
서유는 상연훈이 서재 문을 열어주자 그의 앞에 다가갔다. 상연훈은 그녀에게 예의 바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초희 씨, 들어오세요.” 서유는 한 발 내디뎌 방으로 들어섰다. 눈에 들어온 것은 깔끔하고 정돈된 서재였다. 나무 바닥과 가구들이 따뜻한 햇빛을 받아, 방 안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흰색 정장을 입은 은발의 노인이 창가에 등을 돌린 채 서서 바깥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초희 씨가 왔습니다.” 상연훈은 서유를 방 안으로 들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상철수가 천천히 몸을 돌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깊고 강인한 눈빛이 세월의 무게와 지혜를 담고 그녀를 살피고 있었다. 서유 또한 상철수를 살폈다.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아래층 사진 속처럼 당당하고 웅장한 체구에,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마치 중년의 남성처럼 성숙하고 우아하며 깊은 신뢰감을 주는 인상을 풍겼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서유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상철수는 시선을 상연훈에게 돌렸다. “연훈아, 너는 나가 있어라. 초희 씨와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다.” 상연훈은 잠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서유를 한번 더 바라본 뒤 고개를 돌려 방을 나갔다. 그가 나가자 상철수는 다시 탐구하는 눈빛으로 서유를 응시했다. “초희 씨, 어떤 커피를 좋아하나?” 그는 잠시 그녀를 살핀 뒤 커피 머신으로 걸어가 옆에 있던 깨끗한 컵 두 개를 집어 들었다. 서유는 그가 먼저 소파에 앉으라는 말을 할 줄 알았으나 예상과 달리 커피 종류부터 묻는 그의 모습에 살짝 당황했다. “모카요.” 컵을 들던 상철수의 손이 미세하게 멈칫했다. 그가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한동안 응시했다. 은발의 멋진 노인이 다시 한번 자신을 바라보자 서유는 순간 긴장했다. 무언가 잘못 말했나 싶었다. 그런 그녀의 생각과 달리 상철수의 굳어있던 표정과 강한 인상이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내 오
생각을 마친 서유는 그저 자기 신분만 들키지 않으면 된다고,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상대방도 솔직히 얘기해 주었으니, 서유도 솔직해질 때였다.“제 어머니는 아이를 한 명 더 낳았었어요.”서유가 본인이 김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을 본 상철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디 있지?”“저도 몰라요. 어릴 때 잃어버렸는데 아직도 찾지 못했거든요.”김초희와 그녀의 일은 지현우, 이승하 그리고 김 씨, 육 씨, 심씨 가문, 세 가문이 비밀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누가 살아있고 누가 죽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상철수도 그저 김영주가 김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녀가 김초희와 김초아를 낳았다는 것밖에 알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상철수 눈앞에 있는 김초희는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김영주와 많이 닮은 것도 아니었다.‘김초아라는 아이는 김영주를 닮았을까?’메이크업으로 본인을 감춘 서유는 미심쩍은 시선으로 상철수를 훑어보다가 얘기했다.“왜 갑자기 제 동생의 일에 흥미를 갖는 건가요?”커피를 들고 있는 상철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더니 얘기했다.“그저 호기심에 물어본 것뿐이야.”서유는 조심스레 상철수를 보면서 되물었다.“저 아까 아래층에서 벽에 붙어있는 사진들을 봤어요. 다 절반만 있던데, 혹시 누가 잘라버린 건가요?”상철수가 사적인 일을 물어보았으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서유도 사적인 일을 물어보아도 되지 않을까.상철수는 서유의 무례함에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게 대답했다.“내가 젊었을 때 사귀었던 사람이야. 나랑 싸운 후에 본인 사진을 다 도려내고 아이를 데리고 도망쳤지.”서유는 약간 놀랐다. 상철수에게 옛 연인이 있었다는 것과, 그 연인과 아이까지 낳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그럼 후에 찾으러 가셨나요?”상철수는 동화책을 읽어주듯 담담하게 말했다.“찾으러 갔는데, 죽었더라고.”서유는 멍해서 바로 사과를 했다.“죄송해요, 몰랐어요...”상철수는 손을 저으면서 얘기했다.“이제는 옛날 일이야.
상철수는 서유가 정말 모른다고 생각해서 더 묻지 않았다. 그저 커피를 들고 테이블을 에둘러 가서 의자에 앉은 후 다시 시선을 들어 서유를 쳐다볼 뿐이었다.“김초희 씨, 나는 멋들어진 별장을 만들 거야.”그 얘기에 서유는 얼른 메모지와 펜을 들고 메모할 준비를 했다.“얘기해 주세요.”상철수는 기억을 되짚으며 천천히 서유에게 얘기했다.“하얗고 깨끗한 건물이어야 하고 꽃밭에는 튤립이 가득 피어있을 거고 아치 다리 아래에는 작은 호수에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을 거야. 그리고 뒷마당에는 과일나무를...”서유는 디자인이 어려운 빌딩을 지어달라고 부른 줄 알았는데 간단한 저택인 것을 듣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이런 건축물 디자인은 일단 디자이너들을 불러도 되는데, 왜 굳이 저를 부른 거죠?”게다가 김초희 본인이 직접 와야 한다니.상철수는 커피를 들고 한 모금 마신 후 얘기했다.“내 연인이 말했었지. 나중에 딸을 낳으면 이런 집을 만들어 주자고.”“그럼 따님은...”“딸은 없어.”상철수는 생각했다. 만약 김영주가 살아있다면...그는 저도 모르게 눈앞의 서유를 훑어보았다. 서유는 김영주와 비슷한 구석이 있긴 했으나 너무 닮은 건 아니었다.서유는 딸도 없으면서 왜 이런 집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지 묻고 싶은 것이었다. 혹시 이것도 미련인가?하지만 생각해 보면 각자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서유는 그저 돈을 주는 사람의 요구대로 움직이면 된다.서유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상철수도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침묵이 이어졌다. 서유는 메모장을 다시 넣었다.“그럼 전 먼저 상연훈 씨를 찾아가 현장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쉬세요.”이런 잡다한 일은 상연훈이 책임질 것이다. 그러니 상철수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상철수가 서유를 불러세웠다.“바로 옆에 있으니 내가 데리고 가면 되지.”서유는 약간 굳어버렸다. 상철수가 직접 데리고 다녀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뒷마당으로 들어갔다. 풀밭을 지나고 나니 황무지가 보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서유는 속으로 약간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했다.“왜 묻는 거죠?”상연훈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했다.“전 당신이 이승하 씨가 공개하지 않은 아내라고 생각하거든요.”다만 이승하의 아내가 왜 번마다 자기를 피해서 다니는지 알 수 없었다.상연훈은 여전히 의아해했다. 서유는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내가 만약 그 사람의 아내라면 재벌 집 사모님이나 하지, 왜 나와서 일을 하겠어요.”상연훈도 그저 웃으면서 더 묻지 않았다.“그저 뒷모습이 비슷한 것 같아서 궁금한 거예요.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서유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웃으면서 대답했다.“괜찮아요.”상연훈은 손을 내밀고 그들을 모시고 나갔다.“제가 모셔다드리죠.”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상연훈은 그들을 떠나보낸 후 미간을 찌푸리고 서재로 돌아왔다.마침 상철수가 사진 한 장을 쥐고 사진을 매만지고 있었다.“할아버지.”상연훈이 걸어가서 물었다.“찾으려던 사람이, 김초희 씨인가요?”상철수는 사진을 계속 쳐다보면서 대답했다.“조금 닮았어. 하지만 확신하기는 어려워.”상연훈이 물었다. “그러면 머리카락이라도 남겨서 유전자 검사를 해보지 그러셨어요.”상철수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여희는 아이를 둘만 낳았어. 한 명은 네 아버지고 한 명은 네 삼촌이야. 다른 자녀가 있을 리 없어.”상연훈이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러면 왜 김초희 씨의 어머니인 김영주 씨는 어르신과 그렇게 닮은 걸까요.”정여희는 상연훈의 진짜 친할머니다. 하지만 상철수의 아내는 정말 친할머니처럼 아이들을 키워왔다.그래서 얼굴도 본 적 없는 정여희보다는, 본인들을 키워준 친할머니가 더욱 중요했다. 그래서 호칭도 달랐다.상철수는 그런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정여희는 그가 사랑하는 여자고 허경자는 좋은 사업 파트너다.상철수도 의아해하면서 대답했다.“그저 닮은 거겠지.”오늘 본 김초희는 확실히 정여희와 닮았지만 말투와 행동은 정여희와
서유는 상철수의 집에서 나온 후 이승하의 차로 걸어갔다.차에 타자마자 서유는 이승하의 품에 안겨 그의 허리를 그러안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이승하의 향기를 폐 속 깊이 들이쉬면서 휴식을 취했다.“여보, 상연훈 씨가 내 뒷모습을 봤어요. 날 의심하기 시작하네요.”이승하는 서유의 허리를 그러안고 바로 그녀를 들어 자기 다리 위에 앉혔다.“걱정하지 마.”그 말로 이승하는 서유를 진정시켜 주었다.서유가 고개를 들자 그녀의 입술이 마침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승하의 입술을 스치게 되었다.이승하는 입꼬리를 작게 끌어올렸고 서유는 더욱 환하게 웃었다.“기막힌 우연이네.”이승하는 시선을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운전기사는 백미러를 통해 그의 시선을 확인한 후 바로 가림막을 내렸다.심이준은 조수석에 앉아서 이승하를 향해 눈을 흘겼다.‘이승하! 저 짐승 같은 놈!’이승하는 서유를 안고 키스를 퍼붓더니 그녀의 이마에 키스하며 물었다.“상철수 씨가 왜 너를 부른 거지?”이승하는 상철수가 건축물 설계 때문에 서유를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서유는 겨우 숨을 몰아쉬고 나긋한 말투로 대답했다.“내 신분을 물어보려고요.”이승하는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얘기했다.“그러고 보니 상연훈의 눈이랑 네 눈이랑 닮았어.”그러자 서유도 깜짝 놀랐다.“설마 제 어머니가 상씨 가문에서 잃어버린 아이라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죠?”이승하는 눈빛이 약간 변해서 얘기했다.“불가능한 것도 아니지.”서유는 죽어도 믿을 수 없었다.“상씨 가문은 이씨 가문이랑 비슷한 위치인데. 만약 제 어머니가 정말 상씨 가문의 사람이라면 조사해 보면 되지, 왜 저한테 물어보겠어요.”이승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네 신분을 물어보고, 다른 건 안 했어?”서유는 고개를 저었다.“상철수 씨는 그저 저한테 본인 첫사랑 얘기를 해줬어요. 상연훈 씨는 제가 승하 씨 아내라고 의심하는 중이고요. 다른 건 없어요.”이승하는 미간을 약간 찌푸
그 말을 들은 서유의 심장은 저도 모르게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어디 가요?”이승하는 서유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미련 가득한 말투로 얘기했다.“귀국하면 알려줄게.”차에 다른 사람도 있으니 말하기 어려웠다. 서유는 아마 S와 상관있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해 더 묻지 않고 그의 몸에서 내려와 옆에 앉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결혼한 후, 서유가 이토록 과묵하기는 처음이었다. 떠난다는 말만 들으면 마치 이승하가 자기를 버리는 것만 같아서 저도 모르게 방어기제를 펼치게 되는 것이다.그런 서유를 보면서, 이승하는 마음이 긴장했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옷을 끌어당겼다.“서유야...”서유는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밖을 보면서, 두려운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S의 임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중요하고 위험한 임무라는 느낌이 들었다.서유는 이승하를 너무도 사랑해서 이승하가 없으면 안 된다. 차라리 이승하가 빨리 S에서 벗어나 영원히 서유와 함께 해줬으면 한다. 하지만 서유는 이승하가 S의 리더로서 벗어날 수 없고, 영원히 서유와 함께 할 수도 없다는 걸 잘 알았다.서유가 아무 반응도 없자 이승하는 약간 걱정되어서 입을 열었다.“서유야, 나...”서유는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끊었다.“돌아가서 얘기해요.”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다시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이승하는 차가운 서유의 옆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공항에 도착했다.이승하가 서유를 안으려고 할 때 서유는 말없이 그를 밀어냈다.이승하는 그저 옆에 앉아서 서유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서유는 이승하가 위험한 임무를 맡은 것을 눈치챘기에 이승하가 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또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화만 내고 있었다.이승하는 그런 서유의 생각을 잘 알았다. 그래서 그냥 손을 뻗어 뒤에서 서유를 꽉 끌어안았다. 뜨거운 이승하의 가슴에 서유의 등이 맞닿았다. 차가운 피부에 따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