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집안 형제들은 김선우의 제안을 듣고 나서 눈에 있던 분노가 경멸로 바뀌었다. “우리가 왜 너희 김씨 집안이랑 같이 해야 하지?” 이씨 집안은 김씨 집안과 원한이 있었다. 서유의 체면을 봐서 잠시나마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그들이 김씨 집안 팀에 들어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면 이렇게 해요. 서유 누나는 우리 김씨 집안 사람이고 가혜 씨도 누나 친구니까 우리 김씨 집안 사람이에요. 그리고 김 대표님은 이씨 집안도, 김씨 집안도 아니니 저희 김씨 집안 쪽으로 보내고, 단이수 씨는...” “잠깐! 단이수는 내 친구야. 너한텐 데려갈 권리가 없어.” “그냥 친구면 혈연도 아닌데 왜 이씨 집안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거야?” “내 여동생의 첫사랑이니 당연히 이씨 집안 사람이지.” 이연석이 그렇게 말하자 단이수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이지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송사월 옆에 앉아 있었지만 마치 그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전혀 반응이 없었다. ‘첫사랑’이라는 말에 별다른 감정이 없는 듯 담담해 보였다. 단이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는데 그의 눈빛은 살짝 붉어졌다. 이연석도 자신이 다급하게 내뱉은 말이 실수였다는 걸 깨닫고 얼른 말을 고쳤다. “어쨌든 단이수는 내 친구야. 절대 너희 김씨 집안 쪽에 붙어서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양쪽이 인원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정가혜가 나서서 남편을 대신해 말을 꺼냈다. “김 대표님, 서유는 이미 아, 아주버님과 결혼했어요.” 어색하게 말을 고친 후 정가혜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러니까 서유도 이젠 이씨 집안 사람이고 저도 연석 씨랑 결혼했으니 이씨 집안 사람이에요. 그리고 김 대표님은 제 동생이니 당연히 저와 함께 있어야죠.” “맞아! 제수씨 말이 맞아. 모두 우리 이씨 집안 사람이야!” 신부가 나서서 말을 하자 이씨 집안 사람들은 더욱 강경하게 김씨 집안과 함께하는 것을 거부했다. 김선우는 이들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김선우는 이 게임에 흥미를 잃은 듯한 이승하를 한 번 흘겨보더니 눈에 짓궂은 기색이 번졌다. “이렇게 해요. 우리 김씨 집안은 이번 판에선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날게요. 하지만 이번 라운드까지 온 사람들은 마지막 한 판까지는 해야 해요. 단, 승패 규칙은 새로 정하는 거예요. 어때요?” 이승하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연석이 벌떡 일어나며 테이블을 쳤다. “나도 동의해! 그걸로 결정하자!” 일단 배와 두 로봇을 지켜내는 게 중요했으니까! 이승하는 별다른 반응 없이 손을 뻗어 서유의 허리를 감싸 그녀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고는 차가운 눈빛을 들어 육성재를 쳐다보았다. “계속 할 건가?” 육성재의 시선이 잠깐 서유의 허리에 얹어진 그 손을 스쳤다가 빠르게 다른 곳으로 향했다. “승부가 안 났는데 당연히 계속해야지!” 이승하의 손은 서유의 허리에서 천천히 올라가 그녀의 뒤통수에 닿았다. 살짝 눌러주자 서유는 자연스럽게 그의 품에 안겼다. “그럼 계속하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포옹하는 건 조금 민망할 수도 있었지만 서유는 얌전히 이승하의 품에 순순히 안겼다. 그녀가 이승하를 올려다보는 모습은 육성재의 눈에 이상하게 거슬렸다. 육성재는 주먹을 꽉 쥐고 시선을 돌려 더 이상 서유를 쳐다보지 않았다.이미 이승하가 여러 차례 경고하듯 그녀에 대한 소유권을 과시했으니 더 이상 쳐다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서유를 바라보는 것은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었다. 그의 눈은 의식적으로 통제되지 않았다. ‘눈알을 뽑아버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김선우는 이승하와 육성재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고, 오직 눈앞의 게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대표님, 마지막 라운드 난이도를 한 단계 더 올리죠. 어때요?” 아직 게임에 남아있던 정가혜는 짜증난 표정으로 김선우를 노려보았다. “또 무슨 못된 짓을 꾸미려는 거예요?” 김선우는 카드에서 두 장의 조커 카드를 뽑아 들었다. “대표님, 저와 먼저
“움직이지 마요!” 이승하가 대충 한 장을 뽑으려 하자 김선우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먼저 할게요!” 이미 카드 섞을 권리도, 속임수 쓸 권리도 잃어버렸는데 우선 뽑기까지 놓칠 수는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김선우는 이승하가 반응하기도 전에 테이블 앞으로 튀어나가서 긴장된 얼굴로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손을 뻗었다... 5분이 지나고도 김선우의 손가락은 카드 위를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왼쪽에서 오른쪽,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너 도대체 뽑을 거야 말 거야?” 폭발 직전의 육성재가 김선우의 다리를 또 한 번 걷어차며 소리쳤다. 김선우는 다리를 부여잡고선 질투 가득한 눈으로 이승하 형제를 바라보았다.‘저 봐, 형이 얼마나 동생을 잘 챙기나. 반면 내 형은...’‘에이, 잘못 태어난 내 잘못이지!’김선우는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아예 보지도 않고 품에 안은 채 이승하에게 카드를 뽑으라고 신호를 보냈다. 지루해 보이는 이승하는 아무렇게나 손가락을 뻗어 한 장을 뽑았다. 마찬가지로 그는 카드를 보지도 않고 바로 뒤집어 테이블 위에 던졌다. 하지만 흥미가 없었던 건지, 빅 조커를 뽑지 못하고 작은 조커를 뽑고 말았다. “하하하하하!” 김선우는 작은 조커를 보자마자 기뻐서 땅을 박차고 일어섰다. “내가 빅 조커를 뽑았어!!!” 속임수 없이 대왕을 뽑았다니, 정말 끝내준다! 김선우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고 이연석은 어이없다는 듯 눈을 흘겼다. “우리 형이 먼저 뽑게 해줬으니까 그런 거죠. 당신 같은 더러운 손으로 빅 조커를 뽑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대왕을 손에 쥐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던 김선우는 이연석의 비꼼을 개의치 않고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자자, 내가 규칙을 정할게요. 마지막 판은 숫자 카드로 계속 가고 빅 조커와 작은 조커를 뽑은 두 사람이 승자예요. 나머지는 탈락.” 이연석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두 명이 이기는 건데요?”
육성재는 마음속이 이미 복잡해져 여러 상상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과연 서유에게 입맞출 수 있을까? 유부녀인 걸 떠나서 육성재는 게임을 빌려 좋아하는 여자를 가볍게 대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원하는 건 상호 자발적인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서유를 좋아한 순간부터, ‘상호’라는 단어는 그저 사치에 불과했고 이 생에서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 뿐이었다. 육성재는 가슴 속 깊이 묻어둔 감정을 억누르고 발을 들어 김선우를 힘껏 걷어찼다.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아무 여자나 키스할 것 같아?” 말을 마친 그는 빠르게 서유를 힐끗 쳐다본 후 감정을 겨우 진정시킨 채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 했다. “결혼 축하 선물은 이미 보냈으니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김선우는 이승하를 제대로 골탕 먹이지 못해 아쉬웠지만 육성재가 무섭게 쏘아보는 눈빛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따라나섰다. “거기 서!” 등 뒤에서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선우는 본능적으로 목을 움츠렸다. 설마... 이승하가 그를 그냥 보내주지 않을 생각인 걸까? “김 대표, 이리 와.” 김선우는 침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가 살기를 가득 담은 눈으로 그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 살벌한 눈빛을 본 김선우는 차마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 이 대표님, 저...” “다시 한 판 더 하자. 승부 규칙은 끝나고 알려주지.” 김선우는 그가 당장 자신을 해치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승하가 다시 한 판 더 하자고 제안했다. 이승하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던 김선우는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든 괴롭히려 한다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그는 도움을 청하는 눈길로 육성재를 바라봤지만 육성재는 아예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배를 나가버렸다. 육성재가 나가고 이승하는 그를 붙잡지도 않았다. 이는 이승하가 겨냥한 사람이 김선우, 오직 그뿐임을 의미했다. 이제 끝났
옆에서 구경하던 이연석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누가 그쪽 형이에요? 함부로 부르지 마요!”‘진짜 형 맞는데.’ 서유는 속으로 살짝 웃으며 조용히 일어나 김선우 앞에 섰다. “김 대표님, 당신이 게임을 빌미로 이런 짓을 두 번이나 벌였어요. 나를 곤란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나를 매우 존중하지 않았어요. 앞으로 나를 누나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이는 남동생이 절대 누나에게 이런 짓을 하지 않을 거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김선우는 전혀 ‘존중’과 ‘불경’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는 그저 이승하를 골탕 먹이려 했을 뿐 이게 서유를 난처하게 만들 줄은 몰랐고, 이제야 뒤늦게 깨달았다. 다만, 이제는 너무 늦은 셈이었다. “누나, 나도 누가 빅 조커와 작은 조커를 뽑을지 몰랐어요. 만약 제가 뽑았다면 저도 역시 이 대표한테 뽀뽀하라고 했을 거예요. 그저 이 대표를 골탕 먹이려고 한 것뿐이에요.” 하지만 서유가 뽑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그 순간 그는 게임에 너무 몰입해 지난번 진 내기를 떠올리며 너무 우쭐해졌던 것이다. 결국 그는 남녀 구별이나 결혼 관계 따위는 고려하지 않았다. 김선우는 약간 못된 구석이 있긴 했지만 서유를 존중하지 않은 건 절대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그런 말을 꺼낸 것만으로도 존중하지 않았다는 의미였으니. 김선우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때리세요, 때릴 만큼 때리시고 나면 저 좀 집에 보내줘요...” 이승하는 그의 부은 얼굴을 보고 다시 한 번 세게 뺨을 후려친 후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다음번에도 이러면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다.” 김선우는 이미 철저하게 당하고 나서 이승하를 올려다보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말투가 육성재가 자신을 혼낼 때와 닮아 있었다. 게다가 이승하의 눈이 왠지 작은 고모를 닮은 것 같기도 했다. 기억은 이미 흐릿했지만 왠지 모르게 그 눈빛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김선우가 이승하를 유심히
며칠 뒤, 바다 위에서 열린 결혼식이 성황리에 끝났다. 정가혜는 어른들과 또래들을 정중하게 배웅하며 예의와 존경을 다했고 그 결과 이씨 가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했다. 몇몇 형수들이 정가혜를 칭찬하는 소리를 들은 유나희는 발걸음을 멈추고 배 아래에 서 있는 정가혜를 돌아보았다. 정가혜가 배에서 내리는 이씨 가문의 모든 사람에게 두 손으로 정성스럽게 답례품을 건네는 모습을 보고, 유나희는 미묘하게 입가를 당겼다. 어찌 된 일인지, 며칠 간의 짧은 시간 동안 그녀가 꽤 괜찮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모든 사람을 배웅한 후 정가혜는 그제야 내내 곁에 있던 서유를 마주보았다. “답례품 외에도 하나 더 선물을 준비했어.” 서유는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뭔데?” 정가혜는 답례품을 건네며 한 장의 사진을 손에 쥐어주었다. “한번 봐봐, 마음에 들어?” 서유는 사진을 받아들고 살펴보았다. 그 사진에는 이씨 집안 형제자매들과 김씨 집안 형제자매들이 모두 옥외 선실에 모여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비록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관계를 잘 몰랐지만 이승하는 두 가문의 혈연을 연결하는 존재였다. 이 사진은 매우 절묘하게 찍혔다. 이승하가 중심에 앉아 있고, 왼쪽에는 김씨 집안 가족, 오른쪽에는 이씨 집안 가족이 자리했으며 두 가족은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승하는 고개를 숙여 서유를 바라보고 있었고 서유 역시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사진의 주변에는 깨끗하게 정돈된 소파와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배경으로 담겨 있었다. 게다가 구석에 앉아 있는 송사월과 와인잔을 들고 이지민을 바라보는 단이수의 모습도 그날 밤의 장면처럼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기분이 좋아진 서유는 그 사진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언제 이걸 찍었어?” 정가혜는 연이와 함께 뛰며 달려가는 심이준을 바라보았다. “이준 씨가 찍었어.” 그날 밤 그들이 카드놀이를 할 때, 연이는 심이준에게 이것저것 먹고 마시고 싶다고 졸
술자리가 끝나고 윤주원은 파미란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서유와 정가혜도 그와 동행했다. 윤주원은 주서희에게 자신이 의학상을 받았다고 말했고 정가혜는 이연석과 결혼했고 임신까지 했다고 알렸다. 그러나 서유는 주서희에게 특별히 전할 말이 없었다. 아직 아이를 갖지 못해 주서희의 바람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덤 앞에 쪼그리고 앉아 주서희의 묘비를 손으로 쓰다듬고 나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석양의 붉은빛을 등지고 조용히 말했다. “서희 씨, 준섭 씨를 빨리 찾길 바랄게요.”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영원히 함께하길. 서유 자신도 주서희의 말을 듣고 아이를 빨리 갖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때가 되면 다시 주서희를 찾아와 알려줄 것이다.그룹의 주식 분배가 끝났고 이연석도 결혼하며 주서희를 만났다. 이제 남은 일은 단 하나였다. 그것은 서유가 상씨 집안에 가는 것. 서유가 김초희를 대신해 맡은 프로젝트들은 밤낮없이 작업을 거쳐 모두 디자인을 완료했으며, 이제 상씨 집안 프로젝트만 남았다. 상씨 집안 프로젝트가 끝나면 서유는 김초희의 모든 유언을 완성하게 되고 그녀의 생전에는 더 이상 미련이 남지 않을 것이다. 서유는 상씨 집안의 디자인을 끝낸 후, 김초희가 세상을 떠났음을 공식 발표하고 자신의 정체를 다시 밝힐 계획이었다. 이승하가 그룹의 이름으로 서유의 능력을 건축계에 알렸고 그 덕분에 서유의 이름은 건축계에서 인정받았다. 이승하가 그녀에게 마련해준 생존의 길이었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이름으로도 프로젝트를 받을 수 있었다.서유는 펜과 자, 기타 도구들을 상자에 넣고 나서 소파에 앉아 손톱을 다듬고 있는 심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선생님, 이제 출발합시다.” 심이준은 손톱 끝을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서유를 보며 말했다. “서유 씨도 손톱 좀 정리해요. 상철수는 결벽증이 있거든요.” 서유는 상자를 닫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분의 결벽증이 우리 남편을 능
지난번에 심이준이 상가의 현장을 조사하러 왔을 때도 상연훈이 그를 맞이했기에, 둘은 이미 서로를 알고 있었다. 심이준은 자연스럽게 상연훈과 악수를 나누며 말했다. “상연훈 씨, 오래 기다리셨죠.” “아닙니다.” 상연훈은 가볍게 대답한 뒤, 심이준 옆에 있는 서유를 바라보았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아름다우시네요.” 그의 눈에 잠깐 놀라움이 스쳤지만 금세 사라졌다. 서유도 상연훈과 처음 마주하는 것이었고 처음으로 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상연훈은 잘생긴 얼굴에 날렵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고, 하얀 피부가 더해져 마치 옥처럼 빛났다. 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세련되고 우아했으며 움직임 하나하나에 기품이 넘쳤다. 과연 좋은 가문에서 자란 인물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상연훈 씨 역시 TV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기품이 넘치시네요.” 서유의 칭찬에 상연훈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제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상연훈입니다.” 서유도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김초희입니다.” 상연훈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을 놓고, 심이준과 서유를 차로 안내했다. 북미의 대가문이라면 운전기사가 따로 있을 법도 했지만 상연훈은 직접 차를 몰며 전혀 거만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께서는 어릴 때부터 사치하지 말고 겸손하게 살라고 엄하게 가르치셨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하도록 배웠습니다.” 상연훈은 운전하면서 설명을 덧붙인 후 서유에게 웃음을 지었다. “운전기사는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 집이 설계비를 못 낼 정도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의 가벼운 농담에 서유는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며 미소를 지었다. “연훈 씨, 농담이시군요. 상씨 집안의 재력과 지위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상연훈은 차선을 바꾸며 서유를 다시 한번 흘깃 바라보았다. “초희 씨도 오기 전에 저희 집에 대해 이미 조사를 하셨겠죠. 그럼 굳이 제가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