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섭에게 주서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을 때 세상은 온통 어둠뿐이었다. 차라리 그녀 손에 의해 감옥에 들어가는 것보다 두 사람의 감정을 끝내는 것이 낫다. 그래야 자신도 고통에서 벗어나고 그녀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어떻게 끝내겠다는 건데요?” 주서희는 고개를 들어 차갑게 소준섭을 응시했다. 끝낼 수만 있다면야 좋겠지만 소준섭은 쉽게 그녀를 놓아줄 리 없었고 끝내기 전에 그녀를 괴롭힐 것이 분명했다. 소준섭은 발을 내디디며 새장으로 천천히 다가갔고 그의 큰 몸이 쭈그려 앉을 때는 마치 조련사처럼 그림자를 드리워 주서희를 무겁고 억압되게 만들었다. 한 사람은 앉아 있고 한 사람은 쭈그리고 앉아 있었으며 두 깊은 눈빛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셀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정과 애정이 주서희의 분노 어린 표정 속에서 하나도 가치 없어 보였다. 소준섭은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오랜 고민 끝에 담담히 입을 열었다. “예전처럼 나와 한 달만 같이 지내줘. 끝나면 널 보내줄게.” 보내준다고? 주서희가 감옥에 보낼 소준섭인데 그녀가 그를 믿을 리가 없었다. “나를 여기까지 데려오려고 그렇게 애썼으면서 어떻게 날 보내줄 리가 있겠어요?” 소준섭 같은 사람이라면 그녀를 이 황량한 섬에 영원히 가두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주서희를 잃은 소준섭은 매일 밤잠을 이루지 못했고 꿈속에서도 약을 삼켜야만 덜 비참할 정도로 너무 지쳤다. 그는 아무런 호언장담도 하지 않고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주서희의 손바닥에 놓아주었다. “한 달 후에 내가 너를 보내주지 않으면 이 총으로 날 쏴도 돼.” 총을 손에 쥔 주서희는 몇 초 동안 총을 응시하다가 갑자기 총을 들어 소준섭의 이마를 겨누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빈총이었다. 안에는 총알이 없었다. 소준섭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넌 정말로 내가 죽기를 바라는구나.” 그의 깊고 음산한 눈빛에서 드러난 실망감이 주
소준섭은 주서희를 식탁 의자에 앉힌 후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부드럽게 물었다. “뭐 먹고 싶어?”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주서희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소준섭의 손이 잠시 멈췄다가 그녀의 머리 뒤에서부터 천천히 손길을 따라 입술 쪽으로 옮겨갔다. “예전처럼 나를 대해주기로 했잖아, 좀 더 나에게 다정하게 굴어봐.”예전에는 그를 어떻게 대했었지?웃으며 맞이하고 다정하게 대해주고 하루 종일 사랑 한다고 말하고 밤마다 달콤하게 얽혀 잠들지 않았었나? 지금도 그때처럼 그를 대해야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주서희의 눈빛에는 약간의 증오가 묻어났지만 얼굴에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치즈 빵, 소고기, 오렌지 주스...”그제야 소준섭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다시 한 번 주서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래, 얼마나 좋아.”그가 혼자 부엌으로 갈 줄 알았는데 그가 그녀를 부엌으로 안아 데려가더니 깨끗하게 정돈된 조리대 위에 그녀를 앉히고 부엌문을 닫은 후 두 사람이 밀폐된 공간에 있게 되자 그제야 천천히 소매를 걷어 올리고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아마도 그녀가 칼 같은 것을 빼앗아 그를 해치려 할까 봐 매우 짧고 작은 도구들만 사용했는데 그것들로는 치명상을 입히기 어려웠다.주서희도 그렇게 작은 도구로 소준섭처럼 체격이 크고 힘이 강한 남자와 싸우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다. 그런다고 해서 전혀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주서희는 속으로만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소준섭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스테이크를 굽자마자 첫 번째로 한 조각을 잘라 주서희의 입가에 가져갔다.“한번 먹어봐, 맛이 어떤지 봐줄래?”주서희가 그를 속이던 몇 년 동안에도 이렇게 지낸 적이 있었지만 그때의 주서희 눈에는 증오가 없었고 지금의 주서희는 마지못해 입을 열고 천천히 씹으며 아무 말 없이 그가 주는 대로 먹었다.소준섭은 화를 내지 않고 마치 장난꾸러기
주서희는 휴대전화를 쥐고 몇 초간 망설이다가 서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서유의 번호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유는 그 불치병을 앓고 있던 소녀가 그녀에게 고마워서 향수를 사러 가던 길에 맞아 죽은 특별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거실에 앉아 한밤중 동안 한숨도 못 잔 서유는 갑작스러운 낯선 전화에 놀라 심장이 쿵쾅거렸고 주서희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비로소 깊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서희 씨, 당신 어디에요? 괜찮아요? 소준섭이 당신한테 해코지한 거 아니죠?!” 연이은 걱정과 안부가 주서희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고 그녀는 별일 없다고 말한 후 소준섭을 올려다보았으며 그의 신호에 따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서유 씨, 당신들... 더 이상 나를 찾지 마요. 나 소준섭과 섬에 한 달 정도 있다가 돌아갈 거예요. 지금은 마침 봄이고 풍경이 아름다워서 여행하기 좋아요...” 그녀는 이곳이 어느 나라의 섬인지도 어떤 섬인지도 알지 못했다. 말할 수 있는 정보는 단지 섬이란 것과 온도를 보고 계절이 봄임을 추측한 것뿐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서유와 이연석은 잠시 멍해졌고 둘 다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옆에 있던 이승하는 빠르게 반응하며 전화를 받아 차갑게 말했다. “소준섭, 그 사람을 풀어줘라. 내가 널 찾아내면 감옥살이로 끝나지 않을 거야.” 소준섭은 입 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웃었다. “이승하, 이것은 나와 주서희 사이의 일이야. 너는 참견하지 마.” 말을 마친 후 이승하는 “탁”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겨우 전화로 위치를 추적하려던 이연석이 아직 추적이 끝나기도 전에 화면에 갑자기 붉은색 표식이 나타났다. “이 자식, 꽤 빠른데.” 이연석은 욕설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유의 휴대전화를 보고 화면에 표시된 번호가 알 수 없는 번호인 것을 확인했다. 이승하는 이연석에게 이 번호로 계속 추적하라고 지시한 뒤 소수빈에게 차갑게 명령했다. “국내는 지금 여름이야. 봄에 해당하는 나라는 브라질, 아르
그는 매우 들떠서 주서희를 안고 바닷가로 나와 모래사장으로 가지 않고 그녀를 근처의 잔디밭에 내려놓았다. 주서희가 도망칠까 봐 걱정이 되었는지 주서희가 땅에 앉자마자 수갑을 꺼내 그녀의 오른손목에 채우고 다른 쪽은 자신의 왼손목에 채웠다. 주서희는 이를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예전처럼 지내자 더니 왜 아직도 이런 식으로 나를 경계하는 거죠?”소준섭은 개의치 않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하는 게 오히려 서로의 감정을 더 끈끈하게 해주지 않아?” 주서희는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속으로는 혹시 밤에 잘 때도 이렇게 수갑을 채워 두어 자신이 총을 못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대책을 생각하고 있을 때 소준섭이 갑자기 그녀를 아래로 눌렀다. “이 섬에는 아무도 없어, 너와 나만 있어. 한번 하자.” 주서희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소준섭, 난 원하지 않아요!”남자는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키스했고 그녀의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전에 네가 그랬잖아, 여자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사실 원한다는 거라고. 난 그 말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 주서희는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밀어냈지만 그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고 옷이 벗겨질 때 뒤에 있던 잡초들이 피부에 박혀서 아플 정도였다. 그가 그녀가 아파하는 걸 알아차렸는지 그녀를 안아 뒤집어 그의 위에 엎드리게 했다. 손목이 그의 손목에 수갑으로 묶여 있어서 도망갈 수도 없었고 허리는 그의 한 손으로 단단히 눌려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뿐이었다. 주서희는 가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분명 소준섭을 그렇게 미워하는데 왜 그가 그녀를 만질 때마다 반응을 보이는 걸까? 그녀는 눈을 감고 이러한 감정적인 반응을 전혀 드러내고 싶지 않았지만 소준섭은 그녀의 미세한 표정에서 그녀가 사실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에 주서희를 바라볼 때 느껴지는 사
주서희는 그 음산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돌리자 소준섭이 회전 계단 옆에 서서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 순간, 태양은 사라지고 어둑한 달빛만이 건물의 꼭대기 층 유리를 통해 반사되어 소준섭의 얼굴에 어른거렸다. 마치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보였다.그런 소준섭을 본 주서희는 몸을 떨며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고 그녀의 등은 새장 방의 문에 닿았다. 그 순간, 소준섭이 한 걸음 내딛으며 손목에 감겨 있던 흰 천을 풀면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가 그녀 앞에 도착했을 때 흰 천은 마침내 풀려 있었고 주서희는 그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폭력을 휘두를 것이라고 생각해 겁에 질려 도망치려 했으나 힘이 엄청난 그에게 잡혀 끌려왔다. 그는 흰 천으로 그녀의 두 손을 묶은 뒤 그것을 그녀의 머리 위로 들어 올렸고 그의 차가운 손가락이 그녀의 얼굴에서 가슴까지 쓸어내렸으며 남자는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며 물었다. “한 달 후에 너한테 총을 준다고 하지 않았나? 뭐가 그렇게 급해?”주서희는 굴욕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소준섭, 난 당신이랑 한 달 동안 같이 있고 싶지 않아요.”소준섭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세게 물었다. “하지만, 난 그러고 싶어.”따뜻한 혀끝이 피부를 핥을 때 마치 독사에 쏘인 듯 고통스러우면서도 떨림을 일으켰고 주서희는 물린 고통을 참으며 그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다리는 그에게 잡히고 몸은 문에 눌려 꼼짝할 수 없었다.소준섭은 일부러 그녀를 물면서 귀에 대고 말했다. “너 혹시 SM 같은 거 해본 적 없어? 벌로 한 번 해보는 게 어때?”그 단어가 나오자마자 주서희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소준섭, 제발 함부로 하지 마요!”그녀를 집단으로 강간했던 사람들은 모두 그녀에게 성적인 학대를 가했고 그 배후에 있던 소준섭이 이것을 벌로 삼으려 하다니, 그의 마음속은 대체 얼마나 어두운 걸까?소준섭은 그녀의 뺨에 키스를 하며 마치 연인에게 말하듯 매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
윤주원이 당사자지만 이승하가 그들을 위해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자해 주서희를 찾아주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폐를 끼쳤다. 더 이상 폐를 끼치는 것은 미안했다.윤주원의 부모는 그가 직접 주서희를 찾으러 가겠다고 하자 쇠약해진 몸이 덜덜 떨리며 말했다. “윤주원, 네 이런 상태로 어떻게 주서희를 찾으러 가겠다는 거니...?”그들은 윤주원과 주서희가 함께 있는 것을 반대하진 않았지만 주서희라는 아이가 그런 변태 같은 사람에게 찍힌 상황이니 윤주원은 모든 것을 두려워하지 않더라도 윤주원의 부모로서는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들은 유일한 아이를 두고 있지 않은가.부모의 눈물을 보며 윤주원의 눈썹이 축 늘어졌고 약간 죄책감을 느끼며 어머니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소준섭이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사람을 죽일 용기는 없어요...”윤주원의 부모는 고집스러운 윤주원을 보며 고통스러워했지만 결국 그의 생각을 존중하며 말로 그를 강요하지 않았고 대신 그들은 이승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비록 학문적인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결국엔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권력을 가진 이씨 가문의 유권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처지였으며 그들은 오직 그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이승하는 두 노인의 기대 어린 시선을 받아들이며 천천히 짙은 속눈썹을 깜빡였고 곧 윤주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너는 푹 쉬고 사람을 찾는 건 나에게 맡겨.”이 말을 마치고 이승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유의 손을 잡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맞은편 병실에 있던 이연석은 형이 떠나는 것을 보고 급히 단이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에게 잘 회복하라고 당부한 후 자신도 따라 나섰다.이승하가 차에 타자마자 팀을 세 개로 나누어 소수빈 팀, 이연석 팀, 그리고 자신의 팀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나라로 사람을 찾으러 갔다.그들이 떠난 후 윤주원은 지도를 들고 소준섭이 해외에서 섬을 구입한 자료를 한참 동안 뒤적였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소준섭의 전용기는 세 개의 나라에
말로는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 말 속에 사랑은 하나도 없었지만 소준섭에게는 그처럼 거짓된 말이라도 충분히 기분이 좋았다. 가는 손가락으로 주서희의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고 그녀가 땀에 흠뻑 젖었건 말건 상관하지 않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서희야, 나도 너를 사랑해.”주서희는 차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소준섭, 당신 같은 인간이 사랑이 뭔지 구분할 수나 있을까, 사랑이 뭔지 알기나 할까?”극한의 쾌락을 느끼는 소준섭은 그녀와 함께 절정에 오르고 나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살며시 물었다. “구분할 수 없어, 알지도 못해. 하지만... 그게 어때서?”그게 어때서? 자신이 그녀를 원한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사랑이 뭔지는 상관없었고 그녀만 곁에 두면 그게 사랑이었다. 주서희는 부드러운 카펫 위에 쓰러져 옆으로 고개를 돌려 대형 스크린에 비치는 수치스러운 화면을 바라보았다. 영화 속에서 생생하게 묘사된 연기조차도 그들보다 격렬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몸은 소준섭에게 완전히 더럽혀졌고 깨끗한 곳은 하나도 없었다. 아니, 소준섭이 처음 그녀를 탐한 순간부터 그녀는 더 이상 깨끗하지 않았다. 소준섭은 무슨 일인지 시간이 모자란 것처럼 마치 이번 한 달을 그렇게 보내려는 듯이 그녀를 안고 한 번 또 한 번 관계를 가졌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반항할 수 있었던 주서희도 나중에는 지쳐서 힘이 빠져 그가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가 그녀를 욕조에 넣는 순간 속이 약간 안 좋았던 주서희는 욕조 가장자리에 엎드려 몇 번 헛구역질을 했지만 아무것도 토해내지 못했다.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유리문에 기대고 있던 소준섭은 잠시 멍해졌다. 초임신의 징조 같았지만 주서희는 자궁이 없었기 때문에 임신할 리가 없었다. 그는 주서희가 자신의 아이를 낳아주고 그 후로 한 가족이 이 섬에 머물면서 평생 아무런 걱정 없이 살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가끔 그들 사이에 아이가 있다면 마음이 여린 주서희가 아이를 위해서라도 자신을
그 당시 주서희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굉장히 불편함을 느꼈지만 이 불편한 감정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생긴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주서희가 열여덟 살 성인식이 열리던 날 송문아는 또다시 소준섭에게 주서희가 오늘 밤 백호와 함께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날 것이며 주서희 자신을 완전히 백호에게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소준섭의 마음속에 있던 그 불편함은 점점 분노로 변했고 그저 자신이 잠깐 놀아본 사유물이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것 같다는 생각에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소준섭은 사람을 보내 백호의 배를 막게 하고 주서희를 그 배에서 끌어내도록 했다. 그의 의도는 그 무리가 주서희를 겁만 주는 것이었는데 누가 그들이 진짜로 일을 저지를 줄 알았겠는가...당시 그는 차 안에 있었고 두꺼운 차창 너머로 나무 아래 어두운 환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차문을 닫았기 때문에 멀리서 들려오는 구조 요청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자기 사람들이 주서희를 겁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으나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과거를 회상하며 소준섭의 눈빛이 점점 붉어졌고 어렸을 적에는 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집사의 전화로 그를 불러내지 않았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어릴 적에는 이런 방식으로 주서희를 벌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벌을 받은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 이후에 그는 그 무리를 모두 처리했지만 여전히 당시 돌아왔을 때 주서희의 하체에서 피가 흘러내리던 그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오늘날까지도 그때를 떠올리면 소준섭의 심장이 떨렸고 무의식적으로 주서희를 꽉 껴안고 그녀의 귀에 대고 미안하다며 말했다. “서희야, 미안해, 미안해...”그의 이 반복적인 사과에 주서희는 손바닥을 꼭 쥐었지만 그가 어느 일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떤 일에 대한 사과이든 그의 사과를 그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마치 주서희 마음속의 증오를 감지한 듯 소준섭은 다시 다가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