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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정가혜는 이연석을 부축해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조수석 문을 열고 그를 조심스럽게 태운 뒤, 안전벨트를 매 주었다. 그런 다음, 차 앞쪽으로 돌아가 운전석에 앉았다. 시동을 걸기 전에 정가혜는 머리를 짚고 고통스러워하는 이연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집 주소가 어디에요?”

이연석은 개인 별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있을 때 그는 한 번도 정가혜를 그곳으로 데려간 적이 없었다.

그러니 정가혜는 그 주소를 몰랐다.

눈을 감은 채로 이연석은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내비게이션을 켜 봐요. 주소가 거기에 있을 거예요.”

그는 잠시 후에 덧붙였다.

“비밀번호는 가혜 씨 생일이에요.”

휴대폰을 받은 정가혜의 손이 살짝 떨렸다. 연애할 때, 정가혜는 때때로 투정을 부리며 이연석에게 자신의 생일을 휴대폰 비밀번호로 설정하라고 요구하곤 했다.

이연석은 그녀와 반대로 행동하는 걸 좋아하는지 절대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헤어진 지 2년이 지난 후에야 그녀의 생일을 비밀번호로 설정해 두었다.

정가혜는 미간을 찌푸리며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내비게이션을 열어 주소를 확인한 뒤 이연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한 손으로 이마를 받친 채 이연석은 그녀를 바라볼 용기가 없었고, 대신 이따금씩 후사경을 통해 그녀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수십 번을 그렇게 바라본 후, 그는 갑자기 글로브박스를 열고 안에서 블랙 카드를 꺼내 정가혜에게 건넸다.

“이 카드는 원래 당신 거였어요.”

이연석은 그녀에게 무한한 한도를 가진 블랙 카드를 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헤어지고 나서 정가혜는 그 카드를 돌려주었고, 이제 다시 그녀에게 건네는 것은 아마도 방금 전에 사용한 돈을 갚기 위함일 것이다.

“필요 없어요. 나 돈 많아요.”

정가혜는 지금 돈이 가장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이연석은 그녀가 돈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몸을 돌려 블랙 카드를 그녀의 가방 안에 억지로 넣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사실 정가혜는 그와 함께 오랫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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