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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연석 씨 둘째 형이 데리러 오라고 해서 왔어요.”

정가혜는 그렇게 말하며 허리를 숙여 손에 든 물을 이연석의 입술 가까이 가져갔다. “해장국은 없으니, 일단 물이라도 좀 마셔요.”

멍하니 있던 이연석은 정가혜를 바라보더니, 그녀가 건네준 물을 보고는 약간 놀라면서도 기쁜 표정으로 입술을 열어 천천히 물을 마셨다.

이상하게도, 평소에는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던 생수가 그 순간에는 달콤하게 느껴졌다. 혹시 여기 물이 A시의 물보다 더 좋은 걸까?

이연석이 물을 다 마시자 정가혜는 비로소 컵을 내려놓고 그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이제 가요, 집에 데려다줄게요.”

그녀의 부드러운 손가락이 그의 팔을 감싸자 이연석의 심장이 한 번 쿵 하고 뛰었고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전신이 저릿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보다 한참 작은 정가혜가 억지로 힘을 내어 자신을 부축하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고마워요...”

정가혜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차는 어디에 세워뒀어요?”

머리가 너무 아픈 이연석은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의 외투를 보고는 그 안에 있는 차 키를 꺼내려 허리를 굽혔다. 하지만 중심을 잡지 못해 소파로 넘어지고 말았고, 그와 함께 정가혜도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마침 이연석은 등을 대고 누웠고, 정가혜는 그의 위에 엎어진 채로 넘어졌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입술이 스치듯 닿았다.

순간적인 스침이었지만 그 작은 접촉만으로도 두 사람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정가혜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는 그의 위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이연석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

“가혜 씨...”

그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도 말을 잇지 못했고, 그 대신 눈에는 명백한 욕망이 드러났다. 그가 그녀를 원한 지 벌써 2년이 되었지만, 한 번도 그 욕망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그 욕망을 마음속 깊이 억눌러 두었다.

오랜 시간 동안 쌓였던 갈망 때문인지 아니면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인지 이연석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정가혜의 뒷머리를 잡고 살짝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입을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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