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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정가혜는 핸드폰을 들고 확인한 후 방 번호를 확인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은 깜깜했고, 불이 꺼져 있을 뿐만 아니라 커튼도 닫혀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코를 찌를 정도로 강한 술 냄새만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정가혜의 뒤를 따르던 직원이 불을 켜주며 말했다.

“정가혜 씨, 이 도련님께서 안에서 잠들어 있습니다. 저희 직원들이 아무리 깨우려 해도 일어나지 않아서, 정가혜 씨께서 모시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직원은 말을 마치고 소비 내역서를 정가혜에게 건넸다.

“총액은 천만 원입니다. 먼저 결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가혜는 코를 막으며 소비 내역서를 받아들고 한번 훑어본 뒤,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직원에게 건넸다. 그런 다음, 하이힐을 신고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소파에 누워 있는 한 남자의 날씬한 실루엣이 보였다. 그는 정장 재킷을 배 위에 걸치고, 흰 셔츠의 깃을 약간 풀어 놓아 섹시하게 드러난 목젖과 뚜렷한 쇄골이 보였다. 조명이 비치자, 잘생기고 뚜렷한 얼굴에 옅은 홍조가 감돌았고, 본래 희고 고운 피부가 더욱 빛나 보였다.

그 시각의 이연석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긴 속눈썹이 내려앉아 낮은 조명 아래에서 부채 모양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마치 휴식 중인 나비처럼 보였다. 짙은 머리카락이 뒤로 잘 정리되어 이마가 드러나 있었고, 아마 잠자는 중에 이리저리 움직였던 듯, 이마 양옆으로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흩어져 내려와 있었다.

그런 이연석을 바라보며 정가혜는 문득 과거의 자신이 왜 그에게 심쿵했는지를 다시금 떠올렸다.

그는 잠시 그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낮추고 그의 팔을 살짝 흔들었다. “이연석 씨, 일어나요. 집에 데려가려고 왔어요.”

여러 병의 와인을 마신 이연석은 정가혜의 목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졌는지 짜증을 내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소파 안쪽을 향하고 그 상태로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쿠션 하나를 더듬어 끌어안았다.

깊이 잠든 그는 쿠션을 꼭 끌어안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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