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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0화

이지민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지만, 대답 대신 멀리 놓인 다기를 바라보며 물었다. “김 대표님도 차를 우리시나요?”

송사월이 그녀의 시선을 따라 잠깐 보더니 대답했다.

“가끔요.”

이지민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반응에 송사월은 약간 의아해했지만 굳이 말을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시선은 고개를 숙이고 조금씩 디저트를 먹고 있는 서유에게 슬쩍 향했다.

어제 그녀가 다녀간 후, 송사월은 평소보다 한 시간 더 잤고 행복한 꿈도 꾸었다. 그 꿈에서 그는 서유과 어릴 적 약속을 지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함께 늙어갔다.

꿈에서 깨어난 후, 송사월은 창밖 달빛을 바라보며 꿈속의 자신을 이승하로 바꾸어 보았고, 그제서야 그 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서유는 이지민이 치료 계획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을 보고 살짝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지민은 ‘서두르지 마요’라는 눈빛을 보내고는 송사월에게 물었다.

“김 대표님, 집 구경을 좀 시켜주실 수 있나요?”

두 사람의 눈빛 교환을 지켜본 송사월은 개의치 않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오세요.”

이지민이 일어서며 서유의 어깨를 눌렀다.

“새언니, 아침을 적게 드셨으니 디저트 좀 더 드세요.”

서유는 즉시 이지민이 송사월과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월아, 지민 씨를 데리고 가봐. 난 먼저 뭘 좀 먹고 있을게.”

‘새언니’라는 단어를 곱씹던 송사월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민정 씨에게 말해. 너무 눈치 보지 말고.”

서유는 얌전히 대답하고 고개를 숙여 계속 디저트를 먹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의 그녀는 지나치게 냉담해 보였다.

이를 지켜본 송사월은 그녀가 이곳을 떠난 후 이승하와 다툰 뒤 화해한 것 같다고 짐작했다. 그의 표정에는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이지민을 데리고 긴 복도를 지나 뒤뜰로 나왔다. 여름이었지만 그가 심은 꽃들이 많았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코끝에 꽃향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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