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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정가혜가 멍해졌다.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그제서야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는 그녀를 밀어냈다.

“네가 허락하지 않으면, 난 일어나지 않겠어.”

이 광경을 지켜보던 서유는 문득 정가혜가 왜 입을 열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이렇게 비굴한 남자 앞에서는, 마음을 독하게 먹는 게 아니라 그럴 수가 없는 거였다.

상대방이 주는 느낌이 그저 잘못이 없다는 것이니, 잘못이 없다면 왜 이렇게 대해야 하는지, 공평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서유는 정가혜가 그런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은 지금 그런 기분이었다.

마치 도덕적으로 옴짝달싹 못 하게 된 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느낌이랄까. 꽤나 불편한 기분이었다.

병원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심형진이 이렇게 무릎 꿇고 있으니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정가혜의 마음에는 무거운 바위가 하나둘 쌓여갔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심형진은 말없이 고개를 들고 눈시울을 붉힌 채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런 심형진을 보며 정가혜는 어쩔 수 없이, 숨이 막힐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자 심형진은 그제야 온몸의 긴장을 풀었다.

“가혜, 고마워.”

정가혜는 고개를 저은 뒤 몸을 숙여 그를 일으켰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어선 심형진이 정가혜에게 말했다.

“지금 바로 어머니를 찾아가 더는 참견하지 말라고 할게.”

정가혜는 ‘음’ 하고 대답했지만 따라가지 않았다. 돌아서는 순간,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서유와 마주쳤다.

정가혜는 코끝이 찡해졌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하지만 지나치게 고집 센 성격 탓에 억지로 참았다.

서유가 다가와 그녀의 눈을 보니 얇은 안개 같은 눈물이 가득했다. 서둘러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

“가혜야, 괜찮아.”

정가혜가 무슨 일을 겪든 서유는 언제나 그녀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의지하며 살아온 가족이니까.

서유의 포옹은 작은 힘이 되어주었다. 마치 의지할 곳을 찾은 것처럼, 정가혜는 온몸의 피로를 내려놓고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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